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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06
S#36. 도깨비 집/ 식당 (밤)
도깨비, 저승이 멈춘 시간 탁 풀면, 멈춘 시곗바늘 틱틱 돌아가고...
덕화 : (뭐라 말하려는데 입에 빵 가득, !!! 이거 뭐지? 이거 뭐야 멘붕인데)
저승 : (목소리 쫙 깔고) 여보세요.
S#37. 치킨 집 (밤) (구5부)
써니 : 전화를.. 할 줄 아네요? 못하는 줄. 아니면 손가락 부러졌거나.
저승F : 배웠습니다. 손가락은 안 부러졌구요. 걱정 감사합니다.
써니 : 허.. 제 번호가 거기 있긴 있었네요?
/저승 : 네. 번호분 여기 잘..
써니 : 기다렸어요. 연락.
/저승 : 아, 네.
써니 : ??
/저승 : (그저 가만히..)
써니 : (뭐 이런!) 아, 네. 다음에 뭐 더 없어요? 하실 말씀 더 있지 않나요?
저승F : 예를 들면..
써니 : 아침, 점심, 저녁 중 언제 만나야 제일 편하겠냐. 뭐 그런 거?
저승F : 아침 점심 저녁 중 언제가 편하시죠?
써니 : 아침에 만나서 저녁에 헤어지는 게 저는 제일 편하죠.
S#38. 도깨비 집 앞 (다른 날 낮)
화려한 옷차림의 덕화, 뒤로는 저승 걸어 나오며 선글라스 쓴다.
저승, 최고급 수트 차려 입고 한껏 멋 냈다.
저승 : 인간처럼 보여야 하니 걸어가자.
덕화 : (띠딕- 리모컨 눌러 차문 열고는) 타시죠. 인간이면 인천까지 걸어서 못 갑니다.
저승 : 아..
S#39. 카페 (낮)
써니와 써니 친구(메이크업 하는 친구) 먼저 나와 앉아있다.
친구 : 근데 나 같이 나와도 되는 거야?
써니 : 그쪽 보고도 친구랑 나오랬어. 남자는 원래 친구랑 있을 때의 모습을 봐야 돼. 서로 말 못 맞추고 실수하거든.
그 실수가 바로 그 남자의 본 모습이지.
친구 : (건성으로 끄덕하며, 창밖의 누군가 보며) 실수해도 좋으니 저런 남자들 만나봤으면 좋겠다.
써니, 보면 창밖으로 덕화의 차에서 내리는 저승과 덕화고..
친구 : 저런 남자들은 어떤 여자 만날까? 차에 옷에 시계에 얼굴까지. 어떤 년은 좋겠다.
써니 : (피식) 어. 좋아.
친구 : ?
S#39-1. 도깨비 집/ 테라스 (낮)
NEW5부 엔딩에 이어..
도깨비 : !!.. (보다가) 맞아.
은탁 : !!..
도깨비 : 살아남기 바쁜 생이었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벌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 검이 그 벌이다. 근데 구백년 벌 받았으면 많이 받은 거 아닐까.
은탁 : (보다가)
도깨비 : ...
은탁 : 아니에요. 벌일 리 없어요.
도깨비 : !!
은탁 : 신께서 그런 사람한테 그런 능력을 줬을 리가 없잖아요.
도깨비 : ..!
은탁 : 진짜 나쁜 사람이었으면 도깨비 신부가 검을 뽑게 했을 리가 없어요. 도깨비 신부 존재 자체가 벌이 아니란 거예요.
도깨비 !! 눈물 툭..
은탁 : (손 가져가 슥 닦아주고) 울지 마세요.. 아 왕 너무 나쁘다.. 아저씨 불쌍해 엉엉..
도깨비 : .. (슬프게) 그러니까 이제 나 좀 예뻐지게 해주면 안 될까.
은탁 : 900년이나 갈망했으면 진짜 엄청 절실했겠네요..? 간절했겠네요?
도깨비 : (끄덕)
은탁 : 엉엉.. 근데요 아저씨 저 검 안 빼줄 거예요.
도깨비 : 응????
은탁 : 슬퍼서 일단 울긴 하는데 자꾸 맨입으로 그러시면 어떡해요..
도깨비 : ???????????
은탁 : 어디 사연팔이를 엉엉.. 불쌍하긴 하다.. (핸드폰 알람) 저 알바갈 시간이에요..
그 동안 잘 생각해보세요 제가 뭘 원할지.. (가는데)
도깨비 : 니가 원하는 게 뭔데. 돈, 집, 보석 그런 거?
은탁 : 그걸..까요?
도깨비 : 그럼 사랑 그런 거?
은탁 : 보석 가득한 집을 돈으로 사서 사랑을 담아주실 생각은 못하시는 거에요..?
도깨비 : (띵) 가. 알바 가. 빨리 가.
은탁 : 바보. 난 이미 말했는데. 무신이시라 그런지 기억력은 별로신가 봐요.
도깨비 : 알바 가라고.
S#39-2.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낮)
도깨비 방 일각에 우두커니...
도깨비 : 그 아이는 대체.. 어찌 그 슬픈 와중에 그런 결론까지 갔을까..
/은탁 : 제가 이 집에 사는 동안은 (도깨비 깊게 보며) 부디 행복해 주세요.
도깨비 : ..원하는 게 만약 그거라면.. 퍽 난감하군. (쓸쓸한 얼굴인데...)
S#39-3. 카페 (낮)
마주 앉은 네 남녀. 친구, 긴장해 굳어 있다.
써니 : 이 친구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예요. 저는 자영업. 같이 오신 친구 분은 실례지만 직업이 어떻게 되시죠?
덕화 : 친구 아니고 한참 동생이고 직업은 재벌 3셉니다. 그래서 벌 받나 봐요. 당신이라는 벌.
(명함 탁 꺼내 내밀며) 유덕화입니다.
써니 : (미친..)
친구 : (떨떠름하게 명함 받고) 아.. 네..
써니 : (저승에게) 그쪽은요? 그쪽은 무슨 일 하세요?
저승 : !!.... (말 못하는데)
써니 : 직업이.. 없어요?
저승 : 일종의 서비스직.. 업무 특성상 자세한 건 좀.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써니 : (이 남자 뭐지?) 아. 그럼, 오늘은 이름 있어요?
저승 : 김, 우, 빈.
덕화 : (헐..!!! 결국..!!!)
친구 : (써니에게 귓속말) 서비스직이라더니 웨이턴가 봐.
써니 : 다 들려 기집애야. (하고) 명함 있어요? 주세요. 놀러 갈게요.
저승 : (!!) 아 명함.. 매번 뭐가 있어야 하는군요. 다음엔 뭐가 필요한지 알려주시면,
친구E : 어!!
써니 : 왜.
친구, 사색돼서 핸드폰 뒤집어 써니에게 화면 보여준다.
검색 사이트에 ‘천우그룹 유덕화’ 로 검색한 결과 보이는데. 가장 크게 보이는 글자 ‘천우그룹 3세 유덕화 파파라치’다.
그 아래로, 사진들 주르륵 떠있고.
/설렁탕집에서 찍힌 사진. 도깨비는 뒷모습이고 덕화, 핸드폰으로 전화하고 있다.
/호텔 앞에서 찍힌 사진. 유회장 차 떠나고 있고
/치킨 집 건너편에서 김비서와 찍힌 사진.
써니 : (!!) 진짜 재벌이었어요?
덕화 : 네. 태어나 보니 그렇더군요.
친구 : (사진 보여주며) 후계자 수업 받는 모습인가 봐. (호들갑) 어머, 설렁탕 드셔. 입맛 소탈하신 거 봐.
써니 : 제가 몰라 뵀네요. 돈 많은데 키 크고 어리고 잘생긴 건 판타지에서나 봐서. 전 써니라고 해요. 이름 너무 멋져요. 유덕화.
