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할부대 등 장병 700여 명 참가 궤도장비·일반 차량 310여 대 투입 다양한 전술적 상황 대응력 키워 생존성 강화 위한 능력 배양도
일반인들에게 군용 장갑차나 탱크가 움직이는 모습은 낯설다. 전술 도로가 아닌 일반 도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군은 전시를 대비해 다양한 훈련을 진행해야 한다. 각종 장비와 병력이 일반 도로를 따라 대규모로 이동하는 훈련도 필요하다. 이들 전력은 진지를 점령하고, 원거리에 있는 적을 조준·사격·궤멸시켜 아군의 진격을 돕는다.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수기사) 포병여단은 8일 경기도 가평군을 출발해 강원도 철원군까지 전개하는 야외기동훈련(FTX)을 했다. 일반 도로를 달려 훈련장으로 이동하는 늠름한 자태를 현장에서 확인했다. 글=배지열/사진=이경원 기자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이 8일 강원도 철원군 문혜리 훈련장에서 실시한 야외기동훈련(FTX)에서 예하 포병여단 K55 자주포가 흙탕물을 튀기며 야지를 기동하고 있다.
수기사 포병여단 장병이 K10 탄약운반장갑차에서 K9A1 자주포에 탄약을 보급하고 있다.
K10 탄약운반장갑차가 K9A1 자주포에 탄약을 보급하는 사이 한 장병이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장병, 협동분업·합심대응 목표 구현
“쿠르릉~ 쿠르릉!” 오전 7시 30분, 엄청난 굉음과 함께 수기사가 자랑하는 기계화장비들이 기동을 시작했다. 전날 각 주둔지에서 미리 전투준비태세를 마친 사단 예하 부대들은 50여 ㎞를 달려 오전 10시 30분쯤 집결지인 강원도 철원군 문혜리 훈련장에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최장식(소장) 사단장이 주관한 이번 훈련에는 지휘부와 포병여단을 포함한 직할부대 장병 700여 명이 참가했다. 화력투사를 위해 K9 자주포 18문, K9A1 자주포 16문, K55A1 자주포 18문이 동원됐다. K77 사격지휘장갑차 11대, K10 탄약운반장갑차 7대를 비롯해 총 190여 대의 궤도장비와 120여 대의 일반 차량도 투입됐다. 사단은 이번 훈련으로 포병여단 화력증원 FTX를 중심으로 각 부대가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단결’은 ‘충성’ ‘명예’와 함께 수기사의 정신을 대표하는 사단훈(訓)이다. 일사불란하게 훈련을 준비하는 장병들의 모습은 ‘개미같이 협동분업, 벌떼같이 합심대응’이라는 목표를 그대로 구현하고 있었다. 장병들을 독려하며 훈련을 지휘하던 이석찬(중령) 포병여단 충무대대장은 이번 훈련의 중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전시 포병부대 임무는 전방부대 화력증원에 있습니다. 포병부대의 막강한 화력투사는 기동부대가 원활히 작전을 이어나가는 원동력이죠. 하지만 전투가 끝날 때까지 끊임없이 화력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포병부대의 생존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평상시부터 전시 작전계획을 검증하고, 장거리 자력 기동과 사격능력을 배양해 언제라도 싸울 수 있도록 훈련을 계속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 부대는 화력증원은 물론 생존성 강화를 위한 능력 배양에 역량을 집중할 것입니다.”
일사불란한 움직임…화력증원 절차 숙달
기자가 동행한 포병여단 충무대대와 북진대대는 희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며 진지로 들어섰다.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포병 전력들은 마치 자로 잰 듯 정확한 위치에 자리했다.
“사격 준비, 사각 45도!” 사격명령이 떨어지자 자주포 포신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기동부터 정렬, 사격 준비까지 모든 과정이 하나의 몸이 움직이는 듯 일치되는 게 인상적이었다.
사단은 이번 훈련에서 비사격훈련을 포함해 화력증원 절차를 숙달하고 작전계획을 검증했다. 더불어 △진지 점령 △사단 및 인접 포병여단과 연계한 통신망 확립·표적 유통체계 검증 △지원부대인 기갑수색대대·군수지원대대와 연계한 훈련 등 전시에 꼭 필요한 훈련을 실전적으로 펼쳤다.
이날 각 부대가 이동한 경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육군 유일의 기계화사단인 수기사는 전시 기동력과 화력을 기반으로 적을 빠르게 제압해야 한다. 이번 훈련에서 각 부대가 움직인 길은 서울 동부로 가는 주요 포인트인 철원을 가장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경로였다. 이정환(소령) 포병여단 작전과장은 “이번 훈련에서 병력이 기동한 루트 자체가 전략적 요충지”라고 강조했다.
훈련의 중요성을 미리 교육받았기 때문일까? 장병들의 각오도 남달랐다. 박준수(대위) 북진대대 포대장은 “제한된 여건에서도 수십 대의 자주포가 실기동하는 훈련이니 만큼 임무 수행 절차를 완벽히 숙달하기 위해 적지 않은 고민을 했다”며 “다양한 전술적 상황에 맞춰 원활하게 움직여 준 포대원들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안전 보장’ 대규모 훈련 철저히 준비
사단은 성공적인 훈련을 위해 부대 이동 모의전술훈련과 장비 검사, 승무원 영외 도로 조정훈련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훈련으로 인한 지역주민들의 불편을 줄이는 노력도 병행했다. 사단은 분진·소음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달 철원군 주민대책위원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했다.
철저한 사전 준비는 알토란 같은 성과로 이어졌다. 이규원(대령) 포병여단장은 “이번 훈련은 코로나19 상황 이후 오랜만에 펼친 대규모 훈련”이라며 “적 전술을 고려한 실질적인 교육훈련으로 ‘더 강해지는 부대’를 만들기 위한 디딤돌을 놨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적에게는 두려움을, 아군에게는 전율을 안겨 주는 강한 포병부대를 만들기 위해 전력투구하겠다”고 강조했다.