행복한 생일
생일 없는 생일이다.
올해는 음력 6월 30일이 없다.
人生七十古來稀, 예로부터 드물다. 70세를 일컫는 말이다.
朝回日日典春依
每日江頭盡醉歸
酒債尋常行處有
人生七十古來稀
조회가 끝나면 날마다 봄옷을 잡혀
매일같이 강가에서 만취해 돌아오네
술빚이야 가는 곳마다 늘 있는 것이지만
인생 칠십은 예로부터 드물었네
---(생략)
두보의 <曲江二首> 시구에 있다.
옛날에는 환갑 때도 잔치를 하며 축하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진 요즘은 고희연도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노나라 성현 공자는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을 해도 규범에 어긋나는 일이 없었다”하여 “從心所欲 不유矩”라고 했다.
지난 설부터 아들, 딸들이 ‘아빠 생일을 어떻게 할까’ 많은 의견을 교환했다.
‘고희연을 하느냐, 해외여행을 하느냐’
친척, 인척, 친구, 지인을 초청하여 식사하는 것은 거부했다. 또한 아내와 함께 유럽여행도 다녀왔고, 미주여행도 했다.
결론은 우리 가족만이 모여 삼성라이온즈파크 파티플로어석에서 보내기로 합의 했다.
‘칠순은 라팍야구장에서!’
멋진 아이디어다.
7월 27일 토요일, 울 가족이 모두 모여 오전에 가족 사진을 찍었다.
대부분 부모는 의자에 앉고 자녀들은 주위에 선다.
딸들의 제안으로 ‘맨발에 한 줄로 서서 포즈를 취하는 콘셉트’로 촬영했다.
옷도 상의는 흰색, 하의는 청바지로 통일하고, 주인공은 예외로 푸른색 남방과 면바지를 입었다.
집에서는 고희연 깜짝 이벤트가 있었다.
“태봉 안성규 선생,
가족을 위해 달려오신 모든 시간에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앞으로의 시간을 응원합니다.”라는 현수막이 속으로 눈물을 흘리게 했다.
생일 상에 필요한 물건은 인터넷으로 이벤트사에서 대여 하고, 케익과 떡, 수박, 사과, 참외, 파인애플, 바나나도 있고, 발렌타인 30년 산도 있다.
멋진 상차림이다.
건강이 좋지 않은 김천 누나가 함께해 더욱 뜻깊은 자리였으며, 축하 노래도 부르고, 사진을 기록으로 남기며 가족 간의 정을 나누었다.
내가 미리 알았다면 하지말라고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고마운 나의 가족이다.
이층사진관에서 사진도 찍고, 집에서 고희연 행사도 마치고 11명이 라이온즈파크에 갔다.
1인당 55천 원(어린이 35천 원)으로 뷔페도 먹고 야구도 본다. 생맥주와 커피는 별도 구매해야 한다.
한화와의 경기에 7대 6으로 역전승했다.
5대 2로 지고 있다가 김동엽의 3점 홈런으로 동점이 되었다. 한화가 6대 5로 달아났으나 8회 말 이원석의 투런으로 재역전했다.
정말 짜릿한 경기였다.
목이 쉬도록 노래하고 응원하며 신나게 보냈다.
돌아와서 발렌타인 30년 산과 생일상 음식을 먹으며 보람있는 하루를 마무리 했다.
휴가 겸 수요일부터 서울 가족 일부가 왔다.
외식도 하지만 집에서 배달시켜 먹기도 한다.
베트남 쌀국수집에서 ‘레몬크림반반치킨, 팟타이, 해물쌀국수, 소고기쌀국수, 분짜’를 시켰다.
평소 잘 접하지 않는 요리로 가족들은 맛나게 먹는다.
솔직히 말해 난 별로다.
아들, 딸들이 모여 식사하던 중 돌아가신 할머니 이야기로 화제가 바뀌었다.
둘째 딸이 자기 방에서 30년 된 빛바랜 사진 여러 장을 가지고 나왔다. 할머니 유품을 정리하다가 챙겨둔 사진이란다.
가족이 돌려보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고 웃기도 했다.
나도 모르는 사진을 보관하고 있는 딸이 대견하다.
도원지 옆 월광공원에서 산책하고 Angel-in-us에 들렸다.
