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운중동의 H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작년 3~4월부터 1주일에 3~4쌍씩 찾아와서 증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의가 쏟아졌었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도 "분당의 기존 아파트에서 증여가 급증할 이유가 없었던 만큼 판교신도시에서 대부분 증여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판교신도시의 아파트 입주가 거의 끝난 올 1월을 기점으로 증여 건수는 매월 50~70건으로 큰 폭으로 줄었다. 2008년 말 첫 입주를 시작한 판교는 현재는 40개 단지에 약 2만가구가 입주를 마쳤다.
◆부부간 증여 열풍 이유는?
판교신도시에서 때아닌 부부 증여가 급증한 이유는 절세(節稅) 때문이다. 부부 공동 명의로 하면 양도소득세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파트를 단독으로 보유했을 때보다 부부가 반반씩 아파트를 보유했다가 팔 경우 양도세가 대폭 줄어든다. 예컨대 판교의 분양가 5억원짜리 아파트를 입주하기 이전 분양권 상태에서 50%씩 공동 명의로 분할해 5년 후 10억원에 팔 경우, 양도세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세무법인 코리아베스트 주용철 세무사는 "집값이 크게 오른 상태에서 부부끼리 증여하고, 5년 후에 팔게 되면 양도차익이 대폭 감소해 절세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부부끼리 재산을 증여하면 통상 6억원까지 증여세도 없다.
판교신도시의 경우, 대부분 아파트가 2006년 분양 당시보다 3억~4억원씩 프리미엄이 붙을 만큼 시세가 치솟은 상태다. 분당 Y공인 정모 대표는 "판교는 아파트 면적에 따라 3~5년의 분양권 전매 제한이 있지만, 지금 집값이 오른 상태에서 증여해 놓고 5년이 지난 뒤 팔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분양권 상태에서 증여하면 취득·등록세를 내지 않는 것도 이점이다. 아파트를 등기 후 증여하면 현재 취득가액의 2.3~2.7%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보유세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현재 공시가격 기준으로 9억원이 넘는 주택은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인데, 부부끼리 6억원씩 재산을 분할하면 최대 12억원까지는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없나?
판교신도시의 증여 열풍을 가능하게 한 결정적 요인은 정부의 규제 완화다. 정부는 작년 3월 주택법을 개정해 전매 제한 기간 중이라도 분양권의 부부간 전매를 가능하도록 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당시 부부끼리 재산을 나누는 별산제가 확산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제도 도입 이후 분양권 증여는 판교를 제외하면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실상 판교가 이 제도의 최대 수혜지가 된 셈이다. 정부는 분양권 증여 허용 당시 서울 등 과밀 억제권역에 있는 공공택지의 전용면적 85㎡ 초과 전매제한 기간도 5년에서 3년으로 줄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증여가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면서도 "판교가 분양 당시 싼 분양가를 내세우고 전매제한도 강화해 시세차익을 없애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정부가 '로또'를 만들어 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