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 한여름 딱 이틀만 피는 꽃… 2m 넘는 잎은 100㎏ 무게도 견뎌요
아마존 빅토리아수련
한여름 밤 아무도 몰래 피었다 지는 꽃이 있어요. 그것도 1년에 딱 이틀만 피기 때문에 이 꽃을 보려고 여름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로 '아마존빅토리아수련'(이하 빅토리아수련)이에요.
빅토리아수련은 덥고 습한 브라질 아마존 강 유역에서 자라던 식물이었어요. 남아메리카 대륙 북부에 있는 가이아나의 국화(國花)이기도 해요. 그런데 지금은 전 세계로 전해져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수목원과 정원 수변공간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어요. 아마존빅토리아수련이란 이름은 1837년 영국의 식물학자 존 린들리(John Lindley)가 그해 왕위에 오른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합니다.
빅토리아수련 꽃은 지름이 약 20㎝로, 첫날은 순백색이에요. 그런데 이튿날이 되면 점차 꽃잎이 분홍색으로 변하고 붉은색이 점점 짙어지면서 쫙 펼쳐집니다. 하루 만에 전혀 다른 꽃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화려한 변신을 하지요.
꽃이 핀 첫날 밤 파인애플 같은 아주 달콤한 향기를 내 수분을 도와주는 딱정벌레가 꽃으로 모여들게 해요. 밤중에 정원이 어두워 꽃이 잘 보이지 않더라도, 진한 향기만으로 꽃이 폈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지요. 수련은 밤이 깊어지면 꽃잎을 닫았다가 다음 날 열어주는데, 그전에 꽃에 왔던 딱정벌레는 밤새 입속에 갇혀버리죠. 이는 딱정벌레가 충분히 꽃가루를 온몸에 묻혀 다른 수련으로 날아가 수분을 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빅토리아수련은 잎도 거대해요. 지름이 2~2.5m나 자라 세계에서 가장 큰 잎을 가진 수생식물로 알려져 있어요. 특이하게도 잎 가장자리는 위로 직각으로 세워져 있고 잎 뒷면엔 날카로운 가시가 촘촘히 나 있어요. 이는 새와 곤충, 물고기가 잎을 뜯어먹는 등 해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해요. 잎 뒷면은 아주 튼튼한 잎맥이 촘촘하게 얽혀 있는데, 잎맥 사이마다 공기를 가둬 넓은 잎이 물에 가라앉지 않도록 해준답니다. 모래주머니로 빅토리아수련 잎의 부력을 실험했더니 136㎏까지 무게를 지탱했다고 전해져요. 그래서 잎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지만, 잎 크기나 상태에 따라 견디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으니 위험한 행동은 삼가는 게 좋겠죠?
정원사이자 건축가였던 조셉 팩스턴(Joseph Paxton)은 빅토리아수련의 튼튼한 잎맥 구조에서 영감을 얻어 1851년 런던 만국박람회의 주 전시관이었던 수정궁(Crystal Palace)을 설계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