저승 : (이글이글)
덕화E : 써니씨두요. 멋져요 이름.
써니 : 센스 있으셔라. 한 번에 딱딱 알아들으시네요?
써니의 관심이 온통 덕화에게 쏠리자 저승, 스멀스멀 검은 기운 내뿜는데.. 테이블 주변이 점점 어둑해지고.
친구 : 근데 여기 왠지 좀 어두워지지 않았어요?
덕화 : (저승사자 째려보면)
저승 : (덕화에게) 먼저 갈게.
덕화 : 그러세요.
저승 : 라고 해.
덕화 : (최면 걸려 시키는 대로) 먼저 갈게요. (일어서서 카페 나가고)
저승 : (친구에게) 그쪽 분도.
친구 : (역시 시키는 대로) 먼저 갈게. (일어서서 카페 나가고)
저승 : (써니에게) 방금 제가 한 건 잊으시고.
써니 : (묘한 눈으로 있다가 퍼뜩 깨서, 어?) 다들 어디 갔어요?
저승 : 바쁜 일 있어서 먼저들 가신다고..
써니 : 뭐 어쨌길래 둘 다 가지? 쟤 원래 저런 애 아닌데?
저승 : 글쎄요. 저는 전혀.. 아, 그것보다.. (주머니에서 반지 꺼내 슥 밀며) 이거 드릴게요.
써니 : 괜찮아요.
저승 : 먼저 집으셨잖아요.
써니 : 돈은 우빈씨가 냈잖아요.
저승 : 잘 어울리시잖아요.
써니 : 알았어요. 받아 둘게요. (반지 집으며) 반지 받았으니까 번호 알려주실래요?
저승 : 제 번호 아까 전화 드린 그 번호가,
써니 : 아니 우빈씨 말고 재벌 3세분. 친구가 명함을 가져가버려서 연락처를 모르는데 걔한테 묻긴 좀 그렇고.
그 분이 진짜 천우그룹 유덕화면 제 주님이시거든요.
저승 : (??) 주님..이요?
써니 : 건물주님. 그니까 번호 좀요. 제가 할 말이 좀 많아서.
저승 : (끙..) 잠시만요. (핸드폰 꺼내 서툴게 전화번호 뒤지는데)
써니 : (답답해서) 줘보세요. 제가 하는 게 빠를, (핸드폰 뺏으려 손 확 내밀면)
저승 : !!! (써니와 손 닿을까봐 놀라 핸드폰 던지듯 놓아버리고)
써니 : (?!) 지금 던지신 거예요? 도와주겠다는 사람한테?
저승 : 그저 당황해서.. 고맙습니다.
써니 : 알겠어요. (핸드폰 들어서) 패턴 뭐예요? 아님 비번?
저승 : 없는데 그런 거.
써니 : 매번 뭐가 많이 없으시네요?
써니, 그대로 저승 핸드폰 전화번호부 들어가 보면 달랑 번호 4개 떠 있다. ‘덕화, 도깨비, 도깨비신부, 선희 아니고 써니.’
자기 이름 해놓은 거 보고 픽 웃는 써니.
써니 : 도깨비 내외랑 아는 사이신가 봐요?
저승 : 예.. 뭐.. 본의 아니게.
써니 : 이 도깨비는 업종이 뭐예요? 요식업? 내가 아는 도깨비는 떡집인데.
저승 : 아 제가 아는 도깨비는, 그냥 업이 많아요.
써니 : 하하하. 진짜 이상한 사람이야.
저승, 써니의 미소에, 눈을 못 떼는데.. 자꾸 눈물이 날 것 같고..
S#39-4. 도깨비 집/ 거실 (낮)
은탁이 처음 검 보인다고 했을 때처럼 약 털어 넣는 도깨비.
S#39-5. 도깨비 집/ 테라스 (낮)
커피 한 잔 놓고 앉아 하염없이 창밖만 보는 도깨비.
그때, 옆에 턱 앉는 누군가, 저승이다. 손엔 캔 맥주 들려있다.
저승 : (캔 따며) 인간의 약이 듣긴 하는 거야? 배부르라고 먹는 건 아니지?
도깨비 : (창밖만) 잘 만났냐? 뭐래?
저승 : 뭐가 많이 없잖아 나는. 이상한 사람이래.
도깨비 : (창밖만) 잘 속였네. 사람 아닌데.
저승 : (끙) 조증이야 울증이야.
도깨비 : (창밖만) 통증이야.
저승 : (보면)
-1 플래시 백
/도깨비 : 넌 그저 원칙을 어기고 인간의 생사에 관여해서 생긴 부작용 같은 거니까.
/도깨비 : 그냥 원래 명대로 죽는 방법도 있어.
/도깨비 : 그게 필요하면 그것까지 하고. 사랑해.
-2 다시 현재
도깨비 : 내입이 뱉은 말들이 다 다시 내게 돌아와. 인간의 생사에 관여한 부작용이 너무 크다....
저승 : (보다가) 한쪽으로 결정을 해. 밉보일지 잘 보일지.
도깨비 : (절레절레) 이미 얕보였어.
저승 : 열아홉살한테? 구백삼십구살이?
도깨비 : 울더라? 그래서 나 기대했잖아. 근데 안 빼주겠데. 능멸 당했어. 아니 지만 울었어?
저승 : 너 울었어?
도깨비 : !!!
저승 : 울면 어떡해! 여잔 틱틱 거리고 눈 안마주치는 남자 좋아해.
도깨비 : 넌 그러고 왔어?
저승 : !!!
S#40. 치킨 집 (밤)
반지 낀 예쁜 손가락, 조명에 반짝인다. 일각에 앉아 반지 껴본 써니다.
써니 : 음 역시 예뻐. 내 게 맞아.
은탁, 마른걸레로 테이블 닦으며 써니 테이블로 점점 오며,
은탁 : 반지 사셨어요?
써니 : 아니. 남자가 줬어. 그, 남, 자.
은탁 : 헐 그 육교 그 남자요? 만나셨어요? 언제요? 어때요?
써니 : (손 쭉 뻗어 반지 보며) 여전히 잘생겼고 여전히 이상하지.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얼굴 보면 자꾸 까먹어.
은탁 : 근데 이거 되게 오래된 반지 같아요.
하는데 어느새 은탁 등 뒤에 와 서 있는 귀신들.
복수귀신 : 한땐 나도 받았었지 반지.. 그 새끼에게.. 복수를! 피의 복수를..!
할매귀신 : 귀신에도 위아래가 있다 아이가. 내 먼저 좀 하자. 아이고오 내 새끼 불쌍해서 우야노..
캐서 말인데.. 도깨비한테 로또 번호 좀 물봐도. 으이?
은탁 : (모른 척 귓등으로도 안 듣는데)
할매귀신 : 니 고시원 가 부탁은 들어줬다매. 로또 번호 알아내갖고 내 알려주고 니도 한 장 사고 하믄 좋을낀데. 으이?
은탁 : !!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눈 반짝하는데!)
S#41. 도깨비 집/ 거실 (밤)
은탁, “다녀왔습니다~” 하고 신나서 들어오는데,
식당에서 커피 들고 나오던 도깨비, 삐져서 은탁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소파에 앉는다.
은탁, 쪼르르 도깨비 옆에 앉으며,
은탁 : 아저씨 그거 알아요? 아저씨는 늘 그 자체만으로 귀감이 된다는 거?
도깨비 : (흥! 그저 커피만 마시는)
은탁 : (소파 언저리에 있는 책 끌어다 놓고) 항상 책을 가까이에 하시는 모습 너무 멋있어요. 나도 본받아야지. (아부 시작하는데)
도깨비 : (치! 커피 잔 내려놓으면)
은탁 : (도깨비 다른 손목 가리키며) 우와 아저씬 어쩜 시계 하나에도 우주를 담아요? 예술이 아저씨 손목에 앉았네요.
