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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절대 소독하지 마라' 저자 나쓰이 마코토 선생의 당질과 건강에 관한 책입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진화 관점에서 본 인류의 식생활과 건강에 관한 뛰어난 통찰을 만날 수 있습니다.
원서를 읽는 것이 가장 좋으나, 시간이 부족하신 분들은 요약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물로, 요약문 자체가 내 식으로 편집하데다가 가끔씩 내식으로 토를 단 것도 있으니 이점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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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이 인류를 멸망시킨다, 나쓰이 마코토
당질 제한을 시작하다
2011년 11월 10경부터 이듬해 5월 사이에 개인적으로 일대 사건이 일어났다. 6개월 만에 체중이 70kg에서 59kg으로 11kg이나 준 것이다. 내가 의대를 졸업할 때의 몸무게이다. 밥 양을 서서히 줄이다가 2012년 초부터는 점심 때 밥을 전혀 안 먹고 저녁때도 한 잔씩 마시던 사케를 소주로 바꿨더니 1월 중순에 체중이 4kg 줄었다.
이 무렵 더 큰 변화가 생겼다. 고혈압이 어느새 다 나은 것이다. 혈압이 150/100mmHg에서 124/88mmHg로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점심 식사 후 졸음도 사라졌다. 점심 식사 후 말짱한 정신으로 저녁까지 일하고 단골 술집에 가서 저녁 식사로 야채볶음과 생선구이에 맥주 한 잔 후 소주를 마시고 집에 가도 졸리지 않았다. 밤 11시가 지나면 바로 잠이 오고 아침 다섯 시면 거뜬히 눈이 떠졌다.
오히려 음주량은 그대로인데 숙취만 사라졌다. 결국 숙취는 술을 많이 마셔서가 아니라 술과 함께 당질을 섭취하면 생기는 것이다. 이는 의학적으로 설명 가능하다. 음식이 위에 머물러있는 시간을 위체류시간이라 한다. 고기나 생선은 위산에 의해 금세 소화돼 소장으로 보내지기 때문에 위체류시간은 수십 분 정도이다. 반면에 밥이나 면류는 위산으로는 소화가 되지 않기 때문에 오랫동안 위에 머무른다.
이는 소화기내과나 소화기외과 의사들은 일상적으로 실감하고 있는 사항이다. 긴급 내시경검사나 급성복막염으로 개복술로 위를 절개하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밥풀과 면류, 야채이다. 고기 덩어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일반인들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만취해서 토해놓은 것을 보면 대부분 밥풀, 면류, 야채이고 고기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술자리에서 마지막에 죽이나 우동을 먹거나 술을 마시고 난 다음에 라면을 먹으면, 죽 속의 밥과 면류는 몇 시간이 지나도 위에 머물러 있고, 그 사이 위는 이를 소화시키기 위해 위산을 계속 분비한다. 밤 11시에 죽을 먹고 집에 들어가 12시에 잤다고 하더라도 오전 3~4시까지 위산은 계속 분비된다. 이 상태에서 다음날 아침에 깨면 역류성식도염 특유의 체한 증상과 위 불쾌감으로 고생하게 된다.
반대로 당질 제한을 하면(곡물을 먹지 않으면) 밤 11시까지 스테이크를 먹어도 30분 후면 위가 비기 때문에 위산이 더 이상 분비되지 않아 아침에 일어났을 때 역류성식도염과 같은 증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숙취의 원인은 술이 아니라 당질이었던 것이다.
또 자연 치유된 것이 코골이와 수면 시 무호흡증후군이다. 예전에는 두 가지 모두 심해서 옆방에서 자도 “시끄럽다”, “호흡이 멈춰서 무서웠다”며 가족들에게 핀잔을 들을 정도였는데, 당질 제한 후 코골이도 줄고 무호흡도 사라졌다. 한밥중이나 이른 아침에 악몽을 꾸다 잠을 깨는 일도 없어졌다.
당질 제한을 하면 밥을 먹는 것이 고통스러워져서 뇌가 자연스럽게 거부하게 된다. 먹으면 졸음이 쏟아지고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속이 메슥거리고 숙취 때문에 고생하기 때문이다.
설탕을 소량이라도 넣은 음식을 먹으면 설탕 특유의 텁텁한 단맛이 느껴지고, 전분도 입 안에 넣고 씹으면 경보가 울렸다. 메밀국수를 먹자 반밖에 못 먹었는데 위가 이상하게 더부룩하고 입 안은 끈적거리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현상은 맥주와 사케를 마실 때도 나타났다. 술은 가리지 않고 좋아했던 내가 사케를 전혀 마실 수 없게 된 것이다. 당질 제한 전에는 생맥주 500cc를 네 잔이든 다섯 잔이든 끝도 없이 마셨는데, 당질 제한 두 달이 지나자 한 잔도 겨우 마실 정도가 되었다.
당질 제한의 기초 지식
당질이란 ‘혈당치를 높이는 영양소(식품)’를 말한다. 섭취하자마자 바로 혈당으로 바뀌는 것이 당질이다. 문제의 본질은 혈당을 높이느냐 그렇지 않느냐 뿐이다.
혈당이 늘면 인체에 해가 되기 때문에 몸은 이를 근육세포 등으로 흡수해 줄이는데, 혈당을 줄여주는 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해 고혈당이 지속되면 망막이나 신장의 장애 등 질환이 발생한다. 그래서 혈당을 높이지 않는 음식은 얼마든지 먹어도 되지만 식후에 혈당을 급속히 상승시키는 식품은 조금만 먹어도 문제가 발생한다.
혈당을 가장 효율적으로 올리는 것이 포도당(글루코스)이다. 따라서 포도당이 함유된 식품은 가능한 피해야 하고 전분도 가능한 먹지 말아야 한다. 같은 탄수화물이라도 식이섬유와 같이 인체에서 분해도 흡수도 되지 않는다면 먹어도 문제는 없다.
과일에 함유된 과당(프룩토오스)은 혈당치를 높이지는 않지만 바로 중성지방으로 바뀌어 살이 찌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아보카도와 같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과일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이 일대일로 결합한 이당류라 설탕을 먹으면 포도당과 과당을 모두 먹게 된다.)
당질 제한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혈당을 높이지 않는 음식을 먹으면 체중이 줄고 허리 부분 살이 빠지고 당뇨병이 낫는 식이요법이다. 식후에 혈당을 상승시키는 성분은 포도당과 체내에서 흡수돼 포도당으로 변하는 전분이다.
당질 제한의 종류: 쁘띠 당질 제한(저녁에만 주식<쌀이나 밀가루 등> 먹지 않기), 스탠다드 당질 제한(아침과 저녁에만 주식 먹지 않기), 슈퍼 당질 제한(세 끼 모두 주식 먹지 않기)
당질 제한을 할 때는 칼로리를 신경 쓸 필요도 없고 지질(지방)도 마음껏 먹어도 된다. 콜레스테롤이 많든 적든 전혀 신경 쓸 필요 없다.
스포츠 드링크 500ml에는 30g이 넘는 당분이 들어있다. 큰 각설탕 8개 분량이 넘는 양이다. 물 500ml에 설탕 30g을 넣으면 너무 달아 마시기 어려운 수준이다. 여기에 레몬즙과 소량의 식염을 첨가하면 스포츠 드링크의 맛으로 변하고, 거뜬히 500ml를 마실수 있게 된다.
6장 들이 식빵 한 장에는 탄수화물 30g이 있고, 흰쌀밥 한 그릇, 가락국수 한 덩이에는 55g의 탄수화물이 있다. 각설탕으로 환산하면 약 8개와 14개 정도로 상당한 양이다.
당질 제한의 놀라운 경험담
⚫ 50대에 인슐인 주사를 맞기 시작해서 이후 20년 동안 술, 담배, 단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고기도 거의 먹지 않았지만 증상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는데, 당질 제한식(곡물을 먹지 않았다는 말)을 시작하자 금세 수치가 개선되어 인슐린 양이 줄고 체중도 늘고 머리카락도 굵어지고 숱도 많아졌음
⚫ 80대 당뇨병 환자에게 당질 제한을 시켰더니 체중이 20kg 줄어 당뇨병 내복약 복용 필요가 없어지고, 천식과 심부전으로 인한 재택산소요법도 할 필요가 없어졌음(40대 내과의사)
⚫ 피부 트러블 때문에 얼굴 피부가 울퉁불퉁해 고민이 많았는데, 당질 제한을 시작하자 피부가 맨들맨들 깨끗해졌음(20대 여성, 약사)
⚫ 남편이 당질 제한을 시작하면서 오랫동안 스트레스 받아온 ‘두피 습진’과 ‘가슴과 등의 여드름’이 사라졌음
⚫ 당질 제한을 하면서 갑자기 머릿결에 윤기가 흐르고 힘이 생겼음(주부)
⚫ 꽃가루 알러지가 좋아지고, 여기저기 나던 흰머리도 거의 사라졌음
⚫ 농사를 짓는 시댁 분들은 일을 조금만 해도 피곤하시다며 잠을 주무시는데, 깨어 있는 것은 당질 제한을 하는 나 뿐이에요.
⚫ 6년 전부터 우울감 때문에 항우울제와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었는데 당질 제한을 시작하면서부터 기분이 안정돼 약을 끊게 됐고 낮의 불쾌한 졸음도 사라졌습니다. (간호사)
⚫ 아내가 밥은 하루 두 공기씩 세 번, 야채, 채소류, 두부 위주의 식생활을 했었는데 상태가 좋지 않아 여러 가지로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당질 제한을 시작하면서부터 거의 모든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산후우울증도 당질의 영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30대 남성)
⚫ 이를 일생에 한 번밖에 갈지 않는 것도 원래 사람들이 당질을 그다지 먹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거 같습니다. 이를 한 번 갈면 수명이 다 할 때까지 쓸 수 있다는 전제하에 DNA가 구축된 것은 아닐까 생각 해봤습니다.
⚫ 몇 년 동안 중학생 아들이 아침에 깨워도 일어나지 못하고 겨우 일어나도 정신을 못 차리고 식욕도 없다 하고 항상 기분이 안 좋았습니다. 반은 포기했었는데, 아들이 당질 제한을 시작하고부터는 완전히 딴 사람이 됐습니다. 깨우지 않아도 스스로 일어나서 등교준비하고, 아침부터 기분이 좋습니다. 학교에서도 받아본 적 없는 칭찬을 받아옵니다.
⚫ 가라테 사범입니다. 당질 제한을 하고 나서 가라테 훈련 마지막에 20분 동안 스파링을 하는데 체력이 바닥나는 일이 사라졌습니다.
⚫ 당질 제한을 하고 나서 풀코스 마라톤, 울트라 마라톤에서 제 최고기록을 경신했습니다.
⚫ 저는 매일 술을 마시기 때문에 항상 GOP, GPT 수치가 높습니다. 그런데 당질 제한을 하고나서 몸 상태가 좋아져 오히려 주량이 늘었는데도 수치가 100 언저리에서 30으로 떨어졌습니다.
⚫ 당질 제한을 하고 있는데 하루는 일부러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다음날 굉장히 피곤했습니다.
⚫ 비만성 신장증 환자가 수치가 악화돼 입원 했습니다. 신장 기능은 악화되면 증상이 바로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와 상담 후 ‘고단백질, 고지질, 당질 제로’ 식이로 바꿨습니다. 이는 ‘염분 제한, 저단백질, 고칼로리’가 일반적인 신부전식단과는 거의 정반대에 가까운 식사입니다. 식단을 바꾼 후 체중 10kg 감소, 단백뇨 6분의 1로 감소, 혈압도 떨어지고 혈액 데이터도 정상으로 나왔습니다. (신장내과 의사)
⚫ 언젠가 당뇨병성 신부전으로 투석을 받고 있는 환자들의 집단 소송이 벌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확실히 낫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존의 치료법을 밀어붙여 건강을 해쳐 인공투석까지 받게 했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내과의사)
당질을 제한하면 보이는 것
당질을 먹으면 졸음이 온다. ‘당질식을 하면 혈당치가 올라가고 그럼 인슐린이 분비되는데 이 인슐린의 작용으로 저혈당이 되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된다. 결국 당질을 섭취하지 않으면 혈당치가 오르지 않고 그럼 인슐린도 분비되지 않아서 졸음이 오는 일도 없다는 이야기이다. (단백질을 먹어도 인슐린이 분비되기 때문에 이로 인해 당질 제로식을 해도 식후 졸음이 올 수 있지 않을까?)
낮잠을 자지 않으면, 낮에 잠을 안 잔만큼 밤에 자리에 눕자마자 잔다. 나는 당질 제한을 하고나서 밤에 충분히 숙면을 취하게 되면서 수면 시간이 줄었다. 당질 제한을 하면 낮에 졸지 않으니 숙면을 취할 수 있고, 다음 날 아침 눈이 번쩍 떠지기 때문에 당연히 활동 시간이 늘어난다.
