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0차 경북 영양 일월산(2023. 3. 9)
오늘은 경북 영양의 일월산을 등산했습니다. 영양은 제 고향 영덕의 옆 군이기도 하고, 영양 일월산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기도 한 터라 내심 반가웠습니다.
일월산은 대티골에서 출발하여 월자봉과 일자봉을 경유하는 코스입니다. 일월산이라는 이름도 일자봉의 일자와 월자봉의 월자를 합쳐서 만든 이름인 것 같습니다. 아니면 일월산이라는 이름이 먼저 생기고 이에 맞추어 두 봉의 이름을 일자봉, 월자봉으로 지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안내 표지석에 보니 태티골 골짜기 물길을 반변천이라고 하며, 이 반변천은 일월산에서 발원하여 영양의 젓줄 역할을 하는, 이 고장에서는 매우 유서깊고 중요한 골짜기인 것 같았습니다.
완연한 봄 날씨였습니다. 그래도 대티골 골짜기를 걸어가는데, 발밑에는 지난 가을의 시체가 즐비하여 부스럭부스럭 가을의 소리를 내고, 골짜기에는 졸졸 흐르는 개울 물 사이로 겨울의 꼬리가 여기저기 하얗게 남아 있더군요.
언제나 그렇듯이 산행은 인생사와 많이 닮았지요? 세상만사 다 그렇듯이 오늘 산행도 생각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대티골 골짜기로 가다가 월자봉으로 가는 길을 지나서 가는 바람에 완전히 다른 길로 가게 되었지 뭡니까! 다시 돌아와 산행을 시작하기에는 너무 많아 가 버려서 어쩔 수 없이 일자봉 월자봉 산행은 포기하고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듯이, 정상에 가지는 못했지만, 그 덕분에 거의 전 대원이 한자리에서 점심을 먹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회장님은 항상 선한 하나님을 믿는 장로님이라 오늘도 이것을 축복이라고 하더군요. 회장님은 세상 모든 일은 선한 하나님이 주관하시니 절대 잘못되는 일이 없다는 생각이지만, 제 생각에는 하나님도 챙기지 못하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집사와 장로의 차이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내려와서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등산로 지도를 보면서 열띤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두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일월산 등산로는 우리 대원의 머릿속에 확실하게 각인된 것 같습니다. 다음에 오면 절대로 길을 잃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총무님께서 가을 단풍 보러 여기로 다시 오겠다고 하니 그때는 오늘 다 하지 못한 멋진 산행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차 안에서 간식이 너무 풍부했습니다. 고구마(방석하), 구운 달걀(윤주산), 쑥개떡(송순빈), 아이스크림(이명애), 게다가 하산주와 함께 컵라면까지. 아내에게 저녁 못 먹는다고 보고까지 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오늘도 멋진 산행이었습니다.
첫댓글 총장님 글귀가 입가에 미소를 절로 지어지게 하네요 저 역시 곰곰하게.. 출발하는 시간부터 산행을 마치고 체육관 새벽 그 자리에 와서 회원님들 다 집에 가실때까지를 생각하며...
오늘 하루를 무사히 잘 보낼수있음을 감사드립니다 항상 오늘 같은 나날이 되기를 바라며~목요천봉 파이팅 입니다
감사합니다. 부지런하신 총장님 정말 닮고싶습니다. 일지를 빨리써주시는것 말고도 부지런하신 모습에서 존경을 표합니다. 앞자리 대원의 배낭을 꺼내주시는일. 미끄러진 대원을 부추겨주시는 빠른 몸놀림이 80세 어른의 할 수있는 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습니다. 우리산악회의
자랑입니다. 고맙습니다.
오늘 불참했지만 빠르게 올려주신 산행일지 보며 일월산의 형세와 회원님들의 하루를 그려봅니다. 우여곡절 속에도 여전히 재미있고 건강하게 마무리하신것 같아 덩달아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