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다섯 살 소년 이사이야는 15년의 생애 중 5년을 나이지리아의 라고스 거리에서 보냈다. 라고스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이사이야도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먹을 것을 해결해가며 이 복잡하고 거대한 도시를 떠돌아 다니며 살았다.
“거리에서 사는 일이 쉽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거리를 떠나서 제가 뭘 할 수 있죠?”
유니세프가 지원하는 나이지리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는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말하며 되물었다. “저한테는 여동생 2명이 있지만 5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어요. 지금 만나면 알아보지도 못할 거에요. 저는 제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마리화나를 피워요. 그걸 피우면 기분이 좋아지고 끔찍한 제 상황을 잠시 잊을 수 있거든요. 저보다 큰 아이들에게 얻어맞기도 하고 돈도 뺏기지요. 거처는 따로 없어요. 강에 가서 목욕을 하고 다리 밑에서 잠을 자요. 좋은 건 뭐냐구요? 그건 제가 살아 있다는 것이죠. 가끔 그런 꿈도 꿔요. 만약 학교에 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변호사가 되고 싶다구요. 전 약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게 좋아요."
제 목소리를 엄마, 아빠가 기억할까요?
라디오 나이지리아가 전하는‘거리의 목소리(Voices from the Street)’라는 방송은 어린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말하도록 해 주는 프로그램으로 유니세프의 지원을 받고 있다. 6천만 명이 이 방송을 청취하고 있다.
이사이야는 하루에 600 나이라(약 5천 원) 정도의 임금을 받으며 라고스 거리를 오가는 버스의 조수로 일한다. 늘 일이 있는 것은 아니라서 어떤 날은 그저 거리를 배회하기도 한다. 거리에서 사는 많은 아이들이 불우한 가정환경이 싫어 집에서 도망을 나왔다. 그들은 대개 교통이 혼잡한 거리에서 운전자들을 상대로 플라스틱병에 담긴 물을 팔거나 자동차 유리창을 닦아 주고 푼돈을 얻는다.
이사이야의 집도 가난했다. 열 살 되던 해 어느 날 그는 라고스에 놀러 오라는 친구의 꼬임으로 집을 나왔다. 같이 꼬임에 빠진 또래 아이들 11명과 함께였다. 모두 가난한 아이들이었고 부모에게 집을 떠난다는 말 한 마디 남기지 않았다. 친구는 라고스까지의 교통비도 지불해 주었다. 그런데 라고스에 도착하고 보니 그 친구는 어린이 노동자를 모집해오는 중간책이었다. 친구의 주인은 아이들을 팔아먹기 위해 라고스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그들을 데리고 갔다.
“우리 말고도 다른 아이들이 많았어요. 몸집이 크고 건강해 보이는 아이는 더 비싼 값에 팔려나갔어요. 저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요. 한참 흥정한 끝에 한 나이 많은 사내가 저를 5천 나이라(약 4만원)에 샀어요. 그는 내가 전혀 알 수 없는 장소로 나를 데려갔어요. 제가 할 일은 집을 지키는 하인이었어요. 온갖 궂은 일을 다 해야 했지요. 임금은 거의 받지 못하고 나를 노예처럼 취급했어요. 물론 매를 맞은 적도 많았구요.”
이사이야는 달아나기로 결심했다. 도망나온 그는 다른 거리의 아이들을 만났고 그들로부터 어떻게 거리에서 살아 남는지 배웠다.
“저는 주로 다리 밑에서 잠을 자죠. 비가 오거나 추워지면 다리 밑에 주차된 버스 안에 숨어들어가 잠자는 법도 배웠어요. 모기가 너무 많을 때는 자동차 시트를 벗겨서 그걸 덮고 잠을 자요.”
거리의 아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도록 하는 것은 하나의 도전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프로듀서 두루돌라에게 있어 그들을 라디오 방송에 출연시키는 일은 아주 어려운 과업이었다. 침묵만을 지키던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입을 여는 순간이 방송인으로 지낸 12년 세월 중 가장 감동적이었다고 그녀는 자신있게 말한다.
“아이들에게 진심을 다해 말을 걸어 보세요. 여러분과도 마음이 통하게 될 겁니다. 처음엔 여러분이 아이들에게 마음을 열겠지만 다음엔 분명 아이들이 여러분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될 것입니다.”
유니세프는 아이들에게 가족을 찾아주거나 다른 재활의 가능성을 찾기 위한 지원활동을 모색하고 있다.이사이야는 가족이 라디오 방송을 듣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저는 기도해요. 엄마와 아빠, 동생들이 제 목소리를 꼭 듣게 해 달라고. 이제는 가족이 너무 보고 싶어요. 제가 죽었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저는 아직 살아 있는 걸요. 어쩌면 제 목소리를 잊었을 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는 믿어요. 제 목소리를 들으면 가족들은 제가 아직 살아 있고내가 얼마나 자랐는지 알게 될 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