오랫동안 수면 장애를 앓아왔다는 분들로부터 이전까지는 수면유도제 없이는 하루도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당질 제한을 하고부터는 약 없이도 잠을 이룰 수 있게 됐다는 메일을 여러 통 받았다. 하나 같이 ‘식후 졸음이 사라지고 낮잠을 자지 않는 만큼 밤이 되면 곯아떨어지는 변화’를 경험했다고 한다.
당질 제한을 시작하고 나서 우울감이 사라져 우울증 약을 끊었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우리가 식후 졸음에 시달리는 것은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해왔기 때문이다. 당질을 먹으면 졸음이 오는 현상은 원래는 인류가 당질을 섭취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초기인류가 당질을 먹고 곯아떨어졌다면 육식동물의 멋잇감이 되기 십상이었을 것이다.
가락국수 한 덩이는 각설탕 약 14개 분량이다. 각설탕 14개는 먹기가 쉽지 않지만 같은 양의 당질이 든 전분은 거뜬히 먹을 수 있다. 탄수화물은 계속 먹어도 질리지 않는 묘한 매력이 있고, 반찬의 변화를 주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영양학 서적을 보면 당질(탄수화물), 단백질, 지질이 3대 영양소이고 ‘생활습관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질의 비율을 25~30% 이하로 억제해야 한다’, ‘탄수화물은 60% 전후로 가장 많이 필요하다’, ‘탄수화물:단백질:지질의 비율은 3:1:1이 바람직하다’고 돼 있다. 이러한 기술은 어느 영양학 서적을 보더라도 반드시 있는 것으로 봐서 이는 영양학이라는 학문의 중심 원리이고, 이를 토대로 영양학이라는 학문 체계가 형성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탄수화물 섭취는 포도당이 식이섬유에 결합된 형태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즉 잎 채소, 뿌리채소, 버섯 등 야채류와 고구마 등 저항성 전분 형태로 흡수하면 대장의 박테리아 먹이가 되어 몸에 이로운 물질로 돌려받을 수 있다.)
문제는 당질을 섭취하지 않아도 사람은 아무 문제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비만이나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이 치유되고 활력이 생겨 점점 더 건강해진다.
이는 생물학적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인간의 생존에 꼭 필요한 필수지방산과 필수아미노산은 식사를 통해 섭취하는 방법밖에 없지만, 탄수화물은 아미노산을 가지고 포도당을 합성하는 당신생(糖新生)이라는 시스템이 사람 몸에 있어 단백질만 있으면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다. 요컨대 필수아미노산이나 필수지방산처럼 ‘인간이 체내에서 생합성할 수 없기 때문에 싫어도 섭취하는 수밖에 없다’는 의미의 필수탄수화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필수영양소로서의 탄수화물’을 대전제로 이론 체계가 형성돼 있는 영양학이라는 학문 체계 자체가 사상누각이다.
당질 섭취 후 급격히 상승한 혈당이 식후 도취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하고, 이후 혈당치가 저하되기 시작하면 몸은 ‘혈당 금단현상’을 보이게 되어 정신적인 기아감이 생긴다. 그러면 흡연자가 니코틴 금단현상으로 담배를 찾게 되듯이 당질섭취자는 혈당 금단현상으로 초조해지기 시작하면서 당질을 찾게 된다.
WHO의 권장 비율을 보면, 총 탄수화물:총 단백질:총 지질 = 55~75%:10~15%:15~30%로 돼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권장하는 비율도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이중 탄수화물 권장량을 음식에 적용해보면 설탕을 매끼 110~150g 먹으라는 권유다. 뭔가 크게 잘못됐다.
당뇨병 식이요법은 모순투성이이다. 회사 건강진단에서 소변에 혈당치가 좀 높게 나타나면 의사는 이렇게 처방한다. ‘먼저 식사 제한부터 하고, 내복약도 먹어야 하고, 그래도 혈당치가 내려가지 않으면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한다.’
처방되는 식이요법은 매일의 식사를 ‘당질:단백질:지질 = 60%:16~20%:20~25%’로 하고 하루 칼로리 섭취량을 1600kcal로 제한한다. 뭔가 이상하다. 고기를 많이 먹어도, 지방을 많이 먹어도 혈당치는 오르지 않는다. 식사의 60%가 당질이면 당연히 혈당은 오르고, 혈당이 오르면 당뇨병은 낫지 않는다.
즉 아무리 칼로리를 제한하고 지질섭취량을 줄여도 ‘당질 60%’의 식사를 하는 한 당뇨병은 낫지 않는다. 이는 충치 치료식에 설탕이 듬뿍 들어 있거나 알콜의존증 치료를 위해 입원한 환자에게 끼니마다 마시기 힘들 정도의 술이 제공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 이 식이요법을 꾸준히 따르면 어떻게 될까? 식후 혈당치는 물론 계속 높고 당뇨병 증상도 개선되지 않는다. 당뇨병 치료약을 먹어야 하고 약으로도 안 되면 그때는 인슐린 주사밖에 방법이 없다. 당질이 듬뿍 든 식이요법을 계속 하는 한 당뇨병은 평생 따라다니기 때문에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당뇨병 식이요법은 마치 성냥으로 방화를 하고 타오르기 시작하면 “불이야!”라고 소리를 지르고 펌프를 가져와 불을 끄자는 방화범과 같다. 입으로는 “혈당이 내리는 식사를 하세요”라고 식이요법을 권하면서 “이걸 먹어도 혈당치가 내려가지 않는 것은 당신의 당뇨병이 중증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약을 복용하고 인슐린을 맞아야 합니다.”라고 제안하는 것이다. 사기 수법이 매우 교묘한데 이는 그 배경에 당뇨병학회가 있기에 가능하다. 이 사기적인 치료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하다.
① 환자가 혈당과 당질의 관계를 모른다. ② 의사의 말을 의심 없이 무조건 믿는 타입니다. ③ 당질 제한에 대해 모른다.
이상의 세 가지가 필수조건이다. 환자가 무지하지 않으면 먹히지 않는 수법이다.
만약 예전에는 당뇨병이었는데 당질 제한 후 혈당치도 헤모글로빈 A1c도 정상이 된 사람이 다른 병으로 입원했는데, 입원할 때 과거 질병에 대해 ‘당뇨병’이었다고 답변을 한다면, 당뇨병 식단이 처방되고 그 사람은 다시 당뇨병 환자로 돌아가게 된다.
이렇게 당뇨병 식이요법은 당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의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병으로 입원하더라도 ‘당뇨병력이 있다’고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이렇게라도 자신의 몸을 지키지 않으면 병원의 당뇨병식 때문에 당뇨병에 다시 걸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당질 제한에 대해 살펴보다 보면 당질 제한식을 하는 한 당뇨병에는 걸리지 않는다는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혈당을 올리는 원인은 당질뿐이고 그런 당질을 먹지 않으면 혈당은 오를 수가 없고 혈당이 오르지 않으면 당뇨병에는 걸리지 않는다. 당질 제한을 통해 가장 이상적으로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다.
만의 하나 당뇨병에 걸렸더라도 당질 제한을 하면 혈당은 자연히 내려가고 당뇨병이 지표인 혈액 중 헤모글로빈A1c도 다시 정상이 된다. 이는 많은 임상 례가 증명하는 틀림없는 당뇨병 치료법이다.
당질 제한이 보급돼 일반화되면 2형 당뇨병이 일본에서 모습을 감출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내가 경험했듯이 비만성 고혈압과 고지혈증도 격감할 것이다.
이렇듯 당질 제한은 많은 사람들에게 복음과도 같은 존재이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 당질 제한이 보급되지 것을 원치 않는 사람들도 있다. 일본당뇨병학회 요직에 있는 사람들과 당뇨병 전문의들, 그리고 제약회사이다. 즉 당뇨병 치료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당뇨병은 제약회사 입장에서 보면 황금상자이다. 환자수가 매우 많고 게다가 평생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자가 많고 게다가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것은 제약회사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조건이다. 자사의 약을 처방해주는 의사가 있고, 당뇨병 환자가 줄지 않는 한 당뇨병 치료약의 매출은 확보된다.
의사들은 실제로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모두 고치지 않는다. 투약으로 당뇨병, 고혈압 등을 억제하고 있을 뿐이다.
많은 대사성 질환(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경우 ‘나은 상태’가 되지 않고 대부분 계속 내복약을 복용해야 한다. 이를 골절로 비유하자면 ‘깁스를 한 상태’에 해당한다.
이렇게 당뇨병의 인슐린 치료는 당뇨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며, 만성신부전증의 인공투석 치료는 신부전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다.
병과 상처는 골절이나 폐렴과 같이 ‘나으면 치료가 필요 없는 것’과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평생 치료가 필요한 것’ 두 가지로 나뉜다. 만약 당신이 제약회사를 운영한다면 어느 것을 타깃으로 한 약을 개발하겠는가? 어느 환자를 장사의 타깃으로 삼겠는가?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약으로 증상이 억제되고 건강하기 살기 위해서는 약이 평생 필요한 상태’가 이상적이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치료약을 제조, 판매하는 것이 장사치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뇨병에 걸려도 약이나 인슐린 주사가 필요 없는 치료가 개발되면 관련 제약회사는 모두 망할지도 모른다. 이 ‘약도 인슐린도 필요 없는 당뇨병의 근본적인 치료법’이 바로 당질 제한이다. 당뇨병 치료약 관련 회사 입장에서는 결코 보급되지 않기를 바라는 예방법이자 치료법일 것이다.
당질 제한만 하면 당뇨병에 걸리지 않고, 당뇨병에 걸린 사람도 당질 제한식으로 바꾸기만 하면 혈당치가 정상으로 돌아온다. 인간이 식사로 섭취하는 3대 영양소 중 혈당치를 올리는 작용을 하는 것은 당질뿐이다. 당질 제한은 가장 강력한 당뇨병 예방법이자 치료법이다.
그런데 여기에 당뇨병학회가 끼면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당뇨병학회와 여기에 소속된 당뇨병 치료 전문의들에게 당질 제한은 환영할 수 있는 치료가 아니라 골치 아픈 존재이다. ‘약도 인슐린도 필요 없는 당뇨병의 근본적인 치료법’이 바로 당질 제한이기 때문이다.
당질 제한만 하면 당뇨병에 걸리지 않고, 당뇨병에 걸린 사람도 당질 제한식으로 바꾸기만 하면 혈당치가 정상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당뇨병학회는 ‘당뇨병에는 먼저 식이요법(칼로리 제한+지질 제한)을 실시한다. 이것으로 고쳐지지 않으면 내복약 치료, 그래도 안 되면 인슐린 주사를 놓는 치료’를 표준 치료로 의학계에 보급한다. 당뇨병 전문의는 학회에서 이런 표준 치료에 숙달된 의사로 인정받은 의사들이다.
당질 제한은 당뇨병학회가 정한 표준 치료가 근본적으로 필요 없으며 ‘당뇨병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당질 제한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아마추어도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다.
당뇨병 전문의는 당질 제한을 알고 있어도 이를 환자 치료에 응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오늘부터 당질 제한으로 치료를 하겠다’는 것은 ‘어제까지의 치료는 잘못됐다’고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환자 입장에서도 ‘식사의 60%는 탄수화물, 칼로리와 지질은 제한하는 식사’에서 갑자기 ‘탄수화물은 제로, 칼로리와 지질은 무제한인 식사’로 바꿔야 한다는 설명을 들으면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다.
만일 당신이 당뇨병 전문의이자 학회 이사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선택은 단 두 가지뿐이다. 당뇨병학회를 해체하거나 당뇨병학회의 권위와 전문의 일(밥줄)을 지키기 위해 당질 제한을 공격하고 부정하는 방법이다.
보통은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밥줄’을 포기하는 바보는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환자를 지키지 않고 자신들이 주장하는 치료법을 지킨 사례’는 의학 역사상 수도 없이 반복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그 전형적인 예 중 하나가 바로 19세기 발 ‘충수염(맹장) 치료 논쟁’이다.
인류 역사상 오랫동안 충수염은 불치병이었으며 발병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 죽음의 병이었다. 유일한 치료법은 설사약을 먹이고 아편으로 통증을 잡는 것이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 충수염의 원인이 점차 밝혀지면서 충수를 절제하면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젊은 외과 의사들이 다양한 수술 방법을 고안해냈다. 그 선두에 섰던 사람이 미국의 젊의 외과의 머피였다. 그는 초기충수염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진단법을 확립했고, 안전한 수술 방법을 고안했으며 1889년부터 마치 성난 파도처럼 수술을 해 많은 환자들의 생명을 구했다.