도깨비 : (피! 괜히 시계 찬 손으로 커피 마시고)
은탁 :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아저씨 혹시 이번 주 로또 당첨 번호 아세요?
도깨비 : 니가 로또 번호가 왜 필요해.
은탁 : (괜히 시선 떨구며) 로또 번호만 알면 딱 검 뺄 시간이 날 것도 같아서,
도깨비E : 1, 8, 9, 15, 23, 35.
은탁 : (떨군 시선 속에서 씨익 사악하게 웃고)
S#42. 길거리 (다른 날 낮)
은탁, 할매귀신에게 속닥속닥 귓속말 하고 있다.
할매귀신, 고개 끄덕끄덕하며 듣다가 “고맙데이.”하며 휙 사라지고.
은탁, 뿌듯해서 미소 짓는데, 등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도깨비!
은탁 : 깜짝이야! 지금 저 미행하신 거예요?
도깨비 : 추적한 거야. 너 이거 천기누설이야.
은탁 : 저 할머닌 괜찮아요. 엄청 착하게 살았어서 이 정도 복은 받아도 돼요.
도깨비 : 귀신이 로또 번호는 알아 뭐한다고.
은탁 : 자식들 꿈에 나타나서 얘기해줄 거래요. 그럼 전 도서관. 수능이 얼마 안 남아서. (도망가고)
도깨비, 미심쩍은 표정으로 가는 은탁 보고 있다.
S#43. 편의점 (낮)
은탁, 주변 살피며 로또종이 들고 카운터로 간다.
은탁 : (은밀하게 내밀며) 열장이요.
주인 : 미성년자는 로또 못사는데.
은탁 : 네? 그런 법이 어딨어요!
주인 : 그런 법이 분명 있어요. 학생.
Cut to. (낮)
은탁, 가발에 사복까지 차려입었다. 카운터에 로또종이 내밀며,
은탁 : (콧소리로) 열장이요.
주인 : 신분증이요.
은탁 : 아놔..
Cut to. (밤)
편의점 벽에 걸린 전자시계, PM 7:53 SAT 표시하고 있고, 편의점 내에는 TV 켜져 있다.
로또종이 들고 마치 선심 써서 얘기해준다는 듯,
은탁 : 아저씨. 하.. 이건 진짜 비밀인데요. 지금 이게 너무 큰 건이니까 말씀 드리는 거예요.
(소곤) 세상에는 수호신이란 게 있는데요. 이게 지금 아저씨 인생에 수호신이 머무는 순간이라니까요? 믿으셔야 돼요.
(주변 경계하며) 사실 이게 오늘 로또 1등 번호거든요. 제가 돈 낼 테니까 아저씨가 사셔서 딱 반 띵. 네?
S#44. 편의점 앞 (밤)
“나가!” 소리와 함께 문 밖으로 쫓겨나는 은탁.
“아, 진짠데...”하며 유리창에 매달려 있는데, 헉! 유리창에 뒤에 서 있는 도깨비 비친 것이다.
도깨비 : 여기가 도서관이냐?
은탁 : 여기가 도서관 가는 길에 마지막 슈퍼라서 우유라도 사먹으려고 들린 건데요?
도깨비 : 우유 안 사먹고 로또 사던데?
은탁 : 뭘 맨날 다 알지 이 냥반은? 그래요. 그 애를 썼는데 못 샀어요. 됐어요? 할머니 아들은 샀는지 모르겠네.
도깨비 : 못 샀어. 잠 잘 시간도 없이 일하느라 꿈을 못 꿨지.
은탁 : 그럼 어떡해요! 잠을 재웠어야죠! 올해 농사가 잘 안됐단 말이에요. 서울에만 비가 와서 서울에만!
도깨비 : 모든 비를 내가 내리는 건 아니야. 절대적인 힘에는 예의가 필요한 거고.
은탁 : 아 뭔 소리신데요!
도깨비 : 이번 주는 일등이 안 나와서 다음 주로 금액이 이월된단 얘기야.
은탁 : 그니까 그게 뭔 소리냐구요.
도깨비 : 정직하고 선한 부부였다. 아주 이상한 꿈을 꾸겠지. “수호신이 한 턱 쏩니다.”
은탁 : 진짜요? 다음 주에 맞게 해 줄 거예요? 오 쫌 멋진데.
도깨비 : 넌 어차피 다음 주에도 못살 텐데 왜 좋아해.
은탁 : 뭐 영원히 못 사나요? (콧노래 부르듯) 두 달 뒤엔 스물 되고~ 토요일은 매주 오고~
토요일은 밤이 좋고~ 로깨비 또깨비~ (윙크, 사랑의 총 빵빵!)
도깨비 : (헉!)
하는데, 편의점 유리창 안에 TV화면 커다랗게 보인다. TV화면에 뜬 로또번호, 도깨비가 말해준 번호랑 똑같다!
은탁 : 헐..! 진짜 맞았어!! (소리도 못 내고 자기 입 막고, 깡총 뛰며 좋아하는데)
주인 : (그제야 은탁이 놓고 간 로또종이와 TV화면 번갈아 보다가 꼬르륵 쓰러지고)
은탁 : 어? (창문 쾅쾅 치며) 괜찮으세요?
S#45. 길거리 일각 (밤)
할매귀신 귀에 소곤소곤 얘기해 주는 은탁.
할매귀신 : 진짜가. 고맙데이.. 참말로 고맙데이..
은탁 : 아저씨한테 전해 드릴게요. 근데 요새 고시원 걔는 왜 안 보여요?
할매귀신 : 가? 가는 니 덕에 (하늘 가리키며) 쩌그 갔지. 지 한 싹 다 풀고.
은탁 : 아.. 그럼 할머니도.. (뭉클해 보는데..)
할매귀신 : (곧 승천할 것처럼 아련하게) 아가 니도.. 도깨비랑 알콩달콩 행복해야된데이..
은탁 : (행복이라.. 그저 빙긋 웃는데..)
S#45-1. 치킨 집 (밤)
은탁 테이블 정리하면서 뭔가 떠올리는.
/도깨비, 그게 벌이래도 900년 받았으면 받을 만큼 받은 거 같은데 어쩌고.
은탁 : 내가 그 검 빼주면 아저씬 행복하겠죠? 딴 여자랑?
화면 넓어지면, 처녀귀신과 복수귀신 있다.
귀신들 : 백프로지. 절대 빼주지마.
은탁 : 하.. 고민이로다..
S#45-2. 병원 앞 도로 (다른 날 낮)
저승, 페도라 든 채 길 건너 어딘가 보고 있다. 한 시각장애인 지팡이로 길 탁탁 짚으며 횡단보도 향해 온다.
저승, 손에 명부 든 채 그런 시각장애인 물끄러미 보고 섰는데,
그런 저승의 뒤로 또각 또각 지나가는 하이힐. 흘깃, 저승보는 시선, 삼신이다.
삼신 그대로 병원 안으로 들어가고..
S#45-3. 소아병동 안 복도 (낮)
쫙 빼입고 걷는 젊은 삼신 본 어느 아이(5세),
아이 : 어! 할머니! 안녕하세요. (반가워하는데)
삼신 : (웃으며 입가에 손) 쉿.
하며, 또각 또각 어는 병실 안으로..
S#45-4. 병실 안 (낮)
투병이 힘겨운 듯 힘겹게 숨 몰아쉬고 있는 한 아이(7세). 그 아이의 이마에 가만히 얹히는 손, 삼신이다.
삼신 : (다정하게) 이제 그만 아파야지. 많이 아팠어. 엄마 걱정하신다.
신비롭게도 아이, 점차 혈색 좋아지고 숨 쉬는 거 편해보인다.
삼신 : 착해라. (아이의 이마 더 짚어주고..)
은탁이뿐 아니라 모든 아이를 이렇게 신경쓰고, 사랑하는 삼신이다.
