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내가 봐도 난 커피에 '미친놈' 맞다

[성우제]

말이 나온 김에 집에 기구가 

어떤 것이 있는지 둘러보았다.

참 많기도 하다. 기구만 봐도

나는 커피에 '미친놈'이 맞다

(덕후 뜻의 '미친놈'을 

욕설 '미친 놈'과 구분해 주기 바람).

이상하게도 나는

수천달러(수백만원)하는

기구에는 관심이 별로 가지 않는다.

토론토 옆 반이라는 이탈리아

동네에 가서 수동식 에스프레소 기계를

구경했는데, 멋져 보였으나 

꼭 갖고 싶지는 않았다.

갖고 싶었다면

어떻게든 확보했을 것.

비싼 명품만 추구하는 마니아도

있다. 나도 때로 그들이 부럽다.

그런데 내 취향은 크게 비싸지 않은 걸

여러 개 구해서, 이렇게 저렇게

사용해 보는 것.

몇개 더 있지 싶은데, 찾기 귀찮아서 눈에 띄는 것만 꺼냈다. 칼리타, 멜리타와 고노에 요즘 나온 하리오도 두어 개.

드립 전용 주전자. 오른쪽 아래 타시히로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값이 세서 그런지 단종. 일본 출장 갔다가 사온 것이다. 하리오도 두 개 있는데, 하나는 밴쿠버 후배네 줬고, 하나는 아예 꺼내지도 않았다. 왼쪽 동주전자는 처음에는 반짝였다. 세월의 때가 저렇게 끼였다. 20년쯤 됐지 싶은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구들. 평소에는 드립이고 뭐고 귀찮아서 이런 기구들을 사용한다. 원두가 좋으니, 드립과 별 차이를 못 느낀다.

기분 나면 가끔씩 융 드립도 해본다. 진하고 구수하기는 한데 뒷정리하기가 귀찮아서 자주는 사용 안하고.

핸드밀. 모으기에 퍽 재미있는 분야. 요즘 새로 나오는 것은 터무니 없이 비싼 것 외에는 쓸 만한 것이 없다. 가라지 세일에서 재수 좋으면 건질 수 있는 품목. 아래 사진 아랫단 오른쪽 두 개는 중동에서 사용하는 이브리크. 그 옆 작은 주전자는 캐나다 철도회사 CN에서 사용하던 크림 주전자. 묵직하다. 윗칸에 이상하게 생긴 것은, 이탈리아에서 사용하는 주전자. 예뻐서 샀을 뿐 사용하지는 않는다.

핸드밀이 많아도, 가장 자주 사용하는 것은 이것이다. 메이드인저머니. 똑같은 걸로 메이드인웨스트저머니도 있다. 1980년대에 만들었지 싶은데...

모으기에 가장 만만한 모카포트. 조금 귀찮기는 해도 맛은 좋다.

이러니까 '미친놈'이라고 하는 거다. 장사할 것도 아니면서 온도계는 왜 샀냐고. 그것도 몇개씩이나...

말 나온 김에 수망으로 커피를 볶아 보았다. 역시 커피는 아무나 볶는 게 아니다. 그냥 재미 삼아 볶는다면 모를까...

커피 계량 스푼. 한 스푼에 10g이 담기는 걸로 안다. 1인분. 위의 것을 주로 사용한다. 아래 것은 내 커피 스승인 보헤미안 박이추 선생이 쓰시던 것. 강릉에 가서 하나 얻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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