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본행집경 제54권
우바리 인연품 중
『이 때 그 친구 두 사람은 벽지불이 허공을 날아 유행(遊行)하되 걸림이 없음을 보고, 마음이 아주 기뻐서 두루 뛰놀며,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합장하고, 존자 벽지불의 발에 정례하여 이런 원력을 세웠다.
「원하건대 미래세에 항상 이런 스승이나 더 나은 분을 만나, 그가 말하는 법을 듣고 속히 알며, 악도에 나지 않게 하여지이다.」
또 한 사람은 따로 빌었다.
「원하건대 이 공덕의 힘을 의지하여 미래세에 항상 대성 바라문 집에 나서, 四베다론과 또 六十종의 모든 기예를 외워 갖도록 하여지이다.」
그리고 나서 이런 게송을 읊었다.
곧은 마음으로 바로 믿지 못하면
어찌 최상의 복전(福田)을 얻는다 하랴
원컨대 부처와 스님네게 공양하여
또 이런 벽지불을 만나고자 하노라
그 두 사람은 목숨이 다한 뒤에, 한 사람은 바라나성 크샤트리야 대성의 집에 태어나 왕위를 이어 범덕이란 왕이 되었으며, 둘째 사람은 바라문의 청정한 집에 태어나 이름을 <우바가 마나바>라 하여 갖추 모든 논(論)을 알았다.
그 우바가 마나바에게는 처가 있었다. 이름을 <마나비가>라 하였으며, 매우 아리따와 볼수록 싫지 않고, 가장 뛰어나고 가장 묘하여 세상에 비길 데 없어, 우바가 마나바의 사랑과 공경을 받아, 잠깐도 보지 못하면 마음이 기쁘지 않았다.
그 때 그의 처 마나비가는 사소한 일로 인하여 혐의와 원한을 품고, 드디어 우바가 하고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바가는 번민한 나머지 이런 생각을 하였다.
「오늘 나의 처 마나비가는 나와 함께 말을 하지 않아 음성이 끊어짐이 이러하구나.」
그 뒤 그의 처 마나비가는 여름 四개월이 지나고 가을이 되어 우바가 마나바에게 말하였다.
「착하신 성자(聖子)여, 당신은 지금 저자에 가서 가장 좋은 바르는 향과 온갖 꽃을 사 오시오. 가을 四개월이 지금 다다르고 있어 모든 사람들이 다 함께 五욕락을 즐기오니, 우리들도 또한 몸을 장엄하여 五욕락을 받고자 하나이다.」
그러자, 우바가 마나바는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 뛰놀며 기쁨을 참지 못해 이런 생각을 하였다.
「지금 나의 처 마나비가는 어떻게 문득 나와 함께 말을 하는가.」
그러나, 우바가에게 금돈이 하나 있었는데 먼저 다른 마을 사람에게 내어 주었었다. 그래서 한낮 햇빛이 대지를 쬐어 확확 달고, 모든 땅빛이 마치 붉은 닭과 같은데, 그는 집에서 나와 그 마을을 향해 돈 꾸어 간 사람 집으로 갔었다.
그는 길거리를 걸어가면서 욕심에 얽히어 입으로 음탕한 노래를 불렀다.
바로 이 때 왕궁으로부터 머지 않은 누각에서 범덕왕이 시원하게 땀을 드리다가 낮잠을 자고 있었다. 막 잠이 깨자, 문득 그 사람이 五욕에 물들어 음탕한 노래를 지어 부르는 소리를 듣고 곧 자기도 욕망이 솟구쳤다. 그 게송이란 이러했다.
본래 습기(習氣)에 따라서
혹은 일에 따라 정욕이 움직이니
이 색욕에 애착하고 물듦은
마치 연꽃이 물 가운데 솟음과 같네.
범덕왕은 그 음탕한 노래를 듣고 나서 문득 놀랍고 의심하였다. 「이것은 누구이기에 대낮 한 참 뜨거운 때 욕망에 물들어 이런 음탕한 노래를 부르는가.」 이런 생각을 하고 창문으로 멀리 우바가사 뙤약볕에 대지가 이글거리는데 노래를 부르며 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곧 한 대신을 불러 명령하였다.
「경은 빨리 나가서 저 노래하는 사람을 나에게 잡아들이라.」
그는 명령을 받고 왕에게 아뢰었다.
「감히 어김이 없겠읍니다.」
그리고 빨리 우바가에게 쫓아가 그를 잡아가지고 말하였다.
「너 마나바야, 가자 어서 가자. 대왕께서 너를 부르시느니라.」
이 때 우바가는 마음에 겁이 나서 온 몸에 털이 곤두서 부들부들 떨면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제 누가 알랴. 내 범덕왕에게 무슨 죄과가 있기에 나를 못 살게 하는가.」
그 대신은 우바가를 범덕왕에게 데리고 가자, 그 왕은 우바가를 보는 즉시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다.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자, 그에게 게송을 읊었다.
