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여러분, 안녕하세요. G20 정상회의 개막과 폐막에 따라 분주하게 보낸 지난 두 주가 정신없이 지나갔습니다. 그렇지만 제 관저와 미국대사관 주변거리를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다 지기 전에 저의 가을 여행기를 마저 올릴까합니다. 지난달 전라남도 일대를 여행하면서 소금, 김치, 두부 만드는 법을 배운 경험에 대해 가을 여행 첫번째 이야기로 글을 올렸는데요.
대사관 자전거팀은 다음 목적지인 나주로 향했습니다. 나주는 역사적으로 전라남도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던 도시입니다. (전라남도全羅南道의 '라(나)'와 나주羅州의 '나'가 같습니다. 그리고 '전'은 전주全州의 '전'과 같습니다.) 나주는 특히 배가 유명하고 전통이 살아 숨쉬는 도시로 널리 알려져있는데요, 조선 말기 나주에서는 단발령 거부 운동도 있었다고 합니다.
나주배를 먹었을 뿐만 아니라 나주시의 훌륭한 명인들 덕분에 감동적인 음악과 서예 작품을 감상하고 음식을 맛보았답니다. 한국의 전통가옥인 한옥에서 하룻밤을 묵기도 했는데요, 저희가 묵은 곳은 옛 나주목사의 관저인 나주목사내아 금학헌이라는 곳이었습니다. 관광객들이 숙박을 할 수 있도록 개방한 전통 한옥이 이제 한국에 많지만 나주목사내아는 일반인에게 개방된 유일한 옛 목사 관사입니다. 그리고 이곳이 풍수상 (영어로는 feng-shui라고 하는데요) 명당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임성훈 나주시장님께서 마련해주신 저녁 식사 후 나주목사내아 금학헌에서 시장님과 함께 차를 마셨습니다. 사진 오른쪽부터 유명한 드라마 연출가이신 김재형 감독, 임성훈 나주시장, 명숙포 나주시장 사모님, 그리고 임선순 사모님 (김재형 감독 부인)
나주목사내아에서 차를 마셨습니다. 목사내아의 방은 모두 전통 온돌방인데요, 전통 한옥 체험을 통해 한국의 멋과 편안함을 느끼고 싶은 분께 이곳을 적극 추천합니다.
이번 여행에서 또 저에게 새롭게 다가왔던 곳은 화순에 있는 운주사입니다. 저는 한국의 많은 사찰에 가보았는데요, 절마다 각기 뚜렷한 개성이 돋보였습니다. 하지만 운주사는 완전히 새로운 느낌의 절이었습니다. 운주사는 한자로 “구름이 머무는 절”이라는 뜻인데요, 때로는 “신비로운 절”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많은 석불과 석탑이 절 곳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중 흔히 “와불”이라고 하는 두 개의 거대한 미완성 석불이 있습니다. 한 전설에 따르면, 운주사 주변에 산이 별로 없어 나라가 균형을 잃고 위태로운 지경에 처하자 이를 바로잡기 위해 도선국사가 어느날 밤 하늘에서 석공을 불러 운주사에 천 개의 석불과 석탑을 세우게 했습니다. 그러나 석공들은 동트기 전까지 작업을 미처 끝내지 못하고 다시 하늘로 올라가버렸고 두 개의 와불이 미완성인 상태로 남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11세기에서 13세기 사이에 만들어진 천 개의 석불과 석탑을 세운 이유나 방법에 대해서는 아무도 정확하게 모른다고 합니다. 우리는 서순복 교수님의 학구적인 설명을 들으면서 아직까지 남아있는 불상과 석탑을 보며 가파른 산을 올랐다 내렸다했습니다. 운주사의 천불천탑의 유적들은 그야말로 보물입니다.
정행 운주사 주지스님께서 저희에게 차를 직접 만들어주시며 운주사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주셨습니다.
서순복 교수님께서 두 개의 와불 중 하나에 대해 설명해주고 계십니다. 돌에 새겨진 아름답고 불가사의한 와불의 모습에 감탄하였답니다.
