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옷소매 속으로 파고드는 바람이 차갑게만 느껴지는 계절이다. 뜨거운 태양을 피할 수 있는 여름의 산사도 매력적이지만 고즈넉하고 운치 있는 초겨울의 산사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늦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부안 개암사’다.
변산반도 국립공원의 동쪽 끝에 위치한 개암사는 원래 변한의 왕궁터가 있던 곳으로 282년 변한의 문왕이 진한과 마한의 공격을 피해 현재 개암사가 있는 곳으로 피신하면서 계곡을 중심으로 동쪽에는 묘암이라는 전각을, 서쪽에는 개암이라는 전각을 지은데서 유래했다.
이후 백제무왕 35년(634년)에 묘련왕사가 변한에 있는 궁전을 절로 고쳐 지으면서 묘암의 궁전을 묘암사로, 개암의 궁전을 개암사로 불렀는데 묘암사는 절터만 남아있고 개암사만 전해지고 있다. 또 통일신라 문무왕 16년(676년)에는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고려 충숙왕(1313년) 때에는 원감국사가 순천 송광사에서 이곳으로 들어와 중창하면서 황금전, 청련각, 청허루 등 30여동을 지어 당시에는 큰 사찰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대웅전, 관음전, 응진전, 지장전, 산신각과 요사(寮舍)체 등 10여채만 남아 있다.
일주문에서 개암사까지 올라가는 길 오른쪽엔 길진 않지만 하늘을 찌를 듯한 전나무 숲길이 펼쳐져 있다. 그 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다 보면 이번엔 단풍들이 손짓을 한다. 푸르른 전나무와 울긋불긋한 단풍, 여기에 절의 경계를 나타내기 위해 심어놓은 대나무가지까지 어우러져 고즈넉한 산사의 멋을 더해준다.
개암사는 석축을 쌓아 그 위에 세워진 절이다. 다가설 때 높은 축대가 장애물이 될 수도 있겠지만 법당을 살짝 가려주어 신비감을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돌계단을 하나씩 오를 때마다 대웅전의 지붕과 처마가 조심스레 그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보물 292호인 대웅전은 능가산 울금바위 아래 자리잡고 있어 마치 한 폭의 병풍을 펼쳐놓은 듯하다. 대웅전 내부에는 석가모니를 주불로 해 지혜의 상징인 문수보살과 중생제도를 돕는 보현보살을 협시로 모신 개암사 본전이다. 이 대웅전은 백제 무왕 35년(634)에 묘련스님이 처음 지었으며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조선 인조 14년(1636)에 계호스님이 다시 지었다.
개암사 대웅전은 규모에 비해 우람한 기둥을 사용해 안정감을 준 건물로 곳곳에 용의 머리와 봉황이 새겨져 있다. 외관은 장중하고 비례는 안정돼 있으며 수법과 내부공간은 화려한 장식에 치우쳐 백제계의 안정감과 조선 후기의 장식적 경향을 동시에 엿볼 수 있는 건축물이다. 대웅전 내부에는 다양한 조각들이 새겨져 있는데 이 중에서 아홉마리의 용두를 다 찾으면 간절한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개암사를 찾은 관광객들은 법당안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천정에 시선을 고정시키기도 한다.
대웅전 오른편에는 관음전과 응진전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응징전 16나한상은 부처님의 제자 중에서 불교의 정법을 지키기로 맹세한 열 여섯명을 조각한 것으로 개암사 불상들은 조선 숙종 3년(1677)에 조성돼 17세기 불상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고 한다. 석가모니를 중심에 놓고, 좌우로 금강경·새끼호랑이·염주·경전 등을 든 나한들이 가지각색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각진 턱에 넓적한 얼굴 모양을 하고, 서로 웃고 떠드는 듯한 나한상들의 모습은 재미난 볼거리 중 하나다.
응진전에는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있다. 보물 1269호인 영산회괘불탱 및 초본이 보관돼 있는 것. 괘불이란 야외에서 큰 법회나 불교 행사를 할 때 걸어두는 그림으로 법회의 성격, 의식의 종류 등에 따라 맞는 것을 봉안하는데 개암사 괘불은 장수와 극락정토를 기원하는 영산재에서 사용됐단다. 개암사 탱화는 조선 영조 25년(1749)에 의겸과 영안 두 스님에 의해 그려진 것으로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여섯 명의 보살을 모신 석가칠존도 형식이다. 길이 13.25m, 폭 9.19m로 그 크기가 웅장할 뿐만 아니라 구도와 채색도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웅전 왼편 지장전에는 폐사지인 청림사지에서 가져온 석불좌상(전라북도 유형문화재 123호)이 모셔져 있다. 연꽃을 새긴 받침돌 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 이 불상은 고려시대에 만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른손을 왼손위에 가만히 포개고, 양손의 엄지를 서로 맞대 손안에는 보주를 감싸고 있는 이 지장보살의 몸체와 코는 파손된 것을 복원한 것이다. 둥근 얼굴에 자그마한 입, 지긋이 뜬 눈, 온화한 미소에서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려는 지장보살의 참 모습이 느껴지는 듯 하다.
