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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드 맨리 홉킨스 지음 / 김영남 옮김 / 성바오로출판사
1. 작가소개
- 지은이 : 제러드 맨리 홉킨스
영국의 시인. 가톨릭 사제. 옥스퍼드 대학에서 공부하였다. 1866년 가톨릭으로 개종하고 예수회의 사제(司祭)가 되었다. 더블린 대학의 그리스어 교수가 되었다가 그 곳에서 사망했다. 참신한 운율과 어법을 사용하여 독창적인 시를 썼으나 생전에는 출판되지 않았고, 사후에 브리지스(R.S. Bridges)가 《홉킨스 시집(불멸의 금강석)》을 발간하여 신시대의 시인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 옮긴이 : 김영남
충북 청주에서 출생하여 충북대학교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했다. 국제 홉킨스 학회 회원이다. 논문으로는 ‘프로스트의 자연시와 현대성’, ‘홉킨스와 인스케이프의 미학’, ‘존 단과 통합된 감수성 재고’외 다수가 있다.
2. 간추림 또는 내 마음에 다가온 구절및 느낌
그 충실한 성인은 석쇠 위에서 그의 으깨진 살이
소리내며 타는 동안에도 그의 주님의 이름을 찬미하였다.
(‘에스코리알’ 중 p16)
☑ 라우렌시오 성인의 순교 모습을 그리고 있다.
내가 고요한 숲 그늘을 걸어가는데
돌연 죽음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
나는 물었다. “죽음아 일년 중 이 봄철에
너는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느냐?“
“가을에 식별할 수 있도록
만발하기 전에 꽃에다 표를 하고 있지.“
………………
(‘봄과 죽음’ 중 p32-33)
☑ 이미 봄에 죽음은 깃들이고 있다는 것. 살아있는 우리도, 죽음이 표시되어 있겠지!
묻노니 누가 그 자를
우리의 판관이며 통치자로 삼았단 말이냐?
그는 어제 이집트인을 베었다. 오늘은
위험 가득한 뜨거운 사막에서
그가 중도에 쓰러지는 주검들을 감추고
우리들을 헤매이게 한다.
………………
그 자는 매일 ‘그의’ 만나로 나를 먹여 준다.
내 영혼까지 그것에 신물이 났고, 나의 기운도 쇠진해 간다.
한 무리 날개 달린 것들이 이곳으로 내리니
천박한 무리들이 그것을 메추라기라고 한다.
그 자는 그것들을 실컷 먹으라고 내 손에 안겨 준다.
들고 일어나 분연히 그 자를 베어 버려라.
………………
이집트, 우리의 열락의 골짜기, 그곳으로 가자!
이 돌풍을 시뭄이라 부르는 너희들은 크게 빗나갔다.
바짝 탄 너희들의 코는 이집트의 공기를 맡고 있으며
안락한 어두움이
모래벌판과 물줄기도 없는 뙤약볕을 지나면 있나니!
고센은 푸르고 아름다워라.
고센이 아니다. 넘치도록 넓고 거대하게 둘러친 나일강이
나의 땀구멍을 적셔 주고 흐르며, 모든 것을 신선케 한다.
짙푸르고 도툼한 잎들이 우거진 곳에서
나는 연꽃의 뾰죽한 끝을 따노라.
너희들은 모래에 눈이 멀었는가? 수십 리 석판 같은 물이
이러한 사이에도 그를 오라 번쩍인다.
………………
너희들은 증거로 배를 채워야 하는가? 모래가 언제
너희들 손에서 줄줄 흐른 적이 있더냐?
탬버린을 두드리고 노래하고 먹고 마시고 기뻐하라.
잠 깨우는 나팔 소리, 그 장황한 율법일랑 잊어버려라.
이 풍성한 대지의 그을린 얼굴 위로 퍼져 나가라.
번쩍이는 짚을 가지고 와라.
여기에는 가격도 가치도 매길 수 없는 맛난 음식이 있으니
결코 갈증도 굶주림도 없으리라.
………………
포도를 밟는 이들은 핏빛 줄무늬로 물들고
기름을 짜는 자들은
기름을 덮어 쓰는 법, 우리는 우리가 지던 멍애
옛적의 가벼운 짐을 원한다.
그렇다면 가라, 나는 여기서 누워 있는 것으로 족하다.
너희들의 칼과 너희들의 활로 가나안을 정복하라.
일어나라, 키럇아르바에서 괴물같은 탈마이족과
너희들의 힘을 겨루어 보라. 어서 가 봐라 ‒
분명 여기는 나일강, 영문도 모르게 메스껍고
죽을 듯 정신이 혼미하구나.
(‘광야에 남은 한 정탐자의 독백’ 중 p34-36)
죄의 삯으로 굶주리는 님이시여
우리가 수확의 기쁨으로 얻는 것을 보소서.
우리를 위해 첫 열매를 거두셨으며
우리를 위해 뿌리에서 뽑히셨으며
잔혹한 끈으로 묶이고, 아픈 상처가 나고
타작 마당에서 매질을 당하셨도다.
윗 맷돌이 님의 머릿돌이 된 곳에서
아침에 우리들은 천상의 빵을 발견하였노라
일천 제대 위에 놓여서 그리스도
우리의 제물이 되셨도다!
………………
겟세마네 동산의 그 나무에는
끔찍한 열매가 열렸고
우리를 위해 갈보리의 아픔으로
포도주는 술틀에서 짓눌려 나왔고
그리하여 이제 우리의 제기(祭器) 속에는
우리 주님의 달콤한 포도주가 가득하다.
요셉의 뜰에는 찢겨진 포도나무가 버려져
잎도 없고 생명도 없이 말라 버렸는데
부활 아침 그 나무엔 싹이 돋았고
사십 일이 되자 땅에서 하늘까지 미치었고
곧 온 세상이 그로 뒤덮였다.
지친 그대들이여, 그 그늘로 들라.
그 님이 우리를 심으신 들판은
그 열매를 리바누스처럼 뒤흔들어 놓으리니
그 님이 우리를 자신의 짚단에 묶으셨고
그 님이 우리로 하여 자신의 잎을 이도록 하셨다 ‒
우리는 그 향연을 음식이라 칭하는 일은 거의 없고
우리 구세주의 피요 우리의 피라고 말하니
우리는 그렇게 그 님의 나무에 접목되어 있다.
(‘타작 마당과 포도주 술틀’ 중 p38-39)
☑ 주님의 희생 제물인 성체로 우리는 주님과 하나가 되었다
군인들이 ‘그리스도의 머리’에 가시를 엮었기에
포도가 자랐고 포도주 방울이 흘렸다.
비록 씨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렸을 때
일부는 날짐승들이 먹고, 일부는 가시밭에 떨어져
결코 곡식이 되지 못하였고
일부는 딱딱한 땅에 떨어져 뿌리를 내리지 못하였지만 ‒
‘그리스도’는 만난을 무릅쓰고 열매를 보이셨다.
돌투성이 광야에서 그분은
오천을 먹일 음식을 장만하시고, 가시밭 위에서도 그분은
떨어뜨리는 머리로부터 곡식을 뿌리셨다.
그리고 그분은 저 날짐승의 군단이 편안한 날개에 태워
자신을 하늘로 실어 가도록 하지 않으셨다.
(‘새롭게 읽은 것들’ 중 p40)
님이 옛 가뭄을 없이 하였으니
모든 것이 메말랐던 곳에 강물이 흐르고
들녘은 자비로운 이슬로 흠뻑 젖어 있다.
