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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농작물 이야기...당근
1. 붉게 익은 당근, 눈 건강 지켜주는 영양소 많답니다
지난 화요일(11일)은 '눈의 날'이었어. 하늘에서 펄펄 눈이 내리지도 않았는데 웬 눈의 날이냐고? 아니 아니, 세상을 보는 데 쓰는 우리의 두 눈(目) 말이야. '우리 몸이 천 냥이라면 눈이 구백 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눈은 참 소중해. 요즘은 TV, 컴퓨터, 스마트폰 등 우리 눈을 피곤하게 만드는 게 참 많아. 그럴수록 눈 건강을 잘 챙겨야겠지? '눈에 좋은 채소' 하면 바로 당근이야. 붉은 당근 속에 많이 든 영양소가 눈을 밝게 하고 피부도 고와지게 하거든.
당근이 땅속의 뿌리를 먹는 뿌리채소라는 건 모두 잘 알지? 그럼 당근 꽃이랑 씨앗도 본 적 있니? 당근을 캐지 않고 밭에 두면, 작은 꽃들이 모여서 부케처럼 예쁜 꽃다발을 이루는 당근 꽃을 볼 수 있단다. 꽃이 지면 씨앗이 여물어 갈색 꼬투리가 보여. 그 모양이 마치 머리를 풀어헤친 모습 같기도 하고, 빗자루 모양 같기도 해. 그걸 잘 말린 다음 손으로 비벼서 씨앗을 받아. 무나 상추처럼 쏙쏙 올라오는 채소들과 달리, 당근 씨앗은 잘 트지 않아. 그러니 씨앗을 좀 넉넉히 뿌리고, 물을 흠뻑 줘야 하지. 날이 따뜻한지, 서늘한지에 따라 싹 트는 시기도 차이가 많이 나. 따뜻하면 한 열흘쯤, 쌀쌀하면 한 달쯤 걸려 싹이 튼단다. 봄날, 밭에 심은 당근은 본격적으로 더워지거나 장마가 오기 전에 수확해. 무더위가 한풀 꺾일 때 심는 가을 당근은 봄보다 기르기가 조금 쉬워. 당근을 기를 때 가장 중요한 건, 솎아 주는 일이야. 많다고 다 좋은 게 아니라, 하나하나가 제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중요하거든. 솎아주지 않고 전부 다 키우면, 튼실한 당근을 수확할 수 없을 거야. 당근은 언제 뽑을까? 뿌리 끝에서 줄기가 솟은 부분이 쫙 펼쳐지면, '다 자랐다!'는 뜻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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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농작물 이야기...감자
석 달이면 다 자라는 감자, 4000년 전부터 먹었대요
어제(10일)는 '세계 인권의 날'이었어. 1948년 '세계 인권 선언문'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을 기념하는 날이지. 세계 인권 선언문의 첫째 조항은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누구에게나 동등한 존엄성과 권리가 있다. 인간은 타고난 이성과 양심을 지니고 있으며, 형제애의 정신에 따라서 서로 간에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란다. 이 세상에는 이러한 인권 선언문을 마음에 품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어.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굶주린 사람들이 직접 먹을거리를 생산해 가난과 배고픔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돕지. 그렇다면 세상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먹을거리는 과연 무엇일까?
감자 일러스트 ▲ 그림=김시영(호박꽃‘내가 좋아하는 곡식’) 이 세상에서 옥수수와 밀, 쌀 다음으로 중요한 식량은 바로 '감자'야. 감자는 심은 뒤 두세 달이 지나면 수확할 수 있고, 냉장고가 없어도 오래 저장할 수 있거든. 그 이유는 감자가 쉴 줄 알기 때문이란다. 감자는 씨감자를 쪼개 살짝 말렸다가 심는데, 수확한 바로 다음엔 심어도 싹이 나지 않아. 마치 겨울잠을 자듯 감자가 쉬기 때문이지. 수확한 지 서너 달은 지나야 싹 틔울 준비가 된단다.
