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이름 찾아 떠나는 맛기행<20>
짬뽕
2018년 2월 21일 서울 서교동의 중식당 ‘진진가연’에서 ‘동아시아 짬뽕을 말하다’란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는 기사가 조선일보(2018. 2. 26)에 실렸다. 세미나의 결론은 일본 규슈의 항구도시 나가사키(長崎)에서 건너온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었다. 1899년 나가사키 중식당 ‘시카이로(四海樓)’ 창업자 천핑순(陳平順)이 중국 유학생들을 위해 돼지 뼈 육수로 싸고 푸짐한 면음식을 만든 것이 오늘날의 짬뽕이라고 한다.
유학생들이 먹을 값싸면서도 푸짐한 음식이 없을까 고민하던 천핑순은 해물, 채소 등 다른 요리를 만들고 남은 재료들을 웍(중국식 냄비)에 쓸어 넣고 볶았다. 그리고 쓸모없는 닭뼈와 돼지 잡뼈 등을 우린 국물을 더하고 국수를 말았다. 짬뽕의 탄생이다. 1905년 나가사키 지역 신문에 짬뽕이 처음 소개되면서부터 나가사키 중국집들에 짬뽕이 많이 팔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은 나가사키 1100여 개 식당에서 짬뽕을 팔고 있다고 한다. 도쿄 이북에서는 짬뽕을 모르는 이들이 많을 만큼 짬뽕은 나가사키 사람들만의 향토음식이라고 했다.
짬뽕은 적어도 1960년대에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보는데, 돼지 뼈 육수가 한국인 입맛에 맞지 않았기 때문에 큰 인기는 없었다고 했다. 짬뽕이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은 1970년대 초반으로 추정된다. 처음에는 가느다란 실고추를 고명으로 얹어 내다가, 어떤 요리사가 매운 맛을 내려고 고추를 국물에 넣은 게 좋은 반응을 얻으며 매워졌다고 했다. 마른 고추를 기름에 볶다 육수를 부어 국물을 낸 고추짬뽕이 먼저 나왔고, 고춧가루를 사용하면서 붉은 빛과 강렬한 매운 맛을 갖게 됐다. 육수 재료도 돼지 뼈보다 가벼운 맛을 내는 해산물을 사용하면서 ‘원조’인 나가사키짬뽕과 확연히 달라졌다고 한다.(이상 조선일보 기사 참조)
9세기 말 일본과 한국에서 음식점을 하며 상권을 형성한 화교들은 대개 중국 남방 출신들이었다. 나가사키 중식당 ‘시카이로(四海樓)’ 창업자 천핑순은 푸젠(福建)성 출신이었다. 이들은 1910년 일제의 강제 병합으로 조선과 일본이 같은 정치경제적 영역으로 포섭되면서 서로 긴밀한 관계를 가지게 됐다. 당시 나가사키는 부산과 상해를 오가는 연락선이 출항하는 해운교통의 중심지였다. 그래서 나가사키 향토음식으로 자리매김한 ‘잔폰(ちやんぼん)’이 한국의 ‘짬뽕’이 될 수 있었다. 시카이로 개업 당시는 ‘잔폰’이란 이름이 아니라 중국 우동이란 뜻으로 ‘시나우동’이라 했는데, 1910년대에 와서 ‘섞는다’는 뜻의 ‘잔폰’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고기와 해물 등 육해공(陸海空)의 재료가 모두 섞여 있어 ‘잔폰’이라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유래설로, 밥을 먹는다는 뜻의 중국어 ‘츠판(吃飯)’이 푸젠지역 발음으로 ‘차폰’ 혹은 ‘’소폰‘인데 일본인들이 중국인들의 인사말인 ‘차폰’을 흉내 낸 것이 음식 이름으로 정착했다는 것이다. 한·중·일 세 나라의 음식문화와 역사에 대해 쓴 <차폰, 잔폰, 짬뽕>의 저자 주영하 교수는 “일본어 ‘잔폰(ちやんぼん)’과 같은 뜻으로 사용되는 말로, 한국어 ‘짬뽕’, 말레이어 ‘짠폰’, 베트남어 ‘짠폰’, 대만 원주민인 고산족 언어의 ‘짠뽄’이 있는데, 이 말들이 사용되는 지역은 1930년대 이후 일본 군국주의가 침략한 지역이거나 식민통치를 경험한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일본어 ‘잔폰’이 군국주의와 함께 이들 지역에 침투한 것이 아닐까 한다.”고 추정했다.
<강릉 교동짬뽕>
어느 때부터인가 ‘전국 몇 대 짬뽕’ 같은 말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평창 동해루와 더불어 ‘전국 5대 짬뽕’ 반열에 이름을 올리는 곳이 강릉의 교동짬뽕이다. 강릉 시내의 ‘원조강릉교동반점본점(033-646-3833)’의 오로지 짬뽕면밥(각 8,000원)과 군만두(7,000원) 만을 낸다. 그나마 토요일은 오로지 짬뽕과 군만두만 되지만 문 여는 시간인 오전 10시부터 자리가 가득 차기 일쑤다. 전국에 교동짬뽕 체인점이 여럿 생겼지만 본점 고유의 맛이 있다는 것이 식도락가들의 평가다.
해산물이 많은 강릉이다 보니 보통 중식당의 짬뽕도 도시의 삼선짬뽕과 다름없다. 경포대 횟집 센터 뒤편의 ‘경포중국집(033-643-1614)’과 이웃한 ‘건빵루(033-644-5533)’는 알음알음 찾는 이들이 많은 숨은 짬뽕 맛집이다. 홍합과 오징어 등의 해산물이 가득한 해물짬뽕(6,000원)과 엄청 매운 불짬뽕(7,000원)이 대표 메뉴다.(<월간 山> ‘평창올림픽 특집/ 맛 기행’에서)
<부산 복성반점>
백종원의 3대 천왕에 짬뽕 명인으로 나온 곳이다. 이미 부산에서는 3대천왕 나오기 전부터 부산 3대 짬뽕으로 줄 서서 먹는 곳이었다.(051-291-7834. 부산시 사하구 하단1동 605-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