한낮이라 햇빛이 불같이 타서
대지도 분홍색 붉은 닭 같은데
너 이제 음욕을 탐해 노래하니
어찌 그렇게 괴롭지 않으냐
햇빛이 넓게 불같이 쪼이므로
땅 위의 모래도 녹고 뜨겁구나
너 이제 음욕을 탐해 노래하니
어찌 그렇게 괴롭지도 않으냐
그러자, 우바가 마나바는 곧 게송으로 범덕왕에게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지금 덥지도 않소
하늘의 햇빛이 아무리 쬐어도
오직 이익을 구할까 못할까 하여
이것이 괴롬 가운데 큰 고통이요
햇빛이 비록 불같이 쬐어도
이런 것쯤 그다지 걱정도 없소
가지가지 일을 경영하기에
이것이 가장 큰 괴로움이오
범덕왕은 우바가 마나바의 말을 듣고 다시 물었다.
「마나바여, 그대는 지금 어떤 일을 경영하기에 이렇게 대지가 불같이 타는 길을 가고 있었는가.」
그러자, 우바가는 자기의 사정을 범덕왕에게 자세히 이야기하였다.
범덕왕은 다시 우바가 마나바에게 일렀다.
「마나바야, 그만두고 가지 말라. 내 이제 그대에게 두 닢을 주리라.」
그리고 왕은 그에게 돈을 주었다. 그러나, 우바가는 범덕왕에게 그 돈을 받고 나서 다시 아뢰었다.
「훌륭하십니다, 대왕이여. 비록 대왕께서 두 닢을 주시긴 하였사오나, 저는 지금 대왕에게 한 닢 더 주시기를 빕니다. 합쳐 세 닢이 되오면 저는 저 마을에 가서 한 닢을 더 채워 네 닢을 만들어 가지고, 저는 마나비가와 함께 가을 철의 五욕락을 삼겠나이다.」
그러자, 범덕왕은 우바가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가지 말라. 내 이제 그대에게 여덟 닢을 주리라.」 그러면서 곧 주었다. 그러나, 우바가는 여덟 닢을 받아 가지고 또 왕에게 아뢰었다.
「착하신 대왕이여, 원하옵건대 크게 기뻐하소서. 이제 대왕에게 다시 한닢을 비나이다. 곧 아홉 닢이 되면 저 마을에 가서 스스로 한 닢을 받아 열 닢을 만들어 가지고, 이런 인연으로 저는 마나비가와 가을철의 五욕락을 받고자 하나이다.」
범덕왕은 다시 우바가 마나바에게 말하였다.
「그만두고 가지 말라. 내 이제 너에게 열 여섯 닢을 주리라.」 그리고 왕은 열 여섯 닢을 주자, 그는 돈을 받고 나서 또 왕에게 아뢰었다.
「착하신 대왕이여, 크게 기뻐하시기 바랍니다. 이미 대왕에게 열 여섯 닢을 얻었사오나, 다시 한 닢만 더 주시면 열 일곱 닢이 되옵고, 또 마을에 가서 스스로 한 닢을 받아 열 여덟 닢을 만들어, 이런 인연으로 저는 마나비가와 五욕락을 받을까 합니다.」
그러나, 범덕왕은 또 말하였다.
「그대 마나바여, 그만두고 가지 말라. 내 이제 그대에게 三十二매의 돈을 주리라.」 그는 그 돈을 받고 나서 또 왕에게 아뢰었다.
「착하신 대왕이여, 원컨대 크게 기뻐하소서. 이미 왕에게 돈 三十二매를 얻었사오나, 다시 한 닢만 더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저 마을에 가서 스스로 한 닢을 받아 도합 三十四매를 만들어, 마나비가와 함께 가을 철에 五욕락을 받겠읍니다.」
그러자, 범덕왕은 또 그에게 말하였다.
「그대 마나바여, 그만두고 가지 말라. 내 그대에게 六十四매를 주리라.」 우바가는 그 돈을 받고 나서 또 왕에게 아뢰었다.
「착하신 대왕이여, 원하옵건대 크게 기뻐하소서. 이미 대왕에게 六十四매의 돈을 얻었사오나, 다시 한 닢만 더 주소서. 저는 저 마을에 가서 스스로 한 닢을 받아 六十六매를 만들어, 저는 마나비가와 같이 가을철의 五욕락을 받을까 하옵니다.」
그러나, 범덕왕은 그에게 말하였다.
「그대 마나바는 그만두고 가지 말라. 나는 이제 그대에게 백 매의 돈을 주리라.」 우바가는 백 매를 받고 나서 또 아뢰었다.