1300여년 전 백제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는 개암사. 이번 주말 바쁜 일상을 잠시 접어두고 수백년 전 선조들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개암사로의 여행을 떠나보자.
△찾아가는 길
승용차로 가기=23번 국도이용(고창 방면)-9.3km-개암사 진입로 표지판(우회전)-2.4km-개암사 입구
대중교통 이용하기=부안에서 줄포, 곰소, 또는 격초, 내소사행 군내버스를 이용-개암사 진입로 입구에서 하차 후 버스 도보로 30여분 소요.
△울금바위
개암사를 굽어보고 있는 커다란 바위로 개암사 뒷 길을 따라 30여 분을 올라가면 도착할 수 있다. 이 곳에는 3개의 석굴이 있는데 서쪽에 있는 석굴이 가장 큰 굴로 백제 부흥운동 당시 복신이 병을 이유로 나오지 않았던 굴이라 해 ‘복신굴’이라 부르고, 북쪽에 있는 것은 가장 작은 굴로 당시 백제군의 베를 짠 굴로 ‘베틀굴’아라 불린다. 남쪽에 있는 굴은 자연경관이 가장 뛰어난 석굴로 크기가 6~7평 정도 된다. 이 굴은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수행했다고 해 ‘원효방’이라고 불린다.
이규보의 ‘남행월일기’에는 원효방에 얽힌 이야기가 쓰여져 있는데 원효방 인근의 암자에서 살던 사포성인이라는 사람이 원효에게 차 공양을 하고자 했으나 물이 없어 차 공양을 못하고 있자 갑자기 바위 틈에서 물이 솟아났다는 것. 원효대사가 사포성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도력으로 물을 솟게 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현재도 원효방에서는 샘물이 솟아나고 있다.
△개암죽염
개암사로 올라가는 입구에 개암죽염을 생산하는 공장이 있다. 개암죽염은 지금으로부터 1,300여년 전 변산의 명소인 울금바위 부사의 방(不思議房)에서 진표율사가 제조방법을 전수한 이래 불가의 스님들 사이에서 민간요법으로 전래되어 온 건강소금이다. 개암사 주지스님의 동생이 절에서 전해져오던 방법 그대로를 전수받아 1988년 개암식품이라는 죽염공장을 차려 민간에게도 보급하기 시작했다.
개암죽염은 청정해역인 국립공원 변산반도의 곰소염전에서 생산된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을 3년 이상 자란 대나무 통 속에 넣고 황토 경단으로 마개를 한 뒤 소나무 장작만을 연료로 사용해 8번을 구워내고, 마지막 9번째는 소나무에 송진을 뿌려 가열 온도를 더욱 높여 소금이 용액으로 흘러내리도록 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아홉단계를 거치면 하얗던 천일염이 자주빛을 띠며 개암죽염만의 독특한 빛깔을 자랑하게 된다. 특히 개암죽염은 바다와 인접해 있고, 대나무와 황토가 풍부한 최상의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효엄이 탁월하다.
현재 개암식품에서는 죽염을 비롯해 죽염을 원료로 하는 미용비누, 미용죽염 등을 만들고 있으며 우리나라 전체 죽염의 80%를 생산하고 있다. 대나무를 마디마디 자르는 것에서부터 구워진 소금을 대나무에 넣는 모습, 장작불로 굽는 모습, 완성된 단계에 이르기까지 죽염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궁금하다면 개암식품에 들러 확인해보자. 문의 063-583-7748.
△비손영성원 황토방
개암식품과 500m 정도 거리를 둔 곳에 위치해 있다. 이 곳은 서울 비손교회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100% 황토로 만든 흙집 20여채가 지어져 있다. 주로 교인들의 수련회 장소로 사용되지만 일반일들도 예약을 하면 이용할 수 있다.
황토는 입자가 고와 산소를 다량 함유하고 있고, 정화능력과 탈취· 탈지의 성질이 있다. 또 열을 가하면 인체에 유익한 원적외선을 방출하고, 생명력· 해독력·흡수력·자정력 등이 뛰어나 예로부터 그 신비한 약성을 무병장수의 한 방법으로 사용해 왔다.
황토방 구들장은 일곱층을 이루고 있다. 제일 아래쪽에는 맥반석을 깔고 그 위는 황토 흙으로 덮었다. 세번째 층에는 다시 참숯을 올리고, 그 다음에는 생석회, 천일염소금, 천연섬유 등을 차례로 올려 구들장을 완성했다. 7가지 순수자연재료로 구들장을 만든 이 비법은 옛날 우리 선조들의 지혜로서 황토방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아궁이에 소나무로 불을 지펴 방을 뜨겁게 하면 된다. 황토방 이용요금은 4인실 기준으로 비수기에는 4만원, 성수기에는 6만원이다. 예약은 전화(063-581-2594)나 홈페이지(www.beson.co.kr)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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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전 처가 옆에 개암사가 있어 명절땐 가족과 함께 꼭 갔다오지요 그리고 곰소들러 회 한사발애 소주한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