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꽃의 향연
1.목련 아래서
누가
부끄럼도 없이
부푼 젖가슴을 열고
목젖이 보이도록 웃고 있다
가지런한 치아에 물린
팝콘 몇 알이
볕에 드러난 머리 위로 떨어진다
한번도 본 적 없는
눈부신 요정들이
햇살도 곁눈질하는
사월의 뜨락에서
뽀얀 순결 내놓으며
옷을 훨훨 벗는다
2 씀바귀
남은 날
모두 주고
얻고 싶던 단 한 사람
이룰 수 없는
엉겅퀴 가로놓여
생으로 앓다가
쓰디쓴
그리움은
하얗게 익어간다
뿌리가 더 쓴
씀바귀라던가
사랑은
3 흑장미
한 여름 내내
뜨거운 태양의 길에서
너는 용케도 견뎌냈구나
온몸에 가시를 달고
피 흘리며 걸어왔던
형극의 길
네 흘린 피
더러는 노을로 걸리고
노을의 상처가 다시
내 가슴에 묻어와도
너의 빛깔은 아름답다
사랑은 용서하는 것
맨발 빈 영혼으로
너를 반긴다
오 마음 설레는
고혹의 눈부심이여
4. 샐비어
몇 해 전
무작정 집을 나와
우연히 흘러든 찻집에서
언제나처럼 껌을 씹고 있던
순옥이가
길가 좌판에 널려 있는
붉은 루즈를 하나 골라
지금 막 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