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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국악을 보여주마"…‘조선아이돌’ 국악계 독보적 아티스트를 만나다!
]인터뷰 제4공장]
발칙한 국악을 보여주마, ‘조선아이돌’ 국악계 독보적 아티스트를 만나다!
- 이희문 소리꾼 (경기민요 명창)
김어준 : 자, 지금 듣고 계신 노래는 난봉가입니다. 이미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저희 코너 중에 ‘교과서 밖 사람들’이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인기 코너인데, 자주는 못해요. 왜? 교과서 밖으로 나간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제 민요, 국악 이 분야에서 교과서 밖으로 혼자 나가버린 분입니다. 국악계 이단아로 불리는 분, 이희문 씨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이희문 : 안녕하세요.
김어준 : 헤어스타일 정말 마음에 듭니다.
이희문 : 어제 작가님이 밤에 이렇게 푸시를 하더라고요, 아침부터 가발 쓰고 나오라고.
김어준 : 아, 가발이에요, 이게? 아니, 저도 사실 그런 머리 한번 해 봐야 되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희문 : 충분히 그러신 것 같은데.
김어준 : 아직 부족합니다. 그 정도로 풍성하진 않아요. 아시는 분들은 이미 잘 알고 계시겠고, 모르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언제 처음 뵀냐 하면, 2년 전이에요. 2년 전에 미국의 공영방송 있습니다. 유명한 공영방송인데, 여기에 Tiny Desk라고 하는 Tiny Desk Concert, 유명한 콘서트 시간이에요. 왜냐하면 여기가 공영 독립방송인데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아티스트만 나오거든요. 그런데 거기에 갑자기 한국 사람들이 나온 거예요. 처음인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나와서 드랙퀸이라고 하죠, 드랙퀸. 드랙 복장. 찾아보십시오, 모르는 분들은 드랙퀸. 그런 복장을 하고 노래를 부르는데, 기가 막힌 겁니다. 이 사람들이 누구냐, 도대체. 그래서 당시 사실은 뉴스공장에서 그때 섭외하려고 했었어요, 이미. 아시죠? 섭외 간 거, 2017년에? 이렇게 유명해지기 전에 지금은 제법 유명해지셨는데, 유명해지기 전에 섭외가 갔는데, 결국 저희가 섭외가 실패했습니다. 왜냐? 팀이 곧 해체된다고 해서.
이희문 : 네, 맞습니다. 해체 됐습니다, 이미.
김어준 : 해체 결국 됐습니까? 대단히 인상적이었는데, 그런데, 그래서 제가 검색을 해 봤더니, 아니, 또 이분이 무형문화재 이수자.
이희문 :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입니다. 정확하게.
김어준 : 그러니까요. 그러면 한복 입고 지금, 한복 입고 여기 국악프로에 나오셔야 되는데, 거의 펑크락으로 민요를 변조해서 부르는데, 대단했거든요. 진짜 인상적이었어요, 저. 이걸로, 이 프로그램이 유명하다는 거 알고 나가셨어요?
이희문 : 사실은 모르고 나갔어요. 모르고 그냥, 저희가 미국 투어 갔다가 하루 시간이 있었는데, 밥보이라는 프로듀서가 하루 와서 잠깐 15분 정도면 되니까 녹화하고 가라고.
김어준 : 어딘지도 모르고 가셨군요.
이희문 : 네, 워싱턴으로 오라고 그래서 한 4시간 걸려서 갔죠, 기차를 타고.
김어준 : 어딘지 모르고 가서 잠깐 공연했는데, 이게 유명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이걸 통해서 이희문 씨를 접한 전 세계 음악가들이 많아요. 그렇죠?
이희문 : 네, 맞아요.
김어준 : 그 이후로 처음에는 몰랐는데, 섭외가 달라지셨다는 거 느끼셨습니까?
이희문 : 물론 그렇게 됐죠. 그리고 일단은 티켓 오픈하면 바로 매진되고 이렇게 된 걸 보면서 실감을 했죠.
김어준 : 실제 이 프로그램은 해외에서도 유명하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아주 유명하고, 해외에, 한국에 저런 음악인들이 있나. 저런 음악이 있나. 저도 당시에 유튜브에 댓글들을 거의 봤는데, 한국 댓글보다는 영어 댓글이 훨씬 많았어요.
