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 샬롬! 가톨릭!]
다시 찾아온 시원한 바람이
반가운 아침!
이 선선한 아침에 봉부장님,
주교회의 배봉한 부장님께서는
어떤 소식들을 전해주실까요?
소식보다 노래를 기대하시는 분들도 많겠죠? :)
우리 행복 가족들이 찍은 하늘사진도요!(하늘 사진 특집입니다)
페북에서는 인터뷰 전문과 사진을,
인스타에서는 사진을 즐겨주세요!!!
잠시 후 8시 행복을 여는 아침입니다!_!
샬롬, 가톨릭 2018.8.18.(37회)
그저께가 말복,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려, 어느 해보다 가을을 더 기다리게 되는데요. 좀 이른 듯했지만, 지난주 가을 노래 많이들 좋아하시더군요.
▶ 네. 늦더위에 열대야도 계속되어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하는 가요가 좀 성급했나 싶기도 했는데 다행이네요. 시골에서는 밤에 풀벌레 소리도 들리는데요. 서둘러 가을 신상품을 내놓는 상인들처럼, 계절의 변화도 시대의 징표도 빠르게 감지하는 가톨릭평화방송이 되면 좋겠습니다.
엿새 뒤면 더위가 그친다는 처서인데, 여름이 끝났다는 선언을 하듯 시원한 빗줄기가 쏟아지면 좋겠습니다.
▶ 네. 김태희 베르다 자매님이 부군인 ‘비’ 씨를 기다리듯 비를 고대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23일이 처서인데
“낮달 선명한 하늘에/
햇살도 기가 꺾이고/
느티나무 짙은 그늘에는/
엷은 한기가 맴돈다.”
는 박인걸 시인의 ‘처소 소묘’란 시가 마음에 다가올 듯합니다.
“거칠게 부대끼며/
생존의 몸부림으로/
치열한 계절을 넘어온/
야초(野草)들이 숭고하지만/
이미 끝난 게임/
점점 기우는 분위기/
백로(白露)가 저만치서 기다린다/
가을에게 자리를 내주라.”
시인이 묘사한 대로 “생존의 몸부림으로 치열한 계절을 넘어온” 들풀 같은 분들에게는,
이번 가을이 더욱 감미로운 계절이 되겠지요.
젊음의 열기를 뿜어낸 한국 가톨릭 청년들의 축제인 제4회 한국청년대회도 끝이 났는데요. 조금 지나면 어느새 그때가 그립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네. 저는 15일부터 산청 시골집에 내려와 재택근무 아닌 재택휴가를 하고 있는데요. 1978년 제1회 TBC 해변가요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징검다리의 ‘여름’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여~름은 젊~음의 계절, 여~름은 사~랑의 계절”인데요. 머지않아 방송에서는 “딩동댕 지난여름~ 바닷가에서 만났던 사람~” 하는 노래도 나올 텐데, 그때쯤이면 청년들도 ‘딩동댕 지난여름~ 청년대회서 만났던 사람~’을 그리워하게 되겠지요.
청년대회는 39세까지인데, 부장님도 청년대회에 참가하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 네. 20여 년 전 38세 때인 1997년 파리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프랑스 르망교구의 라플레쉬라는 곳에서 민박을 했는데, 집주인이었던 장 바티스타 니니, 델핀 니니 부부는 물론, 그 집에 함께 묵었던 명랑한 이탈리아 여대생 마리안나와 말수가 적은 파올라의 얼굴이 떠오르네요.
20년이나 지난 기억들을 생생하게 간직하고 계시다니 놀랍습니다.
