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 - 조선시대 궁중에서 즐겨먹은 제철음식
오늘도 조선시대 왕들의 건강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왕처럼 먹고 왕처럼 살아라>의 저자
장동민 한의사, 연결돼 있습니다.
(전화 연결 - 인사 나누기)
Q1. 지난 시간에 임금이 즐겨먹은 제철 음식 중에서
봄에 대해 얘기해주셨는데요.
오늘은 여름 제철음식에 대해 알아볼 차례죠?
네 맞습니다. 먼저 단옷날에는 여름 더위가 시작되는 날이라 하여, 내의원에서 ‘제호탕’을 만들어 임금께 진상하였다고 하는데요. <동의보감>을 보면, 제호탕은 오매살 가루와 초과와 사인과 백단향 등의 약재를 보드랍게 가루 낸 다음에, 졸인 꿀에 넣고 약간 끓인 후에 고루 저어서 자기 그릇에 담아 두고 찬물에 타 먹는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실제 더위 먹어서 나는 열을 풀며 번갈을 멎게 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고 되어 있는데요. 이렇게 여름철에 차처럼 마시는 음료로는 ‘생맥산’이라는 처방도 있었습니다. 생맥산은 인삼과 맥문동 그리고 오미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지금도 한의원에서 아주 많이 처방되고 있습니다. 궁중의 단오 절식은 이 밖에 증편, 어알탕, 준치만두, 앵두화채, 생실과, 수리취떡 등이 있었다고 합니다.
Q2. 생맥산도 궁중처방이었군요!
또 다른 여름 음식은 뭐가 있었나요?
음력 6월 15일인 유두는 '동류두목욕(東流頭沐浴)'의 준말인데요, 복을 주는 방향인 동쪽에서 내려오는 물에 머리를 감고 몸을 씻으면 나쁜 병과 재앙이 내려간다고 한 날입니다. 그래서 유두날 아침에는 수단, 건단, 유두면 등과 수박, 참외 등의 햇과일과 피, 기장, 조, 벼를 조상께 천신 즉 제사지냈다고 하는데요. 역시 궁중에서도 종묘에 천신하였으며, 유두절식은 편수, 봉선화화전, 감국화전, 색비름화전, 맨드라미화전, 밀쌈, 구절판, 깨국탕, 어채, 복분자(覆盆子, 산딸기)화채, 떡수단, 보리수단, 참외, 상화병(霜花餠, 기주떡) 등이었다고 합니다.
유두는 밀가루를 가지고 국수를 만들어 먹는 날이기도 했는데요, 쌀가루를 쪄서 만든 떡을 구슬처럼 빚은 다음 꿀물에 담가 먹는 '수단'과 '건단'을 만들어 먹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칠월 칠석(七夕)날의 절식은 밀전병, 증편, 육개장, 게전, 잉어구이, 잉어회, 복숭아화채, 오이소배기, 오이깍뚜기 등으로 각각 그 시기에 알맞은 음식이 절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Q3. 아무래도 여름 음식은
대부분 더위를 쫓는 음식들인데요.
궁중이니까 얼음도 이용했겠죠?
네 맞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사빙(賜氷)이라는 제도가 있었는데, 이것은 궁중에서 옛날부터 유월 중순경에 기로소 즉 원로대신들이 있는 곳과 각 관아에 얼음을 나누어주는 것을 말합니다. 조선시대 얼음창고인 빙고는 동빙고와 서빙고가 있었는데요, 동빙고는 국가의 제사에 소용되는 얼음을 저장하였고, 서빙고의 얼음은 왕의 수라상에 쓰였다고 합니다.
또한 궁중의 특이한 하절(夏節)시식으로 정월에 남겨둔 흰떡을 다시 불려서 떡국을 끓여먹는 관습이 있었는데요. 더위를 이긴다고 겨울 음식을 여름에 먹었는데, 이런 의미로 동짓날에 먹는 팥죽을 초, 중, 말복의 삼복(三伏)날에 각각 쑤어서 온 궁중이 다 먹었다고도 합니다.
Q4. 요즘에는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얼음이
조선시대에는 왕의 특권이었네요.
가을은 어떻습니까?
가을의 가장 큰 명절은 역시 한가위, 추석(秋夕)이지요. 한가위의 절식, 즉 명절음식은 송편, 토란탕, 밤단자, 갖은 나물, 가리찜, 배화채와 밤, 대추, 사과, 배, 감 등의 햇과일인데요, 역시 그 중에서 가장 으뜸은 햅쌀과 햇곡식으로 빚은 오례송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송편은 멥쌀가루를 반죽하여 알맞은 크기로 떼어 거기에 소를 넣고 반달 모양으로 빚어 솔잎을 넣고 찐 떡을 말하는데요. 보통 소는 깨, 팥, 콩, 녹두, 밤 등이 사용되는데, 한 해의 수확을 감사하며 조상과 하늘에 바치던 명절 떡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햇과일 중에서 특히 밤은 소화가 잘 되어 병을 앓고 난 사람이나 성장기 어린이나 유아에게 좋은데요. 밥에 넣어도 좋고 죽으로 먹어도 좋으며, 각종 조리법으로 영양을 보충하기 좋기 때문에, 잡곡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라 하겠습니다.
Q5. 이밖에 또 가을 절식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양수인 구(九)가 겹치는 중양절의 절식은 국화전, 밤단자, 유자화채, 생실과 등이 있습니다. 국화전은 찹쌀가루에 노란 국화잎을 섞어 반죽하고 참기름으로 부쳐 화전을 만든 후에 다시 어린 국화잎을 얹어 다시 부친 것이며, 유자화채는 배, 유자를 썰어 꿀이나 오미자 물에 넣고 석류와 잣을 띄운 아주 향기 좋은 화채입니다.
