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로그램 ‘라디오 아침세상’ 인터뷰
2023년 8월 31일(목) 오전 8시 30분부터 10분가량
BBS 대 구 불 교 방 송
(대구 FM94.5,안동 FM97.7,포항 FM105.5)
‘빈처’ ‘술권하는 사회’ ‘운수좋은 날’ 등을 남긴 현진건 선생은 대구가 낳은 걸출한 문학가이자 독립운동가인데요. 올해는 선생의 탄생 123주년과 서거 80주기가 되는 해입니다. 그리고 바로 내일부터 지역의 문인들을 중심으로 탄생 123주년 기념 전시회가 열릴 예정인데요.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현진건학교 정만진 교장 전화 연결합니다.
(문1) 내일부터 현진건 선생 탄생 123주년 기념 전시회를 연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디서, 어떤 것을 전시합니까? (장소와 전시내용 소개)
전시장은 모산학술재단 문화예술공간입니다. 모산학술재단은 대구광역시 수성구 두산동 88-4번지에 있습니다. 전시회 이름이 ‘현진건 선생 탄생 123주년 기념 전시’인 데서 짐작하시겠습니다만, 1920년부터 1943년까지 우리 문학사에 큰 이름을 남긴 소설가 현진건과 관련되는 여러 가지를 전시합니다. 현진건의 소설을 화폭에 담은 그림도 전시하고, 서울 부암동 집터 등 유적지 사진도 전시합니다. 현진건 선생에 대한 당시 동아일보 등 신문 기사들 등을 전시합니다.
(문2) 전시회 기간에 ‘일장기 말소 의거와 운수 좋은 날’이라는 책 출간 봉정식도 함께 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어떤 내용의 책이고, 책 발간의 취지는 무엇입니까?
현진건은 뛰어난 민족문학 작가이자 1936년에 일장기말소의거를 일으켜 일제에게 투옥과 고문을 당한 독립유공자입니다. 흔히 현진건을 소설가로만 기억하는데 이는 선생의 정체성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합니다. 책 제목을 ‘일장기말소의거와 운수좋은날’이라고 정한 데에는 현진건이 독립운동을 하셨다는 점과, 그리고 명작들을 남긴 우리나라 근현대문학의 개척공로자라는 사실을 동시에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책에는 일장기말소의거의 경과, 일장기말소의거의 독립운동사적 의의, 현진건의 삶과 문학에 대한 해설문 등을 주로 수록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현진건의 지식인다운 모범적 생애와 문학세계를 올바르게 소개하고, 일장기말소의거를 알림으로써 민족정신을 드높이는 데 이바지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문3) 작품 전시와 책 출간.봉정식 외에 전시회 행사의 내용, 또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현진건의 문학세계와 문학사적 업적 등을 해설한 안내문도 전시합니다. 현진건의 소설들을 올바르게 이해라는 데 도움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또 현진건 소설들을 작품마다 줄거리를 요약해서 소개합니다. ‘운수좋은날’ ‘빈처’ ‘B사감과 러브레터’ 등 현진건의 대표작들을 오래 전에 읽으셨을 텐데, 그 추억을 회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현진건에 대한 지금까지의 설명 문장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잡은 게시물들도 전시를 합니다.
(문4) 정만진 선생님이 교장을 맡고 있는 현진건 학교가 중심이 돼 이번 행사를 개최하는데요. 현진건 학교에 대해서 좀 소개를 해주시겠습니까?
현진건학교는 이름 그대로 현진건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현진건 선생의 업적을 더욱 널리 알리는 일을 하기 위해 약 3년 전에 설립되었습니다. 일반학교처럼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고, 회원들이 모여서 토론을 하고, 작은 행사도 할 수 있는 정도의 사무실과 전시공간을 갖추고 있습니다. 거의 매주 토요일마다 현진건을 공부하는 학습모임이나 현창하는 문학행사를 해왔고, 현진건을 주인공으로 한 장편소설, 현진건평전 등 책도 여러 권 발간을 했습니다. 아주 절친한 벗이었던 현진건 선생과 이상화 선생은 1943년 4월 25일 같은 날 세상을 떠나셨는데, 그날을 기려 합동 추념행사도 열어왔고, 8월마다 일장기말소의거 기념행사도 개최해왔습니다.
(문5) 올해부터 현진건 선생을 기리는 월간지도 발간하고 계시죠?
예, 제목이 ‘빼앗긴 고향’입니다. 여기서 ‘빼앗긴’은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뜻하고, ‘고향’은 현진건의 대표작 중 하나인 단편소설 ‘고향’을 가리킵니다. 이 책은 개인을 현창하기 위해서 펴내는 우리나라 유일의 월간지입니다. 현진건 선생에 대해 연구하고, 또 일반 대중에 현진건을 널리 알리기 위한 잡지죠. 이상화를 함께 놓은 것은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두 분이 둘도 없는 벗이었고, 같은 대구사람이었고, 뿐만 아니라 두 분 모두 뛰어난 민족문학가이자 독립유공자이기 때문입니다.
(문6) 정만진 교장께서 이처럼 현진건 선생 현창에 매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식민지 시대 말기가 되면 유명한 시인 소설가들이 친일로 변절을 합니다. 하지만 현진건은 당시 대부분의 국민들이 했던 창씨개명도 하지 않고 끝까지 일제에 맞섰던 진정한 지식인이었습니다. 한국문학사에 빛나는 명작들도 남겼고, 일장기말소의거를 일으킨 독립유공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대구시민들 중에는 현진건이 대구사람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현진건은 생가도 남아 있지 않고, 고택도 없고, 무덤도 없습니다. 문학관 또는 기념관이 없는 것은 물론입니다. 독립유공자이자 뛰어난 민족문학가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 몇몇이 앞장서서 현진건 선생을 현창하고자 합니다.
(문7) 현진건 선생의 업적과 명성에 비해 현창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대구사회의 성격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봅니다. 행정관청과 정치인들뿐만이 아니라 일반시민들까지 독립운동가와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저조합니다. 토론문화가 성숙하지 못한 탓도 크다고 봅니다. 대구에 문학관을 새로 설립하는 경우, 누구부터 현창해야 순서상 옳은가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지한 토론부터 거쳐야 합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면 현진건처럼 모든 국민이 다 아는 민족문학가를 기리는 문학관은 세워지지 않고 엉뚱한 문학관이 설립됩니다. 현진건 선생의 유족이 아주 연세가 많으신 따님 한 분밖에 없다는 점도 현실적 이유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선생이 교육계에 종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자들도 없습니다. 저 저신을 포함해서 지역문인들의 역할 부족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문8) 현진건 선생 현창 사업과 관련해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이번 행사 초대의 말씀과 함께 말씀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꾸준히 월간 ‘빼앗긴 고향’을 발간할 것입니다. 몇 달 뒤에는 김미경 교수가 중국어로 번역한 ‘현진건 중문 소설집’을 출간해서 중국으로 보낼 계획입니다. 현진건에 대한 연구와 공부모임도 계속하고, 이번과 같은 전시회를 다른 도시로 찾아가면서 개최할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시민 여러분들께서 이번 전시부터 많이 찾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수성구 두산동 모산학술재단에서 내일부터 9월 5일까지입니다. 고맙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현진건 선생 탄생 123주기 전시회를 주최하는 현진건 학교 정만진 교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