▶ 기록은 기억을 이긴다고, 당시 고마운 분들한테 보냈던 편지 사본과 인화지로 된 사진들이 남아 있어 가끔 꺼내봅니다. 보드카를 나눠 마시고 저를 오토바이 뒤에 태워 동네 한 바퀴 투어를 시켜 준 라플레쉬 본당의 부제님도 기억이 납니다. 부제를 뜻하는 디아코누스, 봉사자라는 이름 그대로 저녁 식사 때 상차림을 거들고, 성모 승천 대축일에 강론대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복음을 읽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 부제님은 지금쯤 중견사제가 되어 사목을 하고 계시겠군요. 저마다 간직한 갖가지 추억들이 있을 텐데, 가끔씩 꺼내보며 흐뭇해 할 아름다운 기억들을 많이 간직하고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 네. 이번 청년대회에 참가한 이들은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가 배포한 “우리는 왜 살인이 나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살인하는 사람을 살인하는가?”라는 교육 자료집을 아실 듯합니다. 추억이란 말에 뜬금없이 ‘살인의 추억’이란 영화가 떠오르는데요. 미스터리, 호러 영화 좋아하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서울 생활을 시작한 이듬해인 1986년부터 6년 동안 열 번에 걸친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다룬 영화죠. 영화 속에서 1980년대 말 한국 사회의 각종 병폐와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파헤쳐져 화제가 된 영화였습니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 사형 찬성론이 나오는데, 교육이 필요합니다.
가톨릭평화방송의 ‘미리 보는 가톨릭평화신문’에서도 소개한 대로, 그동안 가톨릭교회가 사형제에는 반대했지만, 인간 생명을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이 사형뿐이라면, 사형제 의존을 인정한다고 한 것을 최근에 공식적으로 수정했죠.
▶ 그렇습니다. 8월 12일자 교회신문들이 모두 사형제 절대 불가를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는데요. 가톨릭교회 교리서 2267항을 “교회의 복음 정신에 따라 ‘사형은 개인의 불가침성과 존엄성에 대한 공격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바꾸었죠.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평소 강조하신 인간에 대한 사랑과 결연한 의지, 하느님의 자비에 대한 믿음을 여기서도 볼 수 있습니다.
“사형을 집행하면 흉악 범죄율이 낮아진다”,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것은 세금 낭비다” 등 사형제도에 대한 통념과, 범죄의 원인과 책임이 개인에게만 집중되는 현실에서 사회의 역할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주교회의 교육 자료집을 일선 사목자들이 먼저 관심을 가지고 본당에서부터 활용하면 좋겠네요.
▶ “사형제도는 학교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많이 언급되며 토론되는 주제이지만 정확한 정보와 윤리적 관점을 제시하는 교육자료가 드물기에, 청소년들에게 사형제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윤리적, 생명보호 관점에서 교육이 이뤄지도록 했다.”고 주교회의에서 자료집 발행 취지를 밝힌 대로, 이 자료집을 잘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15일은 성모 승천 대축일이자 73주년 광복절이었는데요. 광복이 하루아침에 온 것이 아니고 수많은 이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어서 가능했던 것처럼, 사형제 폐지도 어렵지만 교회가 앞장서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 안중근 토마스 의사를 비롯해 조국을 위해 일제에 항거하다 목숨을 바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도 사형수였죠. 거슬러 올라가면 신앙 때문에 목숨을 바친 순교 복자와 성인들도 사형수였죠. 사회 통념을 바꾸기가 쉽지 않지만, OECD 국가 중 사형제를 유지하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뿐이고, 우리나라는 20년 넘게 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인 사형폐지국이니 폐지 선언만 남았다고 봅니다.
사형제 폐지 찬성, 낙태법 폐지 반대, 교회가 이렇게 사회 문제에는 앞장서면서 교회 내의 문제에는 침묵하고 있다는 아픈 소리도 듣게 되는데요. 지난주에 부장님이 소개하신 공지영 작가의 장편소설 『해리』의 내용을 두고 SNS에 자성의 소리가 올라오기도 하던데요.
▶ 생명의 존엄성은 교회가 지켜야 할 마지막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노(No)라고 말해야 할 때 예스(Yes)하고 하면 ‘노예’가 된다는 말이 있는데요. 우리 사회나 정치 현실에 목소리를 높이면서, 교회 안의 문제에는 묵묵하게 침묵한다면 묵을 드셨나 하고 비아냥을 들을 수도 있겠죠. 2015년 여름 교황 방한 1주기를 기념하며 ‘젊음의 독서콘서트’를 열었는데, 당시에 공지영 마리아 작가와 함께 초대 손님으로 출연한 진슬기 신부님의 페이스북 글이 눈길을 끌더군요.