그러나 당시 의학회 회원은 대부분 내과의였기 때문에 아무리 치료 결과를 발표해도 무시당하기 일쑤였고 내과의들은 여전히 설사약과 아편 처방을 멈추지 않았다. 머피와 내과학회 사이의 10년간에 걸친 전쟁은 신문 등 매스컴이 ‘충수염은 조기 절제하면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우열이 가려진 후에도 내과의들은 설사약과 아편을 고집했고, 그 결과 모든 충수염 환자들이 내과로 가지 않고 직접 외과에서 진찰을 받게 된 순간에도 여전히 ‘설사약과 아편으로 치료하는 것이 맞다’는 논문을 전문 잡지에 발표했다고 한다.
새로운 충수염 치료법은 설사약과 아편 치료로 먹고 살던 내과의들에게는 문자 그대로 사활이 걸린 문제였다. 그래서 설사약과 아편의 전문가일수록 치료법을 지키고 환자를 지키지 않는 선택을 했던 것이다.
곡물 생산과 가축, 당질 문제
일본인들이 매일 먹는 식품의 대부분은 당질 덩어리이다. 쌀(밥, 쌀가루빵, 과자 등), 밀(빵, 우동, 파스타, 과자 등), 옥수수(식용유, 과자, 액상과당 등), 고구마, 감자(요리, 과자, 액상과당 등), 사탕수수(설탕)
게다가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의 사료가 옥수수이며, 기타 다른 가축들도 곡물로 사육되고 있고, 그 고기와 우유가 우리 입으로 들어간다. ‘액상과당’은 감자나 고구마, 옥수수 전분을 효소반응으로 포도당으로 가수분해한 다음 일부를 과장으로 이성화한 것으로 설탕을 능가하는 단맛과 저렴한 가격 때문에 많은 음료와 식품에 사용되고 있다.
곡물과 무관한 식품은 콩 식품, 어패류, 채소, 과일 등밖에 없다. 게다가 쌀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곡물은 미국, 캐나다, 호주로부터의 수입 산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대규모 곡물 생산 시스템은 질소비료에 의한 녹색혁명의 폐해, 염해, 지하수 고갈로 지속가능하지 않다.
곡물 생산과 식료 생산에 대혁명을 가져온 것은 1960년대에 시작된 ‘녹색혁명’이었다. 1960년대부터 세계의 경지면적은 늘지 않았지만 단위면적당 수확량은 계속 늘었다. 이 시기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기와 맞물린다.
녹색혁명은 화학비료와 농약의 대량 사용, 기계화와 대규모화, 품종개량, 관개기술의 진보 등이 불러온 것으로 그 중심에 있었던 것이 질소비료의 개발과 관개기술의 진보였다.
질소는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원소로 대기 중에 풍부하지만, 반응성이 크게 떨어져 콩과식물에 공생하는 뿌리혹박테리아의 작용으로 대기 중 질소를 고정시켜 사용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러다 20세기 초 암모니아합성법이 발견되어 질소비료가 합성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식물의 성장에 필요한 질소를 공기로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원하는 만큼 투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연작장애 없이 경작할 수 있게 되어 이전의 몇 배에 달하는 곡물을 수확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과잉 투여된 질소비료가 호수와 늪, 바다로 흘러들어 부영양화(강, 바다, 호수 등의 수중생태계의 영양물질이 증가하여 조류가 급속히 증식하는 현상)을 일으켰다. 그 결과 세계 각지의 해안에 반복적으로 적조가 나타나 연안어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비료 내 질소가 지하로 스며들어 지중 미생물의 작용으로 질산으로 바뀌어 세계 각지에 심각한 지하수 오염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관개농법도 건조한 불모의 대지를 녹색의 경작지로 변모시켰지만 이것이 염해를 가져왔다. 같은 경지에 물을 뿌려 물이 점점 지중으로 스며들면서 지중 깊숙이 잠들어 있던 소금과 만나 소금물이 됐다. 이 소금물은 침투압의 차로 천천히 상승해 지면으로 올라왔고 수분이 증발하면서 소금이 남게 됐다. 이것이 바로 염해이다. 경지를 늘리기 위해 메마른 땅에 물을 대량으로 뿌리면 뿌릴수록 소금이 올라온다. 물론 소금이 올라온 지역에서는 대부분의 작물은 재배가 불가능해졌다. 이러한 염해가 세계 각지의 농지에서 일어나고 있다.
세계의 곡창지대인 미국의 중서부는 1930년대까지 메마른 황무지였다가 오갈라라대수층이 발견되면서 단기간에 대곡창지대로 변모했다. 오갈라라대수층은 미국 전역의 관개에 사용되는 지하수의 1/3을 담당하고 있지만 앞으로 25년 정도면 고갈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한다.
1960년대 녹색혁명이 시작될 당시 지구의 인구는 12억 명이었는데 60년 만에 70억 명으로 증가했다. 오갈라라대수층은 수백만 년에 걸쳐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는 고작 수십 년 만에 마셔 없애려 하고 있다. 지구상의 담수 총량에 비해 70억 명은 너무 많다. (앞으로 30년이 되기 전에 세계 인구는 거의 확실하게 90억 명이 넘을 것이다.)
만성적으로 물 부족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인류의 위장을 채워온 곡물은 더 이상 증산은커녕 오히려 향후 감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곡물 생산을 전재로 한 식료 생산 소비 시스템은 담수가 고갈되면 근간이 붕괴될 수밖에 없다. 인류 문명은 필요 충분한 곡물 생산이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농업은 대두 등 콩과식물 중심으로 전환하는 수밖에 없다. 콩과식물 재배에는 질소비료가 많이 필요하지 않다. 대두는 공생박테리아 덕분에 척박한 땅에서도 질소비료 없이 자란다.
대두를 보충해줄 최적의 것이 바로 구더기, 즉 파리의 요충이다. 무균 상태에서 배양한 파리가 알을 낳고, 이것이 부화해 요충이 되면 이를 키워 프로틴 분말로 가공한다. 구더기는 인간이 먹지 않는 것을 먹기 때문에 인간의 식료와 경쟁이 발생하지 않고, 성장이 빠르고 단백질 전환 효율이 좋다. 게다가 매우 양질의 단백질로서, 이것이 체내에 들어가면 고기나 달걀과 똑같다. 소규모 공장에서도 양식이 가능하며 복잡하거나 고도의 설비가 필요 없다.
지금의 옥수수 중 야생종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추정되는 것은 테오신테라는 벼과식물로 멕시코에서 과테말라에 걸쳐 자생하고 있다. 테오신테가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5,000년경이며 옥수수를 유럽으로 전한 것은 15세기말 콜럼버스였다. 즉 애초에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에 번식하던 소는 옥수수와 만날 일이 전혀 없었다.
소의 먹이는 원래 풀, 즉 셀룰로오스다. 그래서 소는 네 개의 위에 각각 다른 어마어마한 수의 미생물과 세균을 공생시키며 살고 있다. 동물이 분해할 수 없는 셀룰로오스라는 고분자를 소는 소화관에 살고 있는 세균의 분해 능력으로 영양소로 이용한다.
요즘 옥수수의 성분은 주로 탄수화물이다. 소가 원래 먹었던 셀룰로오스 덩어리의 식물체와는 닮은 구석이 없다. 200만년 동안 셀룰로오스를 먹던 소가 탄수화물 덩어리를 먹게 된 것은 최근 40년 전의 일이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소의 소화 기능이 겨우 40년 만에 옥수수에 적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식사와 당질, 노동과 당질의 관계
중세 유럽 식사의 기본은 이것저것 넣어 푹 끓인 것이었다. 큰 냄비에 야채와 고기, 동물 기름을 넣고 밤낮으로 끓였고 다 먹은 식재료는 계속 보급됐다. 농민은 약간의 소금 간을 한 돼지고기나 돼지기름을 첨가하거나 야채와 콩에 오래된 빵을 넣은 돼지죽 같은 스프를 매일 질려하지 않고 먹었다. 19세기까지 유럽 농민의 대부분은 고기를 거의 먹지 못했고 빵 외에는 냄비로 끓인 야채와 스프만 먹었다.
나는 중세 유럽인이 이러한 단조로운 식사를 ‘매일 질려하지 않고 먹었다’는 것에 대해 매우 이상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내 몸이 당질 제한이 익숙해지자 나도 이전만큼 ‘식사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본격적으로 당질 제한을 시작하고 매일의 식사를 단조롭게 먹었음에도 이상하게 그것이 힘들거나 불만스럽지 않았다.
19세기 유럽에서는 설탕이 노동자들에게 강제 노동을 시키는 마법의 묘약이었다. 산업혁명 당시 영국은 큰 공장이 생겨났고 많은 노동자들을 모집해 대량의 공업제품을 생산했다. 당시 일반적인 노동자는 아내와 아이들까지 공장에서 일했기 때문에 그 이전처럼 ‘주부가 가정에서 전통적인 가사를 담당하는 일’은 불가능해졌다.
공장에서 장시간 노동(보통 아침 6시부터 밤 7시까지 일했다)을 지친 여성들은 퇴근 후에도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야 했다. 당연히 간편하게 만들 수 있고 배부른 것이 좋았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설탕이 듬뿍 든 홍차, 잼, 과일 설탕 조림’ 같은 식사였다. 그중에서도 중심이 된 것은 설탕이 들어간 홍차였다. 이밖에도 당시의 레시피에는 보기만 해도 속이 쓰려올 정도로 많은 양의 설탕이 든 음식들이 기재돼 있다.
공장 노동자들도 설탕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간 식사를 환영했다. 설탕은 오랫동안 왕족, 귀족, 상류계급들에게만 허락된 ‘왕의 맛’이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설탕이 듬뿍 든 홍차를 마실 수 있는 사람은 부르주아의 일원이라고 생각해 설탕이 듬뿍 든 식사에 만족했다.
이런 설탕을 많이 먹는 생활은 카리브해 서인도제도(미국 플로리다 남부, 멕시코 동안에서 베네수엘라에 이르는 지역을 말한다)에서 생산된 설탕이 유럽으로 대량 수입되면서 가격이 하락해 그 이전까지는 상류계급의 독점물이었던 것이 한순간에 하류계급에게도 보급되면서 가능해졌다.
서인도제도에서 대규모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이 시작된 덕분이다. 대규모 플랜태이션은 서아프리카에서 노예선에 마치 동물처럼 실려 끌려간 흑인노예들의 강제노동으로 유지됐다. 이것이 유럽, 서아프리카, 서인도제도를 잇는 악명 높은 삼각무역이다. 이 삼각무역은 유럽에 어마어마한 부를 가져다주었고, 이후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됐다.
사탕수수는 성장에 대량의 물이 필요하고 토양 속 영양분을 다 소비하는 환경에 파괴적인 작물이며, 재배에 가혹한 노동이 필요한 식물이었다. 흑인노예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대량이 원당은 영국으로 보내져 순백의 깨끗한 설탕으로 태어나 유럽 전역의 식탁에 올랐다.
설탕은 짧은 휴식 시간 동안 피로를 해소시키는 마법의 약이었다. 사실 설탕을 섭취하면 피로감은 사라지고 공복감도 가라앉는다. 이 때문에 산업혁명기 공장주들은 휴식 시간이 되면 노동자들에게 설탕이 든 홍차를 제공했다. 왜냐하면 여러 번 우려내 멀건 홍차도 설탕을 듬뿍 넣기만 하면 노동자들의 피로는 회복되고 다시 장시간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장주들에게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노동자들을 관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임금을 올려 노동 의욕을 높이는 것보다 상당히 효율적이고 경제적이었다. 서인도제도의 플랜테이션에서 일하는 흑인 노예들에게도 사탕수수를 짜고 남은 찌꺼기에 들어 있는 소량의 당분은 피로해소의 특효약이었다. 그 약간의 단맛은 가혹한 노동이라는 현실을 잠시라도 잊게 해주었다. (지금도 영국의 차 문화는 유명하다.)
유럽 노동자들도 상류계급이 맛인 설탕의 단맛을 사랑해 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벌어 더 많은 설탕을 사서 마음껏 맛보기를 원했다. 이런 점에서 싼 임금으로 노동자를 장시간 부려먹고자 했던 공장주들과 설탕을 대량으로 먹고 싶다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설탕이 든 음료와 설탕이 든 음식’ 세트(홍차와 비스킷, 커피와 잼 바른 빵 등)가 잇따라 개발돼 노동시간 중간에 제공됐다. 이를 노동자들이 가정으로 갖고 가 도시 주민들의 식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영국의 일반 가정요리 중 하나인 푸딩이 보급된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푸딩은 밀과 쌀로 만들어진 전통요리였는데, 처음에는 맛이 안 좋아 인기가 없었다. 그랬던 푸딩에 설탕을 넣어 달게 맛을 내자 눈 깜짝할 사이에 영국 제일의 요리가 됐다. 이 영향인지 당시 요리에는 일제히 설탕이 듬뿍 들어가기 시작했다.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는 ‘설탕은 영양가 높은 식품’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어서 영양 부족은 설탕으로 보충하면 된다는 인식도 확산됐다. 당시 유럽에서 설탕은 건강식품이었던 것이다.
