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감염되어쓸 때 보이는 또 하나의 공통된 반응은 면역 체계를 동원하는 것이다.
혈구를 비롯한 여러 세포가 부에서 침입한 세균을 능동적으로 찾아내 죽인다.
우리 몸은 특정한 세균에 감염되었다가 치유되면 ,
그 세균에 감염되는 걸 방지하는 항체를 점진적으로 형성하기 때문에
그 세균에 다시 감염될 가능성이 낮아진다.
경험을 통해 모두가 알고 있듯이, 독감과 일반 감기 같은 병에 대한 저항력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해서 그 병에 다시 걸릴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질병, 예컨대 홍역과 볼거리, 풍진, 백일해, 지금은 박멸된 천연두등에 대해서는
한 번의 감염으로 항체가 형성되어 평생 동안 면역력이 생긴다.
죽거나 약화된 세균을 접종함으로써 해당 질병을 실제로 앓지 않고도
항체 형성을 유도하려는 것이 백싱의 원리이다.
안타깝게도 몇몇 영리한 세균은 우리의 면역 반응에 무너지고 있지만은 않는다.
우리 항체가 인식하는 항원(antigen)의 분자구조에 변화를 주는 식으로 우리를 속이려고 한다.
예컨대 독감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새롭게 변이가 일어나며 다른 구조의 항원으로 탈바꿈한다.
따라서 2년 전 독감에 걸린 사람이 올해 유행하는 변이 독감에 다시 걸린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말라리아와 수면병은 항원을 신속히 바꾸는 능력에서 으뜸인데,
이것을 뛰어넘는 최고의 변덕쟁이는 에이즈이다.
에에이즈는 환자의 몸에 안착한 뒤에도 끊임없이 진화하며 새로운 항원을 만들어내고,
결국에는 환자의 면역 체계를 무력하게 만든다.
우리가 세균의 침입에 대해 가장 느릿하게 보이는 반응은 자연선택을 통한 것으로,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넘어가며 유전자 등장 빈도가 달라지는 경우이다.
거의 모든 질병에 대해 유전적으로 다른 사람보다 저항력이 강한 사람이 있다는 건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어떤 병이 유행할 때, 그 병과 관련된 세균에 저항하는 유전자를 지닌 사람은
그러지 않은 사람보다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역사적으로 특정한 병원체에 자주 노출된 집단은
그 병원체에 저항하는 유전자를 보유한 개체의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그 유전자를 갖지 못한 사람은
살아남아 자신의 유전자를 자식에게 전해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설마!'라고 생각할 사람이 있으지도 모르겠다.
이런 진화반응은 유전적으로 죽을 가능성이 있는 개체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집단 전체는 그 병원체를 더 효과적으로 이겨내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런 유전자 변화를 통한 방어의 예로 겸상적혈구 유전자(sickle-cell gene),
테이삭스 유전자(Tay-Sachs gene), 낭포성 섬유증 유전자(cysric fibrosis gene)가(상당한 대가를 치렀지만)
각각 아프리카계 흑인, 이슈캐나지 유대인, 북유럽인에게
말라리아, 결핵, 박테리아성 설상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준 경우를 들 수 있다.
요컨대 벌새의 경우에서 보듯이, 우리와 대부분의 종은 상호작을 하지만 상대를 '아프게'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우리와 벌새는 상대에 대한 방어력을 키우는 쪽으로 진화할 필요가 없었다.
벌새가 우리한테 기대어 자손을 퍼뜰리지도 않고,
우리 몸뚱이를 먹이로 삼지도 않기 때문에 평화로운 관계를 지속할 수 있었다.
벌새는 자신의 날개를 사용해 꽃의 꿀과 벌레를 찾아내 먹으면서 살아가는 쪽으로 진화했다.
그러나 세균은 우리 체내의 영양분을 먹고 사는 쪽으로 진화했다.
또 세균한테는 날개가 없어 첫 감염자가 죽거나 저항하면 새로운 피해자의 몸으로 옮겨갈 방법이 없다.
따라서 많은 세균이 잠재적 피해자들에게 옮겨가려고 이런저런 속임수를 찾아냈고,
그런 속임수 대부분이 '질병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우리 인간 역시 거기에 맞서는 대음책을 만들어 냈고,
병원균은 우리 대응책을 무력화하려는 방향으로 다시 진화했다.
이렇게 우리와 병원체는 끝없는 진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느 쪽에게나 패배의 대가는 죽음이며, 자연선택이 심판 역할을 맡는다.
이제 그 경쟁의 형태가 진격전인지 게릴라전인지를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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