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우리나라 노인들은 가난하다. 노인 4명 중 1명은 자살 충동을 느낀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40.4%(2020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호주는 22.6%, 미국은 22.8%(2021년), 일본은 20.0%(2018년), 영국(13.1%), 프랑스는 4.4%(2019년), 덴마크는 4.3%이다.
특히 고령가구의 3분의 1 이상이 혼자 사는데, 이들 독거 노인 10명 중 7명이 빈곤 상태에 있다
우리나라는 일을 하는 노인이 많다.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실질적 은퇴연령은 남녀 모두 75세 전후로 OECD국가 중 제일 높다. 노인 고용률이 34.9%(2021년 기준)로 OECD 회원국 중 1위다. 회원국 평균(15.0%)의 2배가 넘는다.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50% 이상이 일하고 싶어 하며 절반 이상이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일하고자 한다.
그러나 노인에게 돌아오는 일자리는 신용카드 배달원 등 ‘아르바이트성’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최저임금보다 적은 시간당 임금을 받은 근로자 중 45.5%(125만5000명)가 60세 이상이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55세 이상 취업자 중 37.1%는 고용이 불안정한 자영업자 등 비(非)임금 근로자, 27.8%는 임시·일용직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패널조사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50세의 노동시장 참가율은 97%, 월 평균 근로소득은 371만원인데, 75세의 경우에도 27%가 일하지만 근로소득은 139만원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으로 만들어내는 노인 일자리를 비판했던 윤석열 정부에서도 정부가 만들어 내는 세금일자리는 여전히 많다. 급속한 경제발전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수준의 사회보장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는 아직 시일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일하는 노인이 많고 그들 상당수가 비정규직인 상황은 앞으로도 일정 기간 지속될 것이다.
출산율이 0.81로 떨어진 저출산 사회의 도래와 함께 기대수명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는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다. 2022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17.5%인 901만 8000명이다. 2025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의 노동시장은 노인 일자리 정책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고령 근로자를 주된 일자리에 오래 머물도록 해야 한다. 고용패널조사 분석 연구에 따르면 고령 근로자들은 오랜 기간 일해 온 주된 일자리와 업종에서 벗어난 첫해 월 소득이 20% 이상 하락하고, 2년 뒤에는 약 35% 떨어진다. 근속과 나이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급 임금체계가 직무, 업적 중심으로 바뀌지 않고는 50대가 아니라 40대에도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상황을 막을 수 없다.
전국민 평생 학습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나라 성인들은 일단 노동시장에 진입한 이후에는 학습하지 않는다. 인적자본의 감가상각률이 OECD 회원국 중 제일 높다. 노동시장에 진입한 이후에도 연령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배우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노인들이 주된 일자리에서 일찍 밀려나지 않는다. 일부 학원가는 벌써 노인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정부가 미리 나서야 노인교육이 사교육의 식민지가 돼 버린 초·중등교육의 전철을 밟지 않게 된다.
법적 기준조차 명확하지 않은 노인 기준 연령의 전면적인 정비도 필요하다, 정부의 복지사업, 기초연금 등에서는 노인복지법상 65세가 노인연령으로 통용되지만 법정 정년은 60세이다. 노인연령 기준 정비는 사회보장체계의 발전 방향, 노동시장 개혁 등과 함께 추진돼야 할 필수 과제다.
[목멱칼럼]노인에게도 좋은 일자리가 필요하다 (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