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비비추
7~8월 산행길엔 그리 높은 산이 아니어도 비비추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나란히맥에 길쭉한 하트모양의 잎과 그 잎 사이로 우뚝 올라온 꽃줄기에 아래서부터 위로 올라오면서 차례로 보라색 꽃을 피우는(총상꽃차례) 여름들꽃으로 유명하다. 취나물을 뜯을 무렵, 비비추 어린잎을 채취하여 나물로 먹기도 하는데, 그 잎을 데친 후 거품이 나올 때까지 손으로 비벼서 먹는다 하여 “비벼 먹는 취=비비추”라고 부른다. 나물로도 먹지만 그늘에 말려서 보관했다가 된장을 풀어 끓인 국은 미역국처럼 푸들푸들하여 그 맛이 일품이다. 비비추와는 달리 일월비비추는 꽃이 꽃대 끝에 뭉쳐난다(두상꽃차례). 일월비비추가 개화하기 전의 꽃대는 그야말로 비녀를 꼭 빼닮았다. 그래서 자잠(紫簪)이라고도 부른다. 대부분의 비비추가 그렇듯 부엽질이 풍부하고, 약간 습한 곳의 반그늘에서 자라는 다년생 초본이다. 학명은 Hosta capitata (Koidz.) Nakai으로 방울비비추, 비녀비비추라고도 한다. 잎은 뿌리에서 모여나고, 잎자루 아래에 자줏빛 점이 있으며 가장자리는 물결 모양이다. 꽃은 7∼8월에 잎 가운데에서 올라온 꽃줄기 끝에 자줏빛으로 핀다. 자줏빛을 띤 흰색의 작은 포에 싸인 꽃망울 속에서 마술이라도 부린 듯 툭 터져 나온듯한 보라색의 꽃은 그야말로 환상이지 않은가? 수술은 6개로서 화관과 길이가 비슷하며, 암술은 1개에 머리 모양이 둥글다. 태백산 금대봉에서 처음 발견되었다는 흰일월비비추는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꽃이 옥잠화처럼 흰색으로 핀다. 학명 또한 Hosta capitata for. albiflora Y.N.Lee로 일월비비추와 구별하고 있다. 비비추의 뿌리에는 인삼의 약효 성분인 사포닌이 들어 있어 한방에서는 결핵이나 피부궤양 치료에 쓰인다고 한다. 요즈음은 비비추의 관상적 가치를 인정받아 백합이나 옥잠화 등과 함께 도시의 산책로를 따라 많이 심기도 한다. 그런데 일월비비추의 어디에 해와 달(일월)이 숨어 있는 걸까? 흰 포에 싸인 둥근 꽃봉오리에서 해를 상상하고, 툭 터진 꽃이 모여 있는 모습에서 구름 걸린 보름달을 연상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꽃말은 '좋은 소식', '신비로운 사람'이라는데, 무더운 여름에 좋은 소식을 나팔 불듯 알려줄 것 같아 신비로움이 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