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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 28~30
드디어 가면을 벗어 던진 모리스
영어교육과 서영은
서서히 슬로퍼씨의 집안의 사위가 되려는 모리스의 시도가 사그라졌다. 결정적으로 슬로퍼씨가 딸과 유럽에 다녀 온 후에 조금이나마 그가 자신의 딸과 결혼을 원하는 청년에게 마음을 열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부흥할 만한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모리스는 1년동안 자신이 그녀를 기다린 것에 대한 승산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분개해 하고 이제는 그녀의 그를 향한 마음과 결혼에 대한 생각을 떨치게 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어지는 chap 28~ 30 에서는 캐서린에게 이별을 통보하려는 그의 모습과 그들의 결혼스토리가 해피엔딩이 아닌 채로 끝이 나버리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주책없게 행동하는 페니먼 부인, 그리고 그가 어쩌면 그동안 ‘가면’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이제야 느낀 캐서린의 큰 상심이 다뤄지고 있다.
1.그의 사업은 과연 진짜일까?
한편 시내에서 모리스는 새롭게 사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그가 어떤 분야의 사업에 착수했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1년 동안 그와 더 친해지고 가까워 졌다고 느낀 페니먼 부인은 그의 사업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한번 찾아가 보겠다고 한다. 이에 대해 모리스는 다소 못마땅해 하고 그의 사업실 까지는 아니더라도 가까운 데서 같이 만나서 얘기를 하는 것에는 찬성을 한다. 여기서 과연 모리스가 진짜 사업을 차렸는지 아닌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174. He agreed that they should take a walk together, and was even kind enough to leave his office for this purpose during the hours at which business might have been supposed to be liveliest.) 그녀의 방문을 원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제일 바쁜 시간 대에 그녀와 만나는 것이(그것도 거리 모퉁이에서) 아이러니 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명목상으로만 사업을 차렸다면 이는 슬로퍼씨와의 결혼을 둘러싼 자존심 대결에서( 캐서린과 결혼하려는 것이 결코 재산 상속 때문이라는 것) 끝까지 자신이 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함일까? 이에 대해서 나는 그가 진짜로 사업을 차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앞서 그가 일을 하지 않으려 하고 자신의 누나 집에 얹혀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캐서린이 떠나 있는 1년 동안에는 아무런 일을 하지 않다가 불과 1주일 전에 갑작스럽게 시작한 그의 동업은 너무나 허술하고 그의 의도가 다소 눈에 뻔하기 때문이다.
2. 필터링이 없는 그의 거친 말투와 행동
책을 읽다 보면 모리스가 말하는 몇몇의 대사들이 다소 거칠고 건방지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를 들면 (p. 176 中You must console her. If you are as good a friend to me as you pretend to be, you will manage it/ If you don’t console her any better than you console me, you certainly won’t be of much use. It’s a damned disagreeable necessity; I feel it extremely, and you ought to make it easy for me/ p.177 中 he knew that of what she promised she was competent to perform but an insignificant fraction, and the more she professed her willingness to serve him, the greater fool he thought her./ Morris greeted this question with a reflection which was hardly the less impudent from being inaudible. ‘Surely woman are more crude than men!’/) 같은 대목에서 그를 1년 동안 거의 먹여주고 보살펴준 페니먼 부인에게 좋은 친구 ‘인척’을 한다든지, 고모님의 위로도 별 도움 안 되겠다 라든지, 다른 혼처를 찾느냐는 고모의 질문에 여자들이 더 노골적이다 라며 자신이 속내를 주저 없이 드러낸다. 이제는 더 이상 캐서린과 그녀의 가족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예전처럼 신사답고 박식한 척 하는 가식적인 모습을 벗어버린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사람과 관계를 지속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때,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 할 때 어떤 행동방식의 변화를 보이는지 모리스를 통해서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그들 사이의 결혼이야기에 대해선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고 어쩔 수 없지만 결혼만을 바라보고 있던 캐서린도 그녀 앞에 닥친 이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오게 되었다. 이제 그가 그녀에게 매우 매정하고 냉정해졌다는 것을 (p. 182 ‘It is to make six thousand dollars’, said Morris. ‘Do you grudge me that satisfaction?’/ p. 183 ‘When you are quiet, you are perfection’/ p.184 ‘I am a busy man- I am not a dangler! ) 이러한 대목들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알 수 있다. 그렇게 그는 그동안 자신이 쓰고 있던 가면을 서서히 벗겨가고 있다.
