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막다른 길 없는 허공을 수평으로 날았지
바닥을 감춘 말들의 일몰을 만날 때면
죽곡리 벌판은 반짝이는 깃털로 장관이었어
부활한 영혼들의 흔적 같아
느리지만 아주 길게
하지만 오늘
검은 문장들이 부리에 쏟아지고 날갯짓은 만개하지
언제쯤 새는 자신이 바람이 되는 것을 알까
기억할 수 없는 순간까지
회색 그림자가 무엇이든 붙잡아보려고 출렁이지
자주 보자, 버즈 버즈
맞은편이 선하게 느껴지는 숨겨진 종縱을
나란한 진행형이라고 주장해도 될까
떨어지지 않기 위해 좇는 몰입
왼편으로 기울어진 밤은 빈 낙서를 따라가느라 급급하다
앵글 밖 초점 벗어날 때는 조금 더 날아가
고도를 낮춰 가려는 방향과 목적지가 엇갈리는 날에는
왼쪽 눈이 시큰거렸다
잘 있어,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 말은
젖은 피를 가진 모래사막을 건널 때 듣는 것이 좋지
상처는 비상의 손아귀에 묶인 채
내가 나를 떠날 때 벽 사라져
인사하기 좋은 자세로 꼬리를 움츠렸다
서늘한 공중을 가꾸며 울음소리로 웃는 새
2024년 광주, 전남 작가
김성신
전남 장흥 출생
2017년 불교신문사 신춘문예 시 등단
광주대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문학박사
2022년 시집 『동그랗게 날아야 빠져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