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택 소마미술관 초대개인전
2026.4.10~7.26
이승택 : 조각의 바깥에서
《이승택: 조각의 바깥에서》는 조각의 형식과 범위를 끊임없이 확장해 온 이승택의 작업을 통해 오늘날 조각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 살펴보는 전시다. 전시는 소마미술관과 올림픽조각공원이라는 공간적 맥락 속에서 사물과 전통, 장소와 자연을 넘나들며 확장되어 온 작가의 예술 세계를 조망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올림픽조각공원은 야외 환경과 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조각을 자연과 공간 속에서 경험하게 하는 독특한 장소적 조건을 지닌다.
이승택은 일상의 사물을 묶고 해체하고 재배치하며 익숙한 물건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기와와 옹기 같은 전통적 소재는 오늘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읽히고, 산업 재료와 행위 과정은 조각의 형식과 재료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확장한다. 또한 장소의 조건과 자연의 요소는 작업과 긴밀히 연결되며 조각을 하나의 고정된 형태가 아닌 공간과 시간 속에서 형성되는 경험으로 변화시킨다.
이번 전시는 ‘사물 이후의 조각’, ‘전통이 다시 쓰이는 자리’, ‘조각의 경계 실험’, ‘장소로 확장된 실천’, ‘자연과 관계 맺기’라는 다섯 개의 주제를 따라 작가의 작업을 살펴본다. 아울러 드로잉과 기록 자료로 구성된 아카이브를 통해 그의 생각과 작업이 시작된 배경을 함께 소개한다. 《이승택: 조각의 바깥에서》를 통해 전시와 공원을 함께 경험하며 조각을 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사물과 공간, 자연과 예술의 관계를 새롭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Lee Seung-taek: Outside of Sculpture
Lee Seung taek: Outside of Sculpture is an exhibition that explores how sculpture can be understood today through the work of Lee Seung-taek, who has continuously expanded the form and scope of sculpture. Set within the spatial contexts of the SOMA Museum of Art and the Olympic Sculpture Park, the exhibition examines the artist’s evolving artistic world, which traverses objects and traditions, as well as sites and nature. Established on the occasion of the 1988 Seoul Olympics, the Olympic Sculpture Park is a unique environment where art and the outdoors coexist, offering distinctive conditions for experiencing sculpture within nature and space.
Lee Seung taek binds, dismantles, and rearranges everyday objects, encouraging viewers to perceive familiar things from new perspectives. Traditional materials such as roof tiles and earthenware are reinterpreted within a contemporary context, while industrial materials and performative processes expand conventional notions of sculptural form and material. Furthermore, the conditions of place and elements of nature are closely interwoven with his work, transforming sculpture from a fixed form into an experience shaped through space and time.
This exhibition presents the artist’s work through five thematic sections: “Sculpture After Objects,” “Rewriting Tradition,” “Experiments at the Boundaries of Sculpture,” “Practice Expanded into Site,” and “Engaging with Nature.” In addition, an archive composed of drawings and documentary materials introduces the background of his ideas and the origins of his practice. Through Lee Seung taek: Outside of Sculpture, visitors are invited to experience both the exhibition and the park together, to view sculpture from an open perspective, and to reconsider the relationships between objects, space, nature, and art.
_소마미술관 학예실
이승택의 ‘비조각’
이승택(94세)의 ‘비조각’은 조각의 본질을 물질이 아닌 관계와 상황으로 전환시키는 급진적 실천이다.위 두 이미지에서 드러나는 작업은 버려진 일상적 오브제들을 엮고 묶고 연결하는 단순한 행위를 통해 조각의 정의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한다.
이는 완결된 형태를 구축하기보다, 형성이 이루어지는 과정 자체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둔다.검은 덩어리들은 더 이상 고유한 사물로 기능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실로 감겨 응축된 상태로, 원래의 용도와 정체성을 상실한 채 ‘중간적 존재’로 남는다. 이때 붉은 끈은 단순한 결합 수단을 넘어, 분절된 요소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내는 매개가 된다. 특히 두 번째 이미지에서 강조되는 결절 지점은, 개별 요소들이 만나는 교차점이자 긴장이 집중되는 장소로서, 구조적 중심이 아닌 관계적 중심을 형성한다.이러한 구성은 개념미술의 맥락과 깊이 맞닿아 있다.
작품은 물질적 완성도나 조형적 안정성보다, ‘버려진 것들이 어떻게 다시 연결되는가’라는 질문을 전면에 내세운다. 즉, 조각은 더 이상 조각가의 손에 의해 완결되는 대상이 아니라, 세계 속에서 흩어진 것들이 재배치되며 생성되는 하나의 사건이 된다.
미학적으로 주목할 점은 긴장과 유연성의 공존이다. 붉은 끈은 유기적으로 흐르며 자유로운 선을 만들어내지만, 동시에 검은 덩어리를 단단히 묶으며 억압적 구조를 형성한다. 이 이중성은 생명과 구속, 흐름과 정지 사이의 역설적 관계를 드러낸다. 또한 반복되는 타원형 구조는 리듬감을 형성하면서도, 미세한 비대칭과 불규칙성을 통해 기계적 반복이 아닌 살아 있는 변주를 만들어낸다.결국 이 작업은 ‘재료의 변형’이 아니라 ‘의미의 전환’에 관한 것이다.