님이 나의 입에 새로운 노래를 주셨으니
노랫말은 옛 것이로되 뜻은 새로워
내 입술은 이렇게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
나는 살리라, 죽지 않으리로다
그러나 낟가리 쌓일 때 나는
주님의 구원을 보게 되리라.
우리는 함께 만난다, 너와 나는
한 나라 한 땅에서 만나게 된다.
하여 내가 네게 눈길을 돌리면
너는 답하여 나를 맞으리니
우리는 추수 때와 저장할 때
하나의 띠로 묶이게 될 것이며
그때 천상의 골짜기엔 곡식이 가득하고
그들은 웃으며 노래하리라.
(‘님이 옛 가뭄을 없이하였으니’ p41)
☑ 너와 나 먼 훗날 주님의 집에서 웃으며 만나리라!
나는 당신에게 백합꽃을 보여 드립니다, 결코
결코 시저의 정원에서는 피지 않는 백합꽃들이지요 ‒
그리고 손에는 마르멜로를 들었지요 ‒ 단 하나도
아랫 세상 당신들의 나뭇가지에서는 열리지 않는 것들입니다.
꽃망울이 맺지 않기 때문에 열리지 않는 것이요
세상이 겨울만 계속되기 때문에 피어나지 못하는 것이지요.
(‘성도로테아의 그림에 부침’ 중 p43)
동녘이 여리고 집요한 한파로
꽁꽁 얼려 놓는 당신들은 지금 부활절을 호흡하나니
당신들은 견고하게 짜여진 친구들
당신들은 줄어든 작은 불꽃을 여미며 밤을 지키는 사람들
………………
살집도 빈약한 당신들의 뼈는 지쳐 있나니
보라, 하느님께서 무릇 나약한 무릎을 강건하게 하시리라.
(‘부활절 영성체’중 p45)
☑ 약한 것을 강하게 하시는 하느님이여! 지극한 자비여!
나의 창으로는 떠다니는 구름과
쇠잔한 잎사귀들, 새로운 계절, 변화된 하늘
그리고 모이고 흩어지는 군중들이 보인다.
온 세상이 지나가는데, 나는 서 있구나
………………
그러나 내가 갈망하고 있는 것은
광야나 혹은 잡초 무성한 해변의 사토(沙土)
나는 미풍이 이는 나의 망루를 소요하며
나직이 걸린 혹은 솟아오르는 해를 지켜본다.
(‘도시의 연금술사’중 p52-53)
☑ 나 또한 갈망하는 건 요란한 도시가 아닌 광야!
애달픈진저!
한 권의 오점 없는 책을 의심없이 읽는 일만 같지는 못하구나.
그리하여 나의 신뢰는 혼돈되고, 충격받고, 뒤흔들려
찌는 듯한 우울의 포위 공격에 굴하고 마는구나.
………………
그들을 잘 알기에 나에게는 그 타락이 선명히 보이다.
한 사람에겐 이런 허물을, 다른 사람에겐 저런 허물을 발견했다.
그래서 온통 허물 뿐인 나에 비해 벗들은 저마다 하나의 허물이
있다해도
최선(最善)말고 차선(次善)으론 내 지금 만족이 안된다. 오로지
그리스도뿐, 나는 그리스도에 의지하여, 그리스도에 호소한다.
(‘부정한 나 자신’ 중 p55)
☑ 죄 많은 나이기에 오직 그리스도만 기댈 뿐
방자한 청춘에 헛되이 낭비를 일삼아
볼품없고 인색한 들녘 보습 자리에서는
늦게 배워 서투른 기술로 내 혹시 얻게 될
수확의 기대는 너무나 보잘것이 없구나.
얼마나 쓰리게, 얼마나 뒤늦게야 진리를 안 것인가!
(‘보라, 봄은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추위와’ 중 p56)
☑ 나의 수확 또한 얼마나 초라할 것인가!
나의 기도는 놋쇠로 된 하늘에 부딪쳐
뜻을 이루지 못하거나 흩어져 버림이 분명하다.
정결치 못하여 용서도 받지 못하는 터라서
나는 거의 기도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나는 내 마음을 띄워 올릴 수 없으니
위에서 입장(入場)을 허락지 않음이다.
나는 사랑의 선례들을 헤아려 보지만
느끼는 것은 죄의 오랜 성공이다.
………………
설령 눈물이 있다 한들 어찌
이 투박한 진흙이 눈물을, 눈물을 빚을 수 있으랴,
하느님과 싸우며, 실로 나의
입술로 하는 전쟁이 이제는 나의 기도이다.
(‘나의 기도는’ 중 p57)
☑ 나의 초라한 기도여!
나로 하여금 당신을 맴도는 한 마리 새가 되게 하소서
………………
노래하는 온갖 즐거운 목소리를 들어 보고서
찬미되는 모든 아름다운 현들을 하나하나 겪은 후에야
나는 평범한 한 마디 속에서 나의 음악을 찾았으며
그래서 내가 어느 것을 좋아했는지 분명히 압니다.
내가 시인하는 저 유일한 곡조들을 종식시키는
완전한 종결이 최근에 발견되었습니다.
………………
나는 나의 음역(音域)을 지배하는 주화음을 찾은 것입니다 ‒
오, 나의 하느님 당신을 사랑이며 사랑이라 부르오리다.
(‘나로 하여금 당신을 맴도는’ 중 p58)
☑ 오 한 평생 주님의 사랑만 부르게 하소서!
사랑이여, 지금은 저녁인데 당신은 멀리 있으며
사랑이여, 이곳은 어두워지는데 당신은 높이 있습니다.
사랑이여, 당신의 이름이 사랑이라면 내게 내려오소서.
………………
하지만 나의 역설을 들으소서. 사랑이여, 모든 것이 주어질 때
당신을 보려면 당신을 봐야 하고, 사랑하려면 사랑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에 하늘 아래서 당신을 따라잡아야 하는 것입니다.
누군가 말했지요. “너의 소망이 이루어졌다. 이 집으로 들어오라.
그는 빵을 쪼갤 때 너와 함께 있느리라.“
(‘중간에 있는 집’ 중 p59-60)
☑ 이 시는 홉킨스가 성공회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어둠은 그날 밤을 닫아 버리지 못했고
낮이 낮으로 이어졌지요.
그리고 곧 나는 보았답니다. 낮이
비단 같은 꽃양귀비의 색조를 띠고
수풀 너머로 새롭게 비쳐오는 모습을.
………………
나는 생각했지요, 그가 숨을 들이킬 때엔
공기가 그의 숨통을 가르고 옥죄는 것이며
그가 다시 숨을 토했을 때는
그 음악은 분명 죽음일 것이라고
나를 두렵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맑은 아침 노래하는 한 마리의 새 소리는
내겐 차마 듣기가 끔찍스러웠습니다.
(‘나이팅게일’ 중 p61-62)
선택받은 침묵이여, 내게 노래하라
그리고 나의 나선형 귀를 강타하라
피리를 불어 나를 고요한 목장으로 보내며
내가 듣고 싶어하는 음악이 되어 다오.
모양을 짓지 말라. 입술이여, 아름답게 침묵하라.
너를 달변으로 만드는 것은 오로지
침묵, 모든 체념이 비롯되는
그곳에서 보내 오는 저녁 기도의 종소리.
………………
네가 말하는 이 혼돈과 소용돌이는
단순한 모습을 휘말고 가두고 우롱하나니.