「착하신 대왕이여, 원컨대 크게 기뻐하소서. 나는 지금 대왕에게 돈 백매를 얻었사오나, 다시 한 닢만 더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저 마을에 가서 다시 한 닢을 받아 가지고 도합 백 二매를 만들어, 저는 마나비가와 함께 가을철에 五욕락을 받고자 하나이다.」
그러자, 범덕왕은 또 그에게 말하였다.
「그대 마나바는 그만두고 가지 말라. 내 다시 그대에게 한 고을을 주고 봉록을 베푸리라.」
그러나, 그 바라문은 재물을 탐내어 여러 번 왕에게 갔으므로 왕은 가장 좋은 고을을 가려 그에게 주고 봉(封)하였다.
그는 봉읍을 얻고 나서 드디어 부지런히 힘써 노역(勞役)을 사양치 않고, 마치 머슴과 같이 그 왕을 섬기며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자며, 행동이 부드럽고 하는 일이 모두 왕의 뜻에 맞았으며, 뜻을 반듯하게 행하여 이렇게 왕을 섬기자, 마침내 왕이 싫어하거나 꾸짖음도 없었다. 이런 인연으로 왕의 안색을 취하여 범덕왕이 크게 기뻐하지 않음이 없었다.
그런 뒤에 왕은 우바가에게 나라의 반을 나누어 다스리게 하고, 왕의 창고도 반분(半分)하여 주었으므로 그 바라문은 이런 은총을 얻고 五욕락을 구족히 받아, 모자라거나 그리운 것이 없었다.
이런 차례로 하는 일마다 모두 왕을 위하여 지휘 감독 하였으며, 그 바라문은 집에서 왕궁에 나오면 왕은 항상 그의 무릎을 베고 잠을 잤다.
어느때 범덕왕이 우바가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잠이 들자, 우바가는 왕이 잠든 것을 보고 마음으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어찌하여 한 나라에 두 임금이 있어 위세를 함께 부리고, 한 창고를 가지고 두 사람이 쓸 수 있는가. 내 이제 범덕왕의 목숨을 끊고, 만약 그를 죽이면 내가 홀로 왕위를 취하여 나라를 다스리리라.」
우바가는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칼을 잡으려 하다가 다시 생각하였다.
「이 범덕왕은 먼저 나를 위하여 큰 이익을 지었으며, 그 나라의 반을 나누어 나에게 주고 함께 다스리게 하였고, 모든 창고도 또한 반을 나누었거든, 내가 이제 죽인다면 이것은 은의가 없지 않은가.」
이렇게 두 번 그런 생각을 하였다. 「어떻게 두 사람이 한 곳에서 함께 나라를 다스리며, 또한 두 사람이 함께 같은 창고의 재물을 스는 것도 합당하지 않도다.」 이렇게 세 번 생각하고 다시 후회하되 「내가 만약 그를 죽이게 되면 반드시 나는 은혜와 의리가 없는 사람이 되고 말것이다.」
우바가는 이런 생각을 하자, 마침내 소리 내어 울고 말았다. 범덕왕은 이 곡성을 듣고 번쩍 잠이 깨어 그 우바가에게 물었다.
「그대는 지금 어찌하여 이런 큰 소리를 내는가.」
우바가는 범덕왕에게 이런 사연을 말하였다. 그러나, 범덕왕은 그 우바가의 이런 일을 진심으로 믿으려 하지 않은 채 말하였다.
「우바가여, 그대는 응당 결정코 이런 일이 없을 것이 아닌가. 그대 우바가는 그런 말을 하지 말라.」
그러나, 우바가는 끝내 그 범덕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이여, 지금 나의 말을 믿으소서. 나는 참으로 이런 나쁜 마음을 내었었읍니다.」
그리고 우바가는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 이제 문득 이런 나쁜 마음을 낸 것은 무슨 일로 인연한 때문인가. 내가 지금 이런 나쁜 마음을 내게 된 것은 五욕락을 위하고 왕위를 위하기 때문이다. 나는 또한 이 왕위를 탐내는 것이 아니요, 또한 그 세상락도 탐내지 않노라. 나는 이것 때문에 이런 나쁜 마음이 생겼으니, 나는 이제 집을 버리고 출가하리라.」
그리고 곧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이제 나는 집을 버리고 출가할까 하나이다.」
그러자, 범덕왕은 우바가에게 말하였다.
「그런 말을 하지 말라. 내 이제 그대에게 나라도 반을 나누어 다스리게 하고 창고도 또 반을 나누었거니, 나는 지금 그대만이 심복(心腹)이요, 한 사람도 그대와 같은 사람이 없거늘, 그대가 만약 출가한다면 내 마음은 너무도 실망이 크리라.」
그러나, 우바가는 왕에게 아뢰었다.