그런 삼신의 얼굴 위로, 딸랑 소리얹히면서.
S#45-5. 저승의 찻집 (낮) (구5부 S#52-0)
저승은 그대로 앉아 있고 앞의 망자와 찻잔만 자꾸 바뀐다.
망자녀1 : 저는 다시 태어나면 김태희로..
저승 : (일각의 은행창구에 있을 법한 기계에서 대기표 뽑아 내미는데, 대기번호 21849529495번 적혀 있고)
Cut to.
커플남 : 야 미쳤냐 내가? 다시 태어나서 널 다시 만나게? 솔직히 너 너무 질(려).
커플여 : (앞에 있는 찻잔 들어 남자 얼굴에 촥!!) 나쁜 새끼.
저승 : (허걱!)
Cut to.
바닥만 남은 찻잔 보이고. 저승 너머 어딘가 보는 듯한 묘한 눈빛의 망자 앉아 있다.
맹인 : 저는 이제 어디로 가나요.
저승 : 들어오신 문으로 나가면 됩니다. 저승은 유턴이거든요.
저승, 찻집 문 열면, 꽃길 촤르륵 펼쳐져 있고,
문 앞에 대형견 한 마리 앉아 있다. 맹인 보이자, 멍! 짖고.
맹인 : !...
저승 : 먼저 간 게 마음 쓰였는지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맹인과 생전에 함께 했던 맹인안내견이 길 안내하려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안내견의 안내로 함께 천국 가는 둘의 모습 바라보는 저승이고..
S#45-6. 육교 위 (다음 날 낮) (구6부 S#11)
해질녘의 노을에 감싸여 육교 한 가운데 선 저승, 아련하게 무언가 주워든다.
보면, ‘무조건 100% 대출 가능! 김미영 팀장’ 찌라시 명함이고,
그 너머로 ‘누구나 가능! 월수입500 보장!’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 등 찌라시 명함들 바닥에 우수수 떨어져 있다.
저승 : 김미영씨는.. 팀장이구나.. (쓸쓸히 먼 산 보는데..)
그때, 또각또각 구두소리에 귀 쫑긋! “이 발소리..!” 소리 나는 쪽 보면, 저 멀리 써니다!
당황한 저승, 왔다 갔다 하다, 일단 페도라 써서 모습 감추고 섰는데,
써니 두리번거리며 육교 중간쯤 와 선다.
깊은 눈빛으로 그런 써니 보는 저승인데,
써니 : 이 인간은 대체 왜 전화를 안 받는 거야. 만날 수가 있나, 전화가 되길 하나, 뭐하는 인간이야 대체.
저승NA : 저는.. 저승사잡니다.. 저승사자는 명령으로 움직입니다. 때로 내가 ‘선희’라 믿는 사람이 누군가에겐 써니라 해도,
써니 : 이 새끼 진짜 죽여 버릴까? 아 열나. 자존심 상해!!
저승 : (허억..!!)
써니 : 이런 식으로 사람을 집착하게 해? 아주 사람을 병들게 하는 남자야.
(전화 거는데 손가락에, 반지 반짝!) 진짜 잡히기만 해봐.
저승 : !!.. (써니의 반지에만 정신 팔렸는데)
텅빈 육교 위에 핸드폰 벨소리 울린다.
저승 : (자기 벨소린 줄도 모르고 그저 써니만..)
써니 : ???? (주위 두리번거리는데)
저승 : (헉! 부랴부랴 핸드폰 찾는데 마음만 급해 주머니의 핸드폰 잘 안 꺼내지고)
써니 : (계속 텅 빈 공간에 벨 울리자) 아 뭐야 무섭게... (핸드폰 확 끄고 두리번거리다 발 삐끗!) 악.
그 순간, 엇! 하며 자기도 모르게 긴 다리 탁 뻗어 써니 탁 잡은 저승!
써니 : ????? (자기가 허공에 걸려 있고... 이내) 으악..! (비명 삼키며 뛰어가고!)
저승 : ... (쩝..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어 서글픈데...)
S#45-7. 치킨 집 (낮) (구6부 S#12)
은탁, “주문하신 치킨 나왔습니다.” 하며 서빙하는데, 문소리 나자, “어서오세.”하고 자동으로 돌아보면,
써니 혼비백산한 얼굴로 들어오는 동시에 일각 아무 데에 백 던지고 그대로 냉장고로 가 수분음료 꺼내 꿀꺽꿀꺽 마신다.
은탁 : 다녀오셨어요. (하고 다가가며) 무슨 일 있으셨어요?
써니 : 알바생. 너 혹시 귀신 뭐 그런 거 믿니?
은탁 : (헉!) 네?! 아뇨..? 아우 사장님도.. 세상에 귀신이 어딨어요.
화면 넓어지면, 은탁 뒤에 쭉- 서서 험악한 얼굴로 써니 보는 복수귀신, 처녀귀신 등등이고.
써니 : 그지? 귀신같은 거 없겠지?
은탁 : 그럼요. 귀신 봤다 그런 거 다 지어낸 얘기예요. 근데 왜.. 그러시는데요?
써니 : 아니야. 좀 이상한 일을 겪어서. 그건 그렇고 알바생? 당분간 너 나오지 마.
은탁 : 왜요?!
써니 : 뉴스 봤어. 곧 수능이라며. 거기에만 집중해. 백점 받아와.
은탁 : 백점 받으면 대학 못 가요 사장님.
써니 : 그래? 그럼 쪼끔만 틀려. 젤 어려운 거 한 몇 개만.
은탁 : 히 네. 근데 저 그냥 여기서 공부하면 안 될까요? 냉장고보다 더 조용히 있을게요.
써니 : 왜.
은탁 : 실은 제가 어떤 남자한테 뽀뽀를 했는데요. 전 진짜 잘 예뻐지게 어떻게든 해보겠단 마음으로 한 건데
온통 그 남자 마음을 흔들어 놓은 것 같아요. 그래서 엄청 불편하고 눈칫밥 장난 아니에요.
써니 : 누구. 그때 그 결혼 얘기했던 그 자식? 이 자식이 결혼하잘 땐 언제고 눈칫밥을 맥여?
그래도 크게 한 입 퍼먹어. 그리고 수능 잘 봐.
은탁 : (큭큭) 사장님은 기승전결이 정말 요상한데 이상하게 설득 돼요. 수능 잘 볼게요.
써니 : 어 뭐 알아서 잘 봐. (이미 찍은 씬이고 이슈 안 맞아 omit)
S#45-8.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낮)
무언가 보고 있는 도깨비의 뒷모습. 보면, 은탁의 필사책이다.
‘사랑의 물리학’ 페이지 가만히 보고 있는 도깨빈데...
(시간경과)
도깨비는 없고 책만 놓여있다. 책엔, 도깨비의 글씨 서 있다. ‘첫사랑이었다’
S#45-9. 책방 골목 (낮)
일각에 서서 누군가 기다리는 도깨비. 그러다 시선 골목 끝 보면, 은탁이 걸어오고 있다.
손에 든 단어장 외우며 타박타박 다가오는 은탁을, 물끄러미 보고 선 도깨빈데...
아무것도 모르고 고개숙인채의 은탁이고...
도깨비NA : 너는 내가 살고 싶은 이유다.. 너는 내가 죽고 싶은 이유다..
서럽지 않다.. 장부의 생이 이정도면 됐다.. 이리 살았으면.. 되었다..
그 순간, 은탁 시선 들다, 도깨비 발견한다. 어? 하다 다음순간 “아저씨!”하며 세상 가장 환하게 달려오는 은탁인데..
전속력으로.. 도깨비를 향해.. 온 마음을 다해... (자기도 몰래 팔 벌려 안아 버릴까???? 그것까진 못하겠지?????????)
은탁 : 여기서 뭐하세요?
도깨비 : 봤지.