싼 비용으로 높은 생산성을 원했던 공장주들이 휴식 시간에 설탕이 듬뿍 든 홍차를 제공한 것은 공장 운영과 생산의 비용 퍼포먼스에서 생각하면 최선의 선택이었고, 노동자들도 이를 바라고 있었다. 당시 설탕은 매우 쌌고 거기다 영양가 높은 건강식품이기도 했으니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해 설탕을 탄 홍차를 제공하는 것은 선행이 됐다. 기호품인 설탕(당질)의 습관성, 중독성이 노동자 지배수단으로 효과적으로 작용한 샘이다.
이 설탕을 같은 당질인 쌀로 바꿔 생각하면 에도 대화재 시 복구를 위해 전국에서 불러 모은 목수와 장인들의 식사와 노동의 관계와도 맞아떨어진다. 에도시대의 목수나 장인들은 고향에서는 하루에 두 끼 식사를 했고, 쌀은 거의 먹지 못했다. 그러나 에도에는 쌀이 넘쳐나 가장 구하기 쉬운 식자재였다.
고향에서는 맛보기조차 힘들었던 쌀 맛에 놀라 에도에서 일하는 행복을 음미하고 있었을 것이다. 쌀밥은 소금 간을 한 반찬과 함께 먹으면 꿀맛이다. 한 번이라도 그 맛을 본 사람은 예전처럼 잡곡이나 무밥 생활로 돌아가려 하지 않는다. 쌀밥으로 생겨난 공복감은 쌀밥이 아니면 채워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고용자는 노동자를 싼 임금으로 장시간 노동을 시키고 싶어 하고, 노동자들은 단시간 노동으로 높은 임금을 받고 싶어 한다. 양측의 입장은 이렇게 다르다. 그런데 여기에 설탕이나 쌀을 개입시키면 고용자와 노동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기호품인 당질이 노동자들에게 마치 마약 같은 역할을 해 임금을 받는 것과 당질을 제공 받는 것의 경계가 애매해져 둘 중 어느 것이 목적이었는지 알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음식의 칼로리를 둘러싼 문제들
당질 제한을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체중이 줄고 허리가 슬림해진다. 칼로리 제한도 하지 않았는데 체중과 허리 사이즈만 줄어드는 것이 흥미롭다. 대체 왜 이런 것일까?
비장애인 혈액에는 1ℓ당 1g(=100mg/dl)의 포도당이 들어 있다. 체중이 60kg인 남성의 전체 혈액량은 4.2ℓ 전후이니 총 4.2g의 포도당이 들어 있다는 계산이 되고, 이는 큰 각설탕 한 개 분량에 해당한다. 인체에서 포도당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곳은 뇌이다. 다른 조직이나 기관에서는 주로 지방산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데, 뇌와 망막 등에서는 포도당과 케톤체가 유일한 에너지원이다. 뇌는 하루 종일 활동하기 때문에 혈관 속에는 항상 최저 필요량의 포도당이 흐르고 있어야 한다. 그 양이 100mg/dl 전후이다.
그럼 뇌가 어떤 이유로 인해 대량의 포도당을 소비할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때 몸은 즉시 포도당을 보충해 100mg/dl의 포도당 농도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이것이 불가능하면 뇌가 정지돼 생명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인간의 몸은 ‘포도당 농도(혈당치) 유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이 혈당치 유지 시스템이 사용하는 포도당은 음식에 들어 있는 포도당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뇌가 포도당을 대량 소비했을 때 당장 당질이 든 음식을 구할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인간과 마찬가지로 포도당과 케톤체밖에 사용하지 않는 육식동물을 생각해봐도 알 수 있다. 육식 동물은 당질을 전혀 먹지 않지만 모두 식사와 무관한 혈당치 유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이 혈당치 유지에 필요한 포도당은 어디서 공급되는 것일까? 이는 당을 만드는 당신생이다. 인체를 예로 들면 혈당치가 저하되면 바로 단백질 분해가 시작되고 포도당이 만들어진다.
인체의 포도당원으로는 간이나 근육의 글리코겐이 있는데, 이를 분해해도 포도당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글리코겐의 경우는 비축량이 적기 때문에 하루 종일 혈당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는 적절하지 못하다. 글리코겐은 어디까지나 긴급 시에 대비해 비축하는 것이다.
당질 제한을 하면 혈당 유지는 모두 당신생으로 해야 한다. 단백질을 분해해 포도당을 만들려면 이에 상응하는 ATP가 필요한데, 이는 보통 지방세포에서 유리된 지방산으로 충당한다. 지방산이 베타산화돼 세포로 들어가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가 생성된다. 이 에너지(ATP)를 이용해 당신생 시스템을 가동한다.
즉 ‘혈당치를 유지하기 위해 비축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를 만들고, 그 에너지를 이용해 비축 단백질(아미노산풀)로 포도당을 만든다’는 이야기이다. 이것이 당질 제한을 하면 살이 빠지는 메커니즘이다.
반대로 당질식을 듬뿍 섭취하면 필요 이상의 포도당이 체내로 들어와 혈당치는 적정치인 100mg/dl를 넘어 당신생은 일어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혈액 중 포도당이 많아지면 혈관에 다양한 장애가 생긴다. 혈액 중 포도당은 생존에 필요한 것이지만 지나치게 많으면 반대로 독이 된다(이를 당독성이라 한다).
그래서 혈당치를 신속하게 정상치로 돌려놔야 한다. 이를 위해 신체가 선택한 것이 ‘여분의 포도당을 중성지방으로 바꿔 지방세포로 저장하는 방식’이다. 당질을 먹으면 지방세포 중 지방이 증가해 체중이 늘고 허리둘레가 굵어지는데, 이것이 바로 당질식으로 살이 찌는 메커니즘이다.
그런데 왜 당질 제한을 하면 칼로리 제한을 하지 않아도 살이 빠지는 것일까?
3대 영양소, 즉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의 칼로리를 비교하면,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1g당 4kcal, 지질은 9kcal다. 비만 환자들에게 제일 먼저 지방 섭취를 제한하도록 하는 것은 지질의 칼로리가 단백질과 탄수화물에 비해 배 이상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칼로리 섭취량이 어떻게 측정된 것인지 알면 사기성이 다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칼로리 측정법은 1883년 루브너라는 과학자가 고안한 방식이 현재도 사용되고 있고, 기본적인 개념은 같다고 한다. 계산식은, ‘음식의 열량 = 음식을 공기 중에서 태워 발생한 열량 – 같은 양의 음식을 먹고 배출한 배설물을 태워 발생한 열량’이다.
그러나 단백질 1g을 먹는다고 해서 5.56kcal의 열에너지를 섭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영양소별로 체내대사와 소화흡수율이 다르고, 개인차나 그때그때의 컨디션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엄밀하게 측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정밀한 값이 아니더라도 개산치를 구할 수 있는 계산 방법이 필요해졌다. 이런 목적으로 쓰이는 것이 ‘애트워터(Atwater)계수’이다. 이 계수는 애트워터와 루브너의 ‘인간의 단백질, 지질, 탄수화물 소화흡수율은 평균적으로 각각 92%, 95%, 97%로 단백질은 일부가 요소나 요산의 형태로 오줌으로 배설되기 때문에 단백질 1g당 1.25kcal의 손실이 있다’는 연구에서 산출됐다. 이 각각의 값에 에너지환산계수를 곱해 단백질 4kal, 지질 9kcal, 탄수화물 4kcal라는 수치가 결정됐다. (박테리아나 원생생물 등 체내의 세입자들이 연소하는 것은 어떻게 측정하려는가?)
이후 탄수화물 속에 인간이 소화 흡수할 수 없는 성분인 식이섬유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장내 분해효율도 계산에 넣은 ‘수정 애트워터 계수’가 사용되게 된다. 우리가 평소 접하는 식품이나 음식의 칼로리는 이들 수치를 기본으로 계산된 것이다.
하지만 체내에서 음식물은 타지 않는다. 즉 세포 내 대사와 대기 중 연소는 애초부터 전혀 다른 현상이다. 동물계를 보면, 음식에 든 칼로리 이상의 에너지를 음식으로 섭취하는 동물이 다수 있다. 이처럼 칼로리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의 진리를 부정하는 주장이다.
포유류는 어떻게 에너지를 얻나?
소와 같은 우제목(짝수의 발굽을 가진 포유동물)의 반추동물(되새김동물)은 섭취 칼로리가 거의 제로이다. 반추동물이 먹는 잎이나 줄기는 상당부분이 셀룰로오스이다. 그런데 소는 셀룰로오스를 소화할 수도 흡수할 수도 없다(자신의 소화 효소로 셀룰로오스를 분해할 수 있는 동물은 곤충을 포함하여 단 한 종류도 없다).
소화와 흡수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섭취 칼로리가 제로’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소는 목초만을 먹고 500kg이 넘는 거체가 되고 매일 대량의 우유를 분비한다. 소의 소화관 내 공생미생물이 셀룰로오스를 분해해 영양을 만들어내고 소는 그 일부를 받아 성장한다.
소는 위가 네 개다. 고깃집 메뉴로 말하자면 양(제1위), 절창(벌집양, 제2위), 천엽(제3위), 홍창(막창, 제4위)이다. 셀룰로오스가 분해되는 곳은 처음 세 개의 위이고 각각의 위에는 많은 종류의 머아어마한 수의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위산은 처음 세 개의 위에서는 분비되지 않고 네 번째 위 홍창에서만 분비된다.
소가 먹은 목초는 입에서 제1위 양을 들어간다. 양에서는 셀룰로오스 분해 미생물의 작용으로 일부가 분해된다. 유동 상태가 된 것은 제2위 절창으로 보내지며, 고형 성분은 다시 구강내로 되돌려 다시 씹는다. 이것이 반추이다.
그런 다음 절창, 천엽으로 보내지고 셀룰로오스는 미생물로 분해돼 천엽에서는 거의 포도당이 된다. 공생미생물은 이 포도당을 혐기발효하고 대사산물로서 각종 지방산과 아미노산을 체외로 분비한다. 이것과 공생미생물의 혼합물이 제4위 홍창(막창)으로 보내진다.
위산이 분비되는 제4위(홍창 즉 막창)에서는 공생미생물의 몸(세포 내에 풍부한 단백질과 지질을 함유하고 있다)이 위산에 의해 분해되고 공생미생물이 산생한 아미노산이나 지방산과 함께 흡수된다. 소에게 영양가 제로인 목초가 공생미생물에 의해 영양 덩어리로 변한다.
소는 다른 동물이 노폐물로 버리는 요소까지 공생세균을 활용해 재사용한다. 소는 침샘과 세 개의 위에서 요소를 분비하는데 위의 공생 세균은 이 요소를 질소원으로 단백질을 합성하고, 소는 이 단백질까지 흡수한다.
반추동물은 몸이 큰 것이 유리하다. 체내에 발효조를 갖고 있는 이상 얻을 수 있는 에너지는 발효조 사이즈(제1위~제3위)로 결정되는데 몸길이가 두 배면 위의 부피는 2의 3승으로 8배가 되기 때문이다. 한편 체내에서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열량은 체표 면적에 비례하는데 면적은 몸길이의 2승에 비례하므로 4배밖에 되지 않는다. 즉 몸이 클수록 효율이 좋다. 이렇게 위를 여러 개 갖고 있는 동물로는 염소나 양, 하마 등이 있고 염소보다 작은 것은 거의 없다.
말은 위가 하나밖에 없는 대신 거대한 직장이 있고 여기에는 어마어마한 수의 장내세균이 공생하고 있다. 소는 ‘식물을 공생세균이 먼저 이용한 다음 세균이 만들어낸 영양을 소가 흡수하는 방식’인데, 말은 ‘말이 위에서 소화 흡수를 하고 그 나머지를 직장에 있는 공생세균이 이용하는 방식’이다.
비슷해 보일 수 있으나 결정적인 차이는 소는 공생세균으로부터 단백질을 얻지만, 말은 세균의 단백질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이다. 소는 제4위에서 위산 분비를 통해 공생세균의 균체를 소화해 단백질을 흡수하지만, 말에는 공생세균의 균체를 소화할 부분이 없기 때문에 이를 똥으로 배설할 수밖에 없다.
말이 이용할 수 있는 ‘공생세균이 만들어내는 영양’은 기껏해야 저급 지방산(아세트산, 뷰티르산, 프로피온산 등) 정도이며 이를 흡수해 에너지원으로 이용한다. 따라서 말은 풀만으로는 살 수 없어 곡물이나 고구마나 감자류, 콩과식물을 먹어야 하며, 이를 스스로 만든 소화효소로 소화 흡수하는 수밖에 없다. 소는 소화효소를 만들 필요가 거의 없는 초식동물이고, 말은 소화효소를 만들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초식동물이다.
