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영혼의 본향, 동심을 찾아주자
아동문학가 ․ 박근칠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그 당시 경북 선산군 도개국민학교였다. 6.25 사변이 일어나고 휴전이 된 무렵 4학년 시절 군내 학예회에 음악경연대회가 있었다. 학교합창단에 뽑혀 담임이 지도교사라 학교에 늦게까지 남아 열심히 연습하여 20여리나 길을 걸어가 군교육청 학예경연대회에 참가해 우수상에 입상한 것이 내 기억에 생생하다. 그 때의 노래가 이원수 선생님의 좋은 노랫말에 홍난파 선생님이 고운 곡을 붙여 가슴에 찡하게 여운을 주었던 동요 ‘고향의 봄’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합창 동요 부르기로 해서 내가 동시를 쓰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내 휴대폰에 ‘고향의 봄’ 노래가 컬러링으로 저장되어 자주 동요를 듣는다.
1. 사람과 자연의 사랑을 담은 동시․ 동요
‘동시 한 편 낭송하고 동요 한 곡 부르는 마음 온 세상을 맑게 한다.’
동시는 많이 읽고 즐겨 낭송하면서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던 문학 장르로서 아동 정서함양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음악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물고, 영혼의 울림을 가져오는 신비한 마력을 지니고 있어 '神의 소리'라고 말하기도 한다.
음악 중에서도 동심이 담겨 있는 동요야 말로 '신의 축복 선물'이라고도 할만하다. 그래서 동요를 부르거나, 듣고 있노라면 영혼이 맑아지고 순수한 사랑이 느껴지는 포근한 행복감에 젖어들게 된다. 그리고 귀여운 멜로디와 단순한 리듬, 아름다운 가사, 무리 없는 적절한 음역 로 지니고 있는 동요는 누구나 다함께 부르며 같이 즐기기에 더없이 적절한 노래이기도 하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와서 어찌 된 일인지 우리 주변에서는 동요를 부르는 소리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다. 아이들의 노래인 동요를 요즘 아이들은 잘 부르지 않고 있으며, 유행가나 광고 방송에서 나오는 노래를 더 즐겨 입에 올리며 자신도 모르게 빠져 들어고 있는 것 같다. 학교의 음악 시간은 점점 힘을 잃고 시들해져가고 매스컴의 자극과 영향으로 트로트가 더욱 달콤하고 강렬해지고 있다. 심지어 유치원의 재롱 잔치에서도 동요보다는 성인들의 유행 음악이 태연히 불려지고, 연예인의 흉내와 어설픈 패러디가 판을 치고 있으니 그만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학생수련활동 가운데 캠프파이어 시간에 하는 노래들이 대부분 랩으로 된 대중가요로 아이돌, 걸그룹 가수들의 노래이고 어쩌다 부르는 아이들의 동요가 당연해야 하지만 신기하게만 들리는 그 때의 동요가 바로 박경종 작사, 이계석 작곡의 ‘초록 빛 바다’이다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파란 하늘빛 물이 들지요
어여쁜 초록빛 손이 되지요
초록빛 여울물에 두발을 담그면/ 물결이 살랑 어루만져요
물결이 살랑 어루만져요.
필자는 동요가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순화된 정서와 꿈을 키워 준다고 생각하고 있다. 학교현장의 초등교사가 담당하고 지도해야 할 중요한 분야가 아닐 수 없다. 교육과정에 변화에 따라 전래 동요나 창작동요의 수록 현황도 많은 변화를 보여 최근의 교육과정 개편되고 제7차 교육과정에 따르면 국악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면서 우리 것을 바르게 알고 배우자는 의식이 강조되면서 특히 저학년의 즐거운 생활교과에서는 놀이를 하는 가운데 활동욕구를 발산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것을 강조하였다.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즐겨 지도했던 동요를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면, 1950년대 전에 작곡된 전래동요는 반달, 고향의 봄, 퐁당퐁당, 아름다운 무지개, 방울새, 산바람 강바람, 누가누가 잠자나, 아기별, 새나라 어린이, 학교 종, 구슬비, 강아지, 보슬비, 오뚜기, 어머님 은혜, 파란 마음 하얀 마음, 섬집 아기, 초록 빛 바다 등이 생각나고, 그 이후의 창작 동요로는 종이접기, 아빠 힘내세요, 하늘나라 동화, 새싹들이다, 노을, 숲속을 걸어요, 아기 염소, 섬마을, 종이 접기, 참 좋은 말,, 내 동생 참새래요, 빗방울 연주, 별빛의 꿈, 아기 고양이, 소낙비 친구, 등이 얼른 기억이 난다.
