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협동조합 진영의 과제
- 정재돈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이사장
해가 바뀔 때마다 여러 부문에서 10대 사건이나 뉴스를 선정해 한 해를 돌아보기도 합니다. 협동조합 부문에 있어도 지난 한 해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작년 협동조합 가치·역할 재확인
우선 세계 금융위기에 따라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협동조합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2010년 벽두에는 국제연합(UN)이 협동조합의 사회경제적 역할을 부각시키고 협동조합의 자율적인 설립과 성장을 도모하는 기회로 삼고자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정해 선포한 것이 국내에 보도되기 시작했습니다. ‘국제협동조합의 날’ 행사를 한국협동조합협의회가 대중적으로 열면서 협동조합의 가치와 여성조합원의 역할을 재확인했습니다. 또 농협중앙회 사업구조개편 즉 신경분리를 내용으로 하는 농협법 개정이 연중 핫 이슈가 되었고,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 개정돼 생협의 사업이 ‘조합원의 소비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구입·생산·가공해 공급하는 사업’으로 확대 됐습니다. 반면 세종대 측이 학내 복지사업을 대학생협 대신 공개 입찰을 통해 대기업에 위탁하려는 등 대학생협에 대한 대학 측의 상업주의 공세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공적자금 투입 10년을 맞은 수협중앙회에서는 협동조합의 정체성과 자율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공적자금을 조기에 상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또 신용협동조합 50주년을 맞은 신협중앙회는 ‘10년 내 자산 100조원, 조합원수 1000만 명, 상호금융권 고객만족도 1위 달성’이라는 장기 비전을 내걸었고, 자산 80조원을 넘어선 새마을금고연합회도 2014년까지 자산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습니다. 산림조합중앙회는 국내 최초로 사유림 국제산림인증(FSC)을 취득해 임산물의 미래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뜻 깊은 일은 국회 용역을 통해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논의가 촉발된 점입니다. 우리나라는 협동조합법이 8개의 개별법으로 돼 있고, 그에 의하지 않으면 노동자협동조합이건 주택 복지 교육 등 사회적협동조합이건 어떤 분야도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습니다. 다른 나라들처럼 협동조합 기본법 제정을 통해 다양한 협동조합 설립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하자는 것이 기본취지입니다.
농협법 개정 단일안 반영 결집해야
이처럼 지난해 협동조합 부문에선 여러 의미 있는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또 이를 이어가기 위해선 2011년 협동조합 진영의 과제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첫째는 농협 신경분리 문제입니다. 농협 창립 50주년이 되는 2011년은 신경분리 논의가 어떤 형태로든 마무리 되고 농협법 개정 여하에 따라 분리의 로드맵이 작성될 것입니다. 그간 경제 및 신용사업의 전문화 효율화라는 당초 목적보다는 중앙회 신용사업의 생존을 위한 신경분리라는 우려 속에서 중앙회 자산에 대한 회원조합의 소유권을 옳게 행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농민단체가 마련한 농협법 개정 단일안이 잘 반영되도록 힘을 모으는 게 중요합니다.
둘째, 개정된 생협법에 따라 올해 상반기에 생협전국연합회가 새롭게 출범하게 될 것입니다. 법적 보장아래 50만 생협조합원의 계통조직으로서 조합-연합회-전국연합회의 체계를 잘 세우는 것입니다.
협동조합협의회 강화로 협력 모색
셋째,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핵심공약으로 떠오른 친환경무상급식은 농협과 생협이 주목해야 할 과제이며 협동조합 간 협동이 필요한 일입니다. 학교급식은 품목과 물량과 단가가 사전에 정해져 사전계약에 의한 계획생산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공급규모 또한 빅3 대형소매점의 농산물 취급량보다 많습니다. 생협과 유기농생산조직과 농협의 생산·공급 컨소시엄을 통해 학교급식지원센터에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학교급식혁명, 식교육과 함께 부상하는 것이 로컬푸드운동입니다. 특히 농협은 지자체 협력사업을 통해 강력한 로컬푸드시스템을 구축해야합니다. 전업농의 생산물은 품목전국연합을 통해 시장을 공략하고, 전업농 이외의 조합원의 생산물을 로컬푸드로 공급하는 전략이 필요하겠습니다.
넷째, 협동조합 간 협동을 강화하는 일입니다. 지난해 배추파동에서 생협의 친환경 배추가 시중가와 관계없이 당초 계약가에 공급될 수 있었던 것은 조직된 생산과 조직된 소비의 상징적 사례입니다. 특히 농협은 그동안 소홀히 해 온 로컬푸드 및 유기농산물 직거래를 선도적으로 개척한 생협에게 적극적인 자매결연을 제안해야 합니다. 생협 물류센터까지 안전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은 제대로 하자면 농협의 몫입니다. 농협은 조직화된 소비주체와의 계약을 통한 안정적인 생산시스템 구축으로 자본의 시장 논리에 대항해야 합니다. 신협과 새마을금고가 지역사회 기여사업으로서 직거래운동을 활성화시킬 계기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공동육아협동조합, 의료협동조합 등 사회적 협동조합들도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고,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사회적 기업, 농식품부의 농어촌공동체회사, 행정안전부의 커뮤니티비즈니스 등 새로운 형태의 협동조합유형을 농촌사회에서 육성하려는 정책의지가 있으므로 기존의 협동조합들이 이런 변화된 여건 및 정책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요구됩니다. 이처럼 다른 협동조합들과의 협동을 시도하고 강화하기 위해서는 한국협동조합 전체의 발전을 위한 협력기구 역할이 절실합니다. 현재로서는 한국협동조합협의회의 강화가 필요합니다. 나아가 전체협동조합 협력기구는 향후 협동조합기본법 제정과 함께 법적 기구로 보장돼야 하겠습니다.
다섯째, 유엔UN이 정한 2012년 ‘세계협동조합의 해’를 잘 준비하기 위한 활동에 최대한 많은 협동조합 관계자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한국협동조합협의회에 참여하는 각 협동조합 중앙회 조직뿐만 아니라 한국협동조합학회를 비롯한 각 협동조합연구소, 학계, 현장 활동가, 협동조합 원로 등 모두가 힘을 모아 ‘세계 협동조합의 해’ 준비위원회를 협동조합 제1원칙에 따라 ‘개방적’으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선 ‘협동조합포럼’ 형식으로라도 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한국농어민신문 2011년1월14일자 (제230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