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함에 이르면 온갖 선 충족되나니 (造極萬善足)
·················································································· 서하 이민서 선생
동짓날 옥당의 동료에게 부쳐 보이다 두수 [至日 寄示玉堂僚友 二首〕
박(剝)과 복(復)은 서로 옮겨 가고 / 剝復互推移
음(陰)과 양(陽)은 본래 처음 없으니 / 陰陽本無初
이로부터 알겠네 돌아가 굽혔다가 / 從知反而屈
다시 성대하게 불어오는 것을 / 轉作盎然噓
뜻있는 선비는 시절의 변화 보고 / 志士觀時化
사물에 감응해 탄식하나니 / 感物爲欷歔
치란(治亂)은 언제나 있지만 / 治亂雖常數
성인(聖人)은 헛되이 살지 않는다네 / 聖人生不虛
자신을 새롭게 하고 백성 새롭게 하는 일 / 自新與新民
이를 행하면 여유가 있으리니 / 爲之則有餘
바라건대 자네들은 계옥(啓沃) 힘써 / 願子勤啓沃
조정에 훌륭한 말 올리시게 / 昌言獻玉除
이(二)
강(剛)이 돌아오는 절기에는 / 時當剛反節
불원복(不遠復)의 뜻 취하니 / 義取不遠復
새로 알았으면 반성할 수 있고 / 新知可抽省
옛 허물은 마땅히 고쳐야 하네 / 舊過當按伏
단서 구함은 한 생각에서 시작되고 / 求端一念始
지극함에 이르면 온갖 선(善) 충족되나니 / 造極萬善足
천하가 무엇을 생각하겠는가 / 天下何思慮
사람에겐 절로 욕심 있다네 / 人心自有欲
극기복례(克己復禮)를 / 克己而復禮
선현(先賢)들은 힘썼으니 / 前脩以爲勖
번거롭게 한다고 그대들은 혐의(嫌疑)하지 말게 / 願子勿嫌瀆
‘시경’의 뜻에서 자주 경계 했다네 / 詩義頻戒告
<출처 : 서하집(西河集) 제1권 오언고시(五言古詩)>
[주-1] 박(剝)과 …… 가고 :
〈박〉과 〈복〉은 《주역》의 괘(卦) 이름이다. 〈박괘〉는 음(陰)이 성하고 양(陽)이 다하는 괘인데, 다시 〈복괘〉로 순환된다. 〈복〉은 음이 극성(極盛)한 중에 다시 밑에서 일양(一陽)이 나는 괘인데, 이것은 동지(冬至)에 해당되는 것이다.
[주-2] 음과 …… 없으니 :
음과 양이 계속 순환함을 말한 것이다. 《朱子語類 卷94 周子之書 太極圖》
[주-3] 계옥(啓沃) :
선도(善道)를 개진하여 임금을 인도하고 보좌한다는 뜻이다. 《서경》 〈열명(說命)〉에, 은(殷)나라 고종(高宗)이 부열(傅說)에게 “그대의 마음을 열어 나의 마음을 적셔라.[啓乃心, 沃朕心.]”라고 하였다.
[주-4] 강(剛)이 돌아오는 절기 :
동지(冬至)가 되었음을 가리킨다. 《주역》 〈복괘(復卦) 단(彖)〉에 “복(復)이 형통함은 강이 돌아오기 때문이다.[復亨, 剛反.]”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주-5] 불원복(不遠復)의 뜻 취하니 :
멀리 가지 않고 되돌아온다는 뜻으로, 잘못을 깨닫고서 금세 바른길로 들어서는 것을 말한다. 《주역》 〈복괘 초구(初九)〉에 “멀리 가지 않고서 되돌아오니, 후회하는 일이 없을 것이요, 크게 좋을 것이다.[不遠復, 无祗悔, 元吉.]” 하였는데, 정이(程頤)의 전(傳)에 “복은 양(陽)이 돌아와서 회복함이니, 양은 군자(君子)의 도(道)이므로 복은 선(善)으로 돌아오는 뜻이 된다. 초(初)는 양강(陽剛)이 와서 회복하여 괘의 초(初)에 처하였으니, 돌아오기를 가장 먼저 한 자이니, 이는 멀리 가지 않고 돌아온 것이다.” 하였다.
[주-6] 천하가 무엇을 생각하겠는가 :
《주역》 〈계사전 하(繫辭傳下)〉에 보이는 말로 “천하가 무엇을 생각하며 무엇을 생각하겠는가. 천하가 돌아감은 같으나 길은 다르며 이치는 하나이나 생각은 백 가지이니, 천하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생각하겠는가.[天下何思何慮? 天下同歸而殊塗, 一致而百慮, 天下何思何慮?]”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주-7] 극기복례(克己復禮) :
자기의 사욕을 극복하고 천리(天理)를 회복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論語 顔淵》
ⓒ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ㆍ한국고전문화연구원 | 황교은 유영봉 장성덕 (공역) |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