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99. 바라문, 제사 음식과 보시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살라국 손타리강 언덕에 유행하셨다.
세존께서는 새로 수염과 머리털을 깎으시고 그 강 언덕에서 주무시다가 새벽에 일어나셔서 옷으로 머리를 덮고 몸을 바르게 한 뒤 단정히 앉아서 생각을 모으고 계셨다.
그때 강 언덕에는 불에 제사하는 바라문이 있었는데, 불에 제사하는 법은 제사하고 남은 것은 반드시 딴 바라문들에게 보시하는 것이므로 날이 밝자, 그는 제사지내고 남은 것을 가지고 바라문을 찾아서 보시하려고 하다가 부처님을 만나게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이 지나는 소리를 듣고 즉시 머리에 덮었던 것을 벗어 버리고 기침 소리를 내셨다.
그 바라문은 부처님을 보자 이러한 말을 하였다.
“이는 바라문이 아니라, 머리 깍은 도인이로구나.”
그는 되돌아가려고 하다가 다시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대개 머리를 깎은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문만은 아니니, 바라문 중에서도 역시 머리를 깎은 이가 있다.
나는 마땅히 그에게 가서 그의 인연과 태어난 성바지를 물어 보아야겠다.’
바라문은 곧 부처님 처소에 와서 문안하며 말하였다.
“당신은 어떤 곳에서 태어났으며 어떤 성바지입니까?”
그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태어난 곳을 묻지 말고
반드시 행하고 있는 바를 물어야 하리.
미미한 나무가 불을 일으킬 수 있듯이
비천한 데서도 어진 이가 태어나며
또한 잘 조복해서 가는 이도 생기는 것이니
남 부끄러움과 제 부끄러움으로 착한 행을 삼아서
부지런한 정진으로 스스로 잘 수양하여
위타(韋陁:베다)의 저 언덕에 도달한다네.
뜻을 가라앉혀 그 마음 거두어서
범행을 구족하게 닦는 이에게
제사하고 남은 물건으로써
아침에 마땅히 보시하여야 하리.
지금 그대 바라문들이
만약 복을 닦고 싶다면
그와 같은 훌륭한 대장부에게
마땅히 속히 보시해야 하네.
바라문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좋은 제사를 만났으니
이곳이야말로 참으로 불에 제사하네.
내가 지금 당신을 관찰하건대
진실로 위타의 저 언덕에 도달하였네.
예전부터 제사하고 남은 물건을
항상 딴 사람에게 보시했지만
일찍이 당신처럼 훌륭하고 오묘한
보시할 만한 곳을 만난 적이 없다네.
바라문은 즉시 그 음식을 세존께 받들어 올렸으나, 부처님께서는 받지 않으시고, 게송을 말씀하셨다.
아까는 은혜롭게 보시할 마음이 없다가
법을 연설한 후에야 주니
그와 같은 이 음식은
받아 먹지 않아야 하리.
떳떳한 법[常法]이 본래 그러하나니
이 때문에 나는 먹지 않으리.
받아 먹지 않는 까닭은
법의 게송을 말하기 위함이네.
현재의 위대한 사람[大人]들은
번뇌를 다 없앴으니
온갖 음식을 가지고
가지가지로 공양해야 하네.
복밭을 구하고 싶다면
이곳에다 마땅히 보시해야 하나니
만약 복을 지으려고 한다면
내가 바로 복밭이라네.
그러자 바라문이 부처님께 거듭 아뢰었다.
“지금 나의 이 음식을 누구에게 보시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세상의 사문이든 바라문이든 하늘이든 악마이든 범천이든 그 누구라도 이 음식을 받아서 제대로 소화시킬 수 있는 이를 보지 못하겠노라.”
부처님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반드시 저 벌레가 없는 물에 넣어 두라.”
바라문이 부처님의 지시를 받고서 즉시 음식을 저 벌레가 없는 물 속에 넣었더니, 연기와 불꽃이 함께 일어나면서 부글부글 솟는 소리가 났다.
바라문은 이 광경을 보자 너무나 두려워서 몸의 털이 곤두섰으며, 놀람과 두려움 때문에 다시 장작을 해다가 불에 제사를 올렸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즉시 그곳에 가서 게송을 말씀하셨다.
그대는 재계하고 섶을 사르면서
청정함을 얻었다고 여기지만
박복하고 지혜가 없는 사람이
그렇게 바깥의 불만 사르고 있다네.
바라문이여! 그대는 마땅히
그대가 사르는 불을 버리고
반드시 내심(內心)의 불을 닦아서
그 치성함을 끊어지지 않게 하시오.
그와 같은 불이 더욱 증가하면
그것을 이름하여 참다운 제사라고 하리니
자주자주 믿음과 보시를 일으켜서
그대는 반드시 이와 같이 제사해야 하네.
그대는 지금 교만함이 무거워서
수레로도 능히 실을 수 없으며
성냄의 독기는 연기와 같고
또한 기름을 불에 끼얹는 것 같네.
혀로는 나쁜 말만 치열히 하고
마음은 불에 덮인 바가 되어서
스스로 조복하지 못했거니
어찌 대장부라고 말하겠는가.
만약 믿음으로 강물을 삼고
계율로 건너는 나루로 삼아서
저 청정한 물과 같으면
착한 사람들의 찬탄을 받는다네.
만약 믿음과 계율에 들어가 씻으면
그것이 바로 그대 비타(毗陁:베다)의 주문이니
온갖 나쁜 것을 능히 없애서
저 언덕에 건널 수 있다네.
법의 작용을 못물로 삼아서
구담은 참으로 건너나니
청결하고 깨끗한 그 물을
훌륭한 대장부는 소중히 여기네.
그 물에 잘 씻고 목욕할 수 있는
비타의 공덕 지닌 사람은
몸을 적시지 않고도
저 언덕에 도달하게 되네.
말도 진실하고 감관도 다스려서
3업(業)을 은밀히 갈무리하여
범행(梵行)을 갖추어서 닦는 데에는
참음과 부끄러움이 최상이라네.
믿음이 있고 정직한 사람은
바로 이 법으로 씻고 목욕하니
그러므로 그대는 지금이야말로
마땅히 이와 같이 알아야 하네.
바라문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불을 섬기는 기구를 버린 뒤에 즉시 일어나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합장하면서 아뢰었다.
“바라건대 제가 불법 속에서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비구가 되어서 부처님 법에 들어가 깨끗한 행을 닦게 하옵소서.”
부처님께서는 즉시 허락하시면서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도록 하셨다.
그 존자는 부지런히 닦고 자기를 극복함으로써 전일하게 혼자 조용한 곳을 좋아하고 방일한 짓을 여의었으며, 출가인이나 재가자와 친근하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왜냐 하면 이 족성자(族姓子)는 수염과 머리털을 깎고 법의(法衣)를 입었으며, 바른 믿음으로 출가해서 위없는 범행(梵行)을 닦은 결과 현재의 지견(知見)을 몸소 증득하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 비구는 선정과 지혜를 닦고 쌓아서 아라한의 과위를 얻었으니, 온갖 번뇌를 없애고 깨끗한 행을 이룩해서 할 일을 다 마치고는 후생의 몸을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