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래봉들꽃기행] 보절중학교 학생들의 소감문 모음입니다 - 동방의별동규 올림

[동방의별동규]

1. 1학년 정윤원

오랜만에 산에 오르게 되었다. 가기 전에는 정말 설레어서 두근거렸는데 막상 출발할 때는 속아서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 하지만 올라가면서 보절 천황봉에서는 보지 못했던, 도감으로만 보아왔던 여러가지 야생화 - 등대풀, 얼레지, 꿩의바람꽃 등 - 들을 보게 되어 기뻤다. 나중에 인터넷카페 "지리산들꽃사랑연구회"에 들어가 보아야겠다. 그래서 우리고장 지리산에서 사는 야생화(들꽃)를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관심가지고 살펴보아야겠다. (오늘 지은 나의별명은? ; 애기괭이눈)


2. 1학년 최영신

나는 꽃을 아주 좋아한다. 하지만 꽃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다. 그래서 이번에 내가 지리산바래봉야생화 체험학습에 가게 되었다. 좋아는 하지만 잘 알지 못하는 꽃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 간 것이다.
바래봉에 오르면서 아주 많이는 아니지만 제법 꽃을 보았다. '얼레지, 큰괭이밥, 남산제비꽃, 층층나무, 생강나무' 등. 얼레지는 얼레지라는 이름같이 특이하게 생겼다. 이름도 생김새도 특히하였다. 층층나무는 말 그대로 가지마다 층층이 나 있다고 해서 층층나무라고 한다. 이 층층나무를 보고 나는 '나도 이 층층나무처럼 공부를 층층이 쌓아올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의 체험학습을 계기로 자연에 한발짝 다가가게 된 것 같아 좋았다. (오늘 지은 나의 별명은? ; 층층나무)


3. 1학년 최은수

바래봉에는 예전에도 오른 적이 있었다. 그때만큼 높이 오른 것은 아니지만 오랜만이어서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오늘은 정말 기분이 좋았다. 처음에는 바래봉이 아니라 보절천황봉에 간다고 했다가 얼레지꽃인가? 그런 꽃을 볼 수 있다고 해서 바래봉에 오게 된 것이었다.
처음에는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상까지 올라가서 경치를 살펴보고 정말 기분이 좋았다. 산에 오르는 기분이 이런 것이기 때문에 올라오는 것 같다.
얼레지꽃, 큰괭이밥 등의 꽃을 보았다. 생각나는 것은 많지 않지만 기회가 오면 또 가고 싶다. 꽃을 보기 위해서 왔지만 더 많은 걸 느끼고 볼 수 있어서 좋다. (오늘 지은 나의 별명은? ; 얼레지 )


4. 1학년 소원호

오랜만에 산에 올랐다. 그렇지만 오늘은 등산이 목적이 아니다. 우리는 꽃을 보러 갔다. 신기한 꽃들이 많이 있었다. 얼레지꽃과 큰괭이밥꽃이 기억에 남는다. 산에 올라서도 기쁘고 예쁜 꽃을 많이 보아서 기쁘다. (오늘 지은 나의 별명은? ; 얼레지)


5. 3학년 김가연

바래봉엔 파릇파릇 엄청나게 많은 풀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사정없이 밟아서 올랐더니 대뜸 혼나고, 그때부터 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선생님들한테 착 붙어서 사진 찍는 거 다 구경하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개울도 들춰보고, 이끼도 밟아보고, 낙엽도 쓸어보고, 꽃봉오리도 까보고...
김밥 두 줄 얼렁뚱땅 먹어버리고, 산에서 사정없이 내려오다가 물속에 발을 담갔는데 너무 차가워서 그냥 나왔다가 다시 길을 따라 내려가서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다. 왜 그리 바쁘게 내려왔는지. 한참 선생님을 기다렸다가 차에 타니까 슬금슬금 잠이 왔다.

세상엔 사람만 살아가는 게 아니란 걸 알았다. (오늘 지은 나의 별명은? ; 민들레)


6. 3학년 정진아

처음에는 갈까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가기로 맘을 먹었다. 17일 아침 산에 가는 가방을 챙기고 학교로 향했다. 차를 타고 운봉의 바래봉으로 가는데 많은 것을 보았다. 제일 신기했던 것은 말이다. 남원축산고(정식이름:한국경마축산고등학교)에서 말을 보았다. 흙색말이 많았다.
드디어 바래봉 도착. 등산을 시작했다. 한 시간쯤 큰 길로 걸어 올라가다가 한 줄로 서서 올라가는 험한 산길이 나왔다. 20분 정도 오르다가 가연이와 나는 꽃 하나를 발견했다. 선생님께서 '꿩의바람꽃'이라 하셨다. 하얀꽃이었다. 마음에 들었다. 아참! 그리고 큰 길에서 얼레지꽃을 보았는데 치마가 거꾸로 뒤집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버들나무, 층층나무도 보았다.