진슬기 신부님이라면 로마에서 유학 생활을 하시면서 SNS에 교황님의 말씀을 소개하시는 분 아닙니까?
▶ 맞습니다. 해리의 독후감으로 이런 글을 올리셨더군요. “성직자들의 위선이 더 뜨악한 것은 그들이 늘 ‘청정함’을 말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도 사람인지라 이상과 현실의 차이라는 걸 감안치 않는 건 아니지만 그 임계점이 넘어가는 순간 더 이상 그것은 한 잘못이나 실수로만 남지 않고 ‘걸림돌’ 스캔들이 된다. 억울할 수도 있겠다. 허나, 이 또한 그간 청정함을 입에 달고 대접받은 것에 대한 업보이니….”
“청정함을 입에 달고 대접받은 것에 대한 업보”라는 신부님의 솔직한 이야기가 마음에 다가오네요.
▶ 진슬기 신부님 말씀인데요. “거름으로 쓰일 마른 똥은 될지언정 질펀한 젖은 똥은 되지 말아야 할 일이다. 한데, 젖은 똥이 되기 싫다고 좋은 말 옳은 말들을 삼가고 소위 안전빵으로 사는 건 또한 옳은 일일까?”라며 진 신부님은
“지옥의 가장 뜨거운 곳은 도덕적 위기의 시대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약되어 있다.”
는 단테의 말을 인용했던데요. 새겨볼 만한 명언입니다.
성직자는 물론, 도덕적 위기의 시대에 ‘이건 아니다’라고 말하지 못하고 중립을 지키는 자들이 우리 교회 젊은이들의 모습이어서는 안 되겠죠.
▶ 네. 젊음 하면 패기 아닙니까. 지난 7월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 청소년국이 주최한 주교 연수회에서도 언급한 대로, 젊은이들은 자신의 소리를 들어 주기를 바라죠. 또한 교회 생활에서 수용자보다는 주체와 주역이 되기를 원합니다. 윗물 탓하지 말고 젊은 사제들과 수도자, 평신도들이 앞장서 교회를 맑히는 샘물이 되면 좋겠습니다.
나이라는 거리를 떠나 거리낌 없이 대화하며 소통을 하면 좋겠습니다.
▶ 제 젊은 날의 전설 같은 이름, 전혜린이 쓴 ‘그리움’이란 시가 있는데요.
“거리만이 그리움을 낳는 건 아니다/
아무리 네가 가까이 있어도/
너는 충분히, 실컷 가깝지 않았었다/
더욱 더욱 가깝게, 거리만이 아니라/
모든 게, 의식까지도 가깝게/
가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움은.”
세대 간의 거리를 넘어 의식까지도 가까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저녁 7시 서울 도림동성당에서, 가톨릭평화방송의 명강사인 박승찬 엘리야 교수님이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삶의 길을 묻다’라는 강연을 하시던데요. 8월 28일이 아우구스티노 축일이라 수호성인을 더 잘 알고 싶으신 분들에게 강추할 만하죠. 부장님은 휴가라 못 오시겠네요.
▶ 네. 젊은 날의 아우구스티노 같은 이른바 문제아 자녀를 둔 부모님들에게도 강추합니다. 저는 오늘 저녁은 이곳 시골집 마루에 앉아 노을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술잔을 들 듯합니다. 오늘은 왠지 “노랫말이 슬프면 인생살이도 그렇게 된다고 해서 한 동안 안 불렀다.”고 김광석이 고백한 노래, ‘거리에서’를 들어보고 싶네요.
“거리에 가로등 불이 하나 둘씩 켜지고~
검붉은 노을 너머 또 하루가 저물 땐,
왠지 모든 것이 꿈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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