………………
그리고 청빈이여, 그대는 신부(新婦)가 되어라.
그리고 이제 혼인 잔치가 시작되었으니
그대의 배필에게 애써 길쌈하여 만든 것이 아닌
백합꽃 흰색의 옷을 드려라.
(‘완벽의 옷’ 중 p64-65)
☑ 그대 침묵과 청빈의 옷을 갈아입으라! 그리고 주님께 나아가라!
떨고 있는 죄인이 당신에게 기도를 바치건만
아무런 용서의 목소리도 응답해 오질 않습니다.
우리의 기도는 사막의 길에서 갈 곳을 모르며
우리의 찬송가는 광막한 침묵 속에서 스러집니다.
우리는 땅의 뭇 영광들을 보고 있지만
그 모두를 지으신 이의 손은 보질 못합니다.
밤은 천 개의 세상을 낳습니다.
하지만 문간에도 노변(爐邊)에도 주인이 보이지 않는
불만 밝혀 놓은 덩 빈 방과도 같이
공허한 창조의 등불들은 소름을 끼치게 합니다.
………………
우리는 모릅니다. 어떻게 우리의 선물을 바쳐야 하는지를
어디에서 신발을 벗고 당신을 찾아야 하는지를.
그리하여 세월과 영겁이 아무리 흘러가도
깨어지지 않는 그 침묵은 여전히 드리워져 있습니다
태양이 계절의 변화무상을 명하고
죽음으로부터 생명의 첫 씨앗을 얻어내기 이전에
태초에 혼돈의 물바다 위에서
성령이 맴돌던 것처럼.
………………
그래도 당신은 말이 없습니다. 당신의 세상이
그 많은 신조(信條)를 두고 서로 다투며
군대가 깃발을 휘날리며 대적하고
열정이 복바치며 연민이 피를 흘리고
진리가 진주 같은 눈물을 흘리며
갈대밭에서 신음 소리를 내고 있는 동안에도.
나는 손으로 입을 막습니다.
나는 낙담하는 가슴의 흐느낌을 억누릅니다.
나는 무덤으로 장식된 삶의 노정을 따라가면서
말 한 마디 없는 낮으로부터 더 조용한, 더 어두운
죽음의 마력에도 사람을 불러 가는
조종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
당신이 있으심과 가까이 계심을 드러내실 때까지
징벌의 매를 든 인내로 하여금
의심을 쫓게 하시고 눈물을 마르게 하십시오.
그리고 두려움은 없으되 여전히 어둠 속에 있는
어린아이 같은 나의 손을 이끌어 주십시오.
말씀하소서! 지켜보는 내 가슴에 한 말씀만
속삭여 주십시오 ‒ 놀라는 아기를 보고
어머니가 부드럽게 말을 하여
아기의 볼에 기쁨의 보조개가 지게 하듯이,
그러면 당신이 계신 그대로 당신을 바라볼 수 있도록
나는 영원의 아침이 터 올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논둠’ 중 P66-68)
☑ 아무 것도 모르는 철부지같은 나를 이끌어 주소서!
옥합을 깨고 나르드 향유를 뿌려라,
지금 멈추어 가격을 헤아리지 말라
………………
가난한 이들이 무엇을 잃었는지 마음 쓰지 말라
그리스도를 위하여 모든 것을 버려라.
그대들은 아는가, 오늘이 부활절임을.
………………
그대들은 가장 좋은 포도주를 가졌으니 ‒
천상의 기쁨을 대신하여 그것을 뿌려라
하프를 뜯고 호른을 불어라.
오늘이 부활절 아침임을 그대들은 모르는가?
………………
이제는 재 대신 아름다움을 쓰고
슬픔의 옷 대신 향수를 뿌려라.
헝클어진 머리칼 대신 화환을 쓰고
슬프고 느린 발걸음 대신 춤을 추어라.
그대들의 가슴을 활짝 열어 이 부활절날
그들이 환희를 받아들이게 하라.
………………
그리하여 그대들의 영혼에겐 언제나
매일 아침을 부활의 날이 되게 하라.
(‘부활절’ 중 p69-70)
☑ 매일 매일이 부활의 삶이 되게하소서!
나의 백합꽃을 보소서, 그 어느 것도 결코
시저의 정원에선 피지 않는 백합꽃들입니다.
보소서 마르멜로를, 그것은 단 하나도
과수원에서는 열리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지요
싹이 돋지 않으니 피어날 리 만무입니다.
세상이 겨울만 계속되니 피어나지 않는 것이지요.
………………
아욱꽃 입에 맺혀 있는 이슬 방울
그것은 꺼졌나요 꺼지지 않았나요?
별나라에서 그것은 자라났지요.
그러면 그것은 별인가요 아니면 이슬인가요?
………………
도로테아여 ‒ 아니 당신의 영장(令狀)은
사자(使者)에 의해 집행되었던가?
당신의 담판은 끝나지도 않았었는데 그곳으로!
당신은 혼연한 공기 속으로 가 버렸구나.
(‘성 도로테아의 그림에 부치는 시행’ 중 p71-72)
☑ 오, 복된 순교자, 주님의 백합꽃이여!
오 그대여, 자랑스런 어머니시오 무척 자랑스런 처녀시여 ‒
오월처럼 처녀이시되 어머니시여 ‒
우리는 사람들이 처녀라 이르는 이 달의 온갖
아름다운 것들을 당신께 바칩니다.
그리고 당신이 머무시는 곳 울창한 숲을 이룬 에덴에서
당신께 하례하나이다, 어머니, 처녀달의 여왕님!
………………
우리는 당신을 사랑하며, 당신께 노래를 올립니다.
우리들, 우리 모두는 우리의 인생이 다하도록
입술의 찬미와 우리 마음을 당신께 바칩니다.
오 처녀시오 가장 찬미받아야 할 당신께
입술과 마음은 당신의 것이니
우리에게 당신은 초목에 이슬과 같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향해 쓰러진 자들 일어나며 상처받은 자들 뛰어오르니
당신은 우리의 캄캄한 길에 오월의 희망입니다!
(‘아드 마리암’ 중 p74-75)
☑ 성모님은 캄캄한 밤의 희망입니다.
지금 내게 그 이름 말해 주소서, 그 이름 내게 말해 주소서.
마음으로 쉽게 추측이 가는데, 바로 그 이름인가요? ‒
마음이 잘 알고 있는 성처녀 마리아라네
그 여인이 신비요, 바로 그 장미라네.
“하느님의 정원에서, 신성한 햇빛을 받으며
나는 당신께 귀향하리이다, 나의 어머니여.“
………………
그 여인의 장미꽃이 누구이겠는가? 그것은 오직 한 분
예수 그리스도, 우리의 주님, 그녀의 하느님이며 아들이라네.
“하느님의 정원에서, 신성한 햇빛 속에서
나에게 당신 아들 보여 주소서, 나의 어머니여.“
(‘로사 미스티카’ 중 p77)
☑ 우리 어머니의 장미꽃이 아기 예수님이었네!
1
당신은 나의 주인되시는
하느님! 호흡과 빵을 주시는 이
세상의 해변이시요 바다의 지배자이시며
삶과 죽음의 주인이십니다.
당신의 내 안에 뼈와 핏줄을 매셨고, 내게 살을 붙이셨으며
그 뒤, 두렵게도 당신이 지은 것을 거두려 하셨는데
이제 당신은 나를 새로이 만지십니까?
나는 다시 당신의 손길을 느끼고 당신을 발견합니다.