은탁 : 뭘요?
도깨비 : 너. 오는 거.
은탁 : 오 쫌 감동인데?
걷는 두 사람. 어쩌고 저쩌고 하다가.
은탁 : 근데요 그때 그랬잖아요. 나는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 나의 스무 살. 나의 서른 살. 그거 정확히 무슨 뜻이에요?
도깨비 : 보통 사람들은 미래가 보이거든. 특히 길흉화복. 근데 넌 아무것도 안 보여.
은탁 : 아. 난 기타누락자라 그런가보다. 그죠.
도깨비 : 그런 말, 상처 안 받아?
은탁 : 전 뭐 맨날 맨날 슬퍼요? 전 운명을 어쩌고하는 당찬 도깨비신부라고요.
도깨비 : (웃고) 이렇게 클거야? 계속?
은탁 : 네?
도깨비 : 예쁘게?
은탁 : 하하. 무슨 말이에요.
도깨비 : 궁금해서.
은탁 : 뭐가요?
도깨비 : 너의 스무 살, 너의 서른 살.
은탁 : 그죠. 저두요.
도깨비 : .....
은탁 : 근데 수호신 할 때요. 기준이 있어요?
도깨비 : 딱히 그런 건 아니고 어릴수록 도와주게 되는 것 같다.
도깨비가 된 후 세상에서 멀어질 뻔한 내가 처음 도움 받은 손도, 어린 손이었다.
/유금선(최초 시종의 어린 손자)의 피투성이 손.
은탁 : 근데 왜 그때 울 엄마는 구해줬어요? 어른인데?
도깨비 : 그때 내가 술을 마셔서 마음이 약했고, 니네 엄마가 구해달라는 게 니네 엄마가 아니었거든.
은탁 : !!!!
도깨비 : (보면)
은탁 : (생각지도 못한 말에, 눈물 툭툭 떨어지고)
어쩌고 저쩌고.
S#46. 도깨비 집/ 2층 은탁 방 (밤)
은탁, 침대에 등 기대고 무릎 끌어안고 앉아 있다.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얼굴인데.. 그 위로,
E (똑똑 노크소리)
S#47. 도깨비 집/ 테라스 (다음 날 낮) → omit
S#47-1. 도깨비 집/ 도깨비 방 앞 (다음 날 낮)
노크 소리에 문 여는 도깨비.
은탁 : 제 생각만 해서 죄송해요.
도깨비 : 내 생각을 안했다고 사과하는 거야 지금?
은탁 : (픽) 말구요. 진짜 쫓겨날까봐 좀 걱정은 됐었구요, 아저씨가 안 빼준다고 애걸복걸 하니까 재미도 있었구요.
그래서 그런 거예요. 아저씨가 예뻐져서 딴 여자 만날 수도 있고..
도깨비 : (보면)
은탁 : 치. 아니란 말은 안하네. 치사해. 치사하지만 예쁘게 해드릴게요.
아저씨처럼 좋은 사람의 부탁이 나쁜 결과를 나을리 없으니까.
도깨비 : !!!
은탁 : 여기서 나쁜 결과란, 치정 애정 뭐 그런 거고요, (눈치 살피면)
도깨비 : (그저 보면)
은탁 : 끝까지 아니란 말은 안하네. 암튼 어디서 예뻐질까요. 거실? 방?
도깨비 : 지, 지금?
은탁 : 네. 왜요?
도깨비 : 오늘? 당장?
은탁 : 네 쇠뿔도 당김에,
도깨비 : 이런. 전화가 왔네. (울리지도 않은 핸드폰 받으며) 어 여보세요? 어 지금 가. (휘리릭~ 사라지는)
은탁 : (보다가) 핸드폰 거꾸로 드셨거든요..?
은탁, 혼자 남아서 어리둥절이고.
S#48. 저승의 찻집 (낮) → 도깨비 나이 수정
저승, “딸랑” 종소리에 돌아보면, 도깨비, 찻집 문으로 쑥 들어온다.
저승 : 뭐야. 죽었어?
도깨비 : 예행연습이야. 술 있냐?
저승 : 무슨 일인데.
도깨비 : 검을, 빼주겠대.
저승 : (!..) 걘 정확히 모르는 거지. 그게 어떤 의민지.
도깨비 : ...말 못 했어. 걔 나 많이 좋아하는 것 같은데, 걱정이다.
저승 : (뜨악) 웃자고 싸우자고.
도깨비 : (빡!) 야. 니가 몰라서 그런데 걔 나 엄청 좋아해. 나 보자마자 사랑한다, 시집 오겠다 어? 내가 얼마나 곤란했는 줄 알아?
아무 것도 모르면서. 걔가 날 안 좋아할 이유가 없잖아! (말과는 달리 눈빛 흔들리고)
저승 : 왜 없어. 나이 차가 얼만데. 걔 대학 가면 어리고 잘생긴 애들 차고 넘쳐.
도깨비 : 900년 그까짓 거 뭐!
저승 : 너 왜 자꾸 나이 줄이냐? 939년이잖아.
도깨비 : 야 사실 내가 빠른 년생이라 원랜 한 살 적어.
저승 : (풉) 아 웃으면 안 되는데.
도깨비 : (픽, 같이 웃으며) 술보다 낫네. (하다 후..) ...그냥 다시 멀리해볼까.
그 아이만이 날 죽게 할 수 있는데.. 그 아이가, 날 자꾸 살게 해. 웃기지.
저승 : 착각하지 마. 걔 없을 때도 너 잘 살았어.
도깨비 : 그랬나.. 근데 왜 그때 생각은 하나도 안 날까.. (눈빛 깊어, 슬픈데..)
S#48-1.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밤)
침대에 누워 있는 도깨비. 은탁의 웃던 모습들 주마등처럼 스친다..
/사랑해요. 방긋 하던 은탁. /캐나다 횡단보도 은탁, /바닷가에서 메밀꽃 받고 웃던 은탁,
/그리고 은탁의 부름들.. 은탁이 “아저씨”하고 불렀던 순간들
/1부 (S#43-2. 바닷가/S#48. 편의점 앞/S#50. 도서관 야외 일각/S#51. 쁘띠 샹플랭 거리)
/2부 (S#3. 메이플 로드/S#4. 호텔 로비/S#27. 골목/S#37. 광장 계단)
/4부 (S#1. 도깨비 집/S#32. 호텔 일각 길/S#46. 캐나다 레스토랑 /S#49. 캐나다 분수대)
/NEW5부(S#56. 스위트룸/ S#20. 생활소품샵/S#33. 도깨비 집/S#38-1. 도깨비 집)
/마지막으로 (S#00)에서 “아저씨!”하며 달려오던 은탁에서,
도깨비 : 그만 불러.. 나 좀 그만 불러 지은탁.. 나 좀 가자... (쓸쓸한 눈빛인데..)
이내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문밖에서 “아저씨”부르는 은탁의 부름..
대답할 수 없어.. 핑.. 눈물 도는 도깨빈데...
S#48-2. 도깨비 집/ 도깨비 방 앞 (밤)
은탁, 도깨비가 아무 대답 없자 아저씨 왜 그러지..? 노크하려다 말고, 노크 하려다 말고 하면서 오래 서 있는데...
S#48-3.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밤)
방문에 등기대고 앉아 있는 도깨비고..
S#48-4. 은탁 학교 앞 (다음 날 낮) (구6부 S#23) (*덕화 의상 체크. 이미 촬영한 6부25씬과 다른 의상 입어야 합니다)
하교길. 은탁, 도깨비 때문에 심란한 얼굴로 교문 나오는데, 그때 “빵빵!”
어? 아저씬가? 하면서 환하게 돌아보면, 차 한 대 서 있고, 예전 사채업자들 차에서 내린다.
은탁, 헉! 놀라 굳는데,
사채1 : 학생이 집을 나오면 어떡하나 위험하게. 이모가 걱정하잖아. 타 빨리.