이희문 : 네, 맞아요.
김어준 : 그래서 해외에서 공연 요청도 많죠.
이희문 : 하지만 그렇게 되는 상황이었어서 갈 수 없는 상황이었죠.
김어준 : 그러니까 막 뜨는데, 팀이 막 헤어질 참이었던 거예요. 아, 이런 슬픈….
이희문 : 새옹지마죠, 뭐, 새옹지마.
김어준 : 그런데 제가 직접 모시고 여쭤보고 싶었던 게 부모님이 무형문화재이시고.
이희문 : 어머니가.
김어준 : 네, 어머니께서. 그리고 전수도 받았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삐뚤어지셨어요?
이희문 : 그전에도 처음에는 저도 삐뚤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제가 삐뚤어졌다는 생각 때문에 고민이 많다가 현대무용하신 안은미 선생님하고 같이 작업을 하게 됐는데.
김어준 : 아, 안은미 씨. 그분도 교과서 밖 분이죠.
이희문 : 그래서 “네가 잘못된 게 아니야.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면 돼. 왜 그래.” 그렇게 용기를 주셨어요, 사실은.
김어준 : 처음에 그렇게 용기를 얻었고, 그래서 더욱 삐뚤어지기 시작하셨군요.
이희문 : 재밌더라고요, 점점.
김어준 : 복장은요, 복장? 드랙퀸 복장 이런 거 정말 파격적인데.
이희문 : 저는 모르겠어요. 드랙퀸이라고 저는 생각 안 하는데, 왜냐하면 저희는 한 번도, 모르겠어요. 저랑 이제 신승태라는 친구랑 둘이 남자 역할이지만, 아니, 남자지만. 역할이래. 저희는 한 번도 가슴 쪽에다가 뭘 이렇게 넣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한 번 뭔가 그거를 해 보니까 되게 불편한 거예요. 그래서 “아, 안 되겠다. 이건 또 우리하고는 아닌가 보다. ” 그래서….
김어준 : 아, 절충 복장입니까? 드랙퀸, 완전한 드랙퀸은 아니고?
이희문 : 그렇죠. 그러니까 저희들만의 복장이었던 거죠.
김어준 : 여장을 하는 거를 의미하는데, 실제 화장도 진하게 하고, 복장도 남자인지 여자인지 굉장히 애매하게 그다음에 헤어스타일도 지금 뭐….
이희문 : 각선미가 있어서….
김어준 : 각선미가 있어서 치마도 입고 머리도 폭탄머리하고, 그리고 분명히 가요톤인데, 이게 도대체 국적 불명의, 하지만 중독성이 너무 강했어요. 대단한 그런 분입니다. 어머님이 뭐라고 안 하셨어요, 처음에? 아, 우리 아들이 이상하다.
이희문 : 너무 싫어했죠.
김어준 : 너무 싫어하셨겠죠.
이희문 : 너무 싫어해서 그냥 쫓겨날 판이었어요.
김어준 : 그런데 당연히 국악 쪽으로 갈 거라고 예상할 수 있는데, 사실은 국악에 입문한 지 늦었어요, 그렇죠?
이희문 : 20대 후반이었어요.
김어준 : 국악을 처음부터 하실 생각이 없었던 거네요?
이희문 : 없는 게 아니라 저는 하면, 제가 하면 안 되는, 약간 금기시 되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김어준 : 나는 국악에 대한 특별한 애정도 없는데.
이희문 : 아니, 애정은 있었어요. 왜냐하면 늘 태어나면서부터 그걸 듣고 자란 사람이라서 그거를 하기도 하고 그냥, 흥얼흥얼댔고, 남들보다는 잘했죠. 보통 사람들보다는 잘했는데, 그냥 어머니가 워낙에, 어머니 시절에는 보통 소리한다고 그러면 기생 취급을 하니까. 아들인데, 그래도 그때 한참 개발도상국가 시절이었기 때문에 다 그땐 판검사, 의사 이런 걸 시키려고 그랬지 누가 소리를 남자를 시킬 생각은 전혀 하질 않았죠.
김어준 : 어머니도 그렇게 시키지 않으려고 그랬죠.