「어지신 대왕이여, 원하건대 나의 출가를 용서해 주소서. 나는 이제 결정코 출가할 것이오니, 나의 법행(法行)에 장난이 되게 하지 마소서.」
그러자 범덕왕은 우바가에게 말하였다.
「굳이 그렇다면 그대 좋을 대로 하라.」
이 때 바라나성에 한 옹기장이가 있었는데, 먼저 출가하여 선인(仙人)의 행을 행하며 그 성에 의지하여 살았다.
그 선인은 큰 위덕이 있어 이미 五신통을 이루어 손으로 해와 달을 어루만졌다. 우바가는 그 선인을 따라 머리를 깎고 출가하였다. 이미 출가하자, 용맹정진하여 곧 四선(禪)을 성취하고 또 五신통을 얻었으며, 큰 위력이 있어 또한 손으로 해와 달을 어루만졌다.
그러자, 범덕왕은 우바가가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대선을 성취하여 큰 위덕이 있고, 또 손으로 해 . 달을 만진다는 말을 듣고 빙그레 웃으며 궁내에 들어가, 모든 궁인들에게 게송을 읊었다.
우바가는 선을 짓기 오래지 않아
이미 이익의 과보가 깊음을 얻었네
그 선인은 착하게 인신을 얻어
五욕락을 버리고 출가행을 닦네
그러자, 궁인들은 범덕왕의 이런 게송을 듣고 나서 그 마음이 모두 즐겁지 않아 근심스럽던 나머지, 마침내 범덕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그 사람은 옛적에 본래 도박군으로 지팡이를 집고 걸식하여 목숨을 보전하였으며, 바라문으로 위력이 적으므로 출가하였으니, 대왕이여, 지금 그 사람들과 같이 집과 나라를 버리고 출가함을 배우지 마소서.」
그 때 범덕왕에게 항가바라라는 이발사가 있었는데, 본래부터 범덕왕의 심복이었다. 범덕왕은 그 이발사를 불러 명령하였다.
「항가바라야, 그대는 지금 내 머리를 이발하라.」
이렇게 말하고 나서 곧 잠이 들었다. 이발사 항가바라는 왕이 잠든 동안 왕의 머리를 다 깎았다. 범덕왕은 잠이 깨어 이발사에게 말하였다.
「항가바라여, 내 이미 명령하였거니 그대는 어찌하여 내 머리를 이발하지 않느냐.」
그러자, 항가바라는 범덕왕에게 아뢰었다.
「저는 이미 이발을 끝냈사오나 다만 대왕님께서 이제 잠이 깨신 것입니다.」
범덕왕은 이 말을 듣고 거울을 들어 비추오 보자, 이발을 다하였음을 보고 기쁨을 내어 그 항가바라에게 명령하였다.
「그대는 내가 다스리는 가장 좋은 고을을 받으라. 내 그대에게 주리니 마음대로 즐기라.」
그러자, 이발사 항가바라는 범덕왕에게 아뢰었다.
「제가 궁내에 있는 대왕님 권속들과 자세히 의논한 뒤에 대답하겠읍니다.」
이렇게 말하고 왕에게 배사한 뒤에, 그 이발사 항가바라는 본래 왕궁 출입이 자유로운지라, 궁내에 들어가 궁중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대왕께서 나에게 가장 좋은 고을을 주시겠다 하오니, 모든 후비(后妃)들의 뜻은 어떠하오. 가히 취하는 것이 좋겠오.」
그러자, 후비들은 항가바라에게 말하였다.
「항가바라여, 당신은 지금 무엇 때문에 왕의 가장 좋은 고을을 취하려 하시오. 우리들이 현재 당신에게 금 . 은 진보를 넉넉히 줄 것이니, 다만 우리들의 부탁하는 일을 들어줄 수 없겠소.」
이발사 항가바라는 궁인들에게 물었다.
「당신들은 지금 어떠한 일이 있어 나에게 주선하라 하시오.」
그녀들은 대답하였다.
「대왕께서 얼마 전부터 매양 궁내에 들어와 항상 이런 게송을 읊었나이다.」
우바가는 선업을 짓기 오래지 않아
이익의 과보가 매우 깊음을 얻었네
그 선인은 착하게 인신을 얻어
五욕락을 버리고 출가행을 한다네.
우리들은 왕의 이 게송을 듣고 이렇게 생각하였소. 「장차 대왕이 왕위를 버리고 출가할까 두렵도다」라고. 착하고 착하신 항가바라여, 당신은 왕에게 가서 이 게송의 뜻이 어떠한지 물어 주시오.」
항가바라는 범덕왕 처소에 나아가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저에게 가장 좋은 고을을 주신다 하였아오나, 저는 지금 그런 것은 필요치 않사옵니다. 다만 대왕께서 매양 궁내에 들어가 후비들 앞에서 읊으시는 게송을 알고자 하나이다.
