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걸어온 237봉 넘어 서낙동강 저 멀리 가덕도 연대봉이 삼각으로 솟아 있다. 0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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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아래를 본다. 좌측 369봉 줄기 타고 내려서는 자리에 산해정(山海亭=4각으로 담이 쌓인 곳)이 보인다. 조선 중기(中期), 퇴계 이황(退溪 李 滉)과 더불어 영남 사림파(士林派)의 거두(巨頭)였던 남명 조 식(南冥 曺 植)선생이 후학을 가르치던 곳. 저기서 조 식 선생은 늘그막에 득남하여 ‘출’(出)이라 이름 짓는다. 그래서 이 산을 조출산(曺出山)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또 다른 이름으로 선유봉(仙遊峰)이 있다. 신선들이 세월 가는 줄 모르고 놀만한 곳이다.
(산해정 저쪽 생명고개로 이어지는 도로는 옛날은 험한 산길이었다. 남쪽 들머리인 주동리를 주부동이라 불렀다. 지금은 先山으로 이장했지만 옛날 명당자리라면 어디든 암장하던 시절, 선조 묘 1기가 저 오솔길과 369봉 가운데 쯤 네모반듯하게 석축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60년 전 쯤 일이다. 나보다 1년 먼저 입대허여 나보다 늦게 제대(장기복무)한 종형과 벌초하러 갔다. 집이 몇 채 밖에 없던 주부동을 지나 산길로 들어가면 인가는 없다. 그 길이 생명고개로 이어진다는 것조차 모르면서 한참을 올라가면 초가 한 채가 나온다. 그 앞에서 좌측으로 들어가면 선조 묘. 벌초 후 신어산 밑 삼방리(三芳里)에 사시는 4촌누나(종형의 친누나)집으로 가기로 하고 주부동으로 도로 나가는 것 보다 산을 넘어가 보자고 의기투합. 지금 같이 등산로가 있나 지도가 있나. 그렇다고 이정표가 있나. 오싹할 정도의 대모험이 시작된다. 덮어놓고 기어오르고 숲을 헤치고-------
어느 길로 갔는지 확실히 모르지만 369봉 줄기 타고 425봉으로 갔지 않았을까 짐작할 따름이다. 무사히 삼방으로 내려가 송장같이 골아 떨어졌다. 0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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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려온 선유봉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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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30분가량 지체하다 내려선다. 몇 사람이 쉬고 있는 평상(平床)쉼터에 내려왔다. 298봉 앞의 돛대산갈림길에서 무심코 직진하여 여기까지 왔어야 앗차!하며 돛대산에 갔다 내려오는 곳. 나도 평상에 앉아 물 한 모금 마신 후 근처에 ‘천하제일 경관대 선유봉’(天下第一 景觀臺 仙遊峰) 표지판을 찾다 결국 찾지 못하고 나오다 뒤돌아본다. 0774
![](https://t1.daumcdn.net/cfile/cafe/240FBA40590064F901)
*산행시작 2,8Km 지점, 2시간50분의 시간이 흘렀다. 0775
*378,7봉 앞의 바위전망대. 0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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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돛대산을 뒤돌아본다. 0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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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내려와 378,7봉 지나고. 0780
*내려서면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다. 0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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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길로 가다 도중에 좌측으로 빠져 나갔다. 404봉으로 가는 암릉을 타기 위해서다. 오늘 계획된 산행코스를 망치게 한 단초 일지 모른다.***
*암릉길이 시작된다. 0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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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길이 막힌 암릉 끝에서 서쪽을 본다. 바로 앞 능선이 김해대학으로 내려가는 397봉 능선이고 가운데 나뭇가지 저쪽 산 밑이 인제대학일 거고 그 우측 흰 건물이 김해삼방고교. 그 뒤 높은 봉우리가 309봉, 그 뒤 능선 약간 좌측의 뾰족 봉우리가 천문대가 있는 분성산. 분성산 뒤쪽 능선 좌측 밋밋한 봉우리가 경운산(慶雲山). 분성산에서 좌측으로 타고 흐르면 흰 성벽이 보이는 분산성(盆山城), 분산성에서 좌측으로 흘러내린 끄트머리 저쪽 얕은 산줄기가 임호산(林虎山). 0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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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길은 뚜렷한 발자취도 없다. 적당하게 이쪽 바위도 기웃거려보고 저쪽 바위도 기웃거리며 위태롭게 건너야한다. 20분쯤 왔는데 앞으로 내려갈 길이 안 보인다. 정상 등산로가 있는 우측으로 내려서야 하는데 절벽이다. ‘도로아미타불’을 외치며 되돌아 나왔으면 만사형통(萬事亨通)이었을 텐데, 미련하게 곰보다 더 미련하게 바보 멍청이 어중이떠중이가 되어, 길은 없지만 내려가 질 것 같은 좌측을 택한다. 얼굴을 덮어 쉬우는 거미줄이 수두룩한 가시덤불을 헤치며 발목 잡는 낙엽을 짓밟고 한발 한발 내려간다. 조금 내려오니 허리까지 자란 풀밭 그리고 갈대밭이다. 돛대산 오름내림도 나 혼자였지만 평상쉼터부터 여기까지도 나 혼자다. 공포가 엄습한다. 옛날 신불산에서 ‘영알 동릉’을 타다 채이등 언저리에서 우중의 조난 때의 그 공포다. 지금은 밤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혼자 산행의 자유로움과 외로움의 양면을 만끽(滿喫)하며 갈대밭을 가로질러 내려가려니 습지다.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조금 올라가니 재선충 방재작업하며 다닌 듯 발자취가 있다. 남들도 암릉을 탓을 텐데 그들은 과연 어느 길로 나아갔을까.***
*내려서니 임도다. 0785
