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문턱을 넘다 외2
연두빛
눈부신 봄을 지내고
태양빛
찬란했던 여름도 지나
이제는
은은한 가을에 선다
산다는 것이
살아 왔다는 것이
그저 숨만 쉬었던 것이 아니다
그 숨 하나 키우기위해
손도 발도 심지어 오장육부까지
색색의 피를 토했던 시간들
고요한
겨울로 가는 바람결이
진실로
남기를 바라며
품는다
숨 하나 하나를.
만남의 함수(函數)
태양의 날숨으로
사는 나무들의 숲에서
바람을 만난다
별의 춤사위가
쏟아지는 밤바다에서
윤슬을 건져낸다
땅은 마음을
온몸에 스케치하고
물은 그림자를
영혼에 조각하고
시간의 심장을 꺼내
우주로 날아오르자
존재의 만남이 다가온다
탄생의 서곡으로 시작된.
알렉스*를 만나다
이른 아침 눈을 뜨니
물방울 옷 입은 햇살이 먼저 인사한다
모자를 챙겨 쓰고
소설 ‘붉은 벽돌 집’**의 배경이 된
아나폴리스***의 Chick & Ruth’s Delly에서 크랩케익을 먹는다
멀지 않은 곳의 City Dock Bakery에서
아메리카 한 잔을 들고
은빛 물결을 바라보고 있는 알렉스의 동상 옆에 앉는다
그가 느꼈던 햇살과 바람을
그가 보았던 시간과 장소를
그가 품었던 세상과 사람을
천천히 커피 한 모금 넘기면서
그가 날마다 한 모금씩 넘겼을 삶을 생각한다
울컥 올라오는 뜨거운 덩어리
알렉스의 푸른 피, 붉은 눈물
오늘 나는
아나폴리스의 알렉스를 만나고 있다.
* 알렉스-Alex Haley(1921-1992) ‘뿌리’의 작가. Kunta Kinte 의 7대손
** 붉은 벽돌 집-최영숙의 장편소설
*** 아나폴리스-미국 Maryland주의 수도
[이송희 프로필]
‘미주아동문학’동시 등단/ ‘뿌리문학’시 등단/ 한국디카시인협회 시애틀지부장/ 미주한국문인협회 이사/ 서북미문인협회 이사/ 미주시조시인협회 회원.
수상:’문학공간’신인문학상/경희해외동포문학상/Famous Poets Poetry Contest 수상/ 황순원디카시공모전/ 대한민국통일예술제 문학대상/ 에피포도문학상 본상.
시집: 나비, 낙타를 만나다/ [동시집] 빵 굽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