우바가는 선업을 짓기 오래지 않아
이익의 과보가 매우 깊음을 얻었네
그 선인은 착하게 인신을 얻어
五욕락을 버리고 출가행을 한다네
어지신 대왕께서는 저를 위하여 이 게송의 뜻을 말씀해주소서. 그 이치가 어떠하온지, 지금 대왕에게 이런 원을 빌 뿐이올시다.」
범덕왕은 이발사 항가바라에게 말하였다.
「내 듣건대 우바가 마나바는 반 나라의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여 선인이 되어, 큰 위력이 있어서 손바닥으로 해와 달을 어루만진다 하는데, 나는 지금 바로 五욕락에 어지러이 취하고 탐착하는구나. 이런 까닭에 나는 지금 그를 우러러 부러워함으로, 자주 궁내에 들어가 그렇게 게송을 읊었느니라.」
이발사 항가바라는 이 말을 듣고 곧 궁내에 들어가 후비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모든 후비들께서는 대왕이 출가할까 염려하지 마시오. 대왕은 지금 결정코 출가하지 아니합니다.」
그러자, 그 후비들은 이발사 항가바라의 이 말을 듣고서 모두 다 크게 기뻐 뛰놀며,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모든 영락을 가지고 그 몸을 장엄하고 나서 항가바라에게 말하였다.
「우리 이 영락을 이제 모두 당신에게 주겠으니, 당신은 다시 목숨을 살리기 위하여 다른 일을 하지 마시오.」
항가바라는 이런 일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그 우바가는 이미 이런 반(半) 나라의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였으며, 지금 범덕왕도 그를 부러워하는데, 내 이제 어찌하여 이런 일을 하지 않을 것인가. 그러면 일체 세간이 나를 부러워하리라. 그러나, 이 후비들이 모든 영락을 가지고 나에게 베풀지만, 내가 만약 이 후비들의 뜻을 따르게 되면 일은 반드시 좋지 못하리라. 나는 지금 또한 버리고 출가하리라.」
항가바라는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범덕왕의 처소에 나아가 아뢰었다.
「대왕이여, 먼저 저에게 그런 일을 허락하였사오나, 제 생각에는 모두 버리고 출가함이 즐겁겠읍니다.」
범덕왕은 물었다.
「항가바라여, 그대는 지금 누구에게 출가하려 하는가.」
항가바라는 대답하였다.
「저는 저 우바가에게 출가하고자 하나이다.」
범덕왕은 일렀다.
「항가바라여, 그대의 의견과 같이 소원대로 하라.」
이래서 항가바라는 스스로 머리를 깎고 우바가 선인의 처소에 나아가 출가하자, 부지런히 정진하여 마침내 四선(禪)을 성취하고 또 五신통을 얻었으며, 큰 위신과 큰 위덕이 있어 또한 해와 달을 어루만졌다.
범덕왕은 이미 항가바라가 출가하여 큰 신선(神仙)이 되었고 큰 위력이 있어 또 손으로 해와 달을 어루만진다는 말을 듣고, 우러러 부러워하기를 마지않고, 그를 보고자 하여 모든 대신들에게 말하였다.
「모든 대신들아, 나는 지금 그 선인을 처소에 나아가 그들과 함께 서로 보고자 하노라.」
그러자, 모든 대신들은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그렇지 않습니다. 대왕께서 지금 스스로 그 사람에게 나아가심은 당치 않습니다. 사신(使臣)을 보내어 그 선인들을 불러오게 하소서.」
그러나, 범덕왕은 대신들에게 말하였다.
「경들은 지금 이런 이치가 없노라. 그대들은 이런 말을 하지 말라. 상세(上世)로부터 이런 법이 없노라. 모든 선인들은 몸소 마음대로 남의 부름에 따르지 않느니라. 우리들이 이제 몸소 그 곳에 가는 것이 법다운 것이니라. 무슨 까닭인가. 그 선인들은 큰 복전(福田)이므로 공양을 받기에 족하니, 우리들이 반드시 몸소 그 곳에 가야 하느니라.」
그리고 범덕왕은 스스로 위덕을 갖추고 五百의 수레를 장엄하여 좌우에 에워싸여, 五백의 모든 대신들과 같이 마나바 선인들 처소에 나아가, 스스로 그 세계를 빛내고자 하였다.
이 때 항가바라 선인도 멀리서 왕이 오는 것을 보고 왕을 맞으며 말하였다.
「잘 오소서, 범덕이여. 희유하게 먼 곳에 이르렀읍니다.」
五백 대신들은 성이 나서 눈을 부릅뜨고 그 항가바라에게 난폭하게 말하였다.
「너 이 하천(下賤)한 음녀(淫女)의 소생으로서 더럽고 깨끗치 못하여 항상 때문은 처지에 있으면서, 어찌 감히 대왕의 이름을 부르느냐.」
범덕왕은 손을 저어 그 신하들을 말렸다.
