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로의 산야초 이야기] 호박덩굴
눈 덮인 겨울 산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나무가 있습니다.
금빛 보료에 앉아 붉은 열정으로 한겨울 추위를 녹이는 나무! 노박덩굴이지요.앙상한 가지에
촘촘히 달린 열매는 새순이 올라오는 이른 봄까지 새들을 유혹합니다.그러고 보니 이 나무는
4계절 어느 한순간도 쉴 틈이 없습니다.이리 휘고 저리감기며 덤불을 이루는 노박덩굴은
봄부터 가을까지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내어줍니다.초봄의 어린 순은 나물로,가지와 뿌리는
약재로,열매는 새의 먹이와 치료제로 쓰입니다.용처가 다양해 민간에서는 오랜 세월 상비약
으로 쓰였고.
알려진 효능은 열 손가락이 부족할 정도입니다.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혈압을 낮추고 동맥경화를 예방합니다.손발이 저리거나 수족 냉증을
치료하는데,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도 효과적입니다.줄기와 뿌리,열매를 모두 약재로 쓰는데
한방에서는 여성의 생리통을 개선하는데 으뜸이라고 말합니다.통증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커
관절염,근육통,허리통증,치루,치질 치료에도 널리 사용되지요.어린잎은 독성을 우려낸 뒤
나물로 무쳐 먹습니다.늦가을에 익는 열매는 관상 가치가 높아 조경수로 인기가 높습니다.
100세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미래를 분석하는 글과 말이 넘칩니다.
그 중 미국 마우로 기옌 교수가 발표한 ‘2030 축의 전환’이라는 책 내용이 솔깃합니다.그는 책에서
“2030년에는 60세 이상이 가장 활기찬 삶을 누릴 것”이라며 “전 세계 자산의 50%,미국 자산의
80%를 이들 노년 세대가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삶의 질 또한 높아져 이즈음의 70대는
현재 50대가 누리는 만큼의 신기술 혜택과 생산적 삶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풍요의
시대가 온다는 것이지요.
노박덩굴을 보노라면 ‘다산’과 ‘풍요’의 의미가 실감 납니다.
넝쿨로 뻗어 나가며 덤불을 이루는 수형은 그 자체로 산을 이루지요.나무 한 그루가 숲 전체를
풍성하게 합니다.열매는 다산의 상징으로,나무줄기 사이를 빼곡히 채우고도 남을 황금빛 열매를
주렁주렁 매단 채 한해를 갈무리합니다.사람의 숲은 어떤가요.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자연의
숲과 멀어지고 있습니다.사람의 숲이 노박덩굴의 생존지혜를 배웠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