사람들은 무려 4000년 전부터 감자를 먹었다고 해. 지금도 세계 130여개 나라에서 재배된다고 하니, 정말 세계 어디서나 감자를 먹는 셈이지. 그래서일까? 감자를 먹는 방법도 다양해. 우리나라에선 강원도에서 감자가 많이 나는데, 감자밥, 감자수제비, 감자범벅, 감자전, 감자조림, 감자부침, 감자튀김, 감자떡, 감자 과자 등 해 먹을 수 있는 음식 종류가 무궁무진하단다. 탕수육의 걸쭉한 국물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녹말가루도 감자로 만들어. 그냥 찌거나 구워 먹어도 맛이 좋지!
감자꽃을 본 적 있니? 감자는 종류에 따라 하얗거나 보랏빛 꽃을 피워. 가지꽃이랑 닮았어. 꽃이 진 자리엔 감자처럼 생긴 쪼그만 열매가 달리는데, 그걸 보고 깜빡 속으면 안 돼. 우리가 먹는 감자는 땅속에서 캐낸 뿌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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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농작물 이야기...호박
다섯 갈래 노란 별, 새벽녘 호박밭에 피었네
'호박처럼 못생겼다' '호박꽃도 꽃이냐'라는 말이 있어. 이건 정말 뭘 모르는 소리야. 호박을 찬찬히 들여다본 적이 없는 사람이나 하는 말이지.
고작 한 해밖에 못 사는 호박한테 어리다느니 늙었다느니 하는 게 우습지만, 호박 이름이 진짜로 그래. 덜 자란 어린 호박을 '애호박'이라고 하는데, 이건 여름이 제철이야. 전체적으로 연둣빛이 돌고 양끝으로 갈수록 색이 짙어지지. 표면에 결이 있긴 하지만, 아직 두드러지지 않고 매끄러워. 잘라 보면, 속은 살짝 노르스름하고 폭신하단다.
호박. ▲ /그림=이재은(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채소') 호박은 암꽃이 필 때부터 꽃 끝에 조그맣게 달려. 꽃가루받이가 되면, 열흘쯤 지나 애호박을 따 먹을 수 있어. 애호박은 된장찌개나 국에 넣어 먹고, 전으로도 부쳐 먹고, 나물처럼 무쳐 먹기도 해.
애호박이 더 자라면 늙은호박이 돼. 늙은호박은 애호박이랑 전혀 다른 채소로 보일 정도로 크기나 모양, 빛깔이 전부 다르지. 겨울로 들어서는 늦가을은 늙은호박이 제철이야. 올록볼록 줄이 예쁘게 잡힌 둥그런 늙은호박은 먹기 아까울 정도로 참 예뻐. 늙은호박으론 죽이나 범벅을 하거나, 말려서 떡에 넣기도 하고, 소금 간만 해서 국을 끓여도 맛이 좋아. 달콤해서 울릉도에선 엿으로도 만들어.
호박은 처음에 거름을 두둑이 묻고 물만 충분히 주면 잘 자라. 몇 포기만 심어도 여름내 애호박을 따 먹고, 호박잎을 삶아 쌈도 싸 먹고, 남겨 둔 늙은호박은 겨우내 먹고, 심심할 땐 볶은 호박씨를 까먹고…. 일 년 내내 좋은 먹을거리가 된단다.
커다란 호박꽃은 별처럼 다섯 갈래로 갈라졌어. 눈부시게 샛노란 꽃이 부지런하게도 새벽에 일찍 피어. 향기는 또 얼마나 좋은데! 뜻밖에 좋은 일이 생겼을 때 하는 '호박이 넝쿨째 굴러왔다'는 말은 참 맞는 말이고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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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농작물 이야기...배추
채소 안 나는 겨울 대비… 우리 조상은 배추로 김장 담갔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채소 반찬은 뭘까? '한국 사람은 김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김치를 가장 많이 먹어. 김치는 무려 3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단다. 그래서일까? 평소 먹는 김치만 해도 배추김치, 깍두기, 동치미, 열무김치, 물김치 등 가짓수가 참 많아. 이것 말고도 주재료나 만드는 방법에 따라 아주 다양한 김치가 있지. 두릅김치, 토마토김치, 가지김치도 있고 갖가지 속을 넣은 배추에 국물을 자작자작 부은 '반지'라는 김치도 있어.