말과 비슷한 소화관 구조를 가진 초식포유류 중 하나가 토끼다. 말은 직장이 길고 큰 반면, 토끼는 맹장이 발달한 동물로 여기에 공생세균이 다수 서식하고 있다. 말과 마찬가지로 영양이 풍부한 공생세균의 균체 성분을 똥으로 체외로 버린다는 점은 같지만, 토끼는 그 영양 덩어리인 똥을 한 번 더 먹어 효율적으로 영양을 얻고 있다. 이를 분식(糞食)이라고 하는데 이 방식 덕분에 토끼는 풀밖에 먹지 않는 동물로서는 이례적인 작은 몸으로 살아갈 수 있다.
초식포유류의 진화 역사를 보면, 처음에 직장과 맹장 등과 같은 하부소화관 공생세균을 통해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동물이 출현했고 이후 상부소화관(위)을 발효조로 하는 동물이 등장했다. 현재 소과는 다섯 개의 아과가 있고 수많은 속을 거느리는 반면, 말아과에 포함되는 속은 말속 하나뿐이다. 소가 압도적으로 많다.
생물의 몸은 변화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나 실은 조직, 세포, 분자 차원에서 보면 어지러울 정도의 속도로 분해와 합성이 일어나고 있다. 피부나 장관상피(소화관 중에서 위유문개구부에서 항문까지가 장관이고 이 장관의 내면을 피복하는 것이 상피이다)에서는 늙은 조직이 떨어져 나가고 새로운 조직으로 바뀌며, 뼈 내부에서도 파골세포가 골조직을 파괴하면 조골세포가 새로운 골조직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변화는 모든 조직과 세포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지방조직의 지방에서조차 쉴 새 없이 분해와 합성이 일어난다. 이는 ‘동적평형’이라고 하는 생명체의 가장 기본적인 현상이다. 말하자면 낡아서 망가지고 나면 이미 늦으니 망가지기 전에 망가뜨린 다음 새로운 것으로 바꿔 넣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체를 만들 소재’를 섭취해야 한다.
그럼 신체를 만드는 소재로 어떤 것이 좋을까? 인체를 구성하는 물질은 수분(60~70%), 단백질(15~20%), 지질(13~20%), 미네랄(5%), 당질(1%)이다. 이를 음식물로 섭취해야 하니 단백질과 지질이 풍부해야 한다. 식물에는 일반적으로 단백질과 지질은 적고 단백질이 있더라도 아미노산 조성은 동물의 몸에 있는 아미노산과는 다르다. 그래서 식물은 먹어도 그 성분으로 동물의 몸을 직접 만들 수 없다.
초식동물이 식물을 먹고 몸을 유지하려면 식물에 들어 있는 물질을 어떻게든 동물의 몸에 맞는 성분으로 바꾸어야 한다. 초식동물의 경우 그 작업은 소화관의 공생세균이나 미생물이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그만큼 대규모의 복잡한 소화관이 필요하다.
동물의 신체를 만드는 소재로는 동물의 신체가 이상적이다. 단백질과 지질이 많고 게다가 단백질은 ‘동물의 몸’이 필요로 하는 아미노산으로 구성돼 있다. 동물의 몸을 만드는 소재로는 육식이 가장 좋다. 이는 소화관의 상재균을 봐도 알 수 있다. 육식포유류와 초식포유류의 소화관 상재균을 비교하면 육식포유류의 장은 상재균의 수가 적고 세균의 종류도 적은 것이 특징이다. 동물의 몸을 먹으면 자체 소화효소로도 간단히 소화 흡수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초식포유류는 소화관 상재균과의 공생이 필수적이지만 육식포유류에서는 그 필요성이 훨씬 낮다. 당연히 소화관의 구조도 심플하고 장관의 길이도 짧다. 소화관이 짧아지면 몸도 그만큼 가벼워져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사냥에 유리하다. 사냥은 힘든 일이지만 일단 잡아먹으면 바로 소화 흡수할 수 있어 손쉽게 ‘몸을 만드는 재료’를 확보할 수 있다.
사람이 구조는 어떨까? 소화관의 구조만 봐서는 원래는 육식이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요리 본능’에서는 인간은 진화 과정에서 육식과 화식으로 소화관의 길이가 짧아져 여분의 에너지를 이용 뇌가 발달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소화관은 완전한 채식주의자 생활에는 적합하지 않다.
같은 영장류라도 마운틴고릴라나 오랑우탄은 기본적으로 초식이다. 전자의 주식은 쐐기풀이며 후자의 주식은 수목의 껍질이다. 그런 연유로 마운틴고릴라는 거대한 결장을 갖고 있다.
인간의 하부소화관(대장)에는 수백 종류에 이르는 장내세균이 100조 개 정도 서식하고 있다. 세균의 수는 인간의 60조개인 체세포보다 많지만 무게는 1.5kg 정도이다.
인간 대변 중량의 50% 이상은 장내세균이며 이것만 봐도 ‘음식 칼로리 측정법’(음식의 열량=음식을 공기 중에서 태워 발생한 열량-같은 양의 음식을 먹고 내보낸 배설물을 태워서 발생한 열량)이 처음 전제부터 잘못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변의 반 이상이 음식과 무관한 장내세균이기 때문에 아무리 정밀하게 발생 열량을 측정해도 정확한 값을 구할 수 없다.
대장의 세균은 사람의 생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나는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균의 증식 억제와 배제 기능이며, 다른 하나는 영양산생 기능이다. 장내세균은 비타민K, 비타민B3 등의 비타민과 짧은사슬지방산 등을 산생하고 있다. 이걸로 봐도 ‘음식 칼로리 측정법’으로는 인간의 영양 섭취를 알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유와 세균의 관계
인간의 모유에 들어 있는 영양소는 모유 100g당 단백질 1.1g, 지질 3.49g, 당질 6.87g이다. 당질 중 유당이 6g으로 가장 많아 95%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삼당 이상인 올리고당으로 현재 약 130종에 이르는 올리고당이 모유에서 발견됐다.
문제는 올리고당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올리고당을 분해할 수 없다. ‘인간이 소화할 수 없는 모유의 올리고당’의 역할이 밝혀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로 올리고당이 신생아 장관에서 비피더스균이 정착, 증식하는 것을 돕고 동시에 유해세균의 정착을 저해하는 역할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신생아의 장관세균총을 살펴보면, 출생 직후의 세균총은 대장균 등 호기성 대사도 하는 세균이 주체이지만 모유영양아의 경우는 일주일 정도 지나면 비피더스균 주체로 바뀐다.
과거의 인공영양의 경우는 신생아 장관에 비피더스균이 정착하지 못해 모유영양아에 비해 감염증 발병률이 높았는데, 올리고당과 비피더스균의 관계가 밝혀지면서 인공유에 올리고당을 첨가하게 되면서 정상적인 장내상재균총이 형성되게 됐다.
신생아 대장 안으로 들어간 올리고당은 비피더스균과 기타 다른 세균의 발효작용으로 유기산이나 짧은사슬지방산으로 바뀐다. 이러한 유기산(유산 등)과 짧은사슬지방산(아세트산, 뷰티르산, 프로피온산 등)은 다른 장내상재균의 에너지원으로 이용되어 장내상재균의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만들어 장내환경 안정화에 기여한다. 아세트산과 유산은 장관 내 pH를 저하시켜 산성환경이 되기 때문에 병원균이 증식이 억제하는 역할도 한다.
(짧은사슬지방산은 아기의 에너지원으로도 사용된다. 게다가 짧은사슬지방산의 구실은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장에서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이 물질은 가히 기적의 약이다. 우리 장을 튼튼하게 보호하며, 엉뚱하게 우리 몸을 공격하지 않도록 면역계를 안정화하고, 지방의 축적을 막아주며, 포만감을 느끼는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해서 더 많이 먹지 않도록 도와준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항생제에 과다 노출되어 장내세균총에 변화가 생기면 비만이 발생한다. 장내 세균은 식이섬유를 먹고도 짧은사슬지방산을 산생한다.)
모유에는 포도당이나 전분이 들어 있지 않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신생아는 뇌가 가장 발달하는 시기로 뇌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대량으로 필요로 할 때인데 신생아의 유일한 영양원인 모유에는 포도당이 들어 있지 않다. 즉 뇌가 필요로 하는 포도당은 경구 섭취한 당질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유아가 입으로 섭취할 수 있는 유일한 영양물인 모유에 130종이나 되는 올리고당이 들어 있고, 이것이 전체 당질의 5%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모체 입장에서 130종류나 되는 화합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130종류의 물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각각에 맞는 효소가 필요하고 효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에너지와 아미노산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생 포유류의 모유에는 ‘유아가 흡수할 수 없는 올리고당’이 반드시 들어 있다. 이는 진화과정에서 ‘올리고당을 만들지 않는 유선을 갖고 있는 포유류’는 도태되고 ‘올리고당을 산생하는 포유류’만 살아남았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올리고당으로 만들어지는 장내세균총의 장점 때문으로, 장내세균이 산생하는 지방산이 신생아의 발달에 반드시 필요한 영양소일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직접적으로 신생아의 사망을 줄이는 역할을 하며 이러한 장점은 모체가 올리고당을 만들기 위해 소비하는 에너지를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모유+신생아+장관상재균’은 원 유닛의 공생체이다.
신생아의 장관에 정착하는 비피더스균은 언제 어떻게 장관에 침입해 정착하는 것일까? 자궁 내 태아의 장관은 완전 무균상태이다. 그러나 출산 후 몇 시간이 지나면 장관에서 대장균 등이 검출되기 시작하고, 이것이 최초의 세균총을 만든다. 출산할 때 산도나 외음부에 묻어 있던 것이 신생아의 입을 통해 들어가 장관에 정착했을 것이다.
이후 신생아의 장관에서는 서서히 비피더스균이 검출되고 생후 일주일을 전후해 비피더스균이 가장 우세한 균종이 돼 대장균 등 초기 세균은 거의 검출되지 않는다. (세균학적으로는 호기성 대사를 하는 세균이 장관 내 산소를 소비해 무산소 상태로 만들고, 그 결과 혐기성균인 비피더스균이 우세균이 되면 호기성균은 감소한다고 설명한다.) 그동안 신생아가 먹는 것은 모유뿐이기 때문에 모유와 함께 유두상재균을 마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다 이유식이 시작되면서 아기가 모유 이외의 음식을 먹게 되면 장내세균총이 변화하며 아기 변의 냄새도 달라진다.
태어난 새끼의 음식물 섭취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어미와 같거나 비슷한 것을 먹는 방식’과 ‘어미와 다른 것을 먹는 방식’이다. 전자는 어류, 파충류, 새, 불완전변태 곤충(메뚜기나 사마귀 등)이고, 후자는 포유류와 완전변태를 하는 곤충이다. 즉 포유류의 새끼는 젖으로 자라고, 완전변태 곤충은 유충기와 성충이 돼서 먹는 먹이가 다르다.
이 두 가지 방식에서 다른 점은 성체가 되기 전에 소화관에 변형이 생기느냐 아니냐이다. 전자는 소화관의 구조나 기능은 그대로이고 사이즈만 커지면 되지만, 후자는 성장 도중에 음식물이 달라지기 때문에 소화관에 변화가 필요하다. 인간의 경우는 ‘이유기’, 곤충의 경우는 번데기 시기가 이에 해당한다.
완전변태를 하는 장수풍뎅이는 유충기에는 부엽토를 먹다 성충이 되면 수액만 먹는다. 배추흰나비는 유충기에는 양배추 같은 십자화과 식물의 잎을 먹다 성충이 되면 꽃의 꿀만 먹는 등 번데기시기를 거쳐 식성이 극적으로 바뀐다.
이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번데기 내부에서는 유충 몸의 모든 조직을 분해해 걸쭉한 상태로 만든 다음 이를 성충 몸의 재료로 삼아 모든 장기를 성충에 맞게 재조립하는 거친 기술을 선보인다. ‘몸의 설계 변경’이 이루어지는 이 시기에 몸 내부는 폭풍우에 휘말린 것처럼 매우 쇠약한 상태라 할 수 있다.
인간도 이유기에는 쇠약해진다. 옥수수 재배가 정착한 지역에서 이유식으로 부드럽게 끓인 옥수수 죽을 주면서부터 이유 개시 후 설사가 시작되는 유아가 늘었고 저단백혈증으로 인한 유아 사망이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다. ‘육식 위주의 잡식동물’인 인류의 유아에게 탄수화물로만 된 이유식은 때로 목숨을 앗아가는 존재임을 보여주고 있다.
