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 지붕 위 고양이
김 영 미
공복의 날을 살뜰하게 채워주며
윤기 나도록 빗질과 마사지로
내 기분을 살피던 집사는
뛰놀던 내 소파를 차지하고 누워
제 의무를 잊은 지 오래다
적막한 집안을 음울히 누비다
내 등을 쓰다듬던 손길이 그리워질 무렵
햇살과 바람만 넘나들던 툇마루가
번잡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때론 구급차 소리가 나를 구석으로 내몰곤 한다
이젠 내 끼니조차 챙겨주질 않고
거품으로 씻겨주던 향그런 목욕도 멈춘 지 오래다
나는 허기를 채우기 위해 궁벽한 오후를 가로질러
지붕으로 향한다
길들어진 집안에서의 기억들과
누워만 있는 집사의 게으른 시선을 붙잡고
몇 번의 망설임과 두려움의 경계를 맴돌았지만
이젠 저 벽을 넘어야 한다
한여름을 달구던 양철지붕의 뙤약볕보다
내 발길을 더디게 붙잡는
저 집사와의 추억이 뜨거워
나는 오늘도 지붕을 건너지 못한다
[시작 메모]
‘유모차’보다는 ‘개모차’ 판매 실적이 더 높다는 요즘, 고령화시대에 접어들면서 독거노인 가구도 늘어나는 추세다.
공영방송에서도 반려동물에 관련한 프로그램이 인기몰이 중이다. 출산율이 낮아진다고 개탄할 게 아니라 아기를 낳고 싶은 환경적인 정책도 중요하다.
방송에서도 출산정책에 대한 좀 더 효율적인 프로그램을 해주길 바라는 맘이다.
나 홀로 가구가 늘고 반려동물과 함께하면서 동물이 사람보다 존중받는 현실.
사람이 반려동물의 노예처럼 보인다면 너무 과대망상적인 표현일까?
역설해보면 거부감처럼 미스터리한 것도 없겠지만, 넓은 생각으로 빗장을 열면 벽은 사라진다.
고양이를 8월의 첫 프롤로그로 설정하면서
시가 흐르는 마음에 경계 안의 욕망과 경계 밖의 욕망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내가 고양이라면 더 나은 세계를 향해 양철지붕의 벽을 넘어갈 수 있을까?
8월은 더 나은 환경에서 좋은 생각이 스며들도록 뜨거운 계절 속으로 함께 달궈 볼까요.
골프타임즈 모바일 사이트,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26회] 양철 지붕 위 고양이 (thegolftimes.co.kr)
첫댓글
박기원선생님...
변함없는 응원에 힘입어
더욱 정진해야 할 명분을 얻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