☑ 죽음 앞에서 주인이신 주님을 발견합니다!
2
나는 “예”하고 응답했습니다
오, 번개와 내리치는 회초리에
당신은 들으셨습니다.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진실하게
당신의 공포를 고백하는 것을, 오 그리스도, 오 하느님이시여.
당신은 알고 계십니다, 그 벽돌과 제대와 시간과 밤을
휩쓸며 전복시키는 당신이 하늘의 공포로써
거세게 밟아놓은 한 마음의 혼절을
그리고 압박에 눌려 결리는, 압박의 불로 꿰뚫린 횡경막을.
☑ 죽음의 공포 앞에서 “예”라고 응답하는 그를…
3
찌푸린 그분의 얼굴이
앞을 막았고, 지옥의 낭떠러지
뒤로 했으니, 어디, 어느 곳에, 몸 둘 곳이 있었으리오?
그때 나는 날개를 펼쳤고
마음의 충동을 따라 성체(聖體)의 품을 향해 내달았다.
나의 마음이여, 그러나 너는 정녕 비둘기 날개를 가졌고
대견스러울진저 전서구(傳書鳩)의 본능을 가졌기에
그때 화염에서 화염으로 빛을 발했고, 은총에서 은총으로 솟았구나.
☑ 지옥의 낭떠러지, 그 치솟는 화염 속에서 은총을 찾았구나!
4
나는 모래시계 속의
부드러운 모래 ‒ 내벽에 달라붙어 있으되
움직임으로, 흘러내림으로 침식되며
그리고는 밀고 밀리어 빗질되어 떨어진다.
☑ 모래시계의 모래처럼 빗질되어 소진되는 생명이여!
7
그것이 시작되었던 것은
그분이 갈릴리에 임하셨던 날부터였다.
잿빛 배내 생활의 따뜻하게 자리 깔린 무덤
구유와 처녀의 무릎
숨막히고 쫓기는 수난, 그리고 무시무시한 땀.
이로부터 그것은 쏟아져 나왔고 거기에서 부풀어 오를 것이니
전에도 느껴졌고, 아직도 고조(高潮)를 이루건만 ‒
아무도 그것에 대해 알지 못했을 것이나, 바짝 좇기는 마음만이
☑ 그들의 죽음은 이미 갈릴리에서 시작되었음을…
9
………………
말할 나위 없이 감미롭고, 언변으로 표현할 수 없는 당신은
번개요 사랑이시며, 겨울이요 따뜻함이심을 나는 알았습니다.
………………
어둡게 강림하시면서도 가장 너그러운 분이십니다.
10
………………
옛날에 바오로를 내리치듯 단숨에 하시듯
오스틴처럼 시간을 끄는 감미로운 기술로 하시듯
우리 모두의 안에서 자비를 베푸시고, 우리 모두의 밖에서
뜻을 이루소서. 그러나 찬미받으소서, 왕이시니 찬미받으소서.
☑ 이제 구원의 은총을 내리소서!
11
………………
육신은 우리의 눈 앞에서 쓰러지며, 우리의 꽃도 매한가지련만
우리들은 초원과 더불어 출렁거리며, 잊고 있다
음침한 낫이 도사리고 있으며, 둔탁한 보습이 다가온다는 것을.
☑ 이미 죽음이 눈 앞에 다가왔기에!
13
………………
일요일 도이칠란트 호는, 하늘도 질세라
가없는 하늘은 불친절하고
시커먼 파도가 쉬임없이 강타하고 바다는 불꽃처럼 휘날리며
동북동 그 저주스런 방향으로 바람은 불어 댄다.
철사 같고 하얀 불 같은 회오리에 휘말리는 눈은
과부를 만들고 자식을 빼앗고 부친을 잃게 하는 심해로 선회 강하한다.
☑ 일요일 도이칠란트호는 모든 것을 뺏으며 침몰했던 것이다.
14
배는 바람을 따라 어둠 속에 질주하다가
들이받았다 ‒ 암초나 바위가 아닌
모래톱을 감추고 있는 파도를. 밤은 배를 끌어다
켄티쉬 녹에 꼼짝없이 박아 버렸다.
그러자 배는 이물로 모래톱을 내리박고 용골이 타고 올랐다.
파도는 괴멸시킬 듯한 충격으로 선폭 위로 밀어 닥쳤다.
하여 범포(帆布)와 방향판, 추진기와 타륜도 영원히 망가져
배를 띄우지도 바람을 타게 할 수도 없었으니, 배는 이러한 고초를
겪었다.
15
희망은 백발로 화했다
희망은 상복을 입었다.
눈물로 고랑이 지고 근심으로 주름이 파였다.
희망은 열두 시간이나 간곳이 없었다.
그리고 끔찍스런 밤이 내려 애절했던 하루를 접어 버렸고
조명탄과 등대선만 뻔쩍일 뿐, 구조의 빛은 오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생명들이 씻기어 갔다.
그들은 돛대 밧줄에 매달렸다 ‒ 그들은 내던지는 무서운 공기 속에
떨었다.
☑ 이미 그들의 희망은 상복을 입었고, 생명은 밧줄에 매달렸던 것이다!
16
한 사나이가 삭구에서 몸을 떨치고
아래에서 절규하는 여인을 구하려
몸에 밧줄 끝을 동이고, 날렵하고 용감하게 내려왔으나 ‒
그는 일격에 죽음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의 겁 없는 담력과 억센 근육에도 아랑곳없이.
사람들은 그가 몇 시간이고 자갈 같은 양떼 거품에 씻기면서
대롱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가 어찌 감당할 수 있었으랴
샘처럼 솟구치는 기류와 날뛰며 억수같이 밀려드는 파도를.
17
그들은 하느님의 추위와 싸웠다 ‒
그리고는 이기지 못해 갑판에 떨어져
(박살이 났고) 혹은 물 위에 떨어져 (익사했고) 혹은 굴러갔다
난파선 위로 넘치는 파도와 함께.
밤은 포효했으며, 상심한 오합지졸의 절규에, 여인네의
울부짖음과 어린애의 끝없는 비명에 가슴이 메어졌다 ‒
그때 돌연히 암사자 하나 가슴으로 무리를 헤치며 일어섰다.
아비 규환 속에 한 여인 예언자가 우뚝 솟았다. 한 처녀의 말이
울려 퍼졌다.
19
수녀가, 한 수녀가 부른다
주인을, 그녀의 주인이며 나의 주인을!
그동안 배 안에 들이치는 바닷물은 휘말리며 고함을 지르고,
성화하며 따갑게 강타하는 소금물은 그녀를
눈멀게 하나, 그러한 천후 속에서도 그녀는 다만 한 가지를 본다.
그녀 안에 한 가지 방도가 있다. 그녀는 성스러운 귀를 향해
자신을 일으키니, 장루(墻樓)와 삭구에 의지한 사람들을 향한
그 키 큰 수녀의 외침은 폭풍을 압도해 버렸다.
☑ 그 배속에는 독일 정부에 의해 추방되어 미국으로 가던 5명의 수녀가 타고 있었다.
20
………………
(오 도이칠란트여, 두 배로 절망적인 이름이여!
오 선(善)에서 멀어져 간 세계여!
………………
생명의 시초부터 전해지고 있듯이
아벨은 카인과 형제였으며 그들도 같은 젖을 빨았었다.)
21
그들은 사랑 때문에 미움을 받았고
그들이 태어난 나라에 의해 쫓겨났으며
라인 강도 그들을 거부했고, 템즈 강도 그들을 파멸시키려 했으니
파도와 눈과 강과 대지가 이를 갈았습니다.