「그런 말을 하지 말라. 선인의 법은 이렇게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니라. 다만 이 선인은 계행(戒行)이 있고 큰 위덕이 있느니라.」
그리고 범덕왕은 곧 모든 신하들을 향하여 게송을 읊었다.
경들은 이 선인을 원망치 말라
이 선인은 수행이 이미 구족하여
모든 괴로움을 행한 까닭에
일체 괴로움과 두려움을 건넜네
마음에 이미 일체 악함을 버리고
곧 우바가 마나바와 옹기장이며
항가바라는 이미 고행을 다하고
우리들은 항복한지라 이름을 부른다
지금 참는 힘으로 그대들을 보노니
모든 근을 항복하여 과를 이루었네
모든 천상 인간이 공경히 받들며
천상 인간 가운데 가장 높다네
그리고 범덕왕과 궁내의 모든 채녀들은 그 선인의 말에 정례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자, 五백 대신들도 차례로 그 선인의 발에 정례하고 나서, 항가바라 선인에게 정례한 다음 옹기장이었던 선인에게도 정례하였다. 그러자, 범덕왕은 선인들을 위로해 말하였다.
「존자들이여, 몸이 건강하고 편안하옵고 살아가는데 괴로움이 없사오며, 혹은 여러 선인들을 괴롭히는 사람은 없읍니까.」
그 선인들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시여. 우리들은 지내기 걱정이 없사오나, 대왕께서는 육체가 편안하시고 권속들과 대신과 국내 모든 인민들도 두루 무사하나이까.」
이렇게 말하고 나서, 그 선인들은 범덕왕을 위하여 법을 설하여 교화하고, 마음을 기쁘게 하여 공덕을 더하게 하였다. 이렇게 범덕왕은 그 선인들을 설법 교화를 받아 마음이 아주 기뻐 공덕을 더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선인들에게 정례하고, 본래 처소로 돌아왔느니라.』
그리고 부처님은 다시 여러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들은 마음에 의심이 있으리라. 그 때의 우바가는 어떤 사람인가 하면 그는 곧 내 몸이었고, 그 때 선인 항가바라는 이 우바리 비구였으며, 그 때 범덕왕이란 다른 사람이 아니라 곧 정반왕이었느니라.
비구들이여, 혹 마음에 의심이 있어 그 때 五백인의 모든 대신들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달리 생각하지 말라. 그들은 지금 五백의 비구들이 바로 그 사람들이었느니라. 비구들이여, 그 때 우바리 비구는 또한 나로 인연하여 五백 대신들에게 공경 예배를 받았고, 범덕왕에게도 예배를 받았듯이, 지금도 또한 그렇게 나로 인연하여 五백 비구들과 정반왕의 예배를 받았느니라.
비구들이여, 만약 나의 성문(聖聞) 제자들 가운데 계율을 갖는데 가장 으뜸인 사람은 우바리 비구임을 알지니라.』
이 때 비구들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그 우바리는 옛날에 무슨 업(業)을 지었기에, 그 업보를 타고 이발사인 하천(下賤)한 집에 태어났을까. 그리고 어떤 업을 지었기에, 그 업보를 타고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아 아라한과를 증득하였으며, 지금 부처님이 그를 수기하여 말씀하시기를 비구들이여, 나의 성문 제자들 가운데서 계율을 잘 가지는 사람은 이 우바리 비구라 하시는가.」
그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장로 우바리는 옛날 무슨 업을 지었기에, 그 업보를 타고 이발사인 하천한 가운데 태어났으며, 또 무슨 업을 지었기에, 그 업보를 타고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아라한과를 증득하여 곧 부처님께서 그에게 수기를 주어, 나의 성문 제자들 가운데서 계율을 갖는 데 으뜸이라고 하셨사옵니까.』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이여, 생각컨대 지난 옛날 먼 세상에 이 성에 이발사가 한 사람 있었는데, 그 사람은 다른 이발사의 집 딸을 맞아 아내를 삼고, 그 뒤 오래지 않아서 한 아들을 낳았었느니라.』
그 이발사는 곧 병환이 생겨 비록 치료를 하였으나, 차도가 없이 그 병 때문에 끝내 목숨을 마쳤다. 그가 죽은 뒤에 그 이발사의 아내는 그 동자를 이발사 친정 오빠에게 부탁하고 일렀다.
「이 동자는 당신들의 조카라 이제 서로 부탁하오니, 당신들은 이 아이에게 반드시 저의 부친의 본업을 가르치도록 하소서.」
그 이발사는 자기 누이동생의 이런 말을 듣고 그 동자를 받아 마침내 부친의 본업을 가르쳤다.
