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는 것도 나 자신의 일이고 죽음도 나 자신의 일이라면, 살 때도 철저히 살아야 하고 죽을 때도 철저히 죽어야 합니다. 살아 있는 동안은 전력을 기울여 활동하고 죽을 때는 마련 없이 물러나야 합니다.
(법정 스님 / 진짜 나를 찾아라) ===================================
근래 최고로 더운 여름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사는 날들이다. 새벽녘 비 오는 소리에 일어나 열심히 자기 일을 하는 선풍기의 전원을 내렸다. 그러고 보니 비교가 되는 덥다고 했던 여름에 대한 기억이 별로 남아 있지 않음은, 그보다 더 큰 이슈들로 인한 부실한 나의 기억 용량을 초과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바라는 이상적인 삶이 있다. 남들보다는 좀 더 넓게 좀 더 깊게 생각하며 슬기롭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미루어 보면, 넓음은 깊음을 모르고 깊음은 넓음을 모르고, 나만의 시각으로 나름 최선(?)이라는 길을 걸어온 것 같다.
누구도 당신의 최선에 실망할 자격은 없다.(김수현)는 좋은 말씀도 있지만 아침 영적 독서에서 만난 말씀처럼 잘살아보겠다고 어깨와 주먹에 너무 힘이 들어가 보는 사람에게는 거만하게, 그리고 자신에게는 줘도 받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는지...
가을 문턱에 서서 사무실 앞에 내어 놓은 화분을 들여다 본다. 꽃샘 추위에 꽃대가 얼어서 한 해를 건너 뛴 산수국도, 풍성하고 화려한 꽃으로 뭇 사람의 시선을 끌었던 수국도 백로가 지난 탓인지 잎이 서서히 말라가고 있다. 아마도 내년을 위한 나름의 준비를 하는 것이리라.
최선과 미련 사이의 수많은 길이 있음을... 그리고 마지막 선택의 길을 조용히 이야기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