가을이 제철인 생선들도 있는데요. 갈치는 칼처럼 생겼다 해서 도어(刀魚)라고도 하는 데 그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아서 특히 위장을 따뜻하게 해서 소화력을 촉진시키고 식욕을 증진시킵니다. 많이 먹으면 얼굴이 고와지고 피부도 좋아진다고 하는데,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때가 제철입니다.
또한 생선의 귀족으로 불리는 연어도 산란기 전인 가을철에 잡은 것이 기름이 올라 맛이 좋다고 하는데요. 연어는 <동의보감>에 성질이 평(平)하며 맛이 달고 독이 없다고 되어 있습니다.
Q6. 이제 마지막으로
임금이 겨울에 즐겨먹은 제철음식 살펴볼까요?
네 맞습니다. 일 년 중에서 밤이 제일 길다는 동지(冬至)에 내의원에서는 임금을 위한 특별한 겨울 보양식을 만들었는데요, 이것이 바로 악귀를 물리치고 추위에 몸을 보하는 효력을 가졌다는 전약(煎藥)입니다. 전약이란 쇠족, 쇠머리 가죽, 대추, 계피, 후추, 꿀을 넣어서 고아 굳힌 보양식인데요. 우선 쇠족을 깨끗이 씻어 물에 담가 핏물을 빼고 쇠머리 가죽도 깨끗이 씻어서 함께 넣어 삶아 건집니다. 여기에 정향, 생강, 후추를 넣고 다시 오래 끓인 다음 모두 건져내고 고기를 곱게 다집니다. 이때 대추는 별도로 푹 과서 대추고를 만들어 두는데요, 이러한 국물과 다진 고기, 대추고, 계피가루, 후춧가루, 꿀을 함께 섞어 고은 후에 굳히면 묵처럼 엉기게 됩니다. 이것을 임금에게 진상해 별미로 들게 했던 것이지요.
Q7. 동지 때 이렇게 특별한 음식을 먹었군요.
그나저나 동지하면 팥죽인데,
궁중에서 팥죽은 먹지 않았나요?
궁중에서도 팥죽은 먹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전약 외에도 팥죽, 식혜, 수정과, 동치미 등을 먹었는데요. 팥은 한약재 명으로 적소두(赤小豆)라고 하는데, 성질이 평(平)하며 맛은 달고 약간 시며 독이 없어서 물을 내리고 옹종의 농혈을 배출하며 소갈과 설사를 그치고 소변을 이롭게 하여 수종과 창만을 없애준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실제 어혈이나 농혈처럼 나쁜 기운을 몸속에서 몸 밖으로 내쫓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붉은 색깔이 귀신을 쫓아낸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고 보겠습니다.
또한 정월 초하루에 먹는 떡국도 묵은 해가 가고 천지만물이 다시 살아나는 날은 엄숙하고 청결하여야 한다는 의미였는데요, 궁중에는 섣달 그믐날 새벽 궁중에서 백항아리에 소금물 끓인 것을 식혀 담고 거기에 메주를 떼어 넣었다가 우러난 물을 마시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역시 섣달그믐에 묵은해를 보내면서 새해를 맞이하기에 앞서서 벽사(辟邪) 즉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목적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Q8. 궁중에서도 동지 팥죽이나
설날 떡국을먹었네요.
그렇다면 궁중에 정월대보름 풍습도 있지 않았나요?
네 맞습니다. 궁중에도 정월 대보름에 부럼을 깨물며 1년 동안 무사태평하고 만사가 뜻대로 되며 부스럼이 나지 말고 이가 단단해지라고 기원하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보통 잣, 날밤, 호두, 은행, 땅콩 등을 깨무는데요, 특히 호두는 성질이 평(平)하게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어서 경맥을 통하게 하고 살이 찌며 노화를 막고 머리카락을 검게 만들며 피부에 윤기가 나게 해서 선호했습니다. 보통 다음해 4, 5월이 지나면 기름기가 절어서 맛이 없을 뿐 아니라 영양도 떨어지게 되므로, 겨울철 음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월 대보름 절식의 으뜸은 약식(藥飯)이라고 하는데요. 약식의 유래는 ‘신라 소지왕(炤智王)이 정월15일 까마귀의 일깨움으로 위기를 모면하니 그 은혜를 보답코자 찹쌀밥을 지어 까마귀에 대한 제사 날로 삼았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에 근거합니다. 서민들은 이 같은 약밥이 사치품이었기 때문에, 그 대신에 오곡밥과 나물무침을 만들어 이웃과 나누어 먹는 풍습이 남게 되었다고 합니다.
Q9. 궁중의 약식이
민간으로 전파된 게
오곡밥과 나물부침이었군요.
또 다른 겨울 절식으로는 어떤 게 있었을지 궁금해요?
네, 또다른 겨울 절식을 말씀드릴게요. 대구는 산란기인 12월부터 1월까지 연안 내만으로 이동하는데요, 통영에서는 전복과 대구를 궁중으로 보냈다고 합니다. 궁중에서는 가을무를 크게 썰어 넣고 소주방에서 만든 두부를 야들야들하게 썰어 파, 마늘과 함께 새우젓을 넣어 참 숯 불에 ‘대구두부탕’을 만들어 먹었다 합니다.
한의학적으로 대구는 성질이 평(平)하며 맛은 짜고 독이 없는데요. 먹으면 기력이 회복되어 눈이 밝아지고 몸이 가벼워진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중년 남성의 음위증 즉 발기불능에 좋다고 하여, 겨울철 백일 동안 대구두부탕을 수라상에 반드시 올렸다고 전해집니다.
지금까지 장동민 한의사와 함께
‘조선시대 궁중에서 즐겨먹은 제철음식’에 대해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