그 이발사는 항상 궁중에 있으면서 왕의 공경함을 받고, 매양 국왕의 머리와 수염을 깎고, 대부분 밖에서 다른 사람에게 이발하는 일이 없었다.
그러자, 왕은 그에게 흰 코끼리 한 마리를 주어 마음대로 타게 하고, 또 금통(金筒)을 주어 면도칼과 그 밖의 것을 넣게 하였다.
무릇 부처님이 없는 세상에는 벽지불이 있으니, 마치 들소와 같이 홀로 해하고 나오는 것이니, 이익을 짓도록 하여라.
바로 그 때 한 벽지불이 있어 머리털과 손발톱이 매우 길었다. 그 이발사에게 이르러 말하였다.
「착한 이발사여, 원컨대 나의 머리를 이발하여 달라.」
그러나, 그 이발사는 벽지불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착하신 대선이여, 만약 그렇다면 내일을 기다려 아침 일찍 오시오. 반드시 당신의 머리와 수염을 깎아 드리리다.」
그 존자 벽지불은 이 말을 듣고 때를 찾아 돌아갔다가, 그 밤이 지난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루를 든채 그 이발사에게 나아와 이렇게 말하였다.
「착한 이발사여, 이제 나에게 이발을 하여 달라.」
그러나, 그 이발사는 다시 벽지불에게 말하였다.
「착하신 대선이여, 그럴 수 있다면 저녁때에 오면 깎아 주겠소.」
이렇게 하여 해가 서쪽에 기울 때 오면 다시 아침에 오라 하고, 만약 아침 일찍 오면 저녁 때에 오라 하며, 이렇게 저녁때에도 아침에도 깎아 주지 않았다.
그 동자는 그 존자 벽지불이 아침에도 오고, 혹은 해가 기울어 오고, 매일 그렇게 하는 것을 보았다. 보고 나서 존자 벽지불에게 아뢰었다.
「존자 선인이여, 어떤 연고로 아침이나 저녁에 항상 여기 오시나이까.」
그러자, 그 벽지불은 동자에게 지난 사연을 자세히 말하였다.
이 말을 들은 동자는 선인에게 아뢰었다.
「저의 외삼촌은 끝내 선인의 머리를 깎지 않을 것입니다. 무슨 까닭이냐 하오면, 왕궁에 출입이 자재로움을 믿고 교만이 생긴 까닭입니다. 그러니 제가 지금 선인을 위하여 이발해 드리겠읍니다.」
그리고 그 동자는 곧 선인을 위하여 이발을 하였다.
그러자, 존자 벽지불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지금 이 동자는 큰 공덕을 짓는구나. 내 이제 동자를 위하여 공덕의 일을 빛나게 보여 주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동자에게 말하였다.
「너 동자야, 만약 때를 알거든 반드시 나의 머리털과 수염을 거두어 가지라. 너는 장래 큰 이익이 있으리라.」
이렇게 말하고 나서 마치 기러기가 두 날개죽지를 펴듯 신통력으로써 문득 날아 올라 허공을 타고 갔다.
그러자, 그 동자는 벽지불의 머리털을 어깨 위에 올려 놓고, 벽지불에게 향하여 청정한 마음이 생겨, 두 손을 우러러 합장하여 정례하고 이런 원력을 세웠다.
「원하건대 나는 미래세에 이런 벽지불 존자나 혹은 더 나은 분을 만나고, 그 세존의 설법을 듣는 대로 빨리 다 알게 하소서. 그리고 또 나는 악도에 나지 않기를 바라오며, 세세 생생에 항상 이런 이발사가 되어 복전(福田)이 되고, 이런 성자를 공양하고 섬기게 하소서.」하였느니라.
바로 이 때 그 성중 궁내에서 국왕이 정전에서 모든 대선들에게 에워싸여 정사를 돌보다가, 그들은 모두 벽지불이 허공을 날아감을 보았다.
그들은 보고 나서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지금 매우 길상스럽고 이롭습니다. 잘 인신(人身)을 얻었나이다. 지금 국내에는 큰 복전이 출세하였읍니다.」
왕도 곧 그 벽지불을 우러러보고 모든 신하들에게 일렀다.
「이 벽지불의 머리와 수염을 깎는 이는 크게 상서로운 이익을 지었도다.」
그러자, 왕의 이발사는 왕의 옆에 있다가 왕에게 아뢰었다.
「이런 선인은 내가 깎지, 다시 다른 사람이 누가 있겠읍니까.」
하고 의기양양하였으나, 이 말을 들은 동자는 왕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저의 아저씨는 허무맹랑한 말을 합니다. 저의 아저씨는 본래 그에게 이발을 해 주지 않고, 이미 이런 적은 일을 오히려 망영되어 내가 그 선인의 머리를 깎았다 하오나, 참으로 그것을 깎은 것을 말하오면 저의 몸이올시다.」
이 때 왕의 머리를 이발하는 이발사는 그 동자를 꾸짖었다.
