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다리던 봄배구가 드디어 막을 올렸습니다.
2017-18 정규시즌 2위팀 IBK 기업은행과 3위 현대건설의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가 어제(17일) 화성에서 있었습니다.
15-16 시즌 챔피언 현대건설과 16-17 챔피언 IBK! 둘 사이의 너무나 중요했던 경기를 되돌아봅니다.
■ 오늘 경기 흐름 살펴보기

두팀의 스타팅 라인업 소개
1세트, 경기 초반 IBK에서는 김수지 선수가 다이렉트 킬과 속공 등으로 3득점, 현대건설에서는 양효진 선수가 블로킹 2개로 맞섰습니다 (점수 : IBK 6 대 현건 5). 여기에 IBK에서는 김희진 선수도 활발한 이동공격으로 팀 득점에 힘을 보태는 모습이었습니다.
현대건설은 리시브(=받는 것) 부터 잘 안됐습니다. 덕분에(?) 이다영 세터의 움직임도 많아질 수밖에 없었고, 이(=흔들리는 토스)는 팀 공격성공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악순환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다영 선수 세트 81 시도/22 정확 - 이고은 49/20, 염혜선 38/16)
양팀의 공격성공률이 각각 41% (IBK 시도 112/성공 46)와 28% (현대건설 99/28). 13%의 차이를 보인데다가, IBK엔 메디(22득점)란 확실한 에이스가 존재한 반면 현대건설엔 두 자릿수 득점자조차 1명도 없었습니다(현건 최다득점자 양효진 9점).
1세트를 25 대 15, 큰 점수차로 내준 현대건설은 2세트 초반에는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황민경 선수의 블로킹 등으로 초반 리드를 잡았고, 10점대 초반부에서는 메디 선수가 2연속 블로킹에 걸리는 등 IBK가 뒤쳐지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서브를 넣으러 교체돼 들어간 최수빈 선수가 신의 한수였습니다. 최수빈 선수는 까다로운 서브와 함께 후방에서 인상적인 수비(3디그)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팀에 연속득점을 가져왔습니다. 이에 흔들린 현대건설은 황연주 선수의 포히트 범실로 결국 18 대 18 동점을 내주었고, 역전으로 2세트와 그리고 3세트까지 내리 내주면서 오늘 경기 패하게 되었습니다.
경기 최종스코어 3대0. 플레이오프 첫 경기에서 승리한 팀이 100%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다는 통계에 따르면, 정말 중요한 승리를 거둔 IBK기업은행입니다.