☑ 주님을 사랑했기에 조국을 쫓겨난 그들은 주님의 순교자였다!
22
다섯! 수난하는 그리스도의
상징이며 자신이며 암호
보라, 그 상흔은 인간이 낸 것이며
그 말뜻은 천주께 바쳐진 것
그러나 일찍이 목숨을 바친, 가장 소중하고 고귀한 자들
당신을 증거한 이들에게 그리스도는 주홍빛 자국을 남기시니 ‒
성흔(聖痕)이요, 표식이며, 양지꽃의 증표,
새끼 양털에 글자를 넣는 것, 장미꽃 붉게 물들임을 나타내는 것.
23
………………
당신에겐 옹이진 못자국들이, 창으로 파인 자국이, 그분이
십자가에 달리었던 사랑의 모습이, 그리고
그분의 치품 천사가 임했던 증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당신의 딸이며, 다섯 생명이요 잎을 이룬 총애요 자랑
한 자매로서 사나운 바다에서 봉인되었으니
그분의 황금처럼 쏟아지는 자비로 세례를 받았고, 그분의 불의 정수인
시선을 들이쉬었습니다.
24
………………
그녀는 사방 칠흙 같은 공중을 향해, 파도를 향해, 자옥하게
쏟아지는 눈보라를 향해, 움켜잡고 떨고 있는 무리들을 향해
외치고 있었다. “오 그리스도, 그리스도, 빨리 오소서.”
그녀는 자신의 십자가를 그리스도라 부른다, 자신의 악천후를
‘최선’이라 이름짓는다.
☑ 죽음 앞에서 자신의 신랑인 그리스도를 부르는 다섯 수녀들.
25
………………
그것은 그녀의 님이 그랬듯 그녀가 간직한 그 존재의 사랑입니까?
영감을 주소서, 아름다운 ‘죽음’의 몸이시여.
그들은 그때 하나같이 마음이 딴 곳에 있었으므로, 그 사람들은
게네사렛의 풍랑 속에서 “우리가 죽게 되었습니다.”하며
당신을 깨웠습니다.
………………
28
당신은 그것을 보았는가? 그 곳에서 불현듯 나타나는 모습을
그때 그곳에서 … 그녀가 보았던 것! 주인님을
‘바로 그분’ 유일하신 자, 그리스도, 임금, 머리이신 분을.
그분은 그녀에게 내렸던 극한의 고통을 치유하시는 이요
삶과 죽음을 행하고, 베풀고, 주관하는 자이시니
그녀의 자랑, 그분께서 승리 속에서 달려오사 신속히 거기에서
심판을 끝내소서.
29
아! 의로운 마음이 있었구나!
성한 눈이 있었구나!
형용할 수 없는 충격의 밤을 읽었으며
누구인지 왜인지도 알았구나.
그분께 의하지 않고서 어찌 그 말을 했겠는가. 현재와 과거가
하늘과 땅이 그분 말씀이며 그분 말씀으로 이루어진 것일진대
시몬 베드로 같은 영혼이여! 강풍을 받아도
타르페이아의 암벽처럼 의연하되,
바람에 불릴수록 빛나는 햇불이어라.
30
예수님, 마음의 빛이시여
예수님, 처녀의 아들이시여
당신이 이 수녀의 영광을 거두시던 밤
그 다음 날은 무슨 축일이었습니까? ‒
한 점 흠 없으신 그 여인의 축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잉태된 여인이시니, 당신을 잉태함도 그러하였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마음의 격통, 머리로부터의 출산,
말씀이 있어, 그것이 당신을 듣고 간직하고 즉각 당신을 외쳤던 것입니다.
☑ 12월7일, 원죄없이 잉태되신 동정마리아 대축일 하루 전날 그녀들은 신랑이신 그리스도의 품에 안긴 것이다
31
이제 그녀는 당신을 얻었습니다, 고통의 대가로
인내의 대가로, 그러나 나머지 그들은 가련합니다!
마음이여, 가라 그리고 더욱 비통한 심정으로 피를 흘려라
그 가운데 고해(告解)로써 위로받지 못한 이들을 위하여 ‒
아니다, 위로받지 못한 것이 아니다. 아름답고 오묘한 섭리를
베푸시는, 오 깃털의 섬세함 간직한 손가락에 처녀의 가슴은
그렇듯 순종하며 종(種)이 되고 울림이 되어 그 가엾은 양들이
놀라 돌아서게 하였으리라! 그러면 난파는 수확이요, 태풍은
당신께 알곡을 날라 주는 것인가요?
☑ 믿지 않은 자들도 최후의 순간에 하느님께 돌아섰으리라!
32
당신을 흠숭하나이다, 파도의 주인이며
태고의 홍수와 연중 가을의 주인이시여
바다의 혁대요 바다의 선창이며 방파제인
바다의 옆구리를 속박하고 회복하는 힘이시여
………………
☑ 파도 속에서도 구원의 주님이 계시나이다!
34
이제 타오르소서, 새로이 세상에 나신 이여
이중의 성품을 지닌 이름이여
하늘이 내셨고, 육신의 심성을 입었으며, 처녀의 몸에 싸인
마리아 안의 불꽃의 기적이여
천둥 옥좌의 삼위 가운데 두 번째 되는 이로다!
그분의 오심에는 심판날의 현란함도 나셨을 때의 어둠도 없었으며
온유하시되, 왕으로서 권리를 되찾으러 오셨으니
이 땅에, 심하게 내친 불벼락이 아닌 해방의 소나기를 쏟아부으소서.
☑ 이제 불쌍한 그들에게 구원의 해방을 주소서!
35
우리의 문전에 익사하신
우리의 모래톱에서 익사하신 귀부인이여
정박지, 보상의 천국의 항구에서 우리를 기억하소서
………………
(‘도이칠란트 호의 난파’ 중 p90-106)
☑ 이 시는 1975년 12월7일 영국의 템즈강 하구의 모래톱에서 자초하여 많은 희생자를 낸 ‘도이칠란트’호의 난파를 종교적으로 승화한 시다.
그런데 어찌 사람들은 그의 권능에 아랑곳하지 않는가?
숱한 세대들이 짓밟고, 짓밟고, 짓밟아 왔구나.
하여 모든 것이 생업으로 시들고, 노역으로 흐려지고 더럽혀져
인간의 때를 입고 인간의 냄새를 피우는구나.
………………
그리고 이러함에도 자연은 결코 다함이 없어라.
사물 깊은 속엔 가장 소중한 신선함이 살아 있나니,
하여 마지막 빛들이 검은 서쪽 너머 가 버렸어도
오, 아침은 동편 갈빛 언저리에서 솟아오른다 ‒
왜냐하면 성령께서 구부러진 세계를 따뜻한 가슴과
그리고 아! 빛나는 날개로 품고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장엄’중 p115)
☑ 오늘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의 권능을 짓밟고 있는가!
어찌 봄처럼 아름다운 것이 있으랴 ‒
잡초들은 길고 아름답고 무성하게 활처럼 뻗어 나오고
지빠귀의 알들은 흡사 작고 낮은 하늘만 같으며
나무를 울리는 지빠귀는 이토록 귀를 헹구고 쥐어짜니
그의 노래 소리 듣노라면 번개를 맞은 듯하다.
반들거리는 배나무의 입과 꽃들은 내리는 푸르름에
몸을 비비니, 그 푸르름이 일시에 천지 가득하고
질주하는 양들 또한 어여쁘게 펄쩍거린다.