「이 어리석은 아이야, 네가 무슨 힘이 있어 그의 머리를 깎았단 말이냐.」
그러자, 동자는 벽지불의 머리털을 내어 대중에게 보이며 말하였다.
「이것이 선인의 머리털인데 내가 현재 가지고 있사오니 모두 다 보고 알기 바랍니다.」
이 때 왕은 이것을 보고 진노하여 그 이발사에게 말하였다.
「이 미욱하고 어리석은 인간아, 너는 나에게 이런 힘이 있는데 오늘 어찌하여 나를 속이느냐. 너는 빨리 이 나라에서 나가고 나의 경계 안에서 살지 말라.」
그리고 흰 코끼리와 이발 기구들이며, 또 봉록(俸祿)을 빼앗아 동자에게 주고 명령하였다.
「오늘부터 너는 항상 나의 머리털과 수염이며 손톱을 깎으라.」
동자는 곧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님 교칙대로 감히 어기지 않겠사오며, 지금부터 항상 대왕님을 위하여 머리와 수염과 손톱을 다스리겠읍니다.」
이렇게 세상 수명을 따라 살다가 죽은 뒤에 그 공덕으로 인연하여 세세 생생토록 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천상에서 인간에 이르고, 인간에서 천상에 이르며, 두 곳에 왔다 갔다 하다가, 뒤에 바라나성의 한 이발사의 집에 태어났다. 매우 단정하고 예뻐서 보는 사람이 싫지 않았다. 그 동자의 부모는 그를 양육시켜 장성해지고 지혜가 생기자, 모든 기예를 배우게 하였다.
바로 그 때 가섭 부처님이 출세하였으니, 이 다타아가도 . 아라하 . 삼먁삼부타는 큰 교사가 되었다. 응공 . 정변지 명행족 . 선서 . 세간해 . 무상사 . 조어장보 . 천인사. 불 . 세존의 十호가 구족하였다.
이 때 가섭 바가바 . 아라하 . 삼먁삼부타는 이미 <법수레>를 이미 굴리고 저리 굴리며, 법수레에 본래 소원을 구족히 받아 가장 날카롭고 뛰어난 대장부의 뜻을 이루고, 한량없는 수억 백천만의 중생들에게 열어 보이고, 연꽃처럼 나타내어 착한 길로 인도하였다.
바로 그 때 그 바라나성 옛 선인들이 수행하고 거처하던 곳 녹야원 가운데서 二만의 비구들과 함께 있었다. 이 때 그 이발사 아버지는 자주 녹야원에 이르러 모든 비구들의 머리를 깎았다.
그러자, 그 어린 아이도 처음으로 걷게 되어 그 부친을 따라 가람에 이르렀다. 마침 그 비구들은 모든 법을 설하고 강론할 때 그 아이도 들었으나, 율의(律儀)를 강론할 때는 알아듣기도 하고 못 알아듣기도 하였다. 그 동자는 모든 비구들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이런 좋은 말을 내가 알아듣기도 하고 알아듣지 못하기도 하니 어찌된 일입니까.」
비구들은 대답하였다.
「동자야, 이런 법은 비구들의 비밀된 일이다. 만약 구족계를 받지 않으면 모두 알아듣지 못하느니라.」
그 동자는 이 말을 듣고 마음에 근심을 품었다. 「어찌하면 내가 속히 출가하여 좋은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까」하고. 그 뒤 동자는 율사(律師)에게 출가를 빌어 구족계를 받고, 비구들을 따라 계율을 지송(持誦)하여 법에 따라 행하였다. 그러나, 또 이렇게 그는 출세간의 지혜를 증득하지 못한 채 병이 나서 병상에 누워 임종하게 되자, 이런 원을 세웠다.
「가섭 여래 . 다타아가도 . 아라하 . 삼먁사부타께는 한 보살이 있으니, 이름을 호명이라 하였다. 이미 수기하기를 너는 미래세 수명 백 세 때 마침내 성불하리니, 이름을 석가모니 . 다타아가도 . 아라하 . 삼먁삼부타라 하였다. 내 이제 장래 석가모니를 만나고 원하는 대로 그 가르침 가운데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그 세존의 제자들 가운데 계율을 가짐이 내가 으뜸이 될 것이며, 오늘 이 화상이 가섭불의 계행 제자 가운데서 가장 제일이듯이 나도 또한 그렇게 그 때 석가 여래 법교 가운데 계행이 행하는 제자 중에서 제일이 되리라.」
그 사람은 즉시 목숨이 다하여 곧 천상에 나서 오늘에 이르렀으며, 최후의 몸이 가비라성 이발사의 집에 태를 받았으니, 우바리가 바로 그 사람이었느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