평일인데 더위를 피해 카페를 찾는 사람이 많았다.
카페라떼, 아메리카노, 망고빙수도 먹었다. 손자를 위해 팬케익을 별도로 시켰다.
‘생크림, 불루베리, 팬케익’으로 된 어린이용 메뉴다.
손자 덕에 할아버지가 새로운 경험을 했다.
화원자연휴양림 옆 계곡에도 갔다.
최근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많이 내려 물놀이하는 청소년, 어린이들이 다수 있었다.
손자가 계곡에서 놀다가 배고프다고 올라와 평상에 앉았다. 할머니가 우유를 주니까
‘물총놀이하고 그늘에 앉아 우유를 마시니까 아~~행복하다’라고 한다.
6살 손자의 귀엽고 깜찍한 멘트다. 아내와 흐뭇한 미소로 화답했다.
상인동에 있는 엘리바덴(찜질방, 풀장)에도 갔다.
사위들이 오지 않아 손자 둘을 남탕에 데리고 갔다.
이제 6살 손자도 여탕에서 탈의하지 못해서다.
뜻깊은 생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선물을 보내왔다.
부산에 계시는 사돈이 금일봉을, 서울과 원주에 살고 있는 처제들이 롯데백화점 상품권을 보냈다.
고령에서 개진감자 20kg 1박스를 보낸 사람도 있다.
친구로부터 축하 난도 받았다.
아내는 마 100% 긴팔 남방과 면바지, 빈폴 모자를 사주었다. 평소 입고 싶은 남방이었고, 모자는 바꾼지 오래되어 더욱 감동을 준 선물이다.
아들, 딸, 사위로부터 ‘해외여행 경비’라고 고희 이벤트에서 두툼한 봉투를 받았다. 큰 금액이다. 오래 전부터 별도 돈을 모았단다.
서울에서 오기 전 딸이 칼몬드 4박스와 아몬드 1봉지를 택배로 보냈다. ‘엄마, 아빠 건강도 챙기고, 야구장에서 먹으란다.’
가장 값진 선물은 또 있다.
큰 손자가 용돈을 모아 책(글의 품격, 이기주, 주.황소미디어그룹, 2019년 5월, 14,500원)을 선물했다.
나도 손자를 만날 때마다 책을 사준다. 책을 사주는 할아버지로 기억되고 싶어서다.
김천 누나도 형편이 어려운데 금일봉을 상차림 행사 시 내놓았다.
아내가 받은 돈을 여행도 좋지만 보람 있게 서야 한다고 말한다. 애마 삼성 SM5를 16년이나 탔다. 운전하면 차가 설까 봐 매번 걱정이다.
생일 다음 날 8월 1일 ‘SM6 프라임 SE’를 계약하고 8일 차를 인수했다.
좋은 의견을 내어 준 아내가 고맙고, 울 가족 모두모두 고맙다.
선물을 받은 기쁨이 있으면 나도 베풀어야 한다.
하루는 인동백세회 회원 부부를 상인동 용진에 초청했다. 11명 중 4명이 참석하여 다소 아쉬웠다. ‘발렌타인 21년 산도 가지고 갔는데’
또 하루는 번개팅, 칠인회 친구와 자리를 했다.
발렌타인 17년 산, 연태고량주, 맥주와 누룽지탕, 탕수육, 크림새우, 깐풍기 안주로 지난 시절을 추억팔이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고희에 여러 사람들의 정성과 사랑을 받았다.
10년 후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앞으로 더, 더욱, 더더욱 건강을 챙기며 살아야겠다.
천천히 지혜롭게 말이다.
머무는 그 자리에서 행복을 찾으란다.
“행복,
행복은 여기에
행복은 특정한 곳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오
서 있은 그대로 머무는 그속에 행복이 함께한다오
머무는 그 곳에서 행복을 느껴라
마음껏 행복에 취해라
행복, 늘 여기여
행복, 늘 나와 함께
ㅡ<마무는 그 자리에서 행복을(정여 스님, 담앤북스, 2019년 3월>” 중에서
행복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이 있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은 가족이 지금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할 것이다.
‘난 오늘도 행복하다’라고 나의 인생 만트라 마법의 주문을 건다.
내 생에 가장 행복한 생일을 보냈다.
2019년 7월 31일, 고희를 보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