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번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전 사실 드라마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글쓰겠다는 놈이 드라마를 좋아하지않는게 맞는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별 내용도 없이 눈물 흘리고 싸우고 하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일겁니다. 한마디로 스토리없는 드라마를 매우 싫어한다는게 정답일겁니다. 그래서 사극 그것도 퓨전사극이 아닌 정통 사극이나 나름 스토리가 탄탄한 드라마를 보는 편입니다. 얼마전까지는 천추태후만 보다가 최근에는 그 유명하다는 '아이리스'를 보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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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거창한 제작의도...
뭐 한국형 첩보액션 블럭버스터드라마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대대적인 광고와 이병헌, 김태희, 김소연, 김승우, 정준호등등 초호화 캐스팅에 편당 10억, 전체 제작비 2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물량 공세까지.....진짜 블럭버스터 드라마라는 말은 주인공들과 제작비만 보고도 알겠더군요. 하도 방영 전부터 언론에서 난리였고 또 제가 최근에 쓰기 시작한 소설에도 도움이 될까싶어 열심히 보게되었습니다.근데.....진짜 미드와 헐리우드 영화 짜집기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렵겠더군요. 뭐 이병헌은 그에 대해서 그래도 시도 자체가 훌륭한거 아니냐? 언제까지 미드 보면서 우리나라는 저런 드라마 못 만드냐? 이런 한탄만 할 수 없지않냐고 했더군요.
틀린 말은 아닌데 그래도 나름 시도한게 액션과 멜로의 짬뽕...이건 영화 '쉬리'에서 이미 시도한 것입니다. 한국사람들은 24시 스타일의 하드 보일드물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듯 합니다. 액션이든, 사극이든, 스릴러든, 무슨 장르든 멜로는 꼭 들어가야 하는 듯 합니다. 쩝. 전 연애 경험이 일천해서 멜로가 약한디....하여간 액션과 첩보, 멜로까지 흥행코드는 다 담은 이 드라마는 하지만 미드 짜집기라는 표현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질 못했습니다. 그래서 혹자는 그러더군요. 제목이 아이리스가 아니라 '24시 브레이크'라고.....테러가 숨막히게 벌어지고 액션씬까지 미드 '24'를 꼭 빼닮았고, 주인공이 음모에 의해 ?기고 도망치고하는 것은 '프리즌 브레이크'와 너무나 흡사합니다. 거기다가 3회에서 미스터 빅역을 한 탑이 중국 경호원들을 죽이는 장면은 뤽 베송감독의 '레옹'의 오마쥬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오마쥬면 다행인데....
어차피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발전을 위해서는 모방을 할 수밖에 없다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거기다가 미드와 다른 작업환경에 따라 한국드라마의 고질병인 쪽대본과 생방송(방송날짜와 거의 같은 날 촬영해서 후닥닥 편집해서 겨우 시간에 맞춰 내보내는 방송)과 같은 것은 하나도 발전적이지 못했습니다. 또한원래 드라마가 흥행하면 나타나는 법이지만 이 드라마는 참 구설수도 많았습니다. 초반 제작사인 태원이 각본에 대한 문제때문에 가처분 소송에 얽히더니 중반쯤 가다가 다른 소설을 표절했다는 소송도 나왔고 급기야는 주인공인 이병헌의 스캔들까지 거기다가 강병규의 촬영장 폭행사건까지....드라마 자체의 화제도 화제였지만 외적인 부분도 엄청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시청율이 마지막까지 40%를 넘진 못한 것을 보고 아직 우리나라의 드라마 주 시청층인 주부와 30대 여성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특히 이병헌의 상체가 자주 끝까지 나왔어야 한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참 사족인데 제 아내가 이병헌의 복근을 보고는 저한테 그렇게 만들라고 하더군요. 쩝. 직장생활에 찌든 제가 그런 복근을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저에게는 이병헌이 자주 벗지 않은게 다행인 셈이네요. 그래도 사탕 키스는 언제든지 아내에게 해줄 수 있는데....ㅎㅎㅎㅎㅎ 우엑....
그리고 스토리나 설정상에 어색한 부분도 많았습니다. 비밀 조직인 NSS 마크를 방탄조끼에 떡하니 다는게 이상하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나중에 말이 많더군요. 그리고 진사우역인 정준호가 3회에서 북한 과학자를 헝가리에서 빼낼때 동유럽의 호텔에서 호텔리어가 동양인이면 누구나 이상하게 여길 겁니다. 그런데 과학자를 보호 또는 강금하는 자들은 정준호의 출연에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더군요. 쩝. 저같으면 서양인의 가면을 썼다가 적이 다 쓰러지고나서 얼굴 가면을 벗는걸로 설정 할텐데...그럼 미션 임파서블 뻬겼다고 했겠죠? 하여간 그 부분은 상당히 어색해 보였습니다. 또한 전체 스토리에서 매우 중요한 남북정상회담이 너무나 지고지순한 최고목표로 보였다는 것도 상당히 어색합니다. 이미 두차례의 정상회담이 있었지만 그걸로 인해 남북관계가 크게 바뀐게 없습니다. 그런데 극에서는 마치 남북정상회담을 하면 남북관계가 해빙되고 통일까지 되는 것으로 설정했는데 좀 난센스같았습니다.
주인공인 이병헌은 이드라마와 '지아이조'로 올해 최고의 해를 보내다가 스캔들로 고생했긴 했지만 드라마에서는 아주 열연을 펼쳤습니다. 복근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서두....김태희는 그냥저냥이었습니다. 뭐 원래 첩보원은 미녀거나 미남은 안된다는데....이번 드라마로 최고를 뜬 배우는 확실히 김소연이었습니다. 여전사의 강인함 뿐만아니라 묘한 매력을 뿜어내 저를 포함한 제 주위 지인들이 모두 김소연을 최고의 섹시녀를 뽑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섹시녀로는 김태희가 아닌 김태희 친구로 나왔던 양실장역의 김혜진이었습니다. 어쩌다보면 주인공보다 더 눈에 띄는 친구가 있는데 김혜진씨가 그랬습니다. 지적인 섹시를 뽐냈다나 어쨌다나....김승우는 전의 훈남 이미지를 한방에 보내면서 카르스마, 터프가이의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차기작을 어떤 것으로 고를지 벌써부터 관심이 가네요. NSS의 오퍼레이터로 나왔다가 탑에게 죽은양미정역의 쥬니는 미드 '24'에서처럼 안생긴 사람이 오퍼레이터 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더군요. 얼마전에 본 영화 '국가대표'에서 조선족으로 나와서 얼마나 웃겼는데....마지막으로 탑은 별로 할말이 없네요. 원래 연기 초보자가 가장 하기 쉬운게 대사없이 폼만 잡는건데(모래시계의 이정재처럼)...그냥저냥 무난했다고 봅니다.
이런저런 어색함과 진지함 사이에서 나름 새로이 시도하는 한국드라마의 모험이었습니다. 한류스타인 이병헌의 이름값으로 200억원을 펀딩할 수 있었고 해외에 수출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은 한국드라마의 단계를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겁니다. 하지만 시즌2에서는 좀더 노력하고 좀더 스토리라인과 시놉시스를 탄탄히하여서 제작여건을 개선하여 누가보더라도 재미있고 설정과 진행에 있어서 설득력있는 드라마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