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이 성성한 노신사가 어색한 표정으로 진료실을 찾았다. 87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매우 건강해 보였다.
“소변을 보시기 불편하신가요.” 이 연령으로 비뇨기과를 찾는 노인 분들은 십중팔구 전립선비대증이 원인이다. 의외로 배뇨증상은 없었다. “그럼 어디가 불편하세요.” 노신사의 대답은 예상을 벗어났다. “며칠 전부터 발기가 좀 약해진 것 같아서...”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왕성한 성기능을 유지하는 경우도 많다.
필자는 이런 분들의 식생활에 관심이 많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한두 가지 건강관리방법을 가지고 있다. 대개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 적절한 음주, 금연, 채식위주의 식단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 노신사분의 비결은 바로 반신욕(半身浴)이었다.
반신욕이란 약간 뜨겁다 싶을 정도의 물에 배꼽까지 담그고 긴장을 푼 상태로 약 30분간 앉아있는 목욕의 한 방법이다. 모세혈관이 확장되어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심장박동량을 증가시켜 운동의 효과를 얻는다. 특히 신진대사와 지방의 분해를 촉진하여 비만의 치료에도 이용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반신욕이 성기능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알아보자.
음경은 단단한 막으로 싸여진 혈관덩어리이다. 척수로부터 신호가 전달되면 음경혈관이 늘어나 음경은 혈액으로 충만된다. 이후 골반근육이 조여지면 음경의 압력이 올라가서 단단한 발기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반신욕은 음경 혈관을 직접 확장시키고 골반근육의 긴장을 완화시켜주기 때문에 성기능에 매우 좋은 영향을 준다.
과음, 과로 후에 아랫배나 사타구니가 뻐근하게 불편한 경우가 있다. 대부분 골반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하여 생긴 일종의 근육통이다. 골반근육은 요도를 둘러싸기 때문에 근육이 조여지면 소변도 불편해진다. 이때도 충분한 휴식과 함께 반신욕을 며칠 하고나면 감쪽같이 증상이 없어지게 된다.
지루했던 여름이 가고 바야흐로 반신욕의 계절이 왔다. 운동도 싫고, 다이어트도 힘들다면 반신욕을 권한다.
반신욕을 하면서 독서를 하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다. 단순히 오래 산다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건강하고 활기차게 오래 산다는 것이 요즘의 화두인데, 10년 후의 나와 아내를 위하여 오늘 저녁부터 반신욕을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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