폐기된 오브제들은 더 이상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계망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잠재적 존재로 전환된다. 이때 조각은 물질적 실체가 아니라, 관계를 통해 드러나는 비가시적 구조—즉 연결, 긴장, 흐름—의 장으로 확장된다.따라서 이승택의 비조각은 조각의 외형을 해체하면서도, 오히려 조각적 사유를 더욱 확장시키는 역설적 실천이다. 그것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묻는 작업이며, 그 질문 자체가 곧 작품의 미학적 핵심을 이룬다.
이승택의 ‘비물질 조각’
이승택의 대형 Ballon 지구본은, 물질을 통해 비물질을 드러내는 역설적 조형 전략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거대한 구체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지니지만, 그 실체는 공기—즉 비가시적이고 비물질적인 요소—에 의해 유지된다.
이때 조각은 더 이상 고체의 축적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지탱 구조로 삼는 ‘비물질적 조건’ 위에 성립한다.작품의 핵심은 공기를 주입한 대형 공기구 위에 지구의 대륙과 구름을 회화적으로 재현한 데 있다.
이는 실재의 지구를 모사하는 동시에, 우리가 매체를 통해 학습해온 ‘이미지로서의 지구’를 환기시킨다. 표면에 묘사된 대기권의 흐름은 생동감을 부여하지만, 그 이면에는 공허한 내부가 존재한다. 즉, 충만해 보이는 외형과 비어 있는 내부 사이의 간극이 이 작업의 미학적 긴장을 형성한다.공간 안에 함께 배치된 돼지 형상과 작은 구, 반구의 파편들은 하나의 완결된 세계가 아니라 분절된 인식의 장을 구성한다.
특히 돼지 오브제는 인간 중심적 시각을 교란시키며, 지구라는 거대 담론을 일상적 생명체와 동일한 차원으로 끌어내린다. 이로써 세계는 숭고한 대상이 아니라, 다양한 존재들이 병치되는 하나의 관계망으로 전환된다.이러한 작업은 개념미술의 맥락에서 이해될 때 더욱 명확해진다.
이승택은 물질적 완결성을 추구하기보다, 개념과 인식의 구조를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공기로 부풀려진 지구본은 실재를 재현하는 동시에, 그 실재가 얼마나 허상적 기반 위에 놓여 있는지를 폭로한다.또한 이 작품은 스케일의 전복을 통해 관람자의 위치를 재조정한다.
거대한 지구가 전시장 바닥 위에 놓인 하나의 오브제로 환원되면서, 관람자는 세계를 외부에서 조망하는 시점에 놓인다. 그러나 그 내부가 공기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이 ‘세계’는 단단한 실체가 아니라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취약한 구조로 드러난다.
결국 이승택의 지구본은 물질과 비물질, 실재와 이미지, 충만과 공허 사이의 긴장을 통해 조각의 개념을 확장한다. 그것은 무엇을 구축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이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며, 보이지 않는 조건—공기, 인식, 관계—이야말로 이 작업의 진정한 조형 재료임을 드러낸다.
이승택의 ‘비물질 연기 조각’으로서의 위 작업은, 조각의 본질을 물질적 형상에서 비가시적 현상으로 전환시키는 급진적 사유를 담고 있다. 제시된 이미지에서 중심을 이루는 것은 단단한 구조물이 아니라, 위로 솟아오르는 연기의 형상이다.
그러나 이 연기는 실제로는 고정된 이미지로 재현되어 있으며, 이 지점에서 작품은 실재와 재현, 물질과 비물질 사이의 긴장을 발생시킨다.여러 개의 검은 원통형 구조물 위에서 동시에 분출되는 연기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으로 결집된다. 이때 연기는 연기라는 물리적 현상이지만, 동시에 형태를 고정할 수 없는 비물질적 존재다.
작가는 바로 이 ‘형태를 갖지 않으면서도 지각되는 것’을 조각의 중심 요소로 끌어들인다. 전통적 조각이 고체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추구했다면, 이 작업은 소멸과 확산, 변화의 순간을 포착한다.특히 화면 속 연기는 세밀하게 묘사된 볼륨과 명암을 통해 실재감을 획득하지만, 그 배경은 황량하고 정지된 풍경으로 처리되어 있다.
이 대비는 시간의 층위를 암시한다. 배경은 정지된 시간, 연기는 흐르는 시간이며, 이 둘의 충돌 속에서 작품은 ‘지속될 수 없는 것의 형상화’라는 역설을 드러낸다.이러한 접근은 개념미술의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승택은 조각을 물질의 축적이 아니라 개념의 제시로 확장시키며, ‘연기’라는 비물질적 요소를 통해 조각의 정의 자체를 재구성한다. 중요한 것은 연기의 실체가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내는 인식과 경험이다. 즉, 조각은 더 이상 만질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지각과 사유 속에서 발생하는 사건이 된다.또한 이 작품은 산업적 이미지—여러 개의 배출구에서 솟아오르는 연기—를 연상시키며, 인간 문명과 자연 사이의 긴장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나 작가는 이를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보다, 연기라는 비물질적 형상을 통해 ‘존재의 불안정성’과 ‘형태의 덧없음’을 강조한다.
결국 이 작업은 조각을 ‘고정된 덩어리’가 아니라 ‘사라지는 과정’으로 재정의한다. 연기는 순간적으로 존재하지만 곧 흩어지고, 형태를 가지지만 결코 고정되지 않는다. 이승택의 비물질 조각은 바로 이 모순적 상태를 포착하며, 보이지 않는 것, 붙잡을 수 없는 것을 통해 오히려 조각의 본질에 더욱 근접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글 :이명환 /시각예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