초식 동물을 예로 들면, 초식 동물은 위나 장에 공생하는 세균이 식물의 셀룰로오스를 분해하여 만들어내는 영양소나 균체 성분을 흡수하여 살아간다. 즉 얻을 수 있는 에너지량과 영양소는 공생세균의 수에 이해 정해지고 세균 수는 위와 장의 부피에 의해 결정된다.
부피는 길이의 3승에 비례하기 때문에 몸 사이즈가 두 배가 되면 부피(공생세균)는 여덟 배로 늘지만 몸 사이즈가 반으로 줄면 부피는 1/8로 감소한다. 갓 태어난 새끼의 몸길이가 어미의 반이면 음식물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량은 1/8밖에 되지 않는다. 체표면적은 몸길이의 2승에 비례하고, 몸 표면에서 외부로 뺏기는 열에너지는 체표면적에 비례한다. 즉 절반 사이즈의 갓 태어난 새끼의 표면적은 어미의 1/4, 뺏기는 열에너지도 1/4이다.
이를 정리하면 얻을 수 있는 에너지량은 어미의 1/8이고 외부로 뺏기는 에너지는 어미의 1/4이 돼 획득에너지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렇게 되면 새끼의 몸은 점점 차가워지다 결국 동사하게 된다. 즉 초식동물의 새끼는 어느 정도의 몸 사이즈까지 자라지 않으면 완전초식생활로 전환할 수 없기 때문에 그동안은 풀 이외의 음식물을 섭취해야 한다.
포유류의 조상은 ‘몸이 작은 새끼를 낳아 어미와 다른 음식으로 신생아기를 극복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새끼에게 필요한 것은 단백질과 지질, 필수비타민, 미량원소 등이다. 이것만 있으면 나머지는 새끼가 체내에서 필요한 것을 합성할 수 있고 장내상재균도 도움을 준다.
갓 태어난 새끼는 체온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몸이 작을수록 체표면적의 비율이 커지고 이에 따라 열 방산이 커져 금세 차가워지기 때문이다. 체표에서 확산되는 열을 막기 위해서는 체온과 같은 것, 즉 어미와 붙어 있어야 한다.
이상의 조건을 종합하면 ‘어미의 몸에서 분비되면서 갓 태어난 새끼의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는 액상의 것으로 키우는 것’이 최선이 선택이다. 이런 조건을 갖춘 분비물이 딱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이 바로 피부선 분비물이다. 피부선 분비물은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
피부선과 연결된 생명의 연쇄
인간 피부선의 중심은 에크린샘이라고 하는 땀을 내보내는 선이다. 또 하나의 피부선인 아포크린샘이 있는데, 이는 겨드랑이 밑이나 회음부 등 극히 제한된 부위에 분포하며 겨드랑이 밑의 아포크린샘은 암내의 원인이다.
인간은 ‘에크린샘이 일반적이고 아포크린샘은 예외적’이라 할 수 있지만, 동물계에서는 아포크린샘이 일반적이고 에크린샘이 있는 동물은 영장류나 오리너구리밖에 없다. 그것도 매우 제한적으로 분포해 매우 특수한 피부선이다.
즉 포유동물의 세계에서는 아포크린샘이 주류이고 보편적이다. 아포크린샘은 피부와 털을 지키기 위해 발달한 기관이며 분비물의 조성은 ‘잘 펴지고 수분 증발을 막으며 물이 잘 녹지 않는 액상물’이 조건이다. 아포크린샘 분비물의 성분을 보면 ‘갓 태어난 새끼에 필요한 영양소’와 거의 일치한다. 게다가 아포크린샘은 전신에 퍼져 있어 갓 태어난 새끼가 핥게 되면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다.
아포크린샘의 애초 목적은 피부의 건조와 털의 열화를 막기 위해 지질과 다당체가 풍부한 끈기 있고 밀도가 조밀한 천연왁스로 코팅하기 위한 것이다.
파충류는 두 계통인데, 피부샘이 거의 없는 석형류와 피부샘이 분포하는 단궁류이고, 후자가 포유류 직전의 선조이다. 석형류는 작은 단편으로 갈라진 두꺼운 각질층으로 만들어진 비늘을 발달시켜 몸을 지키는 갑옷인 동시에 강력한 건조방어 시스템을 발달시켰다. 갑옷이 단단하다 보니 뱀과 도마뱀은 몸이 자랄 때마다 작아진 갑옷을 갈아입는 탈피라는 복잡한 시스템이 필요해졌다.
단궁류에서 분기, 진화한 원시포유류는 피부 표면을 털이 덮게 된다. 이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단열재인 동시에 외부에 대한 방어기관이기도 했다. 현재의 포유류는 원시포유류로부터 ‘피부, 피부샘, 체모’를 세트로 물려받았다. 피부는 파충류처럼 튼튼하지는 않지만 유연하고 탄력이 있는데, 만일 탄력이 없었다면 자궁 내에서 태아를 크게 키우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포도당, 알고 보면 비효율적인 영양
보통 ‘인간의 뇌는 포도당만을 영양분으로 사용하고,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으면 뇌는 움직이지 못한다’고 알고 있지만, ‘뇌는 케톤체(지방 분해를 통해 간에서 만들어진다)도 이용할 수 있고, 아미노산을 이용한 당신생도 일어나기 때문’에 당질 제한을 해도 포도당이 부족할 일은 없다.
인체의 세포 중에서 포도당을 주로 사용하는 것은 뇌, 눈의 망막, 적혈구 등이며 손발 근육과 심장 근육은 안정 시나 가벼운 운동을 할 때는 지방산을 에너지원으로 하고 격한 운동을 할 때에 한해 포도당을 흡수한다. 즉 인체의 많은 조직의 에너지원은 지방산이고 포도당은 예외적인 조직에서만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왜 뇌는 근육처럼 지방산을 사용하지 않고 포도당을 주요 영양분으로 사용할까? 이런 의문을 갖는 이유는 에너지 생성효율(ATP생산량)에서 포도당보다 지방산이 훨씬 효율이 좋기 때문이다. 인체는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에서 TCA사이클(구연산사이클)이라는 대사계를 이용해 에너지 분자인 ATP를 만드는데, 포도당으로는 1분자 당 38분자의 ATP가 만들어지지만 지방산의 한 종류인 스테아린산으로는 네 배에 가까운 1분자 당 146분자의 ATP가 만들어진다.
뇌가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지방산 유래 케톤체는 수용성 물질이고 지방산은 지용성 물질이다. 이 차이는 세포막(=이중지질막)을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느냐 그렇지 못하냐의 차이이다. 뇌가 선택한 것은 수용성 물질인 포도당과 케톤체이다.
뇌는 신경전달물질로 가동하는 거대한 정보 네트워크이다. 이런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는 정보 네트워크에 세포막을 통과할 수 있는 지방산이 제멋대로 돌아다닌다면 정보의 ‘수집, 통합, 분석, 행정 결정’ 등에 치명적인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뇌는 지방산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뇌를 둘러싼 혈관에 Blood-Brain-Barrier(BBB, 혈액뇌관문)이라는 관문을 만들어 포도당과 케톤체는 통과시키고 지방산은 방어하는 시스템을 완성했다.
이러한 구조물은 뇌뿐 아니라 말초신경에도 존재하는데(blood-nerve barrier, 혈액신경관문), 이것도 BBB와 거의 동등한 기능을 갖고 있어 지방산을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지방산 중에서도 뇌신경관문을 통과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DHA(Docosa Hexaenoic Acid)이다.
EPA(Eicosapentaenoic Acid)와 같은 신경세포의 세포막에 필요한 기능적인 지방산은 모세혈관의 세포막으로부터 이와 만나는 신경세포의 세포막으로 직접 주고받는 형태로 뇌에 공급된다. 그 이유는 뇌의 신경세포 자체는 늘지 않지만 신경세포 간 시냅스는 빈번히 없어지기도 하고 새로 생기기도하기 때문이다(이를 시냅스의 가소성이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량의 지방산이 필요한데 지방산은 이러한 세포막끼리 직접 주고받아 뇌로 공급되고 있다.
뇌에게는 포도당과 케톤체가 사용하기 좋은 에너지원이다. 모두 수용성 물질이기 때문에 세포막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고 세포막을 통과하려면 수송체가 필요하여 뇌가 제어하기 쉽다.
눈의 망막은 뇌에서 직접 뻗어 만들어지는 조직으로서 뇌 자체로 봐도 되는 기관이고, 적혈구에는 미토콘드리아가 없어 지방산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으니 포도당을 사용하게 된다.
적혈구는 에너지 산생을 세포질 내에 있는 효소로 하고 포도당을 혐기성 대사(=해당계)함으로써 ATP를 만든다. 해당계에서는 포도당 1분자로 2분자의 ATP밖에 만들지 못하지만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운반 역할 이외의 기능이 없는 적혈구는 많은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아 저에너지계의 해당계로 충분하다.
(※ 암세포는 혐기성 해당계로 대사를 하여 에너지 생성 효율이 극히 낮으나, 보통 세포보다 100배 빠르게 대사를 하여 이를 벌충한다. 즉 정상세포가 38개의 ATP를 만들 때 암세포는 200개의 ATP를 만드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암세포는 급격히 커지게 되고, 인체의 에너지를 다량 소모함으로 인해 환자가 마르게 되는 것이다.)
동물에 따라 뇌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혈당치가 다르다. 사람의 뇌는 활동을 유지하는 데 100mg/dl의 혈당치가 필요하다. 뱀, 거북, 나무늘보는 30mg/dl의 혈당치가 필요하고, 대부분의 포유류와 도마뱀은 100mg/dl의 혈당치, 조류는 300mg/dl의 혈당치가 필요하다. 혈당치가 각각의 적정치보다 낮아지면 뇌는 활동을 정지하고 적정치보다 높아지면 혈관과 신경에 대한 당독성이 나타난다.
포도당의 최대 소비지는 두말할 것도 없이 뇌이다. 동물의 뇌는 항상 쉬지 않고 활동을 계속 해야 하기 때문이다. 뇌는 쉼 없이 포도당을 유지하는데 만일 포도당을 다 소비해 혈당치가 떨어진 상태가 지속되면 뇌는 방전돼 멈춰버린다. 이를 위해서 ‘혈당치 저하를 예민하게 감지하는 센서’와 ‘포도당을 보충해 혈당치를 유지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 시스템에서 감지를 담당하는 것은 글루카곤(혈당을 올려주는 호르몬), 아드레날린, 코르티솔, 성장호르몬 등과 같은 호르몬으로 이들 호르몬이 분비되면 혈당치를 상승시키는 다양한 반응이 나타난다.
이렇게 혈당 저하를 감지하는 호르몬이 여러 종류가 있는 것은 저혈당이 직접적으로 생명의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호르몬의 분비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다른 호르몬으로 보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반면 혈당을 저하시키는 호르몬은 인슐린 하나밖에 없어 안전망이 존재하지 않는다.
포도당을 식사로 보충하는 방식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당질이 든 음식이 항상 곁에 있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 음식이 없으면 뇌가 바로 방전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무엇보다 ‘식사를 통한 포도당 보충 이론’으로는 동물들의 혈당치를 설명할 수 없다. 승냥이, 스라소니 같은 완전 육식동물들도 혈당치가 인간과 비슷하거나 높다. 이 동물들은 완전육식으로 식사를 통한 당질 섭취는 거의 제로이다.
소와 같은 반추동물은 공생체가 셀룰로오스를 분해해 영양분을 제공하는데 세균이나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것은 당이 아니라 아미노산과 짧은사슬지방산이다. 반추동물도 음식물로 당질을 섭취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늑대, 고양이, 소 모두 100ml/dl 전후의 혈당치를 유지하고 있다.
동물들이 포도당을 조달해 혈당을 유지하는 방법은 ‘당신생’이다. 현재 다섯 가지 당신생 경로가 밝혀졌다. 당원성 아미노산→포도당, 피부르산→포도당, 프로피온산→포도당, 글리세롤→포도당, 젖산→포도당.
육식동물인 고양이는 단백질을 분해해 당원성 아미노산으로 만들고 이것으로 포도당을 만들며, 초식동물인 소는 프로피온산을 이용한 당신생으로 포도당을 만든다. 이 당신생은 기아 상태와 무관하게 항상 동물의 몸에서 일어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인체의 경우 100ml/dl이라는 적정 혈당치를 유지하기 위해 소모되는 만큼 항상 당신생으로 포도당을 만들고 있다.
한편 당신생을 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에너지를 어디선가 끌어와야 하는데 에너지원은 지방산이다. 대량의 ATP를 항상 산생할 수 있는 지방산이야말로 지속적인 당신생(재료는 아미노산 등 5가지)에 이상적인 에너지(연료)이다. 어쩌면 이것이 인간의 피하지방 조직이 발달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피하 지방에 대량의 지방산을 쌓아두면 항상 당신생을 할 수 있어 아무리 대량의 포도당을 소비하더라도 혈당치를 100ml/dl로 유지할 수 있다.
