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更會于高秣山上 고말산1) 위에서 다시 모이다
山在淸津東海上 東邊有燈坮. 是日 石余 方洛先 主催速賓, 余及秋滓 往參. 靑愚 張世憲 白想 朴載燦 丹嶼 黃奉祖 陶隱 尹圭漢 李槿山 諸氏同參.
산은 청진 동쪽 바닷가에 위치하고 동쪽 가에는 등대가 있다. 이날 석여 방낙선(石余 方洛先)이 주최하여 손님을 불렀으니, 나와 추재(秋滓)가 가서 참여했다. 청우 장세헌(靑愚 張世憲), 백상 박재찬(白想 朴載燦), 단서 황봉조(丹嶼黃奉祖), 도은 윤규한(陶隱 尹圭漢), 2)근산 이근산(李槿山) 3) 제씨(諸氏)가 동참했다.
掃石班荊事事寒
청아한 자리 마음의 얘기 다 걱정이나 4)
高朋南北不期看
고매한 남북의 친구들 예상 밖에 뵙소.
波光大圻三千里
그 영향력 삼천리 사방 널리 번쩍이고
岳勢如臨十二欄
산 기세는 열두 난간에 들어오듯 하네.
松裡濤聲盈袖口
솔숲의 파도 소리 소매 가득히 채우고
風前詩色落眉端
바람 앞의 시상이 눈썹 끝에 머무르네.
白首今行誠不偶
이번의 행사가 노인들에게는 걸맞게도
歡笑忘形興自寬
기쁨은 자신을 잊은 채로 흥이 겨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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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말산(高秣山): 청진 동쪽에 있는 183m의 산이다.
2) 도은 윤규한(陶隱 尹圭漢): 한국해사문제연구소를 창립한 윤상송의 자서전을 통한 그의 아버지 윤규한은 파평윤씨 윤관(尹瓘)의 후손된 긍지를 지닌 회령 사람으로 보성전문학교 법과를 졸업한 엘리트라며 나라를 잃어 망명을 가지도 않고 친일을 할 수도 없으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자의식 때문에 실망한 애족의 선비로 묘사되었다.
3) 이근산(李槿山): 앞에 5번의 시의 함경북도 서예가 이진순(李眞淳)의 호(號).
4) 소석반형사사한(掃石班荊事事寒): 소석은 수양하는 깨끗한 산속의 처소, 반형은 반형도고(班荆道故)로 가시를 헤치고 친구와 길가의 풀숲에 앉아 마음의 옛 이야기를 나눈다는 말, 사사한은 일마다 두렵고 안타까이 걱정한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