2. 트롯 열풍에 묻혀버린 어린이 노래
2020 상반기에는 미스터 트롯이 안방을 달구고 열광하는 시기였다. 모 종합방송국에서 실시한 미스터트롯이 자정을 넘어 다음날까지 잠을 못 이루게 열창되어 텔레비전에 국민들이 시청하는 모습은 종편 사상 역대 시청률인 35.7% 의 대기록을 남겼다.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본선에서 끝까지 남아 선전한 트롯 청소년은 정동원, 홍잠언, 임도형, 남승민 이었는데 무대에 오르면 파워풀한 트로트를 열창하여 박수를 받았다.
본선에서 정동원은 나이답지 않은 노래실력으로 ‘보릿고개’ 노래를 잘 소화해 유소년부 최초 심사위원들의 올 하트를 받았다. 원곡을 부른 가수 진성도 노래를 들으면서 계속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다. 다음은 상남자 포스를 풍기며 나온 홍잠언 어린이로 9살로 ‘항구의 남자’란 노래를 나이가 제일 어린 출연자인데도 위축되지 않고 노래를 잘 불러 판정단으로 나온 연예인들을 놀라게 하며 올 하트를 받았다. 이미 KBS '전국노래자랑'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어린이다. 마지막 미스터트롯 유소년부의 11세 임도형 군은 송해 선생과 똑 닯은 외모로 나오자마자 '전국노래자랑!'이라 외치며 송해 선생의 흉내를 내며 선곡으로 '아침의 나라에서'를 불렀는데 시원한 목소리에서 뽑아져 나오는 가창력이 엄청나 관객석을 놀라게 하여 올 하트를 받았다.
정동원, 홍잠언, 임동형 이 3인방 소년가수들은 어린이날 방송 특집프로에 까지도 출연하여 창작동요가 아닌 트롯을 부르게 하여 지나친 대중가요 흥행을 보여주었다.
2020년 <미스터 트롯>은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이 지친 많은 사람들에게 특유의 '정'과 '한'이 노래를 통해 해소되고, 풀이되었다는 긍정적인 면도 어른 사회에선 회자되기도 했다 그런데 청소년들이 부른 노래가 일반 대중가요 가수들이 부르는 트롯의 노래 곡조나 가사에 문제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 정서에 맞지 않는 가사가 문제다. 요즘 한창 인기를 끄는 ‘막걸리 한잔’등 많은 노래 가사가 그렇고‘누나가 딱이야’도 마찬가지다.
남자답게 책임질게 내겐 딱 딱 누나가 딱이야
풋내 나는 풋사과보다 새빨간 사과가 더 좋아
지독한 사랑에 아파본 누나라서 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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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우린 짝이야 못이긴 척 안겨줄래
내겐 딱 딱 넌 내가 딱이야
이런 가사로 된 노래들을 요즘 청소년들이 어른들을 따라 거침없이 부르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도 모 종합방송국 ‘사랑의 콜 센터’가 많은 사람들의 밤을 지새우게 하고 있고, 국영방송국 ‘노래가 좋아’ 프로에서도 트로트 신동들의 노래자랑이 10세 내외의 어린이들을 출연시켜 경쟁을 붙이고 어른들은 손뼉을 치며 좋아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트로트는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노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가수 장윤정 <어머나>과, 박현빈 <곤드레만드레>이 트로트를 부르면서 트로트는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KBS 아침마당의 ‘도전 꿈의 무대’가 불을 붙이고, 열풍의 시작은 TV조선 <미스 트로트> 송가인이 ‘한 많은 대동강’에서 부터였다. 시청률이 매주 올라가고 출연자들은 스타덤에 올랐으며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그 열기가 이어져 나갔다. 특히 진도에 있는 가수 송가인의 집은 여행자들의 성지가 되고 새로운 신화가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최근 임영웅, 영탁, 이찬원, 김호중,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 미스터 트롯맨은 ‘뽕숭아 학당’이나 ‘사랑의 콜센타’ 프로에서 그리고 각 방송 예능프로에서 저마다의 가창 실력으로 지금도 늦은 밤을 노래의 열기로 달구고 있다.