다음날 아침, 나주의 명물 곰탕으로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아시안 게임 준비로 훈련에 여념이 없는 다섯명의 나주여성사이클팀 선수들과 자전거를 탔습니다. 이른 일요일 아침이라 한산한 시골길을 함께 달리며 훈련 내용과 각자의 꿈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나주에서 영암까지 가는 길은 이 세계적인 사이클 선수들에게는 가벼운 몸풀기에 불과했지요. 하지만 곧 선수들이 선두로 나서 페이스를 끌어나가기 시작한 후부터 약 20 킬로미터 정도를 우리 모두 한 팀이 되어 속도를 내며 강도있게 자전거를 탔습니다. 저와 대사관 자전거팀은 선두에 서서 속도를 내는 선수들 뒤에서 쫓아가느라 애를 먹었구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다가오는 중국 광저우 아시안 게임 준비로 맹훈련을 하고 있는 이 어린 여자 선수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새삼 제가 어린 나이에 처음 한국에 왔을 때보다 이 선수들을 비롯한 젊은 한국 여성들이 이제 훨씬 더 많은 기회를 누리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북한에 살고 있는 여성들의 삶은 더욱 힘들어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특히 북한에서는 여성들이 자전거를 타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이것은 정말 이해가 안됩니다. 아무튼, 자전거를 통해서도 지난 60년 동안 남북한이 얼마나 다른 길을 걸어왔는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대사관 자전거팀과 나주여성사이클팀이 나란히 포즈를 취했답니다.
나주여성사이클팀은 우리에게 익숙한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리며 리드를 해주었지만 잠깐 멈춰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여유도 잊지 않았답니다. 2010년10월에 열린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팀입니다.
자전거로 영암 외곽 시골길을 지나며 찍은 이 사진이 맘에 듭니다. “경축,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수시 합격”이라고 쓰인 현수막인데요, 지역 학생이 이룬 흐뭇한 성과를 온 지역 사회가 함께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지요.
나주여성사이클팀과 함께한 일정은 영암을 끝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한국에서도 가장 외진 시골 지역을 돌아보면서 한국에는 현대적인 세련된 모습과 전통적인 시골의 모습이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영암에 도착해서는 포뮬러원 레이싱 경기를 위해 지어진 환상적인 새 경기장과 시설로 이동했습니다. 한국에서 사상 최초로 개최되는 F1 경기(저도 사실 태어나서 처음 봤답니다!)를 잠시동안 지켜보았습니다. 역시, 한국은 언제나 새롭게 경험할 것들이 넘쳐나는 곳입니다.
F1 경기장으로 입장하는 모습. 비가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팬들은 관람석을 가득 메웠습니다.
첫댓글 바쁜 일과 중에도 이렇게 틈틈이 우리나라의 곳곳을 돌아보시는 대사님의 한국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심을 다시한번 느끼게 됩니다.
한국의 시골 모습을 글로 생생히 표현해내셨네요. 잘 읽고 갑니다!
뜻깊은 가을여행이었네요. 항상 행복하시길 빌어요.
안녕하세요 캐서린 스티븐스 대사님 대사님의 한국사랑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올립니다. G20정상회의 준비에 미국 대사관의 보이지 않는 도움의 손길이 있으셨으리라는 생각을 해보며 ...여성 대사님의 섬세한 면을 느낍니다. 올려주시는 글과 방송을 통하여 대사님을 저희들은 만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님 방문시 멋있는 대사님 모습 보면서 행복했습니다. ^^ 오바마 대통령님께서도 건강하시기를 바라오며 중국과 미국 6자 관련국 한국내 모든 대사관 관련분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올립니다. 오늘 뉴스에서 대사님께서 한국 사랑 관련 책을 내셨다고 들었습니다. 출판 기념회도 성공하시기를 바라오며 대사님의 한국사랑 파이팅 입니다
대사님의 한국 사랑이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열매 맺으시기를 바라오며 한국의 초 겨울 날씨에 모든분들께서 건강하시기를 좋은 추억 많이 만드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저도 대사님 책 열렬한 팬이 되겠습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ryra 올림
당신은 참 편안한 한국친구입니다. 한국이름도 가지시고 업무에서는 철저하시면서 한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으시니 이웃집 아주머니같은 주한미국대사입니다. 외교관이랍시고 너무 깔금하게 처진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사님은 무언지 모르게 푸근하네요 부디 건강하게 소임을 수행해주시기 바라겠습니다.,
운동 열심히 하시는것 같아서 정말로 좋아 보이십니다. 한국에 계시는동안 운동 많이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