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입춘날에 조실스님(故전강스님)의 펄펄 살아있는 사자후와 같은 그런 활구법문을 들었습니다. 23세에 확철대오하셔서 제방 선지식의 인가를 받으시고 겪었던 상황에 대한 살아있는 법문을 들었습니다. 방금 정말 조실스님께서 살아서 이 법상에서 하신 것과 같은 그러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방금 조실스님 법문 가운데 나오는 금봉(錦峰)스님은 성씨가 박씨시고 조실스님보다 훨씬 연세가 많으시고 원래 경상도 김용사 스님인데 만공(滿空)스님께 인가를 받으신 만공스님의 수법(受法)제자이십니다. 고봉(古峯)스님도 역시 만공스님께 인가를 받으신 수법제자이신 구참이신데, 조실스님께서는 그때 아주 어린 훨씬 밑의 후배이셨습니다.
그런데 금봉스님은 굉장히 성질이 급해서 조용조용히 대화를 할 수 없을 만큼 성질이 급하고 우왁하고 그러신 어른인데, 제가 정혜사에서 2년간 금봉스님께서 조실로 계실 때 모시고 지내서 참 마음으로 숭배하고 그러시던 선지식이셨습니다.
그 어른은 정화 때 선학원에 와서 얼마동안 머물러 계셨는데, 그 선학원에 전국에서 모인 수좌들 앞에서 항상 하신 말씀이 "1. 전강이요, 2. 고봉이요, 3. 만공이다." 이런 말씀을 막 터놓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전강스님이 어디 가서 조실을 하면 내가 그 밑에 가서 공양주를 하겠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정혜사 조실로 계시다가 해인사 조실로 추대를 받아서 가실 때 "내가 해인사 조실로 가는 것은 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는가. 내가 가서 터를 닦아놓을 테니 전강스님을 조실로 모시기 위해서 간다"고 하셨습니다.
거기서 얼마동안 조실로 계시다가 수박 공양을 하시고 여름에 해인사 옆 맑은 계곡에 가셔서 턱 목욕을 하시고, 광주서 온 관광객에게 "광주 가면 경양 방죽가에 하꼬방 장수를 하는 내가 잘 아는 분이 있으니까 내가 몇자 적어줄 테니 이 편지를 전해달라" 하시고 시냇가에서 앉은 체로 열반에 드셨던 것입니다.
그 게송은 무엇이냐 하면,
靑山文殊眼 청산은 문수의 눈이요
水聲觀音耳 물소리는 관음의 귀다
今日世緣盡 오늘 세연이 다했으니
依久水東流 옛것에 의지해 물은 동으로 흘러가는구나.
이러한 금봉스님의 임종게였습니다. 그 임종게를 해인사 대중한테 턱 내놓고 임종에 들으셔도 되겠지만, 어째서 그 임종게를 써서 인편(人便)에 전강조실스님께 보냈느냐 거기에는 반드시 까닭이 있습니다.
고봉스님께서도 열반하실 때 전강조실스님을 청했습니다. 고봉스님께서는 중풍을 앓으셔서 잘 보행도 못하시고 말씀도 잘 못했습니다. 그런데 임종에 가까워지자 단식을 하시고 공양을 안 잡수니까 대중들이 아무리 권고를 해도 안들으셔서, 대중이 조실스님께 와서 어떻게든지 오셔서 공양을 잡숫게 해달라고 부탁을 해서 가셔서, 여러가지로 서로 법이 통하고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사이시니까 말씀을 드려가지고 잡숫기도 하고 그런일도 있다가, 얼마있다가 고봉스님께서 정식으로 전강스님을 청하셨습니다. "나를 위해서 마지막으로 임종법문을 설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고봉스님도 확철대오해서 만공스님께 인가를 받으신 대도인이십니다. 부축을 받으시고 큰방으로 나오시고 조실스님이 법상에 올라 법을 설하시는데, 양쪽에서 부축을 해가지고 간신히 나오셔가지고 앉으셔서 법문을 설하셨습니다. 이러한 일이 일맥상통한 바가 있는 것입니다. 고봉스님이나 금봉스님께서 열반하신 마당에 만공스님으로부터 전해내려오는 법등(法燈)과 후사(後嗣)를 유촉하기 위한 뜻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절차가 없이 그냥 열반에 들으시면 고봉스님을 믿던 제자들이 누구를 의지해서 공부를 하며, 금봉스님을 의지해서 공부하던 제자들이 누구를 의지해서 공부를 해야하는가 그러한 것을 무언 중에 유촉하시기 위해서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조실스님께서는 그런 편지를 받으시니까 그런 임종게가 쓰여있어서 49재에 해인사에서 청해서 일부러 해인사에 가셔서 금봉스님의 49재 법문을 하셨던 것입니다.
古조사들은 일대사 문제는 자기자신 일신의 문제가 아니고 부처님으로부터 전해내려오는 중대한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4조 스님(도신스님)이 5조 스님(홍인스님) 팔십 먹은 노인이 인가를 받으러 오니까 "늙어서 전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느냐 몸을 바꿔서 오라"해서 소나무를 심어가지고 몸을 바꿔온 그런 법문을 여러분도 아실 것입니다.
이 문제는 대단히 중대한 것입니다. 고인들은 그렇게 해서 오늘날까지 부처님으로부터 내려오는 정법의 등불이 등등상속해서 전해내려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용화사는 조실스님의 법문은 다행히 녹음을 통해서 700개나 되는 활구참선법문이 녹음되어 있기 때문에, 이 용화사는 영원히 전강대선사를 조실로 모시고 모두 같이 열반하셨지만 살아가신 조실스님으로 믿고 공부를 해가자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 1991년 2월 4일, 입춘기도법회 >
첫댓글 나무관세음 보살!!!
나무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