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구 교수의 불교와 과학] 40. 특수상대성이론
모든 물리현상, 관측자에 따라 달리 보여
특수상대성이론, 과학적으로 입증한 중도
『사념처(四念處)』에 “색(色)을 떠나 심(心)이 없고 ‘심’을 떠나 ‘색’이 없다”는 말이 있다. 연기법을 ‘색’과 ‘심’으로 설명한 것으로서 이 말을 과학적 용어로 바꾸면, “관찰자(我)를 떠나서 관찰대상(세상)을 말할 수 없고 관찰대상을 떠나 관찰자를 말할 수 없다”가 될 것이다. 이렇게 바꾸어 놓으면 물리학과 생태학을 비롯하여 인지과학 등에서 하는 말과 꼭 같다.
연기법이 원리적으로는 과학의 여러 분야로부터 뒷받침을 받는다고 할지라도 세상일체를 관찰대상으로 삼고서 과학이론으로 정립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관찰대상을 시공간으로 한정시키면 연기법을 정교한 이론으로 다듬은 것처럼 보이는 이론체계가 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는 두 가지가 있다. 관찰자가 외부에서 아무런 힘을 받지 않고 등속도로 움직이는 경우(관성계)에 성립하는 이론과 가속운동을 포함하여 임의의 상태에 있을 때에도 성립하는 이론이 있다. 전자를 특수상대성이론이라 부르고 후자를 일반상대성이론이라고 한다. 먼저 특수상대성이론의 대강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빛의 속도가 관찰자나 광원(光源)의 속도에 관계없이 항상 일정하다는 마이켈슨-모올리의 실험결과는 당시의 물리학자들에게 하나의 수수께끼 같은 일이었다. 지상에 정지한 사람을 ‘갑’, 지상에 대해 등속도로 움직이는 사람을 ‘을’이라고 하자. 이제 ‘갑’이 볼 때 어떤 자전거가 초속 20m로 달려간다고 하자. ‘을’이 자전거와 같은 방향으로 초속 10m로 움직이면서 보면 이 자전거의 속력은 초속 10m일 것이다.
‘갑’과 ‘을’이 측정한 시간과 공간의 길이가 같고 ‘20-10=10’이 틀림없는 것이라면 꼭 그래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빛은 ‘갑’이 보아도 초속 30만 km이고 ‘을’이 빛과 같은 방향으로 초속 10만 km로 달려가면서 보아도 빛의 속도는 30만 km가 될 수 있는가? 물체의 속도란 물체가 움직인 거리를 움직이는 데 걸린 시간으로 나눈 것이니 그런 일이 가능하려면 오직 한 가지 경우 밖에 없다. ‘갑’과 ‘을’이 측정한 ‘공간적 거리’와 ‘시간의 길이’가 달라지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빛의 속도는 일정하다”는 것을 바탕으로 빛을 시간과 공간을 측정하는 기본 수단으로 삼았다. 그리고 지난번에 설명한 바와 같이 간단한 사고실험을 통하여 과거-현재-미래의 순서가 관측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였다. 시간의 길이와 공간의 길이도 관측자에 따라 다르게 된다는 것 역시 간단히 보였다.
이 사고실험을 바탕으로 아인슈타인은 “빛의 속도는 일정하다”는 것과 “등속도로 움직이는 모든 관성계에서 보는 물리법칙은 동일하다”는 두 가지를 기본가정으로 삼고 시공간과 물질 및 에너지에 대한 개념에 혁명을 가져오는 이론을 발표하였다. 바로 특수상대성이론이다. 빨리 움직이는 물체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빨리 움직이는 물체의 길이는 줄어들며 그 질량은 커진다.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관성계에 있는 관측자는 시공간을 포함하여 모든 물리현상을 다 다르게 본다. 다르게 보이는 물리현상 중 어느 하나만이 옳은 것이 아니다. 그 입장에서는 다 옳은 것이다. 이것은 중도의 원리이기도 하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중도의 이치를 과학적으로 정립한 첫 번째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김성구
이화여대 명예교수
[출처 :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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