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에 대해서
<연중 제8주간 화요일>
(2013. 5. 28. 화)(마르 10,28-31)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나 때문에, 또 복음 때문에
집이나 형제나 자매, 어머니나 아버지, 자녀나 토지를 버린 사람은
현세에서 박해도 받겠지만
집과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녀와 토지를 백 배나 받을 것이고,
내세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첫째가 꼴찌 되고 꼴찌가 첫째 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마르 10,29-31)."
이 말씀에서 '버리다.' 라는 말은 '초월, 이탈, 분리'를 뜻합니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과 복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장 먼저 생각하고, 모든 일의 중심에 놓는 것을 뜻합니다.
(가족을 실제로 버리라는 뜻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어머니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사도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지만
실제로 집과 가족을 모두 버린 것은 아닙니다.
그들이 예수님의 제자가 된 후에도
'시몬과 안드레아의 집, 시몬의 장모'가 언급되어 있고(마르 1,29-31),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가 등장하고 있고(마태 20,20),
사도들과 케파(베드로)가 아내를 데리고 다닌다는 구절도 있습니다(1코린 9,5).
사도가 아닌 다른 제자들을 보면,
재산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고, 가족들과 함께 생활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에서 '백 배' 라는 말은 '풍성함, 충만함' 등을 상징합니다.
'첫째가 꼴찌 되고 꼴찌가 첫째 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라는 말씀은
현세에서의 처지와 내세에서의 처지가 뒤바뀔 것이라는 뜻입니다.
루카복음 16장의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에서
부자와 라자로의 처지가 내세에서 반대로 된 것이 좋은 예입니다.
그런데 '많을 것이다.' 라는 말은
그렇게 뒤바뀌는 일이 백 퍼센트는 아니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가난해도 악하다면 그 악(惡)에 대해서 먼저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에서
'현세에서 박해도 받겠지만'이라는 말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이 말은 박해를 각오하라는 뜻입니다.
예수님과 복음을 위해서 살다보면 박해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안 받을 수도 있고.)
박해를 받더라도 내세의 보상과 영원한 생명을 희망하면서
참고 견디라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말씀이 현세에서의 부귀영화를 약속하시는 말씀이 아니라고 해도
현세에서의 삶을 부정하는 말씀은 아닙니다.
내세에서의 영원한 생명을 받기 위해서 자살하면 안 되는 것처럼
내세에서의 보상만 바라고 현세의 삶을 포기하면 안 됩니다.
우리는 사는 동안에는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현세에서의 복과 부귀영화만 바라면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지금 어떤 시련과 고난을 겪고 있을 때
그것을 극복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하느님께 청하면서
그런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입니다.
'참고 견디는 것'은 포기가 아니라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질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선한 일입니다.
그러나 노력해보지도 않고 미리 포기하는 것은 악한 일입니다.
(영혼은 생각하지 않고 몸만 생각하는 것도 악한 일입니다.)
우리가 '일용할 양식'을 구하기 위해서 스스로 노력하는 것은 선한 일입니다.
(주님께 '일용할 양식'을 청하는 기도는 그 노력에 포함됩니다.)
그러나 가난을 운명이라고 생각하면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을
선한 일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예수님과 복음을 위해서 모든 것을 버린다는 것은
노동도 하지 않고 구걸이나 하면서 남의 도움으로만 먹고산다는 뜻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말씀을 많이 하셨지만,
당신의 제자들과 신자들이 거지가 되기를 바라신 것은 아닙니다.)
잠언 저자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저는 당신께 두 가지를 간청합니다. 제가 죽기 전에 그것을 이루어 주십시오.
허위와 거짓말을 제게서 멀리하여 주십시오.
저를 가난하게도 부유하게도 하지 마시고 저에게 정해진 양식만 허락해 주십시오.
그러지 않으시면 제가 배부른 뒤에 불신자가 되어
'주님이 누구냐?' 하고 말하게 될 것입니다.
아니면 가난하게 되어 도둑질하고
저의 하느님 이름을 더럽히게 될 것입니다(잠언 30,7-9)."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권고합니다.
"도둑질하던 사람은 더 이상 도둑질을 하지 말고,
자기 손으로 애써 좋은 일을 하여
곤궁한 이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어야 합니다(에페 4,28)."
"우리가 여러분에게 지시한 대로,
조용히 살도록 힘쓰며 자기 일에 전념하고 자기 손으로 제 일을 하십시오.
그러면 바깥 사람들에게 품위 있게 처신할 수 있고
아무에게도 신세를 지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1테살 4,11-12)."
- 송영진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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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