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이름 석 자가 야권 명망가의 입에, 종편 시사 프로그램에, 차기 대선후보군에 오르내리고 있다. 4.29재보선 패배에 따른 '문재인 퇴진론'이 '손학규 등판론'으로 점화되는 모양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지난 15일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에서 '문재인 이후'에 대한 고민이 '손학규 등판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팟캐스트 바로 듣기)
"문재인 대표가 사퇴한 이후 비노 세력을 대표해 전당대회에 나갈 사람이 누구냐를 생각해 전체를 규합할 수 있는 사람, 즉 '손학규 카드'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쑤시개> 고정 패널인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도 "당내에 친노 세력과 붙어 경쟁력을 가질 사람이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전 상임고문밖에 없다는 인식이 깔렸다"며 현 세력인 '친노(親盧)'와 후일을 도모하고 있는 '비노(非盧)' 간 주도권 싸움이 '손학규 복귀설 및 등판론'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훈 스포츠평론가는 그러나 △정계 복귀 명분이 없다는 점 △새정치연합 내 세력이 빈약하는 점 △경기도 출신으로 대권의 동력이 될 호남 지역세가 없다는 점을 들어, 복귀 후 대권 가능성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문재인 쇄신안',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이철희 : 문재인 대표의 '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 전문을 봤는데, 별로 좋은 메시지는 아니다. 읽어 보면, 본인이 화가 났다는 사실이 군데군데 드러난다.
(☞ 문재인 "흔들기 도 넘었다" 비노계에 '폭발')
김윤철 : 최고위원 회의 때 의원 간 막말에 노래까지. 그런 거 보면 화나지.
이철희 : 문재인 대표가 선거 패배에 책임지고 사퇴할 일은 아니다. 작은 선거든 큰 선거든 지고 나면 무조건 사퇴하는 게, 지금까지 민주당이 해온 방식이었다. 그런데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당 대표 사퇴가 능사는 아니다. 국회의원 4석짜리 선거에서 졌다고 나가라고 하면, 버텨낼 사람이 없다.
문 대표가 2016년 총선 승리를 위해 당을 어떤 방안으로 끌고 갈 것인지, 안(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쇄신안이 없다. 이 상태에서 화를 내면 낼수록 상대방 패에 말린다. 그러면 안 된다. (비노 세력이) 문 대표를 흔들 생각으로, 당내 대결 구도를 짜는 것 또한 굉장히 위험하다. 대신 이쯤에서 (호흡을 가다듬고) 문 대표가 어떤 안을 내놓을지 지켜봐야 한다.
김윤철 : 문 대표가 원탁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마저 긍정적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참 어렵다.(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지난 17일 '초계파 혁신기구'를 출범시켜 6월 중 쇄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편집자)
(☞ 새정치, '혁신기구' 출범해 6월 중 쇄신안 마련키로)
이종훈 : 당 쇄신안이라고 하면, 충격요법을 받은 듯 다급해 보여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없다.
김윤철 : '저렇게까지 하는구나. 이를 악 물었구나' 같은 느낌을 줄 만한 내용이 없다. 원탁회의 식 쇄신 모임은 지난해 9월 문희상 비대위원장 시절 계파 모임(친노-문재인, 구(舊) 민주계-박지원, 민평련계(김근태계)-인재근, 당 대표 출신 정세균, 당연직 박영선 원내대표)처럼 다시 모여 어떻게 해보자는 미온적 수습안이다.
이철희 : 원탁회의는 좀 부정적이다. 계파 수장들끼리 모인 부족장 연합회의처럼 원탁회의를 운영하는 건 좋지 않다. '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 있던 '기득권 유지'를 확인시켜주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방식은 아니다.
(☞ [전문] 문재인 "패권 추구 도려내겠다")
여기저기서 문제제기를 했으면, '이제는 기다리겠다. 안을 제시하라'는 정도는 가능한 일 아닌가. 이후 안이 도출되면 다시 토론하고 논쟁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는 당 대표가 분명한 리더십을 발휘하느냐다.
김윤철 : 4.29재보선이 끝나고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사실 '좀 기다려 달라'는 등의 중간 메시지가 나와야 하는데, (오히려 세력 간 갈등을 부추기는) 글이 나왔다. 게다가 당을 진정시키는 방향도 아니다. 그렇다고, '비노'가 '우리가 현명하게 참아 봅시다'라고 할 사람들도 아니고….
이철희 : 참으라는 게 아니라, 기다려 보라는 것이다. (문 대표에게) 사태를 수습할 기회를 줘야 한다.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합법적인 지도부다. 그걸 존중할 필요가 있다. 구실이 생겼다고 끌어내리듯 (물고 늘어지는 것은) 좋은 방식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