가연이와 나는 어떤 선생님을 졸졸 따라 다녔다. 올라가면서 오늘 처음 보는 하얀색 제비꽃을 보았다. 그게 바로 서울에서 처음 발견되어 남산제비꽃이라고 했다. 산 군데군데 예쁜 꽃들이
많이 있었다. 난 그 중에서도 꿩의바람꽃과 층층나무가 맘에 들었다. 특히 층층나무는 이름이 재미있다.
아무튼 정말 재미있었다. 다음에도 산에 꼭 올라가야겠다. (오늘 지은 나의 별명은? ; 생강나무)


7. 동방의별동규(교사)

오늘 바래봉에 가기를 참 잘 했다. 어여쁘게 바람난 처녀들을 그렇게 많이 만나고 왔으니 어이 아니 기쁘랴. 바로 얼레지꽃이다. 얼레지꽃은 내가 생애 최초로 지리산 천왕봉에 올랐던 1993년인가? 94년인가 처음 본 꽃이다. 그때 나는 이미 이 꽃에 매료 당했다. 그 뒤로 4, 5년 뒤에 바래봉에서 또 만났다. 정말 반가웠다. 오랜만에 애인을 만난 듯 기뻤다.
오늘은 그 얼레지를 엄청나게 많이 만났다. 이제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은 것이 많았지만 고혹적인 자태를 한껏 뽐내며 한들거리는 얼레지도 많았다. 꽃잎의 안쪽을 유심히 살피면 W자가 선명하다. 이것을 서양에서는 개이빨자국같다고 해서 '도그투쓰'라고 한다나! 상상력의 차원이 다르다. 우리는 얼레지의 꽃말을 '바람난처녀'라고 했는데 말이다.
내 아내와 딸과 아들도 함께 오른 가족 등반이기도 했고, 학생 여섯 명이 함께 오른 학교 행사이기도 했다. 좋으신 풀꽃님들을 많이 만나서 또한 행복했다. 끝까지 탈없이 잘 다녀와준 학생들과 나의 두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소상히 꽃 이름들과 풀 이름들, 나무 이름들까지 알려주고 특성을 설명해 주신 우리 카페 쥔장 붓꽃님, 버들피리를 만들어서 멋들어지게 연주를 해 주신 아루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오늘 본 풀꽃님들 - 얼레지, 꿩의바람꽃, 빗살현호색, 현호색, 애기괭이눈, 개별꽃, 앉은부채, 노루오줌, 고추나물, 달맞이뿌리잎, 호랑버들, 괴불나무꽃, 생강나무꽃, 남산제비꽃, 제비꽃, 양지꽃, 쑥부쟁이, 두릅순 등이다.

내려 올 때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근 일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 물이 정말 차갑고 깨끗했다. 발을 계속 담고 있을 수 없었다. 10초 버티기가 힘들었다. 발이 얼어 붙는 것 같은 짱짱한 차가움 - 정말 끝내 줬다. 온몸의 피로가 싹 가셨다.

이렇게 좋은 들꽃기행을 할 수 있는 바래봉이 가까이 있는 남원이 나는 좋다. 우리 바래봉이 언제까지나 야생초와 산야초의 안식처로 남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람의 손 같이 무서운 게 없다. 너도나도 한뿌리씩 캐가기 시작하면 얼마 안 가 바래봉에서 그 아름다운 얼레지나, 꿩의바람꽃 같은 꽃들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들꽃풀님들 모두 애쓰셨고요, 정말 행복했고 호강했습니다.

[동방의별동규]

꼭 읽어 주시고 꼬리말 많이 달아주세요. 저는 작년 4월 26일 탐사후기를 썼던 사람입니다. 글번호 59번, 제목은 '얼레지, 동의나물, 노랑제비꽃 들의 흥겨운 생명잔치'였습니다. 작년 그 시절의 느낌을 되살려 보실 분은 한번 더 읽어보셔도 좋을 듯!

[산님이]

야생초와 산야초의 안식처가 가까이 있는 곳에 사는 아이들은 복 받은 아이들이에요.

[붓꽃]

역시 동규님의 후기는 우리가 보고왔던 꽃을 다시금 생각케하는 현장감이 있어좋아요. 우리 아이들이 하나씩 알아가는 즐거움을 찾았으면 해요

[아루나]

"사람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었구나."라는 큰 깨달음을 얻은 보절중학교 학생에게 박수를......! 그 선생님에 그 제자!

[꽃잔디]

쌤~~윤원이예요...이걸 올리면 어케요!!!창피하자나여!!쌤 미워여..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