은탁 : ???
사채2 : (은탁에게 다가가며) 아저씨들 거칠다. 얼른 타. (은탁 잡으려는데)
사채1 : (인상 팍) 스답.
사채2 : 뭐요, 또.
사채1 : 이게 형님한테! 너 지금 내 그림자 밟았냐?
사채2 : 왜요. 아프쇼? 아주 한 대 치것소?
은탁 : ???
사채2 : (E) 말을 해요. 이참에 나도 계급장 떼고 한판 확 붙어볼라니까.
사채1 : (E) 그래 어디 한번 고소 고발에서 재판 판결까지 가보자.
순식간에 엉켜 붙어 치고받고 하는 사채1,2.
은탁, 으잉? 하며 보는데,
덕화 : (은탁 옆에 와 서며) 아는 사채업자야?
은탁 : 아 깜짝야! 네? 아뇨. 그.. 누구나 아는 사채업자 하나쯤은.. 아우 뭐래냐. 신기해서요. 가요. (덕화 차 쪽으로 가는데)
덕화 : 아니 무슨 다 큰 사채업자들이 여고 앞에서 싸워. (가며, 전화로 신고) 수고하십니다. 여기 중앙여고 앞인데요.
S#48-5. 경찰서 (낮) (구6부 S#24)
사채1,2 덕화 신고로 연행돼 왔다. 그 와중에도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다.
경찰 : 그러니까 그냥 둘이 싸웠다? 하필 여고 앞에서? 이상한 의도 없이?
사채1 : 예. 이 자식이 운전만 하면 자꾸 거기로 가잖아요. 다 너 때문이야.
사채2 : 그럼 가기 전에 말렸어야지 이제 와서 지랄이야.
사채1 : 이거 봐요 자꾸 사람을 열 받게 한다니까요?
경찰 : 나도 열 받을라 그러니까 대답해라? 왜 싸웠냐고 애초에. 니네 같은 편 아니야?
사채1 : 네. 근데 요즘 이상하게 우리끼리 그렇게 싸워요. 접때도 한번 싸워서 2주 병원에 누워 있었거든요?
근데 다 낫자마자 또 싸웠어요.
사채2 : 어디 폐는 안 끼쳐요. 우리끼리 싸워서.
경찰 : (빡!) 이 새끼들이 장난하나 진짜!
사채1 : 그니까요. 장난 아니게 싸워요.
경찰 : 아 얘들 뭐지?
S#48-6. 덕화 차 안 (낮)
덕화 : 넌 근데 우리 삼촌 돈도 많은데 왜 맨날 알바 가냐?
은탁 : 오빠 삼촌 돈도 많은데 왜 내가 알바를 안 가야 되는데요?
덕화 : 삼촌이 너한텐 뭐 안 주니? 막 무겁고 빛나는 거? 가볍고 반짝이는 것도 좋고.
어쩌고하다가, 우리 삼촌이 구백살인데 그간 여자가 없었던 것도 아닐 거고.
은탁 : 제가 첫사랑일 수도 있죠.
덕화 : 얘가 큰일날 소리 하네. 그럼 더더욱 도망쳐야지 이 소녀야!!!
은탁 : 난 좋은데. 그리고 도망은 오빠네 삼촌이 치고 있거든요?
S#48-7. 도깨비 집/ 주방 (밤)
은탁과 저승, 마늘 까고 있다.
은탁 : 도깨비씨 요새 무슨 일죠.
저승 : 옛날 생각이 안 난대.
은탁 : 어떤 옛날 생각이요?
저승 : 너 나한테 생각 맡겨놨어? 그 자 생각을 내가 어떻게 알아. 곤란하게 왜 이래. 기타누락자.
은탁 : 왜 곤란한데요?
저승 : 너 나한테 대답 맡겨놨어?
은탁 : 알았어요.
저승 : (보다가)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야.
은탁 : (보면)
저승 : 도깨비 그자가 사실 빠른 년생이라 본래 나이보다 한 살 적대.
은탁 : ???
도깨비, 냉장고서 뭐 꺼내서 나가는데 은탁이 “아저씨” 부르지만 그냥 나가고..
은탁 : (???) 저 안 보이세요? 여보세요?
S#48-8. 도깨비 집 이곳저곳 (낮, 밤)
/식당-밥 먹는데 접시만 보고 먹고 있는 도깨비. 은탁은 그런 도깨비만 보고 있고
/거실-“다녀왔습니다”은탁의 인사에 책만 읽고 있는 도깨비.
/테라스-은탁 빨래 걷는데, 마침 나오던 도깨비 은탁 발견하고 그대로 돌아서 나가는데,
은탁 : 아저씨!
도깨비 : ! (천천히 멈춰서면)
은탁 : !
도깨비 : (돌아서서) 왜.
은탁 : 오 이제 보이나봐. 저 잠깐 보세요.
도깨비 : 보고 있잖아.
은탁 : 대체 요즘 왜 그러세요?
도깨비 : 뭘.
은탁 : 나랑 눈도 안마주치고 화난 사람 같고 눈치보게 하고 어쩌고 저쩌고,
도깨비 : 니가 뭔데.
은탁 : !!
도깨비 : 니가 뭔데. 대체 너 뭔데 왜 자꾸 불러.
은탁 : !!!
도깨비 졸라 못 되게 굴자 여기서. 그럼 은탁도 감정 상해서,
은탁 : 저도 마냥 기다릴 순 없구요, 대략 월수금인지 화목토인지 정해주시죠? 난 오늘도 시간 괜찮은데?
도깨비 : 오늘 싫어. 일단 내일.
은탁 : 아 왜요. 아저씬 왜 맨날 일단 기다려예요?
도깨비 : 오늘은 날이 너무 좋잖아. 산책할 거야 너랑.
은탁 : ?!!
Cut to. (다음 날 낮)
테라스 밖, 어두컴컴하고 곧 비가 내릴 것 같다. 교복차림의 은탁과 도깨비 마주 서 있다.
도깨비 : 내일.
은탁 : 아 또 왜요! 등교하기 전에 그냥 확,
도깨비 : 오늘 날이 너무 안 좋잖아. 이따 너 데리러 가야지.
은탁 : ?!!
Cut to. (다음 날 낮)
은탁과 도깨비 마주서 있다.
도깨비 : 내일. 하루만 더.
은탁 : (아놔..) 오늘은 또 왜요!
도깨비 : (애절하게 보며) 그냥, 하루만 더.
은탁 : ??
S#49. 도깨비 집/ 테라스 (낮) → omit
S#49-1. 도깨비 집/ 2층 은탁 방 (밤)
은탁이 서약서 제대로 쓰는 씬. 나 도깨비 신부 지은탁은 갑, 아저씨 도깨비는 을로 칭한다.
1. 을은 갑의 효용가치가 없어지더라도 효용가치가 없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갑은 여리다.
1. 을은 갑의 효용가치가 없어지더라도 쫓아내지 않고 함께 산다. 갑은 사고무탁이다.
1. 을은 갑의 남친이 생길 때까지 남친이 되어준다. 갑은 심쿵을 지향한다.
까지 쓰고, 크킄 혼자 좋아서 웃는 은탁. 하더니 또 쓰고.
S#49-2.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밤)
같은 시각, 유언장 놓고 앉아 유언 쓰는 도깨비.
도깨비NA : 인간의 수명 고작 백년.. 돌아서 한 번 더 보려는 것이 불멸의 나의 삶인가, 너의 얼굴인가.
죽을힘을 다해 답을 찾고 있는 도깨비고.
S#50. 남산 일각 (해질녘) → omit
S#51. 덕화 본가/ 서재 (밤)
도깨비와 유회장, 마주 앉아 있다. 도깨비 손엔 김선의 족자 들려 있다.
유회장 : (침통하게) 나으리..