………………
(‘봄’ 중 p117)
영혼을 사랑하며, 사려깊게 저울질하시는 하느님
당신의 소중한 피조물을 오 부족한 곳에서 채워 주소서
주인으로서 능하시며, 아버지로서 자애로운 분이시니.
(‘엘리 강 계곡에서’ 중 p118)
얼룩진 사물들을 지으신 하느님께 영광 있으소서 ‒
얼룩소 같은 겹색의 하늘이여
헤엄치는 송어들에 빼곡한 장미 반점들이며
떨어져 벌건 속 드러내는 밤, 핀치새들의 날개
구획되고 짜여진 풍경 ‒ 목초지, 휴한지, 그리고 경작지
그리고 온갖 생업들, 그 삭구와 밧줄과 장비들.
………………
(‘다채로운 아름다움’중 p121)
☑ 얼마나 자연은 신비스러운가!
나는 걷는다, 나는 쳐든다, 나는 마음을, 눈을 쳐든다
하늘의 저 온갖 영광 속에서 우리 구세주를 수확하려고
눈이여, 마음이여, 어느 얼굴 어떤 입술이 여태껏 그대에게
더 진실한 더 완벽한 응답이 담긴 황홀한 사랑의 인사를 했던가?
………………
(‘수확의 환호성’중 p122)
강풍에도 끄덕없는 종달새가 답답한 새장에 갖힌 것처럼
인간의 날아오르는 영혼도 그의 뼈집, 비천한 집에서 산다 ‒
저 새는 그의 자유롭던 산야를 잊고 있으며
이 몸은 따분함 속에, 하루하루 애쓰며 인생을 살아간다.
깔아준 풀 위나 횃대 위나 초라한 낮은 무대 위에 떠서
둘은 모두 가끔씩 아름답기 그지없는 노래를 부르지만
둘은 가끔씩 자신의 감옥에서 송장처럼 풀이 죽거나
공포나 분노를 터뜨리며 자신들의 장벽을 쥐어뜯는다.
………………
(‘새장에 갇힌 종달새’중 p123)
때때로 등불 하나가 밤길을 따라 움직이며
우리의 시선을 끈다. 그런데 누가 거기에 가고 있을까?
생각하노니,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드넓은 어둠 속에서 그의 걸어가는 등불과 함께.
………………
(‘집 밖의 등불’ 중 p124)
☑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조금도 쉼없이…
아 슬프도다! 삼백의 영혼들이 배에 타고 있었고
일부는 잠에서 깨지도 않았는데, 모두가 아무런
경고도 없이 열한 길 심연 배 가라앉는 곳으로
떨어져 버렸구나! 단 한번의 강타가 그들을
………………
그들은 남아들, 곧 성인이 될 대범한 청년들이었다 ‒
험악한 날씨여, 줄기와 꽃을
한꺼번에 모두 시들게 해야만 했는가?
………………
아 푸르른 3월의 낮이여, 너는 거짓말쟁이였구나.
밝은 태양이 하늘의 만에 불빛을 던져 놓았건만
어느 검은 폭풍이 그 배를 난파했는가?
………………
이것은 끔찍스러운 전복이었다.
배가 반쯤 바로 서며 떠오른다 싶었을 때엔
죽음이 포문을 통해 차들어와서
갑판 아래로 내달리더니 인간 먹이들을 휩싸 버렸다.
………………
싸늘한 한 구의 시체를 본 사람들은 말한다.
그는 매우 아름답고 남성적인 체구였으며
하나 부족함이 없는 수병이었으며
우리가 자랑하는 가장 훌륭한 수병 중의 하나였다고.
………………
그는 다만 수천의 다른 수병들과 같은 사람이었다.
밤낮으로 나는 애도한다
나의 국민과 태어난 조국을
빠르게 침몰하는 나의 세대를,
………………
오직 숨쉬는 성전이요 무상한 생명
아름답게 피어난 이 야생화
죽음을 두려워 않는 자들, 아 이 승무원들을
그리스도를 모른 채, 모든 파멸로 굴러떨어졌구나 ‒
정녕 마음 깊이 이를 애통해 하노니
어이하여 나의 주인께서는 그것을 보고만 계셨던가
왜 이 겨레를 따돌려 놓으셨는지
………………
오 어찌 울지 않을손가, 어머니가 아들을 잃었으니
아내, 그리고 애인이 혼자 될 터인데,
슬퍼한들 그들에게 무슨 소용이 있으련만
슬픈 참사랑의 눈물을 어찌 흘리지 않으랴.
그러나 천둥의 주님 그리스도께
몸을 숙이고, 나직이 땅에 무릎을 꿇어 기도하라.
“가장 성스럽고 아름답고 용감하신 이여
나의 영웅을 구해 주소서, 오 구원의 영웅이시여.
………………
지옥에서는 구원이 허락되지 않지만
그러나 지옥에 든 것이라 여겨지는 영혼들에게도
심판의 불이 모두 다 태워 버리기 전에는
기도가 영원한 긍휼을 가져다 주리라.
(‘유리디시 호의 상실’ 중 p125-130)
☑ 이 시는 1878년 3월24일 300명의 군인들을 태우고 돌아오던 중 돌풍에 휘말려 침몰한 영국 해군 훈련선 ‘유리디시’호를 그리고 있다. 생존자는 단 2명뿐인 참사였다. 이 시를 읽는 동안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떨어진 ‘세월호’의 아이들이 자꾸 떠올라 가슴이 막막했다.
모든 것들이 즐거이 저마다의 존재를
확대시키고 있는 것을 보노라면
마리아께서 자신 안에 간직한 주님을
어떻게 키우셨나를 생각케 한다.
………………
만물을 낳는 대지에 가득한 이 황홀경은
마리아로 하여 그리스도 나실 때까지의
그녀의 환희와 그녀의 구원이셨던
하느님께 대한 기쁨을 잊지 않게 하는 것이다.
(‘5월의 성모 성가’중 p133-134)
내 사랑하는 미루나무들, 그 공중의 새장들이
뛰어오르는 해를 입 속에 억누르고 누그러뜨리더니
모두 베어지고 말았구나, 모두가 베어져 버렸구나.
싱그럽게 겹겹이 열을 짓고 있었는데
하나도 남지 않았구나, 하나도 없구나
목장과 개천에서
바람 헤적이고 잡초 구비치는
둑 위에서 부침(浮沈)하던
샌들 신은 그림자를 희롱하곤 했었는데.
우리가 파내거나 베어 버릴 때 ‒
자라는 초목을 난도질하고 고문할 때
아, 우리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기만 한다면!
(‘빈지의 미루나무들’중 p135)
☑ 아무렇게나 자연을 파괴함은 하느님을 대적하는 것이 아닌가!
아! 내가 들이쉬고, 내가 내쉬는 이 공기는 그가
살아 숨쉬던 공기요, 이 잡초들과 개천, 이 담장들도 만인 가운데
가장 내 영혼을 움직여 평화를 주는 그 사람이 찾던 것들이다.
(‘던스 스코터스의 옥스퍼드’중 p137)
☑ 지금 내가 들이쉬고 내쉬는 이 공기도 옛날 선인들이 들이쉬고 내쉬던 그 공기다. 오, 신비여!
내가 어디론가 지나가는데 밝게 촛불이 타고 있다.