*덮어놓고 북쪽으로 걷는다. 위치는 어디쯤인지 알 길이 없고. 10여분 후 우측에 식수가 있는 쉼터. 물 두 쪽자 마시고 쉼터 북쪽 산길로 들어간다. 0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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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로 따르니 조금 뒤 좀 전에 걸었던 임도에 합류한다. 임도가 서쪽으로 휘어지는 곳까지 걸어가니 우측으로 산에 오르는 길이 있다. 많이 지쳤지만 주능선까지는 가봐야 되겠다 싶어 몇 번이나 쉬어가며 가파르게 올라서니 또 임도. 능선 밑의 임도다. 임도를 따를까하다 임도 가로질러 치고 오르니 돛대산에서 이어져오는 정상등산로가 나타난다.***
*순탄한 등로 따라 425봉 좌측으로 통과하며 다복한 한 가정을 만나고. 0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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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 가로질러 좌측 무명봉의 우측 사면으로 나아갈 것이다.(우측은 신어산동봉) 0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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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어산 1,3Km 지점. 0790
*무명봉으로 오르는 길은 제법 가파르다. 힘이 부친다. 등로 우측에 반반한 바위가 있어 쉬어 가려고 올라가 보니, 바로 밑 바위에 젊은 한 쌍이 끌어안고 누워서 소곤대고 있다. 얼른 후퇴한다. - -
*시어산 900m 지점에 와서 망설인다. 귀가 약속시간을 어겨서라도 예정코스를 따를 것인가, 아니면 귀가시간을 지킨답시고 397봉 줄기를 경험해 볼 것인가. 머지 않는 시일 내에 다시 찾아와, 못 찾은 위령탑과 암릉길의 미스터리를 재점검하며 오늘 못 간 코스를 다시 밟을 것을 다짐하며 ‘김해대학’쪽을 택한다.
손익계산은 일거삼득(一擧三得=귀가시간 지킴+새 능선 타보기+체력보전)이다. 0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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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경사 내림길은 바위길과 미끄러운 마사길이 번갈아 나타난다. 물 마시고 쉰 자리에서. 0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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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에 내려선 자리에 우측으로 내려가는 소로가 있다. 우측으로의 동림사 갈림길도 지난 터라 이 길이 김해대학으로의 지름길일까 지도를 보고 있는데 산꾼 ‘서 공석’ 전 회장으로 부터 ‘내일 대운산에 가자는 분들이 있는데 같이 갈 수 있느냐’는 전화, ‘오늘 파김치가 다 되었으니 내일은 안 되겠고 다음 산행 때 꼭 연락 바란다’하고 397봉으로 오른다. - -
*397봉에서 물 좀 비우고. 0796
*397봉능선이 꽤 길다. 삼림욕장 쪽으로. 0798
*하키경기장 쪽으로. 내가 인간 측에 든다면, 여기까지도 인간은 나 혼자뿐이었다 .0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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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에 내려왔다. 임도 따라 좌측(사진에는 안 보임)으로 갈 것인가, 임도에서 내려가 저 다리를 건널 것인가 아니면 다리 좌측으로 나 있는 개울길을 따를 것인가. 막막하다. 저 밑의 평상에 앉아 있는 아주머니에게 큰 소리로 길을 물었다. 무엇인가 답을 하는 모양인데 들리지 않아 재차 물으니 말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밑으로 내려오라는 시늉이다. 밑으로 내려가 평상에 앉으며 또 물으니 들릴까 말까할 정도의 낮은 톤으로 자기 가는 쪽으로 가면 된다한다. 60여전 성묘하고 삼방리로 내려올 때 봤던 자연 그대로의 개울을 회상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내 귀 청력이 100%는 아니더라도 8∼90%는 된다고 여기는데, 삼방리에 산다는 중년 아주머니 말소리는 여전히 알아듣기 힘들어, 내가 어떤 말을 해야 옳은지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그 아주머니 가정에서도 된소리 없이 조용하게 사시는 분 같다.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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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노인복지관 앞을 지나.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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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주차장 지나자마자 도로에서 벗어나 앞 지름길로 들어가면.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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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도로에 내려선다. 0803
***도로에 내려서니, 우리 집 바로 근처까지 가는 128-1번 버스주차장이 어디쯤인지 분간이 안 된다. 아주머니가 모시다 드리겠다며 앞장서는데, 네 번이나 도로가 바뀌고 신호 받으며 걷는 거리가 꽤 멀다. 정류장에 왔어도 내 타는 거 보고 가겠다며 같이 기다려준다. 오늘도 훌륭한 분 만나 세상 살아가는 모습을 한 수 배웠다***
*****민물장어의 꿈*****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 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두고 온 고향 보고픈 얼굴 따뜻한 저녁과 웃음소리 고갤 흔들어 지워버리며 소리를 듣네.
나를 부르며 쉬지 말고 가라하는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번만이라도 이룰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익숙해 가는 거친 잠자리도 또 다른 안식을 빚어 그 마저 두려울 뿐인데 부끄러운 게으름 자잘한 욕심들아 얼마나 나이 먹어야 마음의 안식을 얻을까.
하루 또 하루 무거워지는 고독의 무게를 참는 것은 그 보다 힘든 그보다 슬픈 의미도 없이 잊혀지긴 싫은 두려움 때문이지만 저 강들이---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1968. 5. 6∼2014. 10. 27.) 申 海澈
==故 申 海澈님의 遺族에게, 執刀醫의 慰藉料 支給判決을 歡迎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