이희문 : 그러니까 본인이 그런 취급을 받는다고 생각하시니까 절대적으로.
김어준 : 그러면 뭐하려고 그러셨어요, 원래는?
이희문 : 저요?
김어준 : 10대, 20대는? 의사, 판검사 하시려고 그랬어요?
이희문 : 20대에는…. 물론 안 됐죠. 물론 안 됐고, 끼가 많아서 그게 안 되고, 가수를 하려고 그랬죠.
김어준 : 가수, 대중가수?
이희문 : 네, 제가 민해경 가수 라고 있는데, 그 누님을 엄청 좋아했어요.
김어준 : 좋아는 하죠, 다들. 제 말은….
이희문 : 오타쿠였어요, 거의..
김어준 : 데뷔하신 건 아니고?
이희문 : 데뷔를 하려다가 실패를 해서 군대를 가고.
김어준 : 기획사에서 너는 안 되겠다, 가수로는. 그건 아니고요?
이희문 : 아니, 그게 아니라 뭔가 좀 잘못된 소속사를 들어가서….
김어준 : 잘못된 소속사. 실패하고 군대 가서 제대하고, 그러다가 국악에 들어가신 건요? 내가 어머니 국악….
이희문 : 제가 일본을 갔다 와서 했어요. 일본에 유학을 갔다 왔어요, 제가. 사실은 가서 약간 도피식으로 갔는데, 가서 사실은 저는 이제 제가 가수를, 못 다 이룬 꿈을 제가 매니지먼트 공부를 해서 가수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김어준 : 그래서 프로모션 영상과….
이희문 : 그랬는데, 가보니까 없는 거예요. 그런 매니지먼트 학과가 없는 거예요. 선진국이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그렇게 막 컴퓨터, 인터넷이 막….
김어준 : 알고 간 게 아니고, 있겠거니 하고 갔는데.
이희문 : 그렇죠. 선진국에 당연히 있겠거니, 그런데 없었어요. 그래서….
김어준 : 다 알아보고 가셔야지.
이희문 : 그래서 1년 동안 어학을 하면서 뭘 할지 고민을 하다가.
김어준 : 어학만 하다가?
이희문 : 고민하다가 뮤직비디오가 그때 한창 붐이었거든요. 아, 이것도 노래가 있는 것이니까 재밌겠다.
김어준 : 그거나마, 그거나마.
이희문 : 프로모션 영상도 같이.
김어준 : 그러니까 실수와 정보 착오의 연속으로 인생 여기까지 온 거네요. 그러다가 국내에 돌아왔는데, 그럼 다시 국악으로, 어머니하고. 이건 어떻게 결정된 겁니까?
이희문 : 아니, 그래서 와서 조감독 생활을 했어요, 뮤직비디오. 그런데 하다가 이제 저희 어머니가 우연히 후배분 공연을 보러간다고 가시는데, 이쪽도 음악이니까 뭔가 영상이 필요하지 않을까, 거리가 있을까 싶어서 따라 갔는데.
김어준 : 아, 밥벌이가 있을까 싶어서?
이희문 : 갔다가 저희 스승님을 거기서 만났죠. 어렸을 적 보던 어머니의 소리 친구인데, 이춘희 선생님이라고 지금 인간문화재세요.
김어준 : 그분이 하는 걸 보다가.
이희문 : 아니, 아니요. 그날 같이 이렇게 앉아서 공연을 봤어요, 오랜만에.
김어준 : 봤는데? 보다가 국악으로 가야….
이희문 : 그랬는데, 제가 흥얼거렸단 말이에요. 공연 보는 내내.
김어준 : 자연스럽게 어릴 때부터?
이희문 : 그러니까 선생님이 신기하셨나 봐요. 남자가 워낙에 경기민요가 없었거든요, 젊은 사람이. 그래서 “얘 너 민요해 볼래?” 이러시는 거예요. “소리해 볼래?” 이러시는데.
김어준 : 모든 게 우연으로 점철돼 있는 네요. 뭐 단호한 결단 이런 건 없고.