3.이별의 끝에 다다른 캐서린
캐서린만 모르고 있는 그의 이별 준비는 캐서린을 더욱더 비참하고 처량하게 만들었다. 앞서 토론했던 캐서린의 good vs clever 에 대해 다시 한 번 언급하자면 그녀는 과연 good 한 여성이지만 clever 하지 않다는 것을 전적으로 이번 챕터를 통해 느낄 수 있다. 이미 마음이 떠버린 그에게 캐서린은 그가 자신에게 결혼 날짜를 잡자고 하길 참을성 있게( 이는 참을성 보단 답답함에 더 가까운) 기다린다. (p. 180 She was waiting for him, in vulgar parlance, to name the day; and so long as he was unprepared to be explicit on this point, it seemed a mockery to pretend to talk about matters more abstract. She had no airs and no arts; she never attempted to disguise her expectancy. She was waiting on his good pleasure, and would wait modestly and patiently; his hanging back at his supreme time might appear strange, but of course he must have a good reason for it.). 하지만 모리스는 이별을 선언함으로써 이러한 그녀의 참을성이 헛되도록 만든다.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결혼을 좀 더 영리하게 행동했더라면 이룰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지쳐서 떠나버리는 상황까지 다다르게 만든 것이다.
만약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자신이 너무나 사랑한 애인으로부터 이와 같은 통보식의 이별에 봉착하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줄거리가 약간 다르지만 대표적인 막장 드라마이자 여주인공의 복수극을 다룬 ‘아내의 유혹’을 예로 들어보자. 현모양처이고 성품이 착한 여주인공이 바람이 난 남편으로부터 버림을 받고 요부가 되어 다시 남편을 유혹하면서 남편과 그의 집안 전체를 파멸에 이르게 한다. 이처럼 이 드라마에서는 조신하고 복수라는 것조차 모를 것 같은 여주인공도 실연을 당하게 되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되어 깊은 원한을 가지고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들을 어렵지 않게 저질러 버릴 수 있을 만큼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서 이 여주인공이 복수를 하는 과정을 본 우리는 그녀를 영리하고도 무서운 여자라고 칭할 수 있다. 하지만 가엾은 캐서린은 이와 너무 다르다. 그녀는 그저 자신을 갑작스럽게 떠나가 버린 모리스가 이해가 안 될 뿐이고 그를 잡는다는 게 고작 편지를 몇 통 보내고 그의 집 앞에 찾아갔다가 돌아오는 것이 다였다. 그녀로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위의 드라마나 다른 드라마에 나오는 여주인공에 비하면 지극히 수동적이고 용기가 없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작년에 방영된 또다른 드라마 ‘모두다 김치’ 같은 경우를 들어보자. 자신을 떠나고 부잣집 집안의 여성에게로 떠나버린 남편으로부터 깊은 상처를 받고 아파하고 그에게 복수를 하기로 다짐한다. 여기까지는 앞의 드라마와 같지만 여기서의 여주인공은 이내 같이 일하던 곳에서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새로운 남자를 만나게 된다. 물론 이 여주인공도 전 남편에게 앙갚음을 하지만 결국에는 그를 이해해주고 현재의 남편과 행복하게 살아가게 된다. 이처럼 꼭 그 사람에게 복수를 성공시키려고 하는게 아니라 자신이 더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상처로부터 치유 받는 것도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결말들 중 하나이다. 하지만 캐서린의 경우, 모리스가 떠나버리고 나면 그녀는 다른 남자를 만날 수 있을까? 그에게만큼 마음을 열었던 것처럼 그녀가 또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한번 상처를 받은 그녀에게는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이기 보단 오히려 더 멀리할 것 같다는 게 전반적인 그녀의 태도를 통해서 짐작이 된다. 그녀가 조금 더 영리하고 예리했더라면 이렇게 자신이 위험에 처해 있는 사실을 조금 빨리 인지하고 그간 그녀가 보여주었던 참을성을 돌이키기 힘든 상황까지 지속해서는 안됐다. 만약 그녀가 clever 함과 good 함을 동시에 가졌다라고 가정한다면 과연 이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위의 드라마의 여주인공들처럼 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해야지 그녀가 좋은 성품을 지닌 영리한 여성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을까?