도깨비, 오래 준비한 이별인 듯 외려 담담히 족자 꼭 쥐어보며 그리운 얼굴들 떠올린다.
/부하1과 죽어가던 자신의 부하들..
/피투성이로 죽어가던 김선..
도깨비 : 내가 빚진 이들을 못 찾고 가는 게.. 한이라면 한이랄까.. (족자 건네며) 이 그림은.. 자네가 좀 태워주게.
유회장 : (침통해) 나으리.. 흐흑..
도깨비 : 내 어린 신부는.. 내가 없더라도 꼭.. 잘 먹고, 잘 배우고, 잘 지낼 수 있게,
(말 잇지 못하다) 그게 자네의 마지막 임무일세.
유회장 : 말씀 받잡겠습니다..
유회장, 흑흑흑 조용히 흐느끼고.. 도깨비, 유회장의 어깨 다정히 다독이고..
S#52. 도깨비 집 일각 (밤)
도깨비, 덕화와 마주 앉아 있다.
덕화 : 헉! 카드! (카드 들고 경이롭게 보며) 진짜 이거 나 주는 거야 삼촌?
도깨비 : 더는, 카드 한도에 국한되지 않고 자유롭게 살길 바란다 덕화야. 내가 주는 상이다.
덕화 : 상? 나 상 왜 받아? 상 받을 짓 한 거 없는데?
도깨비 : (웃으며 덕화 머리 토닥토닥) 잘 크느라 고생했다.
S#53.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밤)
도깨비 : 집 문서 니 방에 뒀어. 이제 진짜 니 집이야. ...부디 오래오래 잘 살아. 그리고, 부탁이 있어.
내가 사라지면, 그 아이 낙인도 사라질 거야. 그럼 그때.. 그 아이 기억을 지워줘. 자신을 원망하지 않도록.
화면 넓어지면, 도깨비 다른 팔 뻗어 영상통화하고 있는 중이다.
화면 속 영 영상통화 상대, 저승이다. 저승의 얼굴에서..
S#54. 대로변 (밤)
차 시끄럽게 지나다니는 대로변에 우뚝 멈춰 있는 저승이다. 팔 쭉 뻗어 영상통화하고 있는 우스운 꼴이고.
저승 : 뭐라고? 크게 말해봐. 시끄러워서 못 들었어.
/도깨비 : (빡! 양쪽 귀에 이어폰 꽂는 액션하며) 이어폰을 껴!
저승 : 귀에서는 멀리 뗐어. 얼굴은 보여.
/도깨비 : (끙..) 끊자. 널 위해 끊는 거야. 신한테 전할 말 있으면, 미리 문자하고. (끊는다)
지나가는 사람들 그런 저승 힐끔거린다.
저승은 그저 화면 끊긴 것도 모르고 화면에만 집중.
저승 : (화면 까맣다) 얼굴이 안 보여. 너 귀에 댔어? (사이) 여보세요.
S#55. 도깨비 집/ 테라스 (밤)
난간에 턱 괴고 밖 바라보며 무언가 골똘한 은탁.
/-1. 은탁과 책방골목 산책하는 도깨비.
도깨비 : 너랑 산책하니 좋다.
/-2. 학교 앞에 은탁 데리러 온 도깨비. 손에는 우산 들고 있다.
도깨비 : 너 데리러 오니 좋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깨비가 이상한 은탁이다. 꼭 곧 죽을 사람처럼..
은탁, 대체 뭘까 근심스러운 얼굴인데, 언제 왔는지 옆 테라스에서 도깨비, 은탁 바라보고 있다.
은탁 : 언제 왔어요? (하는데)
도깨비 : ...너 보고 있으니 좋다.
은탁 : (?!) 요새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줘요? 수상하게? 잠깐만 손 좀요. (손 내민다)
도깨비 : ! (은탁의 내민 손 보다, 자기 손 내밀면)
은탁 : (도깨비 손잡아 손바닥 보이게 하더니, 손가락으로 한문 써내려간다)
도깨비 : ?!
은탁 : 이거요. 무슨 글자예요?
도깨비 : ..들을 청(聽).
은탁 : 아 들을 청. 감사합니다. 아저씨 굿나잇이요. (예쁘게 웃더니 방으로 쏙-)
도깨비 : ! (그 웃음에 가슴 미어져 오래 서 있는데...)
S#56. 도깨비 집/ 2층 은탁 방 (밤)
방으로 들어온 은탁, 책상으로 쪼르르, 펼쳐진 노트의 한자(聽) 아래 ‘들을 청’ 적는다.
보면, 이미 노트에 한자 빼곡히 적혀 있고 그 밑엔 뜻과 음 작게 적혀 있다.
마지막 줄의, 방금 도깨비한테 물어본 한자(聽)를 마지막으로 모든 뜻과 음 적어 넣은 은탁이다.
그 한자들은 다름 아닌 도깨비의 유언장 내용인데..
은탁 : 좋았어. 이제 해석만 하면 돼. (하며 죽어라 노트 노려보는데...)
S#57.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밤)
도깨비, 침대에 가만히 앉아 자신의 손바닥 내려다보고 있다. 방금 은탁이 한자 쓴 손바닥이다. 그러다, 손 꼭 쥐어보는데...
그런 도깨비 어깨 너머로, 일각에 놓인 쇼핑백들 보이고..
S#58. 도깨비 집/ 2층 은탁 방 (밤)
여전히 노트 노려보고 있던 은탁, “으아아” 몸부림친다.
은탁 : 아 왜 해석이 안 되냐고.. 여기 뭔가 힌트가 있는 거 같은데..
하는데, 똑똑, 노크소리 들리고 “잠깐 들어간다” 도깨비 목소리 들린다.
은탁, “아, 네”하며 얼른 노트 덮고, 책상에서 일어나면,
도깨비 쇼핑백들 들고 들어온다. 은탁 뭐지 싶은데,
Cut to.
쇼핑백 열고 일일이 선물 꺼내는 도깨비. 가방, 향수, 오백 꺼낸다.
은탁 : 대박... 이거 다 뭐예요?
도깨비 : 필요할 거 같아서. 어른 되면. 오백은, 니가 더 잘 알거고, (향수 가리키고) 이건 스무 살에 대학 들어가면,
(가방 가리키며) 이건 대학 들어가서 남친 생기면, (말하다가 빡! 후..) 데이트 할 때.. 예쁘게..
은탁 : (향수 열며) 이거 왜 줘요 나? 갑자기? (칙! 뿌려보고) 와 향 좋다.
도깨비 : (보다가) 오늘.
은탁 : 오늘 뭐요?
도깨비 : 검.
은탁 : (!) 지금요? 이 밤에요?
도깨비 : 음. 지금.
은탁 : (보다가, 알겠다는 듯 끄덕하며) 그럴게요. 5분만요.
도깨비 : (나가려는데)
은탁 : 근데요.
도깨비 : (보면)
은탁 : 이것들 어딘가엔, 사랑도 있을까요? (말해 놓고 보니 좀 슬퍼져서, 들키지 않으려고 애써 웃는데)
도깨비 : (보다가) ..아니야.
은탁 : (머쓱해서) 그냥 한번 물어봤어요... 금방 나갈게요. (애써 미소)
도깨비 : (끄덕, 하며 그런 은탁 먹먹히 보는데..)
S#59. 도깨비 집/ 거실 (밤) → omit 씬 부활(대사 수정)
도깨비, 은탁 기다리고 있다. 마음 무겁다.
그때, 발소리. 보면, 한껏 차려입은 은탁, 방금 도깨비가 선물한 가방 메고 있다.
도깨비 : !!!
은탁 : 어때요? 스무 살에 대략 이런 모습 아닐까요? 전에 궁금하시다고 그래서.
도깨비 : 그럼 서른 살엔.
