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의 전반부는 베드로가 고넬료와 관련된 일을 예루살렘 교회에 보고하는 내용입니다. 10장에 기록된 내용이 베드로의 입을 통해 거의 그대로 반복됩니다. 베드로의 설명을 듣기 전에는 그가 할례를 받지 않은 사람들의 집에 들어가서 그들과 함께 음식을 먹었다며 베드로를 비난하던 사람들이 설명을 듣고 나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18절을 보겠습니다.
18 이 말을 듣고 그들은 잠잠하였다. 그들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이제, 하나님께서 이방 사람들에게도 회개하여, 생명에 이르는 길을 열어 주셨다" 하고 말하였다.
유대인과 이방인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예루살렘 교회가 승인한 것입니다.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 지방까지 전파된 복음이 이제는 땅 끝까지 향하게 되었습니다.
11장 후반부에는 안디옥 교회가 이방인을 위한 새로운 선교기지로 부상하는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19~22절을 이번에는 공동번역으로 보겠습니다.
19 스데파노의 일로 일어난 박해 때문에 흩어진 신도들이 페니키아와 키프로스와 안티오키아까지 가서 유다인들에게만 말씀을 전하였다.
20 그러나 그 신도들 중에는 키프로스 사람과 키레네 사람도 있었는데 그들은 안티오키아로 가서 이방인들에게도 말씀을 전하고 주 예수의 복음을 선포하였다.
21 주께서 그들을 보살피셨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믿고 주께로 돌아왔다.
22 예루살렘 교회가 그들에 대한 소식을 듣고 바르나바를 안티오키아로 보냈다.
개신교 신자들은 인명이나 지명이 조금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겠습니다. 반면에 가톨릭 신자들은 그동안 생소하게 느껴졌던 인명과 지명이 자연스럽게 들려왔을 것입니다. 스데반과 스데파노, 베니게와 페니키아, 기레네와 키레네, 안디옥과 안티오키아, 이 모든 인명과 지명이 개신교에서 사용하는 성서와 가톨릭에서 사용하는 공동번역에 다르게 표기되어 있을 뿐 같은 이름입니다.
공동번역의 표현이 원어 발음에 훨씬 더 가깝습니다. 번역도 직역보다는 의역을 많이 했기에, 이해하기도 편하고 개역개정본이나 표준새번역보다 읽기도 수월합니다. 개역개정본은 1993년에 번역되었지만, 바로 전 텍스트인 개역한글본의 기본 흐름에서 벗어난 것이 거의 없기에 현대인이 읽기에는 내용도 어렵고 읽기도 답답합니다.
한글로 된 첫 성서는 1911년에 출간되었습니다. 그 성서를 구역이라고 부릅니다. 1938년에는 개역성경이, 1961년에는 개역한글본이, 그리고 1998년에 개역개정본이 출간되었지만, 이 세 번역본은 모두 1911년에 출간된 구역의 기본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저 출간 당시의 문법과 어법에 심각하게 문제가 되는 표현만 살짝 바꾼 것에 불과합니다. 하여 여전히 백 년 전의 문체에 머물러 있기에 더 이상 현대인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성경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성서무오설에 사로잡힌 대다수의 한국 개신교회에서는 개역개정본이 가장 권위 있는 한글성서로 인정되어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표준새번역은 진보적인 교회에서 일부 사용되고 있습니다. 공동번역은 진보적인 개신교 신학자와 가톨릭 신학자들이 공동으로 번역했고, 현재 가톨릭교회에서는 공식적인 한글성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신교에서는 학자들 사이에서만 통용될 뿐 교회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개역개정본보다는 표준새번역과 공동번역이 훨씬 더 읽기도 쉽고, 이해하기도 쉽고, 번역도 더 적합하게 잘되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하여 교회에서는 개역개정본을 사용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성서를 공부할 때는 표준새번역과 공동번역을 함께 사용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복음이 유대와 사마리아 지방을 넘어 소아시아와 그리스 접경까지 거침없이 뻗어나갔고, 예루살렘 교회도 이 일을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본문의 내용을 설명하다가 한글성서 번역본 얘기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본문으로 돌아와서, 이어지는 25~26절을 보겠습니다. 다시 표준새번역입니다.
25 바나바는 사울을 찾으려고 다소로 가서,
26 그를 만나 안디옥으로 데려왔다. 두 사람은 일 년 동안 줄곧 거기에 머물면서, 교회에서 모임을 가지고 많은 사람을 가르쳤다. 제자들은 안디옥에서 처음으로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렸다.
이방인을 대상으로 한 선교가 본격적으로 기획되고 있습니다. 바울과 바나바가 일 년 동안 안디옥교회에서 제자육성에 힘썼고 그때 처음으로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렸답니다. 유대교와 기독교가 대외적으로 구분되기 시작했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본문에는, 그 무렵 큰 기근이 있었는데, 안디옥교회가 모금을 하여 바울과 바나바 편에 예루살렘교회로 보냈다는 기록이 담겨있습니다. 이때가 글라우디오 황제 때라고 본문은 말합니다. 로마제국에서 클라우디우스가 황제로 재위했을 때라면 서기 41~54년 사이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