나는 생각에 잠긴다. 촛불의 존재가 노란 습기를 뿜으며
온화한 밤이 만물을 덥는 암흑을 복스럽게 떨쳐 내는 모습에
혹은 흔들리는 부드러운 빛들이 눈에서 조아리는 모습에.
………………
네가 안으로 들라, 집으로 들라, 먼저 너의 꺼져 가는 불을
그리고 가까이 마음의 방에 있는 생명의 촛불을 살펴라.
그 곳에선 네가 주인이니, 네 자신이 바라는 바를 행하라.
(‘집 안의 촛불’중 p141)
☑ 가끔씩은 내 마음안에 있는 생명의 촛불을 살펴보리라!
단정한 심성이어라! 잘생긴 얼굴 이상 가는 것 ‒
아름다운 행실이나 솟아오르는 시심(詩心)이나
모두가 이런 경우 고매하고 성스런 은총에 싸여 있구나.
(‘잘 생긴 마음’중 p143)
찬장에서 그리스도를 꺼내어, 나는 얼마나 간절히 님의 청년에게
님의 잔치를 베풀고 싶었던가!
잎 모양의 가벼운 성체 속에 낮게 임하신 님의 크나큰 신성을
………………
달리 그 같은 것이 어디 있으랴. 그렇다, 그 어떤 것도 그렇게
우리를 사로잡지 못하는 법이니, 그것은 저 감미로움의 더욱
감미로운 결실을 예고하는 낙화 속의 뇌문 같은 신선한 젊음,
그리스도가 그 상속자로서 다스리는 왕국이로다.
(‘나팔수의 첫 영성체’중 p144-145)
정신의 도약과 도량과
훈련과 숙달이
재 속에 식지 않게 간직되었고
껍질 속은 익을 대로 익어 있다 ‒
죽음이 빗장을 반쯤 올렸고
지옥이 곧 채가려 하고 있으니
지체없이 당신의 이 모두를 봉헌하라!
(‘아침, 정오, 그리고 저녁의 희생’중 p147-148)
☑ 죽음이 우리를 채가기 전에 나를, 사랑하는 이를 주님께 봉헌해야 할텐데…
마거리트야, 금빛 동산에 잎이 진다고
너는 슬퍼하는 것이냐?
사람의 일처럼, 너는 너의 신선한 생각들로
잎들을 사랑하는 것이겠지?
아! 마음이란 나이가 듦에 따라
그러한 모습들에 점점 냉담해 가며
창백한 숲의 세계가 잎으로 산산이 흩어져 있어도
탄식조차 하지 않는다.
………………
슬픔의 샘들은 모두가 같은 법이니.
어떤 입도, 아니 어떤 이성도
마음이 듣고, 영혼이 집착하는 것을 표현한 일이 없었단다.
사람은 태어났으되 시들 운명이니
마거리트야, 네가 슬퍼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봄과 가을’중 p157)
☑ 사람은 태어났으되 시들 운명인 것을 이것을 아는 것이 지혜가 아닐까!
바람에 부푼 쓰게 같은 아기사슴색 거품 하나
무섭게 상 찡그린 시커먼 국물의
물웅덩이 위에서 빙빙 돌며 작아지더니
‘절망’을 감고감아 익사시킨다.
(‘인버스네이드’중 p158)
☑ 이 멋진 표현.
모든 사멸하는 것들은 저마다 한 가지 일을 한다.
저마다 살고 있는 내면의 그 존재를 표출하고 있다.
………………
“내가 하는 것이 나이며, 그 때문에 내가 왔다.”고 외친다.
(‘물총새들이 불이 붙고’중 p160)
☑ 나는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하고 왔다고 그분께 말할 수 있을까!
그 여인의 살로부터 님은 살을 취하셨으니
그 신비함이 이를 데 없으나,
님은 이제 살이 아니라 정신을
새롭게 새롭게 취하시고
아 놀랍도다! 우리들 안에
새로운 나자렛을 지으시니
그곳에다 그 여인은 아직도 그 님을 잉태하신다
아침과 정오와 저녁으로,
새로운 베들레헴들, 그리고 님은 거기서 태어난다
저녁과 정오와 아침으로 ‒
베들레헴이든 나자렛이든
사람들은 여기서 숨을 쉬듯 더 많이
그리스도를 마시며 죽음을 물리칠 수 있으리.
그렇게 태어난 그리스도는
각자 안에 새로운 자아와
보다 고매한 나를 이루시며
각자는 더욱이, 모든 것이 이루어질 때
하느님의 아들이요 마리아와 아들이 된다.
………………
한 어머니가 오시어 지체를
우리들의 것과 같게 만드셨고
이것이 인간에게 훨씬 절친한
우리들의 태양이 된 것이니
그 광채 가리워지지 않으면 인간의 마음을
눈멀게 하거나 그 매력이 덜할 것이다.
그 여인을 통하여 우리는 희미하지 않은
더 아름답게 화하신 님을 볼 수 있으며
그 여인의 손은 님의 빛을 걸러서
우리의 시력에 알맞게 해주신다.
그러므로 오 사랑하는
어머니여, 나의 대기가 되어 주소서
그 안에 들어가 아무런 죄도 만남이 없는
나의 더 행복한 세계가 되어 주소서
나의 위, 나의 둘레에 머무르사
아름답고 흠없는 하늘로서
나의 고집스런 눈에 마주하소서
나의 귀를 휘젓고 들어와, 그곳에다 말하소서
하느님의 사랑에 대하여, 오 살아있는 공기여
인내와 참회와 기도에 대하여,
세상을 낳는 공기, 천연의 공기여
그대에 싸여, 그대 안에 갖힌 채로
온전하게 꼬옥 그대의 아이를 안아 주소서.
(‘우리가 숨쉬는 공기에 비유되는 복되신 처녀’중 p169-171)
☑ 마리아, 나의 어머니시여!
아 인생이란
한때 엉켜있고 물들고 결을 이루던 다양함을, 모두를 두 개의
실패에 다시 감아야 한다. 이제는 인생의 모두를
두 양떼로, 두 외양간에 갈라서, 넣고, 가둔다 ‒ 검은 것과 흰 것으로,
옳은 것과 그른 것으로, 생각하고, 헤아리고, 명심하라.
오직 이 둘을, 오로지 이 둘이 서로를 대별하는 세계를, 스스로
비틀리고,
스스로 묶이고, 기댈 곳 피난처도 없이, 생각이 생각과 부딪쳐
신음하며 갈아 대는 고문대를 잊지 말라.
(‘시빌의 잎에서 암시받은 것’중 p174)
☑ 나는 어느 실패에 다시 감길 것인가!
육신의 위안, 절망이여, 나는 절대로 너의 향연을 원치 않노라.
………………
지칠 대로 지쳐 있어도,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외치지 않겠다.
………………
어찌하여 삼킬 듯 음험한 시선으로 상처입은 나의 뼈를 훑어보십니까?
그리고 어찌하여, 오 태풍의 회오리로써 그곳에 쌓인 나를 키질
하십니까? 당신을 피해 달아나려 몸부림치는 나를
(‘육신의 위안’중 p178-179)
최악은 없다, 최악은 없다. 슬픔의 극단을 넘어서면
먼저의 고통에 길들여진 새로운 고통은 더욱 거세게 용트림한다.
위로자여, 어디에, 당신의 위로는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의 어머니, 마리아여, 당신의 위안은 어디에 있습니까?
나의 절규는 양떼처럼 길게 굽이치며, 크나큰 비애, 세상의 슬픔
바다가 되어 밀려들고는, 오래 된 모루 위에서 움찔하며 울리고 ‒
잠잠해지면서 사라진다. 분노의 신은 비명을 질렀다.
