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가 묻고 교무가 답하다] 불전 도구의 의미가 궁금해요
김인서 교무
Q. 불단에 보면 청수와 촛불, 향로, 경종, 목탁이 있습니다. 이것들이 갖는 의미가 있나요? 또한 불단을 꽃으로 장식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부처님오신날에는 왜 연등을 다나요?
A. 원불교는 예회를 비롯해 다양한 법회와 의식 등의 의례에 정해진 식순이 있습니다. 모든 식순에 마음을 새기며 참여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지만, 각각에는 의미가 있습니다. 식순과 불전 도구는 일종의 형식이며 그릇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의례는 종교의 핵심 사상을 담고 있으며, 그 내용을 상징과 비유를 통해 전달합니다. 여러 대중이 함께하는 의례에서 마음만으로 생각과 정성을 표현하거나 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의례를 통해 얻고자 하는 의미를 찾아보면 ‘성자를 체 받다’ ‘스승을 모시다’ ‘정신을 수양하다’ ‘지혜를 밝히다’ ‘생활을 다짐하다’ ‘참회하다’ ‘소원을 빌다’ ‘인연을 위로하다’ ‘법설을 전파하다’ 등이 있습니다.
원불교에서 사용하는 불전 도구에도 각각에 담긴 의미가 있습니다.
청수는 물의 맑음을 상징하며 진리와 투명하게 연결되는 통로로, 맑은 물과 같이 마음을 가꾸어가자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종교에서 켜는 초는 작은 불씨 하나가 공간을 가득 채우는 상징적 의미로, 어리석은 마음을 작지만 하나의 촛불로 밝히는 지혜를 상징합니다. 향은 법회 전 마음을 정갈하게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은은하게 퍼지는 향이 주변을 정화하듯 계율을 청정히 수행하겠다는 다짐을 나타냅니다.
경종은 법회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의례 도구이며, 종소리를 통해 중생의 영혼을 일깨워 구제하기 위한 메시지입니다. 목탁은 목어(木魚)에서 유래된 것으로, 물에 의지한 생령들을 자비의 손길로 보듬어 감싸는 것을 상징합니다. 물이 가진 포용성으로 함께 독경의 호흡을 맞추는 운곡의 도구로써 사용됩니다.
제사에 음식을 올리는 이유는 제물을 봉헌하는 것입니다. 원불교에서는 불단에 음식을 올리는 대신 꽃으로 장식합니다. 불단의 꽃은 추모와 존경, 그리고 감사한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연등은 내 마음의 등불을 밝히면서 부처님의 사업에 동참하자는 것입니다. 하나의 연등으로 길을 밝힐 수 없지만 작은 연등 100개, 1000개가 모이면 가능합니다. 비록 하나의 작은 정성이지만 함께 손잡고 성불제중의 길을 밝히자는 의미입니다.
종교의례에서 상징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상징을 단순한 비유로써 형식에만 그치지 말고, 그 의미를 새길 때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 성자를 만나고 진리를 만나고 나아가 참 ‘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반송교당
[2024년 6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