3. 글로벌 시대에 맞는 다양한 기법으로 창작된 동요 기대
음악은 사람들에게 여가생활의 일부로 음악을 들으며 쉬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노래를 직접 부르거나 춤을 추고 공연을 감상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의미한다.
동요는 마음의 고향이며, 인간이 문학에 눈을 뜨는 시발점이 된다. 동요는 가장 인간에 밀접한 문학이며 시와 노래의 근원이 되어준다. 아울러 동요가 어린이들이 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야 한다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린이들의 음악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동요창작 기법의 도입이 필요하다.
부르는 음악으로서의 동요는 1983년 창작동요제를 시작으로 작곡자는 상을 받기 위한 테크닉에 집중하여 다양한 기법보다 전통적인 형식의 구축에 일조했고, 결과적으로 가사로 사용된 동시는 정서적인 측면은 물론 문학적 기법에 있어서 다양한 형태로 확장과 발전을 해 왔지만 동요로서의 음악적인 기법은 동요제 평가에 맞는 보이기 위한 어린이의 노래와 율동으로 어른들의 꼭두각시 노릇을 해왔던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되었지만 10대의 초등학생은 TV, 라디오 등 시청각 매체를 통해 현혹돼 이미 대중가요인 트로트에 흡수되어 아이들의 노래를 듣거나 따라 부르는 것이 현실화 되었다.
그런데 대중가요는 가사에 있어서 어린이가 따라 부르기에 자극적인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에 옳지 않으며, 어린이들의 심성이 드러난 맑고 순수한 동요를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대중가요를 찾는 어린이만 탓할 게 아니라 대중가요의 어떤 요소가 어린이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대중음악적인 요소를 동요에 적용시킬 수 있는 방안이 없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동요에는 동시를 노랫말로 한 작품이 대다수다. 좋은 동시의 특성은 문학성과 예술성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적절한 동시를 선별하여 초등학생이 공감하고 흥얼거릴 수 있는 곡을 붙인다면 어린이의 흥미와 음악교과서의 간격을 좁힐 수 있다고 본다. 물론 노랫말이 되는 동시도 어린이들의 정서와 흥미유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하겠다.
요즘 어린이가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스타일과 잘 어우러진 노래의 가능성이 요즘 동시 속에 있다는 전제 하에 발표하는 계간지 《동시YO》가 있다. 여기에는 자연, 가족, 학교, 친구, 음식, 동시조, 유아동시 등 여러 주제로 쓰는 동시인들이 있다,
예를 든다면 화음과 구성음의 변화를 주는 결합으로 흥겹고 신나는 분위기를 표현하는 싱코페이션과 아르페지오 기법이라든가 모든 리듬을 중요시하는 대중음악의 뿌리가 되는 블루스와 R&B 음악의 수용이 필요하며, 때로는 록(Rock)이나 랩(Rap)을 사용하여 강렬하거나 반복적인 리듬을 증대시켜서 흥을 돋워주는 역할로 재미를 더해주는 동요가 필요하다.
현대는 글로벌 시대다. 동요 역시 그런 영향을 받을 때가 되었고 이제는 다양한 작곡 기법을 동요에도 적용해 볼 때가 되었다. 동요 장르에도 재즈와 록을 결합하고 클래식과 힙합이 만날 수 있게 해야 한다. 아무리 맑고 고운 동요라 해도 수요자가 없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현대의 동요 작곡가들도 밝고 순수한 노래여야 한다는 동요의 정통성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장르를 초월하여 동심을 모든 문화와 예술에 받아들이고 이를 결합시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낼 수 있는 마음과 자세를 지녀야 한다.
그리고 보다 발전되고 변화된 모습으로 KBS 창작동요제, MBC 창작동요제. KBS2의 누가누가 잘 하나, 또 지방의 모든 창작동요제가 활성화 되고 인기 있는 프로가 되길 기대해 본다.
그래서 우리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대중가요인 트롯에 너무 심취하지 말고 어린이들의 정서에 맞는 흥겹고 아름다운 동요를 즐겨 부르는 시대가 다시 오길 소망한다.
※ 3항은 동시발전소 6호 신정아의 ‘한국창작동요 실태와 대중음악 수용의 필요성’을 참조하여 작성되었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