이희문 : 아니, 그런데 그 말이 저는 되게 충격이었어요. 약간 좀 뭐라 그럴까? 잔잔한 연못에 뭔가 돌을 딱 던졌는데, 파장이 이는 것처럼. 아무도, 그 많은 어머니 주변에 소리하신 선생님, 진짜 잘 나가신 선생님들 많았는데도 아무도 저한테 소리를 해 보란 얘기 아무도 안 하셨거든요. 그런데 유일하게 처음이었어요.
김어준 : 그런데 그 얘기를 듣자마자 어?
이희문 : 네, 그래서 “저 해도 돼요?” 그랬더니, “네가 뭐 30이 넘었냐? 40이 넘었냐? 아직도 20대인데, 왜 못하니? 네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김어준 : 20대 후반에 굉장히 늦게 이 길로 들어섰네. 그게 터져버렸네, 이게. 경기민요가 어떤 음악인지 한 대목만 그러면 대충 해 주십시오.
이희문 : 그냥 하면 돼요.
김어준 : 그냥 하세요.
(경기민요)
김어준 : 이게 대단히 흥이 있네요. 주로 여성들이 했던 거라는 거죠, 이게 원래 경기민요.
이희문 : 원래는 거슬러 올라가서 제가 공부를 해 보니까 남자 분들이 하셨더라고요.
김어준 : 원래는?
이희문 : 그런데 이제 일제강점기 지나면서 우리나라에 기생 문화가 도제식으로 시작되면서, 그러니까 일본식 기생 교육이 시작됐던 거죠. 그때부터 이제 소리가 기생들한테로 넘어간 거예요.
김어준 : 이게 뒤틀린 거네요, 우리 문화가. 사실 복원하신 거나 마찬가지네요. 그런데 복원을 하는 와중에 완전히 더 더 뒤틀어서 거기다가….
이희문 : 왜냐하면 제가 배운 게 다 여자 소리거든요. 여자 선생님들의 소리를 배웠기 때문에, 그런데 제가 노래를 그걸 배운 걸 하는 건데, “왜 넌 여자스럽게 소리를 하니?” 이렇게 얘기를 하시니까, 그걸 가르쳐 주신 분들이 그렇게 얘기를 하시니까.
김어준 : 그래? 그럼 내가 여자 복장 해 버릴게.
이희문 : 했어요, 그래서.
김어준 : 거기다가 락이나 재즈를 접목시킨 거는 그럼 어떻게 나온 아이디어입니까?
이희문 : 사실은 재즈는 조금 그 후고요. 처음에 락을 하게 된 거는 그것도 안은미 선생님과 연관이 있는데, 선생님 본인이 춤을 어디서 추셔야 되는데, 드럼 치는 씽씽의 철희 형이라고 있는데, 그 형이랑 둘이 뭔가 잼을 하라는 거예요, 아무거나.
김어준 : 잼을? 국악인에게?
이희문 : 그래서 그냥 했어요. 했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김어준 : 처음 시도 해봤는데, 그러니까 안에 그게 있었다는 걸 몰랐네요.
이희문 : 그 형은 그 형대로 가고, 저는 저대로 가는데, 서로 이렇게 막 교감하면서 가는데, 그게 너무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김어준 : 민요하고 락을 순간적으로 잼을 했는데, 그게 바로 어울리더라?
이희문 : 네, 그래서 그 드럼하고 너무 좋았던 거죠. 사실은. 그 드럼이 너무너무 좋았었던 거죠. 그래서 제가 드럼한테 빠져서.
김어준 : 공연 안내도 해야 되는데.
이희문 : 아, 맞아. 저 오늘 그거 하러 나왔는데.
김어준 : 오방신과 공연표 다 안 팔렸답니다. 빨리 알아보시고요.
이희문 : 남산국악당이요. 29일, 30일.
김어준 : 표 아직 다 안 팔렸다고 하고요. 이렇게 나오신 김에 한 번으로 끝날 일은 아닌 것 같고, 또 나오시죠.
이희문 : 언제요?
김어준 : 그건 저희가 시간 정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따라서. 하나, 둘, 셋, 안녕.
이희문 : 안녕.■
첫댓글 동영상으로는 몇번을 봤는데 이렇게 글로보니 또 새롭네요~출연진중 노래하는모습보고 반한거 막 티낸가수는 아마 정태춘님하고 우리 별감님이신듯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