뇌는 왜 포도당을 고집할까? 호기성 대사로 얻을 수 있는 ATP 수는 지방산이 포도당의 몇 배나 많다. 그리고 실제로 골격근이나 심근은 지방산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은 ‘뇌(중추신경계)는 다세포생물 진화 초기단계에 완성됐고, 당시로서는 최첨단 시스템이었던 포도당을 이용하는 대사 시스템을 채택했는데 이후 다른 조직은 지방산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이 나타나 갈아탈 때 뇌는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구 생명체 진화 역사를 보면 몸의 구조와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조는 가능한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근본적으로 구조를 바꾸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산소가 없는 시대에는 혐기성 대사가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이후 호기성 대사가 최첨단 방식으로 유행했다. 나는 이 시대에 탄생한 것이 산만신경계(이후 중추신경계의 원형이 되는 신경계)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만신경계는 당시 최첨단이었던 포도당 호기성 대사 엔진을 갖고 태어났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어 지방산 대사로 에너지를 얻는 대출력의 엔진이 개발됐고 이와 동시에 포도당 호기성 대사는 구 버전이 됐다. 이 시기에 완성된 기관이 근육이며, 근육은 신구 두 가지 시스템(포도당과 지방산)에 대응한 하이브리드형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지질합성은 외부에서 에너지를 공급하지 않는 한 진행되지 않는 반응이다. 즉 자연히 지방산이 생성되는 일은 원리적으로 있을 수 없다.
포도당 대사계로는 해당계와 TCA사이클이 대표적인데, 전자는 혐기성 대사이고 후자는 호기성 대사이다. 이 중에서 가장 오래 전에 생명체가 획득한 것이 해당계라는 것은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즉 가장 오래된 효소와 대사계는 해당계와 관련된 것이었다.
지구 생명체는 크게 세 가지 그룹 도메인으로 나뉜다. 고세균(메탄생성균, 유황분해균 등), 진정세균(박테리아, 대장균, 폐렴구균 등) 그리고 진핵생물(원생동물, 식물, 진균류, 동물)이다.
인간을 포함한 진핵생물은 고세균인 메탄 생성균이 진정세균인 α-프로테오박테리아를 빨아들여 후자를 세포 내 공생체로 만들면서 탄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세균이 빨아들인 α-프로테오박테리아가 우리들의 모든 세포(적혈구는 제외)에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의 선조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ATP)는 모두 미토콘드리아가 만들어내고 있다.
지구는 현재까지 모든 지표면과 바다가 동결되는 상상을 초월하는 빙하기를 세 번 경험했다. 휴로니안 빙기, 스타티안 빙기 그리고 마리노아 빙기이다. 이 시대에 양극 지방은 영하 90°C, 적도도 영하 50°C의 혹한이 덮쳐 모든 대지가 두께 3,000미터의 얼음에 쌓였고, 해수도 깊이 1,000미터까지 얼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수천만 년 이상 계속됐다.
마지막인 마리노아 빙기가 끝나고 지구가 다시 온화한 기후로 돌아왔을 때 바다는 갑자기 대형생물로 넘쳐났다. 이것이 에디아키라기이다. 5억 4300만 전에 캄브리아기가 시작되자 시각을 가진 동물이 출현했다. 이로 인해 시각과 운동기능의 군비확산경쟁이 시작되어 눈과 근육, 신경이 발달되었다.
글리코겐은 포도당이 글리코시드 결합으로 중합한 고분자로 이를 분해하면 포도당을 얻을 수 있는데, 인간의 간과 근육에 저장되어 있고 동물계에 넓고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고분자이다.
인간의 경우 글리코겐은 긴급한 상황에서 초인적인 힘이 발휘될 때 이용되는 에너지원이다. 즉 일상적인 동작이나 작업을 할 때는 지방산대사로 얻을 수 있는 ATP로 충분하지만 돌발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그것만으로는 에너지가 부족하다. 그럴 때 민첩하게 포도당으로 변환할 수 있는 글리코겐이 이용된다. 글리코겐으로 급한 불을 끄고 나면 다시 지방산대사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체내에 저장된 글리코겐은 간에 100g, 근육에 300g 정도로 운동을 심하게 하면 한 시간 정도면 고갈된다. 글리코겐 합성을 촉진하는 호르몬은 인슐린 한 종류지만 분해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은 글루카곤, 아드레날린 등 여러 개가 존재한다.
‘긴급 시 필요한 포도당의 초소한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간의 글리코겐을 과잉 분해해 포도당을 조금 많이 만들어 혈액 중으로 방출한다. 그래야 부족한 상황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산대사가 충분해지면(=포도당이 필요 없어지면) 남는 포도당은 재빨리 저장고(간, 근육)에 저장하는 것이 좋다. 혈액 중에 포도당이 과잉되면 혈관을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이 ‘포도당 회수’도 인슐린의 역할이다.
식물의 종자는 배아와 배젖으로 되어 있는데 전자는 잎과 뿌리가 되는 부분이고 후자는 영양분의 저장고이다. 종자가 발아해 잎이 지상으로 나와 광합성이 시작될 때까지 배아는 종자 속에 있는 물질로 에너지를 조달해야 한다. 배젖은 이를 위한 에너지 저장고이다. 이 때문에 벼과식물의 배젖은 전분으로 가득 차 있으며 십자화과식물의 배젖은 지방이 채우고 있다.
벼과식물의 종자는 전분을 저장하고 있다가 발아가 시작되면 아밀라아제가 생성되고 이것으로 전분을 분해해 포도당을 만들어 에너지로 이용한다. 발아한 보리를 맥아라고 하는데 인류가 만든 가장 오래된 술인 고대 이집트의 맥주는 맥아의 아밀라아제를 이용해 보리의 전분을 분해하고 이를 알코올로 발효시켜 만들어졌다.
무수히 많은 식물 중에서 처음에 왜 하필이면 밀을 재배하게 됐을까? 이집트에서 메소포타미아에 걸쳐 ‘비옥한 초승달 지대’라 불리는 지역에는 야생종인 밀이 넓게 자생하고 있었다.
벼과식물에는 일반적으로 이삭이 익어도 탈립(곡류가 이삭이나 줄기로부터 떨어지는 것)하지 않는 돌연변이가 생기기 쉽다는 특징이 있다. 밀은 매년 열매를 맺고 세대교체를 하기 때문에 탈립하지 않는 돌연변이포기를 찾아 쉽게 고정할 수 있다. 게다가 밀은 자가수분하기 때문에 품종 개량이 쉽다는 특징도 있다.
농경을 위해서는 ‘정주’는 절대조건이다. ‘정주하면 안 되는 수렵채집시대’에서 ‘정주해야 하는 농경시대’로 라이프스타일을 바꿔야 했다. 그러나 이 변화는 ‘동물로서의 본능’ 때문에 예상 이상을 힘들었을 것이다.
정주의 목적은 ‘둥지’를 짓고 새끼를 키우는 것이다. 둥지에서 새끼를 키우는 동물로는 개와 고양이가 있고, 둥지에서 새끼를 키우지 않는 동물은 원숭이, 말, 소 등이 있다. 양쪽 동물의 일상에서 가장 다른 점은 배설 행동이다.
전자는 기본적으로 둥지 안에서는 배설하지 않고 둥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배변과 배뇨를 하고 그것도 정해진 장소에서 배설을 하는 경우가 많다. 후자인 ‘둥지를 갖지 않고 둥지에서 새끼를 키우지 않는 동물’은 기본적으로 정해진 배설 장소가 없고 식사 중이든 이동 중이든 가리지 않고 하고 싶을 때 배변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는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으로 새끼를 키우는 둥지 안이 배설물로 오염되면 새끼가 병에 걸리기 십상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둥지 밖에서 배설하는 수밖에 없고 정해진 배설 장소로 갈 때까지 배설을 참는 행동양식을 본능적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개나 고양이에게 화장실을 정해 가르치는 것은 어렵지 않고, 가르치면 정해진 장소에서 배설하려고 한다. 이는 본능에 이와 관련한 프로그램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후자인 ‘둥지를 갖지 않는 동물’은 항상 이동하면서 생활하기 때문에 어디서 배설을 해도 문제가 없다. 둥지가 없기 때문에 ‘배설물로 둥지가 오염되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소나 말이 걸어 다니면서 변을 보는 것이나 나무 위에 있는 원숭이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배설을 하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그래서 이런 동물에게 ‘정해진 곳에서 배설하라’고 가르치는 것은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본능에 의한 동물의 행동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수백만 년 전에 영장류에서 분기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속의 선조들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우리는 ‘정주’를 마치 인류 본연의 생활양식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영장류와 마찬가지로 사람 속의 기본은 이동생활이었다. 이는 아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아기들은 기본적으로 똥오줌을 가리지 못하고 이는 원숭이나 소, 말과 같다. 그래서 인간의 아기는 기저귀를 차야 한다.
아이에게 똥오줌을 가리게 하는 것은 쉽지 않아 기저귀를 떼는 것은 빨라야 두 살 정도이며, 초등학교 입학 후에도 잘 때 소변을 보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개와 고양이는 정말 쉽게 똥오줌을 가린다. 이는 인간의 아기가 모자라고 개와 고양이가 머리가 좋기 때문이 아니라 원래 그러한 본능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가족처럼 최소한의 사회만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수렵채집생활과 달리 농경생활은 어쩔 수 없이 집단에 의한 공동생활이 될 수밖에 없다. 관개농법으로 밀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강에 가능한 가까운 곳이 유리해서 한 곳에 모일 수밖에 없다. 밀 재배를 시작하는 순간 단순한 ‘정주생활’이 아니라 ‘정주 및 공동생활’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시점에서 인류는 그때까지 경험한 적 없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의 공동생활’에 직면한다. 정주만으로도 문제가 산더미 같은데 타인과의 공동생활까지 해야 하는 것이다. 요컨대 규칙 없이도 살 수 있었던 세계에서 모두 규칙으로 칭칭 얽어매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세계로 바뀐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한 번 정주생활에 들어가면 수렵채집생활로 돌아가고 싶어도 수렵 기술이나 지식이 단절되어 불가능해진다.
초기인류가 아프리카에 출현한 것은 500만 년 전인데 지구 역사에서 비교적 평온한 기후가 지속된 기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약 25만 년 전 현재 인간의 직접 조상으로 추정되는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 동부(북부라는 설도 있다)에 출현했다. 그러다 7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찾아와 기후가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로 돌입했다. 이로 인해 갑자기 호모사피엔스의 수가 줄어들었다.
빙하기에서 살아남은 호모사피엔스에게 돌연 회화예술이 생겨났고 죽은 자의 장례도 치르면서 종교의 맹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즉 500만 년 동안 거의 변화가 없던 사람속은 약 5만 년 전에 돌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뇌’를 갖게 됐다.
약 1만 5000년 전경 마지막 빙기의 한기가 점차 누그러들면서 식물의 식생이 서서히 변화했다. 마지막 빙기 때는 지중해 연안까지 침엽수림이 분포해 있었는데 기후 변화와 함께 침엽수림은 초원으로, 초원은 광엽수림으로 바뀌어 갔다.
이때 지중해 동쪽 해안에서 동쪽으로 펼쳐진 구릉이나 산에 머무르던 사람들에게 행운이었던 것은 이 지역이 줄참나무와 같은 오크, 두송실, 피스타치오, 야생배의 원산지였다는 점이다. 특히 피스타치오는 익으면 생으로 먹을 수 있고, 껍질은 저절로 벌어져 맨손으로 깔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기 지방 56%, 탄수화물 21%, 단백질 17%로 우연이지만 그때까지의 ‘육식 중심의 잡식생활’ 대용으로는 충분한 식품이었다.
지중해 동쪽 해안선을 따라 정주하던 사람들은 도토리도 먹게 됐다. 열매가 대량으로 열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토리는 쉽지 않았다. 열매에 타닌이 들어 있어 그대로는 먹을 수 없고, 껍질을 제거하고 맷돌로 갈아서 가루로 만든 다음 장시간 물에 담가 타닌을 빼는 작업이 필요하다.
도토리는 이렇게 다루기 귀찮은 존재였으나 단시간에 대량으로 수확할 수 있고, 무엇보다 가루로 만들어 두면 언제든 간단히 먹을 수 있고 장기 보존도 가능했다. 이 시기 유적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맷돌이 발견되고 있는데 도토리를 가루로 만들기 위한 도구로 추정된다.
도토리를 먹기 위한 장시간 노동으로 정주화는 한층 가속화됐다. 대부분의 도토리 종류는 건조중량의 70% 전후가 탄수화물이다. 즉 사람이 인류 사상 최초로 탄수화물 중심의 음식을 사용하게 된 것이 바로 이 도토리 숲 때문이었다.
