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2일.
어느 신문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신을 어린이집 교사라고 소개한 A씨가
일부 학부모와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는 "보통 '○○을 금합니다'라고 하면 당연히 금지한다는 뜻이 아닌가"라면서
"그런데 일부 학부모들은 '금'이 들어가니 '가장 좋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라고 이야기했다.
A씨는 또 "우천 시 ○○로 장소 변경이라고 공지하면
'우천시'에 있는 ○○지역으로 장소를 바꾸는 거냐고 묻는 분도 있다"며
"섭취, 급여, 일괄 같은 말조차 뜻을 모르고 연락해서 묻는 분의 비율이 전에 비해 꽤 늘었다"라고 토로했다.
A씨는 그러면서 "단어뿐 아니라, 말의 맥락도 파악을 잘 못 한다"며
"'○○해도 되지만, 하지 않는 것을 권장해 드립니다'라고 했더니
'그래서 해도 되냐, 안 되냐'라고 문의한 학부모가 네 명이었다"라고 전했다.
일부 학부모들의 문해력을 둘러싼 논란은 처음은 아니다.
조병영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지난해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수학여행 가정통신문에 '중식 제공'을 보고
'왜 중식을 제공하냐,우리 아이에게는 한식을 제공해 달라'라고 하더라"며 "
'교과서는 도서관의 사서 선생님께 반납하세요'라는 글을 보고
교과서를 사서 반납하는 일도 벌어졌다"라고 이야기했다.
조 교수는 "영상으로 정보를 취하고, 글을 읽을 일이 없는 거다.
긴 글 읽는 거 어려워하고"라며 "대학교에서도 논문 읽고 공부할 거라고 하면 표정이 안 좋아진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부모님들도 아이들에게 글과 책 읽으라고 하지만, 가정통신문조차 안 읽는다"라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지난달 26일 서울시교육청 문해력·수리력 진단검사 설명회에 참석해
"정답을 찾아내는 정도의 기능적 문해력으로는 살아가기 어렵다"며
"다양한 각도로 질문할 수 있는 문해력이 이 시대에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2020년 EBS가 중학생 2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문해력 테스트에서
전체의 27.0%가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진행하는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도 이런 양상은 뚜렷했다.
2019년 77.5%였던 국어 보통 학력 이상 비율은 2022년 54.0%로 23.5%포인트 떨어졌다.
반대로 국어 기초 미달 비율은 2019년 4.0%에서 2022년 8.0%로 2배가 됐다.
이런 문제가 어른들이 책을 안 읽어서일까?
아니다.
한자(漢字) 공부를 폐지시킨 결과로 벌어지는 일이다.
한자를 폐지 시켰지만 한자 자체를 한글화에 그치고 만 것이다.
책을 안 읽어도 영어로 표기한 것은 소통에 문제가 하나도 되지 않는 세상이다.
길에 수많은 외국어 간판이 줄지어 있지만 그것에 불편한 사람은 나이많은 일부 노인들 뿐이다.
젊은이들은 영어만 공부했으니 그런 것이다.
얼마 전,
서울특별시 시장의 장례가 있었다.
처음에는 신문 머릿글에 "서울특별시장 장"으로 치룬다고 써 있었다.
그런데 다음날 "서울특별시장 장(葬)이라고 수정된 머릿글이 나왔다.
왜 사용하지 않는 "葬"이라는 한자가 등장한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생소한 "서울특별시장 장"이란 말이 뭔지 몰랐던 것이다.
나는 절대로 한글 전용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글로 모든 말을 하려면 한자로 되어있는 단어들을 모두 고쳐야 한다.
한자 단어는 그냥 놔두고 그것을 한글로만 표기한다면 해결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중식 제공"이 중국음식을 준다는 것라고 알아듣는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될까?
그사람들에게 영어로 이야기해주었다면 아마도 쉽게 알아들을 것이다.
하긴 "중식"(中食)이라고 했어도 중국음식이라고 할만도 하다.
그러나 "중식제공" 대신에 "점심제공"이라고만 했어도 못 알아듣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우천시"(雨天時)라고 한자로 병기하거나 "비가 올때는,,,"이라고 써 놨다면
"우천시"가 어디에 있느냐고 묻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글을 사랑하자고 말로만 할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한글을 더 많이 애용하고 사랑하게 하는 것은 학자들과 방송국이 노력해야 하는 문제다.
요즘 방송을 보면 "하나도 없다"라는 말을 "1도 없다"라고 표기한다.
"하나"나, "1"이 같은 뜻이기는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다.
말로만 한글사랑이 아니라 우리말로 표현을 할 수 있도록 고쳐나가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