배추. ▲ /그림=이재은(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채소') 우리나라 사람들은 김치를 사계절 내내 먹지만, 특별히 겨울을 앞둔 이맘때는 김치를 한꺼번에 많이 담그는 김장을 해. 요즘엔 비닐하우스 재배로 겨울에도 채소가 많이 나오지만, 옛날엔 한겨울에 채소를 먹기 어려웠거든. 그래서 우리 조상은 추운 겨울에도 두고두고 먹을 수 있도록 소금에 절인 채소 반찬을 생각해낸 거야. 그중에서도 맛 좋은 가을배추로 담근 김장 김치는 정말 특별하단다.
요즘 같은 김장철엔 시장에 수북하게 쌓인 배추 더미가 자주 눈에 띄어. 배추는 김치도 맛있지만 날로 먹어도 아삭아삭 맛있고, 절여서 속이 더 샛노래진 배춧잎에 보쌈을 싸 먹어도 좋지. 달큰하고 구수한 배춧국을 끓여도 맛있고 전으로 부쳐 먹어도 정말 맛있어. 먹는 방법이 다양하다는 건 배추가 그만큼 우리가 즐겨 먹는 채소란 뜻이기도 해. 하지만 벌어진 잎 사이로 꼿꼿한 줄기가 올라와 앙증맞은 노란 꽃을 피우는 걸 보는 일은 드물 거야. 잎이 벌어졌거나 포기가 실하지 않은 배추는 밭에 남겼다가 이듬해 씨앗을 얻는데 그런 배추에선 꽃을 볼 수 있어. 배추는 좀 시원한 날씨를 좋아해. 그래서 서늘한 고랭지에서 배추가 잘 자라. 요즘처럼 한창 추워지기 시작할 때 나오는 배추는 8월 여름에 심은 거야. 그때 심은 배추가 90~100일 지나 다 자란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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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농작물 이야기...토란
볶아 먹고 쪄 먹고… 알찬 모양처럼 여기저기 쓰인답니다
'산과 물이 어우러진 경치가 천하제일'이란 칭찬을 듣는 중국 계림에는 토란 밭이 많아. 토란 밭은 일반 밭처럼 흙으로 된 데도 있고, 논처럼 물이 차 있는 데도 있어. 그곳에선 토란 줄기로 반찬을 해 먹거나 토란을 감자나 고구마처럼 쪄 먹기도 해. 하지만 토란 껍질은 감자나 고구마 껍질보다 질겨서 그냥 먹을 순 없어. 뜨거운 걸 후후 불며 껍질을 벗겨 먹으면 아주 고소하고 맛나지. 우리나라에서는 토란을 추석 때 많이 먹어. 주로 국으로 끓여 먹지. 토란대도 국거리로 써. 토란국의 토란은 감자랑 모양이나 맛이 조금 비슷하면서도 다르단다.
토란 일러스트 ▲ 그림=이재은(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채소') '토란'은 땅에서 나는 달걀이란 뜻이야. 깨끗하게 다듬어 놓은 모양이 달걀을 닮아서 이런 이름이 붙었나 봐. 그걸 '알토란'이라고도 해. '알토란 같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다고? 그건 '실속 있게 속이 꽉꽉 찼다'거나 '씀씀이가 알차고 살림살이를 알뜰하게 한다'는 뜻이지. 하지만 삶아 놓으면 매끈한 달걀과 달리, 토란은 끈적끈적해. 이 느낌 때문에 토란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건 위와 장을 보호해 주는 이로운 물질이야. 토란은 소화가 잘되게 돕기도 한단다. 그래서 과식하기 쉬운 추석 같은 날에 토란국을 먹었나 봐. 우리 조상은 정말 현명하지? 토란은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밥상에 올라온 채소인데, 고려시대 때부터 토란국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대. 크게 흉년이 들었을 때, 토란을 먹으며 굶주림을 면했단 옛날이야기도 있고 말이야.
뭐니 뭐니 해도 토란은 잎이 정말 멋져! 아주 커서 우산처럼 들면 웬만한 비는 피할 수 있어. 연잎처럼 겉면이 매끄러워 빗방울이 구슬처럼 또르르 굴러떨어지거든. 토란잎을 들고 걸으면, 빗방울이 토독 후드득 떨어지는 소리도 참 듣기 좋단다.
자료제공...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