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7장은 철저한 대조와 비교를 보여줍니다. 의인과 죄인, 교만과 겸손, 용서와 방임, 외모와 중심의 뚜렷한 비교를 의도적으로 배치한 것처럼 보입니다. 당시 의인으로 인정받고 사람들에게 존경받던 바리새인과 죄인인 한 여자의 등장입니다.
당시 사회의 지도층이었던 바리새인들은 갈릴리 출신 목수의 아들을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남자와 여자, 자유인과 노예, 기득권층과 극빈층의 분명한 계층이 공존하던 시대에 예수님은 바리새인들의 질투의 대상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율법을 대대로 전문적으로 연구했던 이 사람들은 시장과 거리에서 선생의 자격으로 문안 인사를 받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손님을 환대하고 극진히 대우하는 것이 주인의 너그러움을 알리고 미덕으로 여겨지던 고대 사회에서 이들이 식사자리에 초대받은 예수님께 발 씻을 물도 주지 않았던 것은 의도된 조롱과 모욕처럼 보입니다. 랍비로서가 아니라 어릿광대처럼 여겨진 것입니다. 그런데 여인의 등장으로 그들은 자신들의 냉대를 되돌아보아야만 하는 상황이 됩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반성하기 보다 자칭 선지자라는 사람의 판단력을 기대하고 시험합니다.
그들에게 율법에서 명한 부정한 죄인이라는 존재는 어떤 이유든지 접촉을 멀리해야하는 종류의 사람들입니다. 부정은 접촉을 통해 전달되며, 부정을 입은 사람은 정화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바리새인들의 눈에 여인의 행동은 물질의 낭비와 부정의 전가와 과도한 감정표출로 인한 민폐상황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여인의 행동은 잔인할 정도로 신랄하게 바리새인들의 위선을 폭로합니다.
예수님은 상황을 간결하게 정리하시고 비유를 통해서 설명하십니다. 500과 50데나리온 빚진 자의 비유를 통해 스스로 판단하고 결론을 내리도록 유도하십니다. 재물의 문제를 사랑함 곧 관계의 문제로 끌어오십니다. 많이 탕감받은 사람이 더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원래 사랑이 많아서가 아니라 탕감받은 은혜를 아는 사람이 더욱 사랑할 수 밖에 없다는 구조적 틀을 덧씌우십니다.
저는 이 사건의 내면의 흐름에 주목해 보았습니다. 여인의 심령 속에 일어난 일들을 생각해 봅니다. 무명의 죄인인 여인은 손가락질 받는 행동이나 출신의 사람입니다. 그는 죄의 짐을 지고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운명입니다. 그의 죄인이라는 불명예스런 꼬리표는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녀의 심령 깊은 곳에는 정결함에 대한 갈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앞에서 눈물로 발을 씻기고 옥합을 깨뜨립니다. 당시 여인들의 옥합은 자신의 미래이며 노후의 보장입니다. 미래를 깨뜨린 이 행동은 무모해보이기까지 합니다. 대부분의 해피엔딩처럼 더 많은 축복이나 향상된 삶에 대한 증언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은 이 한 장의 그림을 통해 우리에게 강력하게 말씀하십니다. 용서받은 사람의 모습은 바로 이런 것이다. 감사하는 사람, 은혜를 아는 사람, 용서의 근원에서 그 샘에 씻고 정결하게 된 사람의 모습이 어떠한 것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십니다.
깨뜨림과 눈물,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기꺼이 드린 결단, 그 분이라면 나의 죄로 얼룩진 삶을 해결하실 수 있다는 확신, 그리고 후히 부어주시는 용서의 은혜가 바리새인들의 눈 앞에서 보란듯이 펼쳐집니다. 가장 수치스런 자리에 앉은 여인을 들어 높은 신분과 종교적 위선에 숨어 상대를 깔보는 비열한 교만을 꺾는 도구로 사용하십니다.
하나님은 이런 몰입과 희생과 헌신을 우리의 시대에서도 보고 싶으신 것 같습니다. 하나님을 대적하여 높아진 사람의 심령속에 숨은 우월감을 향해 말씀하십니다. "나에겐 이런 겸손한 죄인인 한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을 보라 그는 바닥의 티끌처럼 겸손하고 자신의 초라한 영적 형편을 직시하고 해결하려는 간절함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그의 눈물은 하늘의 보좌를 흔들고, 그의 희생은 아버지의 마음을 감동시키며, 그의 헌신은 하늘의 천사들의 탄성을 영광의 찬양으로 바꾼다. 보라 너희가 멸시하고 비웃는 바로 그 사람을 아버지께서는 귀히 여기시고 선대하시고 용서하신다"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이 장면에서 여인의 처절한 울음과 발씻음이 낮아지신 그리스도와 겹쳐보이는 것은 어쩐 일일까요. 오늘 우리는 가장 높으신 분의 아들이시면서도 말 할 수 없는 울음으로 간구와 소원을 올리시고 사망의 바닥까지 내리셨던 예수님의 희미한 그림자를 한 여인의 몸짓을 통해 바라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