은탁 : 서른 살엔 더 예쁘겠죠? 라디오 피디 됐을 거고 돈도 좀 모였을 테고 꾸몄을 거니까요? 여잔 서른에 젤 예뻐요.
도깨비 : 그럼 마흔 살엔.
은탁 : 마흔 살이면 내가 아저씨랑 좀 연령대가 맞아 보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얘기도 더 잘 통하구,
쉰 살은 묻지 마요!! 여기까지! 우리 빨리 갔다와요.
도깨비 : !!....
은탁 : 왜요?
도깨비 : (고개젓고) 가자.
하고 현관으로... 현관문 열고 나간다. 은탁이 따라나가면,
S#60. 메밀밭 (밤)
하늘에서 툭 떨어진 듯 메밀밭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단면 오두막에서 나오는 도깨비와 은탁.
달빛 받아 창백하게 빛나는 메밀꽃들이 바람결에 흔들리고 있는 풍경 장관이다.
은탁 : 와.. 아저씨의 문 뒤엔 항상 멋진 곳이 있네요? 메밀밭 처음 봐요. 예뻐라..
혹시 아저씨가 나 준 꽃다발도 여기서 꺾어온 거예요?
도깨비 : (끄덕)
은탁 : 나 아직 꽃말 기억하는데.
도깨비 : 연인.
은탁 : (좀 볼 화끈해서 괜히 딴 데 보다) 여기 엄청 의미 있는 덴가 봐요. 검 빼는 게 꼭 여기여야 하는 거 보면?
도깨비 : 나의 시작과 끝. (결심한 듯, 가슴 아프게) 그럼, 부탁할게.
은탁 : 지금요? 바로요? 잠깐만요! (가방 뒤적여 뭔가 꺼내며) 저는 아저씨가 예뻐지는 건 찬성인데요.
도깨비 : ! (보면)
은탁 : 그럼 예뻐진 후엔? 그럼 난 효용가치가 없는데?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간단히 작성을 좀 해봤는데요. (하며 종이 내민다)
종이 받아 펼쳐 보면, A4지에 은탁이 작성한 ‘서약서’다.
[나 도깨비 신부 지은탁은 갑, 아저씨 도깨비는 을로 칭한다.
1. 을은 갑의 효용가치가 없어지더라도 효용가치가 없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갑은 여리다.
1. 을은 갑의 효용가치가 없어지더라도 쫓아내지 않고 함께 산다. 갑은 사고무탁이다.
1. 을은 갑의 남친이 생길 때까지 남친이 되어준다. 갑은 심쿵을 지향한다.
1. 을은 갑의 등잔이 돼주기로 한 것을 나 몰라라 하지 않는다. 갑이 자연사할 때까지.
1. 을은 갑에게 오면 온다 소린 안 해도 가면 간다 기별을 해준다. 갑이 기다리지 않게.]
거기까지 보던 도깨비,
도깨비 : (픽) 그렇게 잘 먹고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이거 작성한 거야?
은탁 : 마지막 조항 보셔야죠.
도깨비, 마지막 조항 보면, [1. 을은 매년 첫눈 오는 날에 갑의 소환에 응한다. 갑이 기다릴 것이기 때문이다.]
맨 밑에 ‘서약인 김신(서명)’ 쓰여 있다.
>>플래시 백 (4부 54씬에 이어)
저승 : 진짜 죽게?
도깨비 : ..음. 첫눈이 오기 전에.
저승 : 첫눈이 오면 왜?
도깨비 : (사이) 그 아이의 첫눈을 망치고 싶지 않아..
/다시, 메밀밭.
도깨비 : ...이러려고 내 이름 물어봤어?
은탁 : 아뇨. 그건 진짜 궁금했어요. 잘 어울려요 아저씨랑 이름이랑. 제 말 무슨 뜻인지 알죠.
(사인 안 해줄까봐 저자세지만 펜 건네면)
도깨비 : (희미하게 웃으며 펜 받아 사인하고 건네고) 이런 뜻이지.
은탁 : (신나는 표정 숨기며 받아 들며) 어떻게 알았지 되게 어려운 뜻인데?
하며, 사인 자세히 보는데 그 순간, 마지막 조항 위로 무언가 나폴 나폴.. 눈이다!
은탁 : 대박..! 눈이.. 와요! 첫눈이에요 아저씨. 무슨 첫눈이 벌써 오지?
도깨비 : (물끄러미 은탁만..)
은탁 : (아무 것도 모른 채) 우와 신기해. 전 예뻐서 좋은데 꽃들은 좀 춥겠다. 세상에서 제일 빠른 첫눈을 맞고 있어요 우리.
(하며 더없이 환하게 웃는데)
도깨비 : (은탁의 그 웃음 다 담으려는 듯 쓸쓸히 은탁만..)
은탁 : (눈 가리키며) 근데 이거 아저씨죠. 첫눈 오는 날 빼기로 한 거 그거죠.
도깨비 : 이기적이어서 미안한데, 나도 이런 기억 하나 쯤은, 남기고 싶어서. (깊이 보면)
은탁 :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괜히 딴청 피우며) 언제까지 남겨요? 아저씨 얼른 예뻐져야죠.
도깨비 : (표정만)
은탁 : 자 그럼 이제 예뻐져 보십시다. (손 흔들어 풀고 심호흡하는) 마지막으로 남기실 말은?
도깨비 : 너와 함께 한 모든 시간들이 눈부셨다.
은탁 : !
도깨비 :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두 좋은 날들이었다.
은탁 : !! (보면)
도깨비 :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져도 니 잘못이 아니다.
은탁 : (...!) 아저씨 혹시,
도깨비 : ! (보면)
은탁 : 진짜 빗자루로 변하는 거예요?
도깨비 : (슬프게 웃으며) 그런 일은 없어.
은탁 : 다행이다. 자 그럼 뽑습니다.
하며, 은탁 검 향해 손 내밀면, 신부에 반응한 검 불투명하게 모습 드러낸다.
도깨비, 은탁 얼굴 잊지 않으려 아뜩하게 눈에 담고..
은탁, 야무지게 검 잡으려는데, 어라? 검 그대로 지나쳐 삐끗한다. 헛스윙이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선 은탁과, 그런 은탁 보고 선 도깨비. 응?? 두 사람 사이로 적막한 바람만 휭~~
은탁 : (민망) 이게 왜.. 안 잡히지? 왜 보이는데 안 잡히죠?
도깨비 : (당황하긴 매한가지고) 손에 힘 줬어?
은탁 : 잠깐만요. 다시 해 볼게요.
하며, 검 잡아보려 애쓰지만, 홀로그램처럼 은탁의 손, 검을 휙휙 통과한다. 정적.. 두 사람 사이로 흰 눈만 날리우고..
은탁 : ....
도깨비 : ....
은탁 : 아까 분명, 무슨 일이 벌어져도 내 잘못 아니라고... 무르기 없기!
도깨비 : 그니까 너는... 도깨비 신부가,
은탁 : 무르기 없다구요! 가만히 좀 있어 봐요! 지금 내가 더 당황스럽거든요?
도깨비 : 가만히 있었잖아! 더 어떻게 가만히 있어! 너 그거 내놔, 서약서. 불태워버리게.
은탁 : (헉!) 잠깐만요. 나 알았어요! 이거 그건 거 같아요 저 알아요!!
도깨비 : 뭔데.
은탁 : 그 동화에서 저주 걸린 왕자 그거요!
도깨비 : 그니까 그거 뭐! (하는데)
은탁 : (도깨비한테 달려들어 멱살 잡듯 셔츠 깃 잡아끌곤) 입맞춤요. (입술 확 부딪치는데!)
도깨비 : ?!!!
신부가 검을 잡지 못한다는 반전에 안 그래도 멘탈 붕괴인 도깨빈데,
눈 꾹 감은 은탁의 입맞춤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더욱 정신없고, 그런 두 사람의 입맞춤에서, 6부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