당시 초식동물을 잡아 비상식량으로 가까이 두게 되면서 염소와 양의 가축화도 시작됐다. 이렇게 ‘수렵채집+이동생활’에서 ‘수렵채집+정주생활’로 사람의 생활양식이 서서히 변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도토리를 먹기 위해서는 장시간의 노동이 필요했지만 언제든 간편히 먹을 수 있고 장기 보존이 가능해 도토리가루의 매력과 편리함을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7만 년 전 2,000명까지 감소했던 호모사피엔스는 2만 년 전에는 200만 ~ 500만 명으로, 만 년 전에는 500만 ~ 1,000만 명으로 늘어났다.
도토리에 의존한 정주생활은 약 2,000년 동안 계속됐는데, 일부가 평야로 내려와 야생 엠머밀 식용 및 재배를 시작하게 됐다. 밀은 외피가 두껍고 씨앗열매에 홈이 파여 있어 외피를 균일하게 제거하기 어렵고, 배젖이 물러서 분리하기가 어려워 식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양은 딱딱한 외피도 먹을 수 있지만 인간은 도저히 소화시킬 수 없어 도토리 숲에서 사용한 ‘맷돌로 갈아 가루로 만드는 기술’을 응용했을 것이다. 밀을 통째로 맷돌로 갈아 외피를 불어 날린 다음 분말 상태가 된 배젖만 남기는 방식이다. 이것이 밀가루의 기원이다. 지금도 밀은 밀가루의 형태로밖에 이용되지 않는다.
이 시대부터 인간의 역사에서는 ‘안정된 식량을 찾다→인구가 증가하다→식량이 부족해지다→새로운 식량을 찾다→더 인구가 늘어나다’의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사이클이 시작됐고, 이는 현재도 변함이 없다.
밀은 원래 반건조지역에 자생하는 야초로 강 근처에는 더 수분이 많은 토양에 적합한 식물이 무성했으나, 원산지의 강우량으로는 적당히 자라던 밀이 물을 조금 더 머금자 감추고 있던 폭발적인 생산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관개(건조한 대지에 외부에서 물을 공급하는 농경법)라는 새로운 기술이 완성되어(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는 기원 전 6,000년 경 유적에서 관개의 흔적이 발견됐다) 인류사의 대혁명을 이루고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지역을 석권했다.
밀은 매년 반드시 열매를 맺고 자가수분을 하기 때문에 품종개량이 수월하여 노력에 대한 확실한 보상이 따른다. 관개에 적합한 땅과 물만 있으면 그 지역 사람 모두가 먹고 살 수 있다. 게다가 보존성이 높아 언제든 필요할 때 밀가루로 빻아 먹을 수 있다.
밀의 관개농업이 시작된 땅에서는 인구가 증가했고 증가한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경지는 더 확대됐다. 1만 년 전 500만~1,000만 명이었던 인구는 예수 탄생을 기점으로 1억 명을 돌파했고 산업혁명 무렵에는 10억 명을 넘어섰다. 밀의 관개농업이 확립돼 대량의 밀을 안정적으로 수확할 수 있게 되자 인류의 식이는 크게 변화했다. 이는 ‘육식 중심의 잡식’에서 ‘탄수화물 중심의 잡식’으로의 변화였다.
이후 밀은 세계 각지에서 재배되기 시작했고 이와 함께 재배기술도 전파됐다. 밀 재매가 성공함에 따라 대맥과 같은 보리나 다른 벼과식물(쌀, 피, 조, 옥수수)들도 재배하는 데 성공했다. 생산성이 높아 좁은 경지로도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곡물로 인해 대규모의 수로 개발 등 토목작업이 가능해 경지와 토목공사의 확대재생산이 시작됐다.
관개에 적합한 토지를 많이 소유한 자는 많은 곡물의 씨앗 열매를 소유할 수 있었고 씨앗열매는 보존성이 풍부해 빈부의 격차가 자연스레 생겼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경지면적 및 토목공사의 확대로 인해 계획 입안, 지휘, 노동 등이 필요해져 사회는 계층화해갔다.
농경은 ‘미래에 필요한 식량을 위해 반 년 동안 노동을 지속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반 년 후 수확에 대해 상당히 강한 확신이 없으면 지속할 수 없다. ‘미래를 위해 지금은 힘을 내는 의식, 개념’은 농경이 시작되고 나서 생겼을 것이다.
밀 재배가 없었다면 쌀 재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쌀은 습기와 비가 많은 곳에서 자생하는데 무성한 풀과 섞여 눈에 띄지 않는 아웃사이더로, 밀과 비슷한 풀을 찾으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있지 않는 한 절대 눈에 띄지 않는 수수하고 특징 없는 잡초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마지막 빙기가 끝나고 도토리가 열리는 광엽수림 숲에서 살게 된 호모사피엔스가 도토리를 먹게 된 것은 필연적이었을 것이다. 이후 숲에서 나온 사람들 중 최초의 재배자에 의해 밀 농경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곡물은 발아하면 자연히 달게 변하는 성질이 있다. (곡물의 이런 성질을 이용해 보리로 엿기름을 만들고 그것을 이용해 엿을 만든다.) 곡물의 배젖은 전분이 주성분인데 발아할 때 배젖이 아밀라아제를 만들어 전분을 분해해 포도당으로 바꾸고 이것으로 에너지(ATP)를 만든다. 곡물의 이러한 성질이 인류를 농경으로 이끈 원인이었을 것이다.
관개농업을 하면서 밀의 높은 생산성에 놀란 사람들이 곡물을 신이 주신 선물로서 신격화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일 것이다. 일본신화에 등장하는 오게쓰히메는 많은(오) 음식(게)이라는 뜻의 곡물과 음식의 신이다. 그리스에서는 데메테르가 곡물신이고, 로마신화에는 케레스가 곡물 신이고, 이집트신화의 여신 이시스는 항상 밀을 손에 쥐고 있다.
이렇게 곡물의 탄수화물은 신과 같은 대우를 받았고, 이것으로 만들어진 음식도 신성시됐다. 예수는 마지막 만찬에서 빵을 들고 “이는 내 몸이니라”라고 마지막 설교를 했다. 일본 황실에서 가장 중요한 의식인 대상제(황태자의 천황 즉위식)에서는 햇이삭을 신에게 바치고 이삭의 영력을 천황의 영혼 재생과 부활을 기원한다.
곡물은 보존성이 높고 생산이 예측 가능하여 인류의 식생활 안전에 크게 기여하였지만, 인간 본연의 영양성분이 아닌 당질을 주성분으로 하고 있어 몸이 필요로 하는 단백질과 지질이 부족해서 곡물 재배로 인해 인간은 영양부족에 빠졌다.
수렵채집생활을 했던 사람들은 농경민들보다 수명이 길었고 곡물 재배의 시작과 함께 유아 사망률이 상승했다. 유아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유아에게 이유식으로 당질밖에 없는 곡물 죽을 먹이면 설사를 많이 한다.
수렵채집시대에는 ‘영양의 균형이 잘 맞고 건강 상태도 좋았지만 인구밀도가 낮은 시대’였고, 농경시대는 ‘영양의 균형이 나쁘고 건강하지 않았지만 인구밀도는 높은 시대’였다.
곡물 재배는 다른 문제를 야기했다. 장시간 노동과 연작장애이다. 한 곳에서 밀을 계속 재배하다 보면 밀의 성장에 필요한 토양 내 성분이 소비돼 감소하다가 결국 한계치 이하가 되면 더 이상 밀이 자라지 않게 되는 현상이 연작장애이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매년 정기적으로 나일강이 새로운 양분을 보충해주었기 때문에 연작장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관개농경이 시작되면서 이러한 자연의 혜택은 기대할 수 없어 추가로 인간의 노동이 필요하게 되었다. 곡물을 수확하기 위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해야 했고, 일을 계속하기 위해 곡물로 배를 채워야 했다. 먹기 위해 일하고 일하기 위해 먹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곡물을 키우고 수확하는 것이 생활의 목적이 됐다. 곡물 생산을 위해 혼신을 다해 일하는 것이 인간의 미덕이 됐으며 근면이라는 도덕률이 탄생했다. 그러나 수렵채집생활로 눈을 돌리면 전혀 다른 생활풍경이 펼쳐진다. 현재도 칼라하리사막에서 수렵채집생활을 하는 코이산족 연구에 따르면, 그들은 일주일에 이틀 정도밖에 일하지 않고 하루에 10km 이상 걷는 일도 없으며 집단의 40%는 식량을 조달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1만 년 전 비옥한 초승달지대의 산간지역은 도토리숲으로 뒤덮여 있었는데 사람들은 겨우 3주 만에 몇 년 동안 먹을 수 있는 도토리를 수확할 수 있었다. 도토리를 수확하는 데 필요한 노동력은 밀이나 대맥을 수확하는 데 필요한 노동력의 1/10 이하였다.
우리는 곡물 덕분에 풍요롭게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믿어왔다. 그래서 많은 민족과 문화에서는 곡물을 신으로 떠받들어왔다. 그러나 이 신은 절대 복종과 봉사를 요구한 탐욕적인 신이었다.
인류는 5만 년 전에 큰 전환점을 겪었다. 이 무렵 인류는 돌연 그림을 그렸고 악기를 만들었으며 석기에 문양을 새기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인 능력을 발휘했다. 이 갑작스런 변화에 대해 데이비드 호로빈은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정신분열병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분열병유전자는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시키는 효과도 있어 이 유전자를 가진 인간이 갑자기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즐기게 됐다는 가설을 제창했다.
160만 전 전에 출현한 호모 에렉투스는 석기를 만들고 유라시아대륙 대부분의 지역으로 서식지를 넓혔지만 긴 세월 동안 그들이 사용한 석기에 변화는 전혀 없었다. 25만 년 전에 출현한 호모사피엔스도 처음 20만 년 동안은 호모 에렉투스와 다를 바 없는 석기를 사용했고 디자인을 바꾸려고도 하지 않았다.
5만 년 전 대뇌는 돌연 고기능화됐는데 1만2천 년 전 곡물농업과 함께 잠재 능력을 꽃피우게 되었다. 곡물은 신으로 숭상 받으며 신앙의 대상이 됐는데, 곡물은 인류에게 ‘신에 대한 기도로서 농사에 매진하라’고 명했다. 신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그 신은 가짜 신이었다. 곡물이라는 신은 분명 1만 전 전 인류를 기아로부터 구원해 배를 불렸다. 그런 의미에서는 곡물은 진정한 신이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비만과 당뇨병, 수면장애와 우울증, 알츠하이머병, 치주병, 아토피성피부염을 포함한 다양한 피부질환을 유발하고 있다. 현대인이 고민하는 많은 부분은 대량의 곡물과 설탕 섭취가 원인이다. 인류가 신이라고 믿고 불러들인 것은 실은 악마였던 것이다.
곡물은 많은 인류문화를 지탱해왔고 모든 생활은 장에 일상품으로 널리 존재하기 때문에 많은 인간들은 이를 필요한 것으로 착각하고 의심을 품지 않았다. 곡물에 감사하라는 부모님의 가르침과 사회의 전승은 대뇌에 강력하게 각인됐다. 그래서 이것이 설마 가짜 신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21세기가 돼서야 비로소 곡물 등 당질 없는 식생활이 인류 본연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곡물은 신이 아니라 단순한 음식 중 하나에 지나지 않으며 게다가 인간의 건강을 빼앗는 음식이다. 곡물이라는 가짜 신에 집착하다가는 언제가 인류는 곡물과 함께 멸망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신은 죽은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신은 없었다. 이제 곡물이라는 늙은 배우가 ‘신’이라는 역할을 버리고 ‘맛있지만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은 식자재’라는 본래의 배역으로 돌아갈 때가 됐다. 적어도 곡물 재배가 지하수의 고갈과 함께 끝이 보이는 이상 곡물 이외의 식량으로 전환하는 방법 외에는 선택지가 없고,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책 곳곳에서 가설이 대담하게 전개되었다. 복잡하게 얽힌 현실 세계에서 진실을 찾기 위해서는 가정과 가설에 근거한 사고실험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가설은 공개되고 제3자의 눈에 비췄을 때 생명을 얻지만 자신의 머릿속에 담아두기만 하면 그냥 사장되고 만다. 마지막까지 읽어 준 독자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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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네요~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실행 할려고 합니다.
제가 곡기 끊은지(?) 넉달째 접어드는데요, 음식 종류가 줄어들어 불편하지만 몸은 훨씬 좋아졌습니다.
몸에 당분이 많으면 달갑지 않은 세입자(박테리아나 진균 등)가 남아도는 당분을 먹고 왕성하게 번식한다더군요. 그래서 나타나는 현상이 대표적으로 무좀 같은 피부병, 여성은 질염 등이라더군요. 제 경우는 약을 안 썼는데도 발톱 무좀이 한결 좋아졌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