■ 그 외 주요 Point!
오늘 경기는 누구 하나 크게 뛰어나거나, 반대로 어느 한 사람이 크게 못한 경기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오늘 경기 Best Player나 Worst Player 선정은 생략하고, 선수들 전반에 대해 좀 더 평을 해볼까 합니다.
우선 오늘 승리팀 IBK기업은행에서는 경기 초반에는 확실히 김희진 선수(10득점)의 이동공격 3방이 참 시원했습니다. 몸이 무척 가벼워 보였고, 고예림 선수도 많은 득점은 아니었지만 중요할 때마다 올려준 9득점이 임팩트 있었습니다.
이번 정규시즌 현대와의 여섯 차례 맞대결에서 평균 33점이나 기록했던 메디 선수는, 솔직히 오늘 컨디션은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무덤덤한 표정으로 오늘은 노련한 연타(밀어넣기) 공격으로 조금씩 감을 찾으며, 결국 22득점이나 올려냈습니다. 공격성공률도 37%까지 올렸고요.
파란 팀에서 빨간옷의 그녀, 노란 리베로의 수비에 대해서도 꼭 짚고 넘어가야겠네요. 오늘 21차례의 완벽했던 디그(22시도)! 경기 초반부터 IBK를 지탱해주는 힘이었고, 확실히 오늘 승리의 밑바탕이었습니다. 하루 지났지만 생일 축하합니다.
현대건설은... 일단 분명 경기 초반에는 소냐 선수가 정상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어느샌가 사라진 느낌이었습니다. 오늘 경기 팀의 첫 득점도 산뜻하게 올려주며 출발이 좋았는데, 단 5득점 입니다. 양효진 선수는 블로킹(3개)은 나쁘지 않았지만, 그뿐이었습니다. 오늘 경기 개인의 공격 첫 득점이 3세트 13대8 상황에서야 나왔고, 더 큰 문제는 그럼에도 양 선수가 팀 내 최다득점자라는 사실입니다. That's All. 그게 답니다.
추가로, 많은 현대팬들이 2세트 20 대 20 상황에서의 비디오판독 미 신청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시더군요.
분명 금방 지나간 중계화면상으로도 IBK 김희진 선수의 포히트 범실이라는 느낌이 강했는데,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은 이를 지적하고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결국 21 대 20으로 역전을 당했고, 이어서 양효진 선수의 공격범실과 메디의 공격 성공으로 점수는 순식간에 23 대 20으로 벌어지고야 말았죠.
2세트 중반까지만 해도 현대건설이 4~5점차로 계속 리드하고 있었던 상황이라, 분위기 싸움이 중요한 때에 두고두고 아쉬운 장면이 되겠습니다. 만약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고 반대로 현대건설이 점수를 가져오게 되었다면 2세트의 향방, 그리고 오늘 경기의 향방도 몰랐을 겁니다. 적어도 이렇게 현대건설이 허무하게 패하지는 않았겠지요.
전체적으로 이번 정규시즌 말미부터 계속 아쉬운 현대건설입니다.
앞서 언급한 비디오판독 문제가 하나의 예시가 될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감독 역량에서부터 차이가 큰 두 팀입니다. IBK 이정철 감독은 수 차례의 우승을 경험한 최고 명장이고, 이도희 감독은 올시즌 초임이죠. 비교 자체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계속 지적하는 바이지만 '팀 로스터를 꾸리는 문제', 빈약한 벤치(교체) 자원 문제는 분명 고치고 넘어가야 합니다.
IBK에서는 염혜선 세터 폼이 조금 떨어지면 이고은 선수를 투입하고, 최수빈-김현지 등 가용 자원이 몇몇 됩니다. 반면 현대건설에서는 기껏해야 신인 이영주 선수의 교체 투입(원포인트 서버)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카드의 전부입니다.
물론 시즌 중/후반부터 신인 김주향 선수도 시험해보고(정규시즌 6경기 출전 15득점 기록)있지만, 그나마 고유민 1명 뿐이었던 교체자원까지도 소냐의 부진 때문에 주전으로 끌어쓰고 있으니 말 다했습니다. 경기가 안 풀릴 때 분위기를 반전시켜줄 자원이 너무 부족합니다. 이는 현대건설 프런트와 감독님 모두의 공동 책임이겠죠.
내일 있을 플레이오프 2차전도 현대건설에겐 쉽지 않아 보입니다. 팀 전체적으로 폼이 많이 떨어져 있고, IBK의 전력이 상대적으로 너무 강합니다. 이상입니다.
■ Today's Photo

한마리 백조처럼 날아오르는 IBK 고예림(左)과 김미연(右) 선수. 그리고 이들을 진두지휘한 이고은 세터(中)
From. 아직도 고예림 선수를 도로공사가 왜 버렸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팬으로부터...

GS 강소휘 만큼이나 올시즌 쑥쑥 성장하고 있는 고예림 선수. 공수에서 맹활약으로 조만간 국대 고정!

이 누난 정말 멋있다. 배구 이렇게 잘하면 누나임! IBK, Madison Lynn Kingdon!

황민경 선수를 포함해 현대 선수들은 모두 해결책이 안보였던 오늘 경기. 다들 애는 쓰는 것 같은데 임팩트 부족

IBK기업은행 선수들의 플레이오프 첫 경기 승리 축하합니다. 특히 별 3개의 빨간 옷의 그녀에게 짐심 어린 축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