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미스드 랜드], 미국,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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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큰 녀석이 늘 괴롭히다가 어느날 불쑥 손을 내밀며 '우리 친하게 지내자'하면 과연 친해지는 걸까?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를 보고 나니 꼭 이런 생각이 든다.
맷 데이먼 1인 영화라 해도 무방한 작품이다.
맷 데이먼, 그가 누군가? 본 시리즈, 디파티드, 앨리시움 등의 헐리우드 상업 영화로 최고의 개런티를 자랑하는 배우 아닌가? 그런데 갑작스레 아주 감동적인 영화 한 편을 만들어 등장했다. 마치 '미안해. 내게 이런 모습도 있는데 보여주지 못해서'라고 말 하는 듯하다.
농업이나 목축이 주된 일인 낙후된 마을 맥킨리. 가구마다 정부보조금을 받아 생활하던 이들에게 거대 에너지 회사인 글로벌社의 컨설턴트가 나타난다. 협상전문가인 스티브(맷 데이먼 분)는 지금까지 회사의 목표에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그래서 이번 건이 끝나면 본사가 있는 뉴욕으로 발령을 받을 승승장구하는 인물이다.
이 고장 사람들에 대한 기초조사는 끝났다. 그들에게는 달콤한 유혹과 적절한 보상만 따른다면 모두들 자신의 농장을 파헤쳐도 좋다는 서류에 서명할 것이다. 그들 땅 밑에 천연가스가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고등학교 과학교사인 늙은이 프랭크가 제동을 건다. 스티브는 프랭크와 설전을 벌였으나 만만치 않다. 프랭크에 대한 뒷조사 결과가 본사로부터 왔다. MIT 공대 졸업, 박사, 보잉사 30년 근무, 정년퇴직 후 봉사 차원에서 고향 마을로 내려와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내일 모레면 무덤으로 들어갈 프랭크의 박학한 상식에 동조된 마을 사람들 때문에 포섭이 지연되고 있는데 설상가상 <아데나>라는 듣보잡 환경단체가 나타나 천연가스 개발로 인해 야기된 오염과 동물들의 죽음, 그리고 결국 사람들은 마을을 떠나고 남은 건 유정만 있는 마을의 사진을 보여주며 맹렬히 반대한다.
하지만 환경운동가 더스틴이 살포한 사진은 거짓으로 밝혀지고, 이를 계기로 마을 사람들의 찬반 투표 분위기가 바뀌는데...
마을을 떠나는 더스틴과 조우한 스티브. 더스틴이 하지 말았어야 할 한마디. 나도 글로벌社 소속이라네. 어때? 내가 너 보다 한수 위지. 기고만장 하지 말게. 자네 보다 내가 더 승진이 빠를테니.
투표일에 스티브는 일장연설에 나선다. 가스채굴을 하게 되면 분명 부작용은 있을 거라고. 그리고 환경운동가 더스틴은 자신과 동료라는 사실을 밝힌다. 그리고 찾아간다. 이 소박한 마을에서 만난 앨리스라는 여인을.
잘 짜여진 시나리오다. 차라리 더스틴의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면 더욱 좋았을텐데.
관객에게 '자, 감동 드세요' 먹여주는 영화다. 그런데 아쌀하게 미국식이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스티브가 이렇게 말하는 거다.
"여러분, 제가 실패하고 물러 나더라도 회사는 또 다른 전문가를 보낼 겁니다. 사람으로 안된다면 온갖 계략으로 천연가스 개발 공사를 진행할 것입니다. 우리 회사가 발을 뺀다면 아마도 다른 회사들이 먹잇감을 노릴 겁니다. 결국 여러분과 이 마을은 거대 기업의 집요한 공략에 언젠가는 손을 들게 될 것입니다. 제가 남아서 여러분을 돕겠습니다. 그들의 시도를 막지는 못하겠지만 여러분이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을 최대한 지금의 10배 이상 받아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게 여러분을 속인 제 양심의 반성이라 생각합니다."
이러고 나서 마을 한 편에 <보상 전문가 스티브 사무소> 이런 거 하나 차리는 것으로 끝냈으면 어땠을까? 물론 퇴근할 때 쯤 앨리스가 데리러 오는 것으로 앤딩을 올린다면 멜로의 완성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