4. 변함없이 주책없는 페니먼 부인
이제는 완전히 모리스 편에 서있고 스스로가 그렇다고 확신해버린 페니먼 부인은 원래의 그녀의 의도(모리스 테우젠드와 캐서린과의 결혼)와는 점차 멀어진다. 아버지 쪽의 재산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결혼을 포기하려는 모리스의 입장에 암묵적으로 동의의 표시를 보인다. (p.174 If found her by no menas unprepared, for she had accustomed herself to the though that, if Morris should decidedly not be able to get her brother’s money, it would not do for him to marry Catherine without it. ‘It would not do,’ was a vague way of putting the thing.) 그리고는 그의 뜻에 대해 옹호하는데 그를 자신의 아들이었다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캐서린과의 결혼을 하지 못하게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를 열렬히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p.175 If Morris had been her son, she would certainly have sacrificed Catherine to a superior conception of his future; and to be ready to do so, as the case stood, was therefore even a finer degree of devotion.) 이는 모리스가 전혀 이러한 그녀의 관심을 원하지 않고 그녀에게 계속해서 불쾌함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한 술 더 떠 그를 지지해버리는 상황을 연출한다. 이처럼 소설이 시작되고 나서부터 한결같이 그녀는 자신이 주책없는 여성임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그녀의 모습은 캐서린과의 대화중에서도 드러나는데 , 이별통보를 받은 캐서린에게 끊임없이 무슨 일이 있냐고 추궁하는데 이는 단순히 자기가 실연에 빠진 그녀를 위로 해 주기 위함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미 모리스로부터 상처를 받은 캐서린에게 그녀는 강력한 일격을 가했다. 이미 자신은 그들이 헤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p. 190 ‘That you should be reasonable,’ said Mrs Penniman, with some sternness; ‘that you should take counsel of worldly prudence, and submit to practical considerations; that you should agree to – a- separate’ ). 조카가 이미 깊은 슬픔에 빠져 있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페니먼 부인이 얼마나 생각이 없고 얄미운 인물인지 알 수 있다. 어쩌면 그녀의 이러한 행동들이 모리스의 벗겨진 가면의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내게 하는데 촉매제 역할을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28-30장에서는 갑작스런 ‘이별’에 크나큰 실연에 빠진 캐서린과 가면을 벗어던지고 슬로퍼씨의 예측에서 벗어나지 않은 모리스, 그리고 그 옆에서 상황을 더 비참하게 만드는 페니먼 부인 이 세 사람의 심적 갈등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이어지는 내용에서 과연 캐서린이 자신의 실연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궁금하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역시 서영은 양도 수정한 부분이 더러 보이는데, 애 썼어요. 그런데 오늘 내가 (통속)드라마와의 비교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제대로 비교가 됐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가령 "그에게만큼 마음을 열었던 것처럼 그녀가 또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는 말은 충분히 납득이 가는데, 30장에서 처한 캐서린의 상황과 그 내면 상태가 정확히 어떤 건지는 잘 파악이 안 되어 있다는 인상이에요.
그리고 지금의 캐서린의 작품 초반의 캐서린과는 너무도 달라진 인물이에요. 모리스가 결정적으로 가면을 벗어던진 이후 캐서린은 모든 것을 다 알아버린 셈입니다. clever하면서 동시에 good해질 수도 있는 캐서린이 되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는 점이 비극이라면 비극인 겁니다. 캐서린의 변화와 내면에 대해서는 내일 좀더 이야기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