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달과 새벽별 동화
박 춘 우
새벽을 얼른 내어주지 않으려는 듯
어둠은 구름 속에 눈썹달을 숨기고
엄마 품에 잠든 아기별
아직도 쌔근쌔근 꿈나라인데
어디선가 바람불어
구름 이불 걷어내니
엄마 달, 아이 별 손잡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팔 잡아 흔들어
노래 부르며 흥겨울제
동녘 하늘 붉게 북새치니
엄마 달 노래 소리 별똥별처럼
아기별 안고 말없이 스러져 가네.
맨드라미 전설
장독대 돌 틈 사이
옹기 사기 독을 지키던 너는
결코 스러지지 않는 핏빛 방패의 영혼
애기 속살처럼 맨들 맨들한 몸으로
아스팔트 틈에 둥지를 틀었으니
이제 이글거리는 태양도 너에게 누명을 씌우지 못하리니
갈라진 돌 틈에 가을햇살 내려앉는 날
시들지 않는 사랑으로
너는 계관의 붉은 왕관을 쓰리라.
나는 누구인가?
나는 너
다른 사람 아닌 너
네 삶 그대로의 기억 덩어리
항상 나대로의 너
항상 나이고 싶었던 너
철갑으로 무장한 본심
알 수 없는 물감으로 덧칠해진 마음
탯줄에 생명력을 의지 한 채
어머니 자궁 안에 웅크리고 있던 내가
진짜 나.
하 늘
하늘이 파랗다
그것도 하늘이다
하늘이 검다
그것도 하늘이다
하늘이 높다
그래서 하늘이다
색은 늘 내가 칠하고
하늘은 늘 하늘이었다.
박춘우
《한강문학》(2023) 시부문 신인상 수상, 예비역 육군중령, 동양대학교 교수, 진도문인협회, 한국한시협회 회원, 현)화신사이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