“꾸물대지 말자! 잔인하게 굴자. 부득이 짧게 끝내 주자.”
아 마음, 마음에는 산이 있다. 무섭게 깎아지른, 깊이를 모르는
추락의 단애가 있다. 그곳에 매달려 보지 못한 사람은
하찮게 생각하리라. 우리의 작은 인내로는 그러한 단애나 심연을
오래 버티지 못한다. 여기다! 기어 들라, 가엾은 자여
회오리 바람 속에 주어지는 위안 속으로, 죽음은
모든 생명을 끝내며 매일은 잠과 더불어 죽는 법이니.
(‘최악은 없다’중 p180)
☑ 우린 매일 매일을 잠과 더불어 죽는다. 그렇게 매일 매일을 되풀이한다.
타인으로 여겨지는 것이 내 운명, 타인들 속에서
사는 내 인생, 사랑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형제들과 자매들도 그리스도 안에서 가까이 있지 않으니
나의 평화요 이별이며, 칼이요 투쟁이다.
(‘타인’중 p181)
☑ 시인은 가톨릭으로 개종한 후 성공회 신자인 가족 속에서 힘들어 했다.
나의 탄식은
끝간데 없는 절규, 아! 먼 곳에 살아 계시는
가장 소중한 님께 보낸 배달되지 않는 편지와 같은 것.
………………
저주는 내 안에 뼈들을 세웠고, 살을 채웠고, 피로 넘치게 했다.
영혼이 지닌 자아의 누룩은 둔갑한 반죽을 시게 한다. 나는 안다
버림받은 자들이 이와 같음을. 하여 내가 나의 형벌이 되듯이
그들의 형벌은 진땀빼는 그들 자신이 되리라, 아니 더 가혹하리라.
(‘나는 잠 못 이루고’중 p183)
☑ 나같은 범인에게는 시심(詩心)은 부러운 질투를 불러 일으킨다.
인내는 그것을 구하는 이에게
전쟁을, 부상을 원한다. 그의 시간, 그의 임무에 지게 하며
없이 살고, 숱한 낙마를 감내하고, 복종할 것을 원한다.
(‘인내’중 p185)
내 마음에 더 큰 연민을 갖도록 하자, 이제부터는
내 슬픈 자신에 친절하게, 자비롭게
살기로 하자, 이 고통받는 마음을 이 고통받는 마음으로
고통을 주며 살지 않기로 하자.
나는 내가 얻지도 못할 위안을 찾아 다니며
나의 위안 없는 세계를 더듬거리니, 먼 눈이
그 어둠 속에서 낮을 얻을 수 없음과 같고, 목마름이
물의 세계 속에서 그 궁극의 소망을 얻지 못함과 같구나.
………………
하느님이 아시는 때에 하느님이 아시는 크기로, 님의 미소는
짜낸다고 나오지 않으며, 오히려 예기치 않은 순간에 ‒
산 사이로 보이는 얼룩진 하늘처럼 ‒ 아름다운 십리 길 밝혀 주신다.
(‘내 마음에’중 p187)
☑ 나를 불쌍히 여기야지, 오늘 하루 산다고 힘들었지!! 수고했어요!
됐다! 부활이다,
염원의 나팔 소리다! 슬픔으로 헐떡임도, 기쁨 없는 나날도,
실의도 같다.
나의 침몰하는 갑판 위로 햇불이 빛났다.
영원의 광선이 빛났다. 육신은 사라진다. 그리고 죽음의 쓰레기는
상속자인 벌레의 밥이 된다. 세상의 거친 불은 재만을 남긴다.
일순간에 요란한 나팔 소리를 듣고
나는 갑자기 그리스도적 존재가 되나니, 그분은 지금의 나,
이 하찮은 인간,
웃음거리, 볼품없는 오지 조각, 바보, 성냥 개비, 불멸의 금강석이셨으며,
불멸의 금강석이시기 때문이다.
(‘저 자연은 헤라클레이토스의 불이며 부활의 위안’중 p193)
☑ 지금의 나는 훗날 하느님 품에서 ‘불멸의 금강석’이 되리라!
주님, 저 비록 당신께 항변을 해도, 당신은 진실로 옳으십니다.
………………
어찌하여 죄인들이 하는 일은 번성합니까? 그리하여 어찌하여
내가 애쓰는 모든 일들은 실망으로 끝나야만 합니까?
………………
아, 주정꾼들과 욕정의 노예들은 놀고 먹어도
선생님, 당신의 대의를 위해 일생을 바치는 나보다도
더욱 번창합니다.
………………
새들도 둥지를 짓건만 ‒ 나는 짓지 못합니다. 아니, 애써 보아도
시간의 고자, 그리하여 영속하는 작품 하나 낳지 못합니다.
내 것에, 오 생명의 주인이시니, 내 뿌리에서 비를 내려 주소서.
(‘주님, 당신은 진실로 옳으십니다’중 p195)
☑ 우리의 영원한 투정!! 하지만 주님, 당신은 진정으로 옳으십니다.
하늘로부터 탑처럼 우뚝 선 천사들이 떨어진다 ‒
의롭고, 장엄하고, 거대한 신음으로 가득한 이야기.
………………
비극적 곡조를 위한 ‘우리의’ 비올은 왜 이다지도 저음인가?
사람! 그는 하루 벌어 하루를 연명하며 수치스럽게 배설한다.
제 아무리 대단한 이름으로 문장(紋章)을 장식해도
사내는 기껏 갑돌이요, 그의 짝은 하찮은 갑순이일 따름이다.
하여 숱한 죽음을 죽는, 이 불꽃을 키우는 … 나는
매끈한 수저 속에 비치는 인생의 가면극을 훔쳐 보며
거기 비친 나의 태풍, 소란한 나의 불과 열병을 삭이누나.
(‘양치기의 이마’중 p197)
☑ 이 세상이란 인생의 가면극이 끝난후를 꿈꾸나니, 그것이 진정 희망일진저!
3. 이책에 대한 간략한 나의 느낌 또는 소개
나는 시를 잘 모르고 좋아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의무감에 이 시집을 읽으며 “아, 좋구나! 하는 감정의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영국의 사제며 시인인 ‘제러드 맨리 홉킨스 신부님의 종교시집이다. 이 책도 절판된 지 오래되어 시중에서 구하기는 쉽지가 않을 성 싶다.
첫댓글 전율처럼 느껴지는 감성을 추스릴수가 없네요...
아멘...
고맙습니다..
"베들레헴이든 나자렛이든 사람들은 여기서 숨을 쉬듯 더 많이 그리스도를 마시며 죽음을 물리칠 수 있으리.
그렇게 태어난 그리스도는 각자 안에 새로운 자아와 보다 고매한 나를 이루시며 각자는 더욱이,
모든 것이 이루어질 때 하느님의 아들이요 마리아와 아들이 된다." 한귀절 귀절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
울림을 주는 시에서 눈을 뗄 수 없어 끝까지 한번에 읽었어요. 귀한 책 소개해 주셔서 감사해요. 새해에도
마음지기님께 주님의 사랑이 늘 함께 하시길 빌어요.^^*
아 놀랍도다! 우리들 안에
새로운 나자렛을 지으시니
그곳에다 그 여인은 아직도 그 님을
잉태하신다. . .
기도가 영원한 긍